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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90화 (190/424)

190화 괴물 신입

이스트 왕국에 존재하는 마법기사단은 총 8개.

그중 한 축을 담당하는 백상 마법기사단.

그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오늘 이렇게 모두 모이라고 한 이유는 간단하다.”

단원들의 앞에 선 아칼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몇몇 단원들은 아칼의 말에 관심을 보였으나 대부분은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자식들 표정들이 왜 그래!?”

부단장인 제인스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했다.

아칼이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어차피 그가 할 말도 짧았다.

“신입이 돌아왔다.”

‘들어왔다’가 아닌 ‘돌아왔다’였다.

그 말에 몇몇 단원들이 고개를 돌렸다.

알렌시아가 은근한 미소를 띠었다.

아칼의 옆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서있는 사내, 바로 아시테르였다.

아시테르가 선배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아시테르라고 합니다.”

“어.”

“그래.”

“응.”

제각기 간단한 대답들.

그때 누군가 앞으로 나와 아시테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네가 아시테르라고?”

“네! 그렇습니다 선배님!”

“선배는 무슨. 반가워 나도 너랑 함께 백상 마법기사단에 들어온 디안드레라고 한다.”

“아, 반가워. 동기였구나!”

곱슬머리의 청년, 디안드레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아시테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시테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마주 바라보았다.

“네가… 소문의 그 알렌시아 남자친구라며?”

“음……?”

“이미 소문 다 났다. 알렌시아에게는 이미 임자가 있고, 그 임자를 따라서 여기 백상 마법기사단으로 온 거라고.”

“엥? 아니 그건 아닌데…….”

알렌시아의 남자친구라는 말에 몇몇 기사들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관심없어 하던 그들의 시선이 갑자기 이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알렌시아의 남자친구라고!?”

“이야-!! 이 자식, 어쩐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더라니…….”

“헤어져! 너한테는 과분한 여자다!”

“그건 네 소원일뿐이고. 은근슬쩍 그런 말을 끼워 넣지마라 하르멜로.”

“그치만…. 알렌시아는 우리 모두의…….”

“닥쳐요 선배. 그 입 꼬매 버리기 전에.”

“샤를… 너는 선배에게 말을 좀 예쁘게 할 필요가 있어.”

“그 입…….”

“오케이! 내가 특별히 조용히 하지!”

갑자기 시끌벅적해진 통에 아시테르는 여전히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 알렌시아가 곁으로 다가왔다.

“마침내 제자리를 찾았네.”

“다녀왔어.”

“고생 많았어. 변방에서 무슨 고생이야 그게.”

“후후 그래도 자연도 아름다웠고 공기도 무척이나 상쾌했어.”

“근데 내가 없었잖아.”

“그건… 그래.”

두 사람이 붙어서 대화를 나누자 디안드레가 두 눈을 꿈뻑거렸다.

그의 표정을 살핀 아시테르가 먼저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니… 알렌시아가 그렇게 웃는 건 처음 봐서.”

“응?”

“맨날 이런 표정을 짓고 있거든.”

디안드레가 일부러 과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스꽝스럽게 표현해냈던지라 아시테르도 보다가 웃음이 터졌다.

알렌시아가 일부러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디안드레. 내가 언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어?”

“진짜야. 너 맨날 이런 표정으로 다녔어. 오죽하면 우리들 사이에서 별명이 얼음미녀였다니까.”

“내가 무슨…….”

“알렌시아가요? 와아… 알고 보면 웃음도 많고 무척이나 밝은 여자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아시테르 때문에 알렌시아가 얼굴을 붉혔다.

다른 기사들도 하던 걸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우웩!!”

“으아! 새파란 애송이들이 기사단에서까지 연애라니!”

“아칼 단장! 나는 오늘부로 백상의 마법기사를 이어가긴 힘들 것 같아!”

“사내 연애 금지!! 사내 연애 금지라고!!”

그들의 반응에 아시테르만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알렌시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꼭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어머머… 그래도 잘생긴 얼굴은 환영이지. 반가워 나는 샤를이라고 해.”

“반갑습니다.”

“재봉 마법이라고 들어봤어?”

“아니요. 처음 들어봐요.”

“후후. 계속 그렇게 생각 없이 말을 내뱉으면 언젠가 직접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잘 알아둬.”

“아… 네!”

그때 잠자코 지켜보던 아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장난은 그쯤 해둬라. 이제 다시 임무를 나갈 시간이다.”

“네!”

“네!”

“네!”

“우리 기사단에 들어온 임무는 총 셋. 하나는 요인 경호. 다른 하나는 발할라 놈들의 뒤를 조사하는 것. 마지막으로 마수 퇴치다.”

제인스가 임무명령서를 보여주며 말했다.

기사들은 제각기 자신 있는 임무명령서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아시테르는 자연스레 알렌시아가 위치한 곳으로 옮겨갔다.

“너는 이쪽이다.”

뒤편에 있던 덩치 큰 사내가 아시테르를 잡아당겼다.

덕분에 아시테르의 임무는 마수 퇴치로 바뀌었다.

“아, 네!”

“불만 있냐?”

“아닙니다.”

“가서 거치적거리면 가만 안 둔다.”

“네!”

덩치 큰 사내의 이름은 켈링턴이었다.

백상 기사단에 오랫동안 몸 담은 선임기사로서, 실력도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켈링턴이 아칼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도 되죠?”

“네 마음대로 해라.”

“빡세게 굴려도 되겠습니까?”

“후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든지.”

“예?”

“아니. 아니다.”

아칼 단장의 묘한 웃음.

그것을 본 켈링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켈링턴은 모든 임무를 에프엠대로 하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때문에 같은 백상 기사단 단원들도 그와 함께 임무에 나서기를 꺼려했다.

디안드레가 아시테르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필이면 켈링턴님이랑 같이 가게 되다니.”

“너도다 디안드레.”

“예? 저는 왜…….”

“시끄럽다 따라와.”

“네에…….”

디안드레가 축 늘어지는 걸 본 샤를이 꼬시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그러자 이번엔 켈링턴의 시선이 샤를에게 머물렀다.

“서… 설마 저도…? 에이… 아니죠?”

“잘 알고 있군. 그리고 워셀. 너도 간다.”

켈링턴의 말에 먼발치서 책을 읽고 있던 워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워셀도 켈링턴과 비슷한 시기에 백상 마법기사단에 입단한 선임기사였다.

반면 샤를은 죽을상이었다.

이 고지식하고 재미없는 켈링턴과 함께 임무에 나서야 한다니…….

본래 발할라의 단서를 조사하는 척하며 놀려고 했던 계획이 완전히 무산되고 말았다.

어쨌거나 이렇게 간단히 임무에 나설 팀이 완성되었다.

켈링턴은 모든 보고를 마치고 임무에 나섰다.

그와 함께하는 맴버들은 선임기사인 워셀, 중간 정도의 위치인 샤를, 그리고 막내 라인인 아시테르와 디안드레였다.

백상 마법기사단으로서는 첫 임무였기에 아시테르는 설레는 마음도 들었다.

과연 어떤 마수를 처리하러 갈까.

켈링턴은 임무를 하러 가는 동안 별다른 필요 없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이는 워셀도 마찬가지.

그는 조용히 독서를 즐겼다.

반면 샤를과 디안드레는 많은 얘기들을 재잘거렸다.

다행이 켈링턴은 그들의 수다까지 말리지는 않았다.

“근데 너는 어디서 뭘 하다가 여기에 온 거야?”

“맞네. 어이 신입. 네 얘기 좀 해봐. 몸이 아팠던 건가?”

“아… 저는 에도피아라는 곳에서 파견을 나가 있었습니다.”

“파견!? 이제 겨우 마법기사단에 입단한 네가 파견을 나가 있었다고?”

“네.”

“거참 신기하네… 보통 신입은 파견을 보내지 않는데… 무슨 연줄이라도 있었던 건가.”

“가서 편하게 쉬다 온 것 아냐?”

샤를의 말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켈링턴이 한 마디 던졌다.

“가끔 있지. 꼴에 귀족이라고 가문의 권력을 이용해 아직도 따뜻한 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놈들이. 그럴 거면 왜 마법기사가 된 건지…….”

아시테르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마치 아시테르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았다.

약간의 비아냥이 섞여 있는 느낌.

그렇지만 아시테르는 켈링턴의 말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설사 자신한테 하는 말이라고 해도 들어맞는 말이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에도피아에 있었다는 게 정말이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던 워셀이 물어왔다.

워셀이 저렇게 먼저 말을 거는 것도 오랜만인지라 샤를과 디안드레도 자연스레 호기심을 보였다.

“네. 에도피아에 있었습니다.”

“그럼 로트말론도 만나봤겠구나.”

“물론입니다.”

“그 녀석은… 잘 지내고 있더냐?”

“예!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살아가고 계십니다. 매일매일 훈련도 거르지 않으시고 본인의 부족한 점들을 깨달았다며 근래에는 경영 수업도 받고 있습니다.”

“뭐!? 그 녀석이 그런 것도 배우고 있다고?”

워셀이 의외라는 듯 책을 덮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로트말론을 편하게 부르는 것을 보니 둘이 무슨 관계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로트말론님과는 어떤 사이이신지…….”

“내 동생이다.”

“아……!”

아시테르가 그때서야 손바닥을 탁 쳤다.

그러고보니 일전에 로트말론에게 들은 적이 있다.

일찍부터 에도피아를 떠나간 형님이 있다고.

근데 그 사람이 워셀이었을 줄은…….

호기심을 못 이긴 샤를이 슬쩍 다가와 물었다.

“근데 그 로트말론이라는 사람은 뭐하는 분이셔?”

“아, 에도피아 영지의 성주이십니다.”

“뭐어!?”

“에!?”

“……?”

말은 안 해도 켈링턴까지 꽤나 놀란 눈치였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레 워셀에게로 향했다.

워셀은 다시 책을 펼쳐 들었다.

마치 궁금한 것은 모두 해결했다는 듯이.

“뭐야 그럼… 워셀 선배 귀족이었어!?”

“와… 그것도 성주님의 형님이셨다니…….”

“배신감 느끼네… 아니 그런 사람이 왜 그렇게 맨날 궁핍하게 지냈어요!?”

샤를이 워셀을 톡 쏘아보며 물었다.

그러나 워셀에게선 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튼 이건 배신이야 배신…….”

그 이후에도 샤를과 디안드레는 아시테르에게 여러 가지 것들을 물어봤다.

덕분에 아시테르도 심심하지 않고 좋았다.

“수다는 여기까지다. 이제부터는 집중해라.”

“네!”

“네!”

임무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켈링턴이 주의를 환기시켰다.

아시테르도 말없이 전투를 준비했다.

“지켜줘야 할 만큼 애송이는 아니겠지?”

“네.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나와 디안드레가 후방을 맡고 전위는 아시테르와 워셀이 맡는다. 그리고 샤를은 중진에서 서포트하는 거다.”

켈링턴의 말이 끝나자마자 각자의 위치로 움직였다.

워셀이 가까이로 온 아시테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첫 임무잖아.”

“네.”

“긴장해서 너무 무리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워셀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전신에서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주변에 세 개의 구체가 생겼다.

그것을 본 아시테르가 두 눈을 반짝였다.

쿠뤄어어!!

곰처럼 생긴 마수가 숲에서 튀어나왔다.

한 마리도 아닌 다섯 마리나 되는 숫자였다.

그것을 본 워셀이 마법을 발동시켰다.

피슈웅!!

피슝!

세 개의 구체에서 마력탄이 쏘아져 나갔다.

“우와아아!!”

워셀의 마법을 확인한 아시테르가 순간 감탄사를 쏟아내었다.

그동안 새로운 마법들을 구경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오자마자 새로운 마법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벌써부터 즐거워진 아시테르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야 신입! 제대로 집중 안 해!?”

이를 본 샤를이 인상을 찌푸렸다.

디안드레는 아시테르의 표정을 보곤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사람의 마법을 신기해하면서 빤히 쳐다보고 있다니.

아무튼 저 녀석도 별난 놈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아시테르의 손에서 불꽃이 피어났다.

“네! 집중하겠습니다!”

아시테르의 손에서 뻗어 간 불꽃이 단숨에 두 마리의 마수를 지격했다.

이 모습을 본 샤를이 혀를 찼다.

“아니 이 바보야 그렇게 갑자기 두 마리나 건드려 버리면… 아……?”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광경에 샤를이 놀란 토끼 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는 가까이에 있던 워셀도 마찬가지.

후방에 있던 디안드레와 켈링턴마저 놀란 눈치였다.

화르릉!!

거세게 타오른 불길은 단숨에 마수를 집어삼켜 버렸다.

화마에 휩싸인 레드 베어는 그대로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레드 베어를 단 한 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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