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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86화 (186/424)

186화 첫 수하 (5)

호가드니는 눈에 불을 켜고 수하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놈들이 안쪽으로 진입하잖아!! 빨리 막아라 빨리!!”

성주인 호가드니의 명령에 병사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뒤를 이어 밸크로 기사단이 적들을 막는데 합류했다.

“드웨인!! 절대로 놈들이 안으로 발을 들이게 해선 안 된다!”

“걱정 마십시오!”

그들은 사우스 왕국 군이 내성 쪽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아서고 있었다.

그때문에 사우스 왕국 군의 진격도 멈추고 말았다.

“저어… 성주님… 뒤에서 대기하는 병력들이 꽤 됩니다. 예비 병력들이 많으니 외성의 영지민들을 구하러 가는 것도…….”

“시끄럽다!! 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것 모르나? 혹시나 적들이 더 있다면!? 안에 있던 놈들이 들고 일어선다면!? 그때 병력이 부족하면 네가 책임이라도 질 셈이냐?”

“아니요…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말을…….”

“쯧…! 아무것도 모르면 함부로 나서지 말고 있어라!”

호가드니의 외침에 나섰던 기사가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호가드니와 밸크로 기사단이 내성을 기를 쓰고 지키려는 이유…….

이곳이 마지막 방어선인 이유도 있었지만, 내성 안에는 그들의 재산이 있었다.

내성이 뚫리면 그들의 재산도 잃을 가능성이 생긴다.

그래서 저토록 기를 쓰고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내성 밖에는 대부분 평민들과 천민들이 살아간다.

호가드니는 그들보다 귀족들을 더욱 중요시했다.

평소 평민들과 천민들을 천시하는 호가드니였기에 그의 머릿속에는 내성 안의 사람들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앞장서서 영지민들을 지켜야 할 밸크로 기사단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이게 과연 이들만의 문제일까…….”

아마 내성 안의 귀족들도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답답했다.

이곳의 전투가 그나마 수월하고 여유로운 편이었다면 좀 더 강경하게 주장을 펼쳤을 텐데,

호가드니 군은 바로 전에 에도피아에서 영지전을 펼치고 빠르게 달려온 상태였다.

때문에 기사들과 병사들 모두 지쳐 있었다.

밸크로 기사단조차 상당히 지쳐 있는 상태라 어쩌면 호가드니의 말대로 지금이 가장 최선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을 지켜만 보고 있는 것도 굉장한 고역이었다.

그들의 신분이 어떻든 같은 왕국의, 영지의 사람들이었으니…….

그때 전장을 살펴보고 있던 누군가가 크게 소리쳤다.

“아군입니다!! 지원군이 도착한 것 같습니다!!”

“뭣이라!? 지원군이 도착했다고!!?”

지원군이라는 말에 호가드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금 상태에서 지원군이 도착하면 충분히 사우스 왕국 군을 몰아낼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호가드니도 성벽 위로 달려갔다.

“어디냐!? 어디에 지원군이 도착한 거야? 우리가 지원요청도 안 했는데 먼저 이렇게 달려와 준 그 고마운 영지가 어디냐!? 파라무스인가?”

호가드니의 시선이 병사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시야에 바로 들어오는 깃발이 있었다.

방금 전에도 봤던 깃발…….

깃발에는 제9기사단을 나타내는 ‘IX’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9기사단…? 9기사단이 왜 여기에 온 것이냐?”

“사우스 왕국 군이 이곳을 습격해서가 아니겠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저놈들은 좀 전에 우리와 영지전을 했잖아!? 근데 왜 온 거냐고! 설마 우리를 방해하러…….”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영지전을 펼쳐서 감정의 골이 상해 있다곤 하나… 우리 엠벨과 에도피아는 이스트 왕국의 영지입니다. 적국과 손을 잡지 않는 이상 저들이 저희들을 방해할 리가 없질 않겠습니까.”

“호오… 그래 말 잘했다! 그럼 사실은 저놈들이 사우스 왕국과 손을 잡은 거구나! 그래서 우리가 영지전을 벌이러 갔을 때 사우스 왕국 놈들이 쳐들어온 거였어!”

“그것은 조금 억측같습니다 성주님…….”

“그게 아니면!! 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설명된다는 말이냐!?”

“무슨 상황 말씀이십니까… 제9기사단이 사우스 왕국 군을 몰아내는 것 말입니까?”

병사의 말대로 제9기사단은 측면으로 파고들어 사우스 왕국 군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들은 용맹한 기세로 전진했다.

그리고 선두에는 말을 탄 아시테르가 보였다.

밸크로 기사단도 전장에 뛰어든 제9기사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냐… 저건 엔류아가 아니냐?”

“맞는 것 같습니다 단장.”

“저년이… 어딜 갔나 했더니 저기서 노닥거리고 있었단 말이냐!?”

“요즘 교육이 덜된 것 같습니다.”

“지금 다친 사람들이 몇 명인데… 오면 따끔하게 교육 시키겠습니다.”

“됐다. 오면 내가 직접 교육시켜줘야겠다.”

드웨인이 두 눈을 번뜩였다.

그사이 아시테르는 다가오는 사우스 왕국 군에게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불길이 치솟고 아시테르가 쏘아낸 화염구가 적들을 불태웠다.

“제법 쓸 만한 마도사가 있구나.”

아시테르의 존재를 확인한 사우스 왕국 군의 마도사가 앞으로 나섰다.

다른 마도사들과는 조금 다른 복장을 하고 있었다.

“마법기사단에서 나온 거냐?”

“…….”

“나는 사우스 왕국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3급 마도사에 오른 몸이시다.”

“그렇군요.”

“겨우 그런 반응이라니… 좀 더 놀라야 하는 것 아니냐!?”

“놀라기엔… 3급 마도사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몰라서요.”

“하…. 그렇군… 야만스러운 이스트 왕국은 우리와는 다르게 마도사들을 평가하지… 뭐, 됐다. 잘 모르면 몸소 깨닫게 해 주마. 사우스 왕국의 3급 마도사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졌는지.”

사우스 왕국의 3급 마도사, 고드넥스의 주변으로 얼음송곳들이 생겨났다.

그것을 본 아시테르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뒤에 있던 엔류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괜찮겠어요? 상대는 얼음 마도사인데……!”

“근데 왜요?”

“왜라니요…! 상성이 별로 안 좋잖아요!”

“아아… 괜찮아요.”

고드넥스가 아시테르의 마법을 보며 조소를 흘렸다.

마법 상성 상으로 자신이 훨씬 우위!

거기다 고드넥스는 자신이 있었다.

눈앞에 있는 애송이에게 참교육을 해 줄 자신이.

그가 손짓하자 주변에 떠올라 있던 얼음송곳들이 아시테르를 향해 날아갔다.

화르릉!!

콰직!!

대지에서 치솟아 오른 불꽃이 얼음기둥들을 막았다.

고드넥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얼음 파편들을 쏘아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시테르의 마법에 간단히 막혀 버리고 말았다.

“제법이로구나!!”

고드넥스가 마력을 좀 더 끌어올리자 이번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아시테르의 위에서 형성되었다.

아시테르는 고개를 들어 말없이 얼음덩어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놀랐나!? 이게 바로 나의 마법이다!!”

“미안하지만… 별로 놀랍진 않네요.”

“뭐…?”

“당신보다 훨씬 더 대단한 얼음 마도사를 알고 있어서요.”

아시테르가 순간 대지를 박찼다.

쏜살같이 움직인 그가 고드넥스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파콰앙!!

강한 불꽃이 고드넥스의 몸을 날려 버렸다.

“커헉……!”

미리 얼음갑옷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아시테르의 공격 앞에선 소용없는 짓이었다.

망치로 내리찍는 것과 같은 엄청난 고통에 고드넥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얼음갑옷으로 막지 않았다면 그래도 몸에 구멍이 뚫렸을지 몰랐다.

“감히……!”

화르릉!!

고드넥스가 반격을 가하기도 전에 거센 화마가 그를 집어삼켰다.

최대한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불길을 잠재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마치 그 마력마저 양분으로 삼는 것처럼 불꽃은 더욱 뜨겁게 타오를 뿐이었다.

“말도… 말도 안 돼… 내가 지다니…….”

불타고 있는 자기 몸을 보며 고드넥스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런 고드넥스의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우스 왕국의 3급 마도사가 어떻게 우리 막내를 이기겠나. 적어도 2급 마도사, 아니 준1급 마도사는 와야 이길 수 있을 거다.”

“뭐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정말이다. 우리 막내가 또 초월급마도사거든.”

“……!”

고드넥스가 부릅 뜬 눈으로 아시테르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보다 강한 불꽃은 얼음도 녹여내는 법이에요.”

아시테르가 손에 불꽃을 피워내며 말했다.

그가 불꽃을 쏘아내자 사방으로 화염이 뻗어 나갔다.

콰르릉-!!

불꽃에 닿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고드넥스를 시작으로 아시테르는 사우스 왕국 군에 또 다른 악몽을 가져다주었다.

베드롱을 포함한 제9기사단도 아낌없이 실력을 발휘하며 사우스 왕국 군을 물리치는데 일조했다.

덕분에 엠벨 영지의 안쪽까지 파고들었던 사우스 왕국 군도 결국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다!”

“이쯤 했으면 됐다!”

“모두 물러나!! 돌아간다!!!”

여기저기 퇴각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시테르는 불꽃을 퍼붓고 있었다.

그는 발끝에 마력을 폭발시키며 전장을 가로질렀다.

“진짜 대단하다니까요…….”

“저 녀석이 저 정도인데… 마법기사단의 단장들은 그럼 얼마나 강한 겁니까?”

“낸들 아냐… 저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진짜 검은 왜 휘두르나 싶다…….”

소강상태에 접어든 제9기사단은 그때부터 맘편히 아시테르의 독무대를 감상하고 있었다.

아마 사우스 왕국 군에게 아시테르는 진한 악몽으로 남을 것이다.

“하필이면 사용하는 마법도 불꽃이라 더욱 기억에 강렬하겠어 크큭…….”

“그래도 속 시원하지 않습니까!? 사우스 왕국놈들에게 이런 통쾌한 한 방이라니…….”

“아시테르가 저렇게 활약해준 덕분도 있지만 우리도 꽤 도움이 되었잖아. 난 사실 그게 더 기쁘고 즐겁다.”

“맞아. 예전의 우리가 아니라고 이젠……!”

벌써 승리를 자축하는 제9기사단의 가까이로 밸크로 기사단이 다가왔다.

제9기사단이 측면을 기습하는데 성공하면서 사우스 왕국 군이 물러난 덕분에 그들도 전투가 끝나버리고만 것이다.

“제9기사단이 여긴 왜 온 건가!?”

“왜 왔겠습니까. 당연히 도움을 드리러 왔지요.”

“흥! 도움 따위는 필요 없었다.”

“네네 그러시겠죠.”

베드롱이 퉁명스러운 어투로 드웨인의 말을 받았다.

게벨은 어떻게 저런 자랑 무감정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인지…….

베드롱과 대화를 끝낸 드웨인의 시선이 이번엔 엔류아에게로 향했다.

그는 쭈뼛거리며 한쪽에 서 있었다.

드웨인은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 드웨인님…….”

“멍청한 년!”

짜악!!

모두가 보는 앞에서 드웨인이 엔류아의 뺨을 후려쳤다.

빨개진 볼을 부여잡고 엔류아가 드웨인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죄… 죄송합니다…….”

“네년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한 줄은 아나!? 감히 우리는 고생시키고 네년은 저놈들이랑 시시덕거리고 놀다 와!??”

제9기사단의 몇몇 기사들이 드웨인의 너무한 태도에 발끈했다.

하지만 주변 동료들이 그들을 말렸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밸크로 기사단 내부의 일이었다.

다른 기사단의 일에 함부로 나설 순 없는 노릇이었다.

엔류아는 그런 드웨인에게 연신 죄송하다 사과했다.

“따라와라! 일단 나부터 치료해라. 그리고 나서 다른 수하들도 치료해야 한다.”

“네? 하지만 드웨인님은…….”

엔류아가 드웨인의 상태를 살폈다.

여기저기 작은 상처들이 있긴 했지만 치명상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하기사 드웨인처럼 실력 있는 기사가 쉽게 다칠 리도 없다.

하지만 누군가처럼 선두에 나섰더라면 저렇게 상처가 없지도 않았을 것 같았다.

드웨인인 두 눈을 부릅뜨며 엔류아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드웨인님의 상처는 가벼운 편이에요… 거기다 안쪽에는 저 말고도 다른 치유 마도사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선 이곳에 있는 응급환자들부터…….”

짜악-!

드웨인의 큼지막한 손이 또 한 번 엔류아의 뺨을 때렸다.

분노한 드웨인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누가 너한테 생각이란 걸 하라 했지? 감히 치료 도구 따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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