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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91화 (191/424)

191화 마녀 구출 (1)

아시테르의 마법에 두 마리의 레드 베어가 쓰러지고 말았다.

워셀이 한 마리 쓰러트렸으니 남은 것은 두 마리였다.

그러나 그마저도 아시테르가 단숨에 쓰러트려버렸다.

불길에 타오르고 있는 레드 베어를 보며 디안드레가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우와… 대단해…. 어려운 마법도 아니고 간단한 마법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위력을 낼 수 있는 거지?”

“제법이네… 크흠…….”

샤를도 아시테르의 실력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이는 켈링턴도 마찬가지.

“뭐… 제법 실력은 있는 것 같다만… 벌써부터 그렇게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아직 갈 길이 머니까.”

“네.”

아시테르에게 이 정도는 준비운동 수준도 안된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 뒤로 나오는 마수들도 모두 아시테르 선에서 정리되었다.

이쯤되니 다른 일행들도 아시테르에 대한 생각들을 고쳐먹기 시작했다.

“뭐야… 이 정도면 알렌시아보다도 더 뛰어난 것 아냐?”

“괴물 신입이네…….”

“단장이 그런 말을 한 이유가 있었어…….”

수십 마리의 마수들이 연달아 튀어나왔건만 아시테르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녀석들을 정리해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마수들을 따로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아시테르는 마치 마수들이 처음부터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마수들을 찾아냈다.

어지간한 경험치가 아닌 이상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수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봐?”

“네. 평생을 마수들과 싸워왔으니까요.”

“뭐?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에도피아에서도 마수들과 매일같이 전투를 벌였습니다.”

아시테르의 시선이 워셀에게로 향했다.

에도피아 태생인 그라면 아주 잘 알고 있을 터다.

“여기는 가끔가다 던전에서 탈출한 마수들이 출몰하지만… 에도피아쪽에는 아직 야생의 마수들이 존재한다.”

“헐…! 진짜예요?”

“그래. 그래서 에도피아의 병사들과 기사들은 늘 영지로 침범해들어오는 마수들과 전투를 치르지.”

“그랬구나… 그래서 잘 아는 거였구나.”

“마수 사냥도 종종 나갔으니까요.”

아시테르는 쉬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

아직 살아 있는 마수들이 있다면 곤란했다.

몇몇 마수종은 번식력이 뛰어나 금방 세력을 회복해서 내려온다.

그러니 처음부터 아예 싹을 잘라놔야 했다.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그때 아시테르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

한쪽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마력.

그런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이 마력은 어디선가…….”

아시테르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이 마력을 느끼고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아시테르도 아는 얼굴이었다.

“당신은…….”

“뭐야. 또 너인가.”

우람한 덩치의 사내.

비에 젖은 듯한 곱슬 머리는 어느새 어깨선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의 곁에는 어린 소녀들이 서 있었다.

소녀들은 무언가에 겁이라도 집어먹은 양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여기서도 마주치는군요.”

“아시테르라고 했었나?”

“네.”

“그 사이에 소속이 바뀐 모양이군.”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온 겁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때는 고마웠다.”

“별말씀을요.”

아시테르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발할라의 최고 간부 가이우스였다.

그를 만난 순간부터 다른 백상 기사단 일원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저 사람은 누구냐?”

“심상치 않은데…….”

“어마어마한 마력이다…….”

그들도 가이우스의 마력이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재 가이우스가 발할라의 옷을 입고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만약 발할라 최고 간부임을 드러내는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면 대화 전에 전투부터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동료들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렇군.”

“여기는 무슨 용건으로…….”

“후후 찾고 있는 것이 있어서 말이야. 그러다 애먼 걸 찾아버렸지만…….”

“애먼거라니…….”

가이우스가 곁에 있는 소녀들을 가리켰다.

그들을 잠시 뚫어져라 바라보던 아시테르가 순간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마녀……?”

“그래. 이 아이들은 모두 마녀들이다.”

“마녀들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겁니까……?”

“뭐 뻔하지. 이런 어린 마녀들이 마녀의 숲을 벗어나 있다는 얘기는… 대부분 인간들에게 납치된 경우다.”

“아아…….”

아시테르도 잘 알고 있는 얘기였다.

전에도 세아츠리스가 마녀들을 납치해가서 비싼 값에 팔아버리는 인신매매상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얘기를 했었다.

놈들은 마녀의 숲 주변을 끈질기게 맴돈다.

그러다 숲의 영역을 벗어난 어린 마녀들을 발견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들였다.

“설마 마녀상들에게 붙잡혔던 아이들입니까?”

가이우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마녀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켈링턴이 입을 열었다.

“사실 마녀들을 납치한 것은 당신 아니오?”

“아니에요!”

“이분은 우리들을 구해주신 거에요!”

“맞아요!! 나쁜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주셨어요!!”

켈링턴의 물음에 답한 것은 어린 마녀들이었다.

그녀들은 마치 가이우스를 감싸기라도 하는 것처럼 앞으로 나섰다.

그것을 본 샤를이 피식 웃었다.

“저 사람이 마녀들을 납치한 것은 아닌 모양이네요. 그랬다면 마녀들이 저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잖아요.”

“내 생각도.”

워셀이 짧게 말하며 동의했다.

마녀들을 바라보던 가이우스가 이내 아시테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나?”

“네? 도와달라니 무엇을요…….”

“아이들에게 들어보니 더 붙잡혀 있는 친구들이 있는 모양이야.”

“더 붙잡혀 있다니…….”

“이 아이들은 어디론가 이송되고 있는 것을 내가 구해준 거다. 아이들을 붙잡고 있던 녀석들에게 물어보니 벨제부트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하더군.”

“벨제부트이라…….”

“흐음…….”

벨제부트라는 말에 켈링턴과 워셀이 무거운 침음성을 흘렸다.

그들의 반응을 살핀 아시테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벨제부트가 어디길래 저런 반응들을 보이는 것일까.

그 생각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대답은 샤를에게서 들려왔다.

“벨제부트는 쉽게 말해 무법지대야.”

“무법지대요?”

“응. 국경지대에 있는 커다란 마을인데… 어느 왕국에도 속해있지 않은 중립지역이지.”

“그런 곳이 있었다니…….”

“근데 설마… 벨제부트로 마녀들을 구하러 가자는 얘기는 아니겠죠?”

샤를이 가이우스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가이우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 이 아이들의 친구들이 갇혀 있다. 나는 그 아이들까지 구해주기로… 여기 있는 이 아이들과 약속했어.”

“와아… 그거 참 좋은 행동이시긴 한데…….”

“저도 함께 가고 싶습니다만… 제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아시테르의 시선이 슬쩍 켈링턴에게로 향했다.

세아츠리스와의 인연도 있기 때문에 아시테르는 마녀들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이 제9기사단이라면 모를까,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할 순 없었다.

“지금은 임무 중이다.”

켈링턴의 말에 아시테르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때 켈링턴의 말이 이어졌다.

“임무가 다 끝난 상태라면 모를까, 지금은 안 된다.”

“오오!! 그럼 빨리 임무를 끝내버리면 될 것 아냐!?”

샤를이 일부러 크게 외쳤다.

아시테르도 반색하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가이우스가 아시테르를 바라보며 물었다.

“임무라면 무슨 임무를 말하는 거지?”

“이 부근에 자이언트 웜 무리가 서식하고 있대요. 놈들을 모두 처리해야 해요. 그래야 마을에도 피해가 가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도 도와주마.”

가이우스의 말에 켈링턴과 워셀이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샤를과 디안드레가 중간에 섰다.

“아시테르의 지인인 것 같은데 같이 가면 또 어떱니까?”

“맞아요! 게다가 느껴지는 마력의 양도 상당하잖아요. 이런 사람이 도와주면 임무도 훨씬 더 빨리 끝날 것 아닙니까.”

켈링턴이 아시테르를 쳐다보았다.

아시테르와 켈링턴의 시선이 마주쳤다.

“믿을 수 있는 자냐?”

잠시 고민하던 아시테르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로도 가이우스와는 몇 번 마주쳤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이쪽에 피해를 준 적은 없었다.

“네.”

“좋다. 그럼 함께 가도록 하지.”

의외로 켈링턴은 깔끔하게 아시테르의 말을 받아들였다.

사실 켈링턴이라면 반대할 줄 알았던 터라 워셀도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신입이긴 해도 아시테르는 마법기사다. 그런 놈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그런 거겠지.”

“고작 그 정도 핑계라고? 너답지 않은데 켈링턴.”

“마수 퇴치는 금방 끝낼 수 있다. 게다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흔한 임무이기도 하지. 하지만 잘 생각해 봐라 워셀. 어린 마녀들을 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이야.”

“흐음…….”

“어떤 식으로든 우리 기사단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다.”

“결론은 저 자를 붙잡아두고 마녀들을 구하는 일까지 맡겠다는 말이로구만.”

“바로 그렇지.”

* * *

쿠웅!!

석벽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었던 자이언트 웜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콰라랑!!

위에서 날카로운 돌들이 쏟아져내렸다.

“여긴 내게 맡겨!”

디안드레가 마법을 펼치니 일행들 주변으로 하얀 장막이 생겼다.

카랑!!

카라랑―!!!!

장막에 맞은 돌들이 그대로 튕겨져나가고 말았다.

이를 확인한 아시테르가 두 눈을 반짝였다.

디안드레의 마법은 놀랍게도 상대의 마법을 튕겨내는 힘을 가졌다.

심지어 그것을 조금 응용하면…….

파바방!!

콰드득!!!

바닥에 떨어지던 돌들이 빠르게 튕겨나가 자이언트 웜들을 공격했다.

이어 샤를의 마법이 자이언트 웜들을 한곳으로 묶었다.

“워셀 선배! 아시테르!!”

그녀의 외침에 두 사람이 동시에 마법을 날렸다.

콰라랑!!

꽤나 괜찮은 팀워크였다.

자이언트 웜이 고통스런 비명을 토해내며 몸부림쳤다.

쿠웅!!

그때 옆쪽에서 다른 자이언트 웜이 쓰러졌다.

“와아… 저 사람도 진짜 대단하네…….”

“뒤에 저 여자도 장난 아냐…….”

가이우스와 그의 수하라고 자신을 밝혔던 프레이아, 두 사람은 단숨에 자이언트 웜들을 처리했다.

프레이아의 마법은 마력으로 상대를 옭아메는 종류였다.

그녀의 마법에 자이언트 웜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면 가이우스가 맨주먹으로 놈들을 때려부쉈다.

단단하기로 소문난 자이언트 웜의 표피도 가이우스의 힘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주먹은 단숨에 몸속까지 파고들어 내부를 헤집어 놓았다.

그런데 가이우스의 대단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쿠웅!!!

땅속에서 솟구친 돌기둥에 맞았음에도 가이우스는 끄떡없이 서 있었다.

놀란 샤를이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저… 저게 인간이냐……?”

“저건 대체 무슨 마법일까요……?”

“디안드레, 니 베리어보다 더 신박한데 저건…….”

“그나저나 엄청나네요… 몸이 무슨 강철이라도 되는 건지…….”

가이우스는 놈들의 공격을 때로는 몸으로 받아냈다.

한번 호흡을 가다듬은 가이우스가 두 눈을 빛냈다.

파앙!!

주먹에서 뻗어나간 마력이 단숨에 자이언트 웜을 관통했다.

단 일격으로 자이언트 웜을 쓰러트린 가이우스가 몸을 돌렸다.

“이제 다 끝난 것 같군.”

“진짜 대단해요!!”

아시테르가 순수하게 감탄을 터트리며 가이우스의 마법을 칭찬했다.

지금 이 순간만은 가이우스가 발할라의 간부라는 것을 잊은 듯 했다.

“곁에서 조금 떨어져주시겠습니까.”

프레이아가 오히려 서로 가까이 다가가려는 아시테르와 가이우스를 경계했다.

마녀들이 가이우스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대단해…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강하지?”

“나도 모르겠어… 언니들의 말이 잘못된 것 같아…….”

“근데 저 사람도 대단하지 않아?”

그녀들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시테르였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마녀들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아시테르는 마녀들 수준으로 마력을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들이야…….”

자이언트 웜 무리를 단숨에 사냥해버린 아시테르와 가이우스를 보며 다른 마도사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쨌거나 이제 마수 퇴치를 완료했으니 남은 것은 단 하나였다.

“이제 출발해볼까 벨제부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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