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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94화 (194/424)

194화 지원군

백상 마법기사단이 전장에 도착했을 땐, 마녀들과 웨스트 왕국이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마녀들의 마법이 빗발쳤고 붉은 갑옷을 입은 웨스트 왕국의 기사들이 마법 세례를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아칼은 전장을 보자마자 어느쪽으로 가야 할지 알아차렸다.

“제인스 너는 우측으로.”

“예!”

“하르멜로 너는 좌측으로 향한다.”

“알겠습니다.”

“라프와이트.”

“네 단장님.”

“너는 별동대를 이끌고 안쪽으로 다녀와라. 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아칼의 판단과 명령은 빠르고 간결했다.

더 대단한 것은 명령을 받는 이들 모두 아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곧바로 알아차렸다는 점이다.

아시테르와 알렌시아는 켈링턴 일행과 함께 본대에 합류했다.

“우리들은 중앙으로 밀고 나간다.”

“예!”

“네!”

“네!!”

우렁찬 대답소리가 들려왔다.

알렌시아와 아시테르가 함께 걸어갔다.

“알렌시아 다치지말고 조심해야 해.”

“내 걱정은 말아. 나도 그동안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거든?”

“그건 나도 잘 알지. 그래도 걱정되는 걸 어떻게 해.”

“어차피 내가 위험해도 네가 지켜줄 거잖아?”

알렌시아의 말에 아시테르가 피식 웃었다.

그때 그들의 곁으로 다가오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야. 너무한다 너네… 왜 나는 잊고 있냐?”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시테르와 알렌시아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서 있는 사내.

제법 다부진 체격으로 변한 에스파가 이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알렌시아가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뭐야. 언제 왔어?”

“언제 오긴! 이제 막 왔지.”

“근데 왜 그러고 있어?”

“야. 나도 좀 반가워 해줄래? 아시테르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1년이나 다른 곳에서 임무 수행을 하다 온 건데.”

“에스파아아―!!”

아시테르가 에스파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았다.

에스파도 오랜만에 보는 아시테르의 모습에 반가움을 드러내었다.

“뭐야!? 너 왜 이렇게 변했어?”

“네가 비밀 수련까지 받으면서 강해지는 중이라고 하니까 나도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일부러 힘든 쪽에 파견 요청해서 강해지고 왔다!”

아시테르와 에스파는 두 손을 붙잡고 놓질 않았다.

그러자 알렌시아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래. 둘이 지금 반가운 마음이 엄청나게 큰 건 알겠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후후 아시테르. 놀라지 마라. 이제 내가 너보다 더 강할 수도 있으니까.”

“아아 기대할게 에스파! 근데 내가 조금 더 셀 거야 너보다.”

“무슨 소리. 내가 너보다 아주 조금 더 강할 거다.”

“으음. 아니야. 미안하지만 역시 내가 더…….”

두 사람의 끝나지 않는 대화를 보며 알렌시아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저렇게 서로를 반가워 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어이 너희들. 거기서 계속 잡담하고 있을 거냐?”

“아, 죄송합니다!”

“죄송한 줄 알면. 빨리 가서 한바탕 난리치고 와봐라. 그동안 너희들의 실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두 눈으로 확인해봐야겠으니까.”

아칼의 말에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과 동기인 디안드레만 뭔가 모를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와아… 다들 친했구나… 나만 몰랐네… 나만 몰랐어…….”

“디안드레! 내가 왔다고!”

“어어 그래. 에스파 잘 돌아왔다.”

“잘 지내고 있었지?”

“보시다시피.”

“우리는 합이 잘 맞잖아. 이번에도 잘 부탁해!”

“그래그래. 맡겨만 두라고.”

디안드레의 마법은 독특하면서도 대단했다.

그는 곧바로 아시테르와 알렌시아, 에스파에게 자신의 마법을 걸어두었다.

“따로 작전은 없는 것 같으니… 어……?”

디안드레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알렌시아가 전방으로 달려나갔다.

그녀가 손아귀를 펼치자 허공에 열 개의 뇌전의 창이 떠올랐다.

“오오! 대단해……!”

이를 본 아시테르가 두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뇌전의 창은 무서운 기세로 전장에 내리꽂혔다.

콰라라랑!!!

엄청난 충격에 웨스트 왕국 기사들이 혼비백산 흩어졌다.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에스파가 호흡을 골랐다.

아카데미 시절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시테르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그래서인지 더욱 잘보이고 싶었다.

“잘 보라고 아시테르. 너의 오른팔이 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보여줄 테니까.”

에스파의 손 끝에 환한 빛무리가 일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빛무리는 이어서 에스파의 몸집만한 활을 만들어내었다.

피슈슈슈슝―!!!

수십 개의 화살이 전장을 향해 날아갔다.

화살은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며 기사들의 갑옷마저 간단히 꿰뚫어 버렸다.

제자리에서 수십 개의 화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연사해 낸 에스파가 또다시 활을 들어올렸다.

“이번엔 큰거 한 방 간다.”

그가 만들어낸 마력 화살에 엄청난 마력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에스파가 노리는 곳은 웨스트 왕국의 마도사들이 만들어낸 베리어였다.

파앙―!!!

대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에스파가 쏘아낸 화살이 베리어를 때렸다.

여러 마도사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베리어건만 순간 형체를 완벽히 유지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말았다.

에스파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화살을 쏘아냈다.

그가 잠깐 만들어낸 기회를 알렌시아가 놓치지 않았다.

쩌저정―!!!

하늘에서 내리친 낙뢰가 베리어의 정중앙을 거세게 때렸다.

베리어에 금이 가기시 시작했다.

놀란 마도사들이 다시 베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마력을 쏟아부었다.

그때 베리어 앞으로 거대한 마력의 형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마법을 본 알렌시아가 아칼쪽을 바라보았다.

“스승님!?”

“이런 것에 시간 끌 여유따윈 없다.”

콰지지직!!!

아칼의 마법에 베리어가 정확히 삼등분되고 말았다.

베리어가 깨져버리자 웨스트 왕국의 마도사들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마녀들 사이에 다른 마도사들이 있다!”

“이스트 왕국군이다! 이스트 왕국군이 마녀들을 돕고 있어!”

“놈들이 어째서 이곳에……!”

“경계해라!! 이스트 왕국군까지 함께 치는 거다!”

백상 마법기사단이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하자 웨스트 왕국 기사들과 마도사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스트 왕국과 다르게 웨스트 왕국은 검술과 마법 둘 모두 뛰어난 발전을 이룬 나라였다.

붉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마법 폭격을 뚫고 백상 기사단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마나 소드를 이용해 마법 공격을 상쇄시켰다.

뿐만 아니라 가까이 파고들면 날카로운 검격으로 마녀들과 백상 마법기사단원들을 공격했다.

“놈들에게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면 안 돼!”

제인스가 외침과 함께 거대한 골렘들을 소환해냈다.

골렘들을 확인한 웨스트 왕국의 기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아칼의 마법이 골렘을 향해 달려들던 기사들을 단번에 베어넘겼다.

카아앙!! 카랑!!

개중에는 검으로 아칼의 마법을 막아내는 기사들도 존재했다.

이를 본 제인스가 놀란 눈이 되었다.

“단장의 마법을 막아내다니…….”

적이 누구든 단번에 토막내서 죽여버리는게 아칼의 마법이었다.

보이지도 않는 그 공격을 기사들이 막아낸 것이다.

“크윽… 가장 성가신 적은 저쪽이다.”

“저 마도사놈부터 죽여야 한다.”

“저자가 이곳의 대장인가보군.”

기사들의 시선이 아칼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아칼이 백상 마법기사단을 이끌고 있는 대장임을 눈치챘다.

그렇다면 대장부터 노리는게 정석이었다.

특히나 아칼처럼 까다롭고 위험한 마법을 다루는 마도사라면 더더욱 우선순위로 제거해야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다름 아닌 아시테르였다.

“이 앞으로는 지나갈 수 없습니다.”

아시테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발밑에서 커다란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심지어 하나가 아니었다.

동시에 다섯 개나 되는 불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이를 본 아칼이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저 마법은…….”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과거 사우스 왕국과의 전쟁에서 숱하게 봐왔던 마법이었으니까.

심지어 아칼이 봤던 그 마법을 아시테르는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었다.

“저건 전 홍련의 마법기사단 단장이셨던 아레나님의 마법… 역시나, 저 녀석은 프로메테 가문과 관련이 있는 아이였나.”

이전부터 무언가 이상하다 싶었다.

아시테르는 출신도 불분명했다.

아무리 천민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정보가 나오게 마련인데 아시테르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다.

천민이라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기엔 무언가 이상한 점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특히나 테르세우스가 나서서 아시테르를 데려갈 때는 더더욱 의문이 들었다.

군단장씩이나 되는 인물이 일개 마법기사단원을 나서서 데려간다?

그것도 사사로운 감정으로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테르세우스 같은 인물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아시테르가 프로메테 가문이나 아레나와 연관이 있다면 납득이 된다.

프로메테 가문은 테르세우스와도 인연이 깊은 가문이다.

테르세우스가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줬던 가문이니까.

아레나 또한 마찬가지.

프로메테 가문에 은혜를 갚기 위해 테르세우스가 처음으로 제자로 거둬들인 인물이 바로 아레나였다.

사람들은 유미르로 알고 있지만 유미르보다 아레나가 좀 더 빨랐다.

어쨌든 아시테르의 마법을 지켜보니 아칼도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

아시테르의 불꽃은 전장을 말 그대로 불살라버렸다.

알렌시아와 에스파의 마법도 솔직히 뛰어났다.

다른 마법기사단원들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재능이었다.

하지만 아시테르는 그들과 비교 불가였다.

“벌써 초월급 마도사라니… 그것도 중간 단계.”

그 말은 즉 제인스와 아시테르의 실력이 비슷하다는 얘기였다.

아니, 이 속도대로라면 아시테르가 제인스를 뛰어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였다.

고귀한 가문에서 태어나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강해져온 칸과 자비토.

아시테르는 그들과도 충분히 겨룰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나라의 미래가 밝군.”

세 사람은 분명 이스트 왕국의 훌륭한 마법기사단장이 될 것이다.

거기다 자비토와 다르게 칸과 아시테르는 이미 독자적인 세력을 갖추고 있다.

칸은 그것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었다.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착실히 커나가고 있으니까.

반면 아시테르는 자신이 이미 독자적인 세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두 사람의 차이이기도 한가. 처음부터 사람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주변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능력… 재밌군.”

아칼은 준비한 초위 마법을 발동시켰다.

그의 주변으로 뻗어 나간 수많은 마법 충격파가 웨스트 왕국군을 휩쓸었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아시테르의 불꽃에 이미 정신이 혼미해질 대로 혼미해진 웨스트 왕국군이었다.

그런데 아칼의 초위 마법까지 더해지자 말 그대로 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저토록 강한 초위 마법을 발동해내는 아칼을 보며 마녀들도 내심 놀라고 있었다.

마력에게 사랑받는 마녀들조차 저 정도 수준의 초위 마법은 힘들었다.

“인간들 중에 저렇게 강한 마도사가 있었어?”

“저 사람뿐만이 아니야. 저기 화염 마도사도 엄청나…….”

“대단해…. 저렇게 마력의 농도가 짙은 불꽃은 처음 봐…….”

“같은 마법조차 불태워 버릴 정도의 위력이라니…….”

“솔직히 대단한 건 저 사람 아닌가? 한번에 저 많은 기사들을 쓸어버렸잖아…….”

아칼의 마법이 지나간 곳엔 대지의 상처들로 가득했다.

그 위에는 웨스트 왕국군의 시체들이 즐비했다.

팔과 다리는 물론 몸통마저 절단되어 피가 바다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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