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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195화 (195/424)

195화 마녀여왕

마녀숲의 서쪽.

이곳은 아시테르가 있는 전장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거센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마녀여왕의 힘은 웨스트 왕국의 예상을 상회하고 있었다.

그녀가 마법을 펼칠 때마다 수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웨스트 왕국군의 총지휘관인 데카루스는 그런 마녀여왕의 힘을 보며 순수한 감탄을 토해내고 있었다.

“공주님. 마녀여왕의 존재가 예상 외입니다.”

“하야트님이나 루시진님을 모시고 왔어야 했나봐요.”

“두 분은 함부로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뚫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마녀여왕의 힘을 직접 경험해본 것은 윗분들 세대에요. 저희들은 말로만 들었을 뿐 직접 경험해보진 못했죠. 그러니 가늠할 수 없었던 것 뿐이에요. 데카루스님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래도 마녀들은 우리쪽에 비해 군세가 불리합니다. 전쟁을 숫자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병력의 질이 조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해볼만 합니다.”

“그렇겠죠…….”

“그런데 공주님. 아까부터 표정이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그게…….”

공주라 불린 여인인 전장을 살폈다.

그곳에서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저들 때문에 그러십니까?”

“네… 아버지를 위해서 나서긴 했지만… 정말 이게 맞는 일일까요.”

“공주님. 이럴 때일수록 더욱 마음을 독하게 먹으셔야 합니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아요.”

“마녀들의 세계수에서 나오는 열매. 100년에 한 번 나온다는 그 열매가 아니라면 전하를 살릴 수 없을 겁니다.”

“네…….”

공주는 여전히 애타는 눈으로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보다못한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공주님 어디 가시려는 겁니까?”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보다는…….”

“안됩니다.”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데카루스가 아닌 칠흑 갑옷의 사내였다.

그는 평생동안 공주의 곁을 지켜온 인물이었다.

쉐도우 호위단.

웨스트 왕국의 사람들은 그들을 그렇게 불렀다.

왕이 하나뿐인 공주를 지켜주기 위해 따로 키워낸 호위단이었다.

“테라. 비켜줘…….”

“위험합니다.”

“지금 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있어.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주님께서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전장의 상황이 위급한 것은 아닙니다.”

테라라고 불린 사내가 데카루스쪽을 바라보았다.

데카루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맞습니다 공주님. 거기다 마녀여왕이 공주님을 본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그런 상황만은 피해야 합니다.”

“나는 그럼…….”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주님이 이곳에 계신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병사들과 기사들에게 힘이 됩니다.”

그때였다.

다른 전장에서 달려온 기사들이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보고드립니다!!!”

“무슨 보고지?”

“전선에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변수?”

“예!! 마녀들에게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지원군이라니? 마녀들을 도와줄 곳이 어디에 있단 말이냐? 숲을 지키는 골렘들이라도 나타난 거냐?”

“아닙니다… 그게… 이스트 왕국의 마법기사단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이스트 왕국이!!? 거기서 왜 마녀들을 돕는단 말이냐!?”

데카루스도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마녀들을 도울 왕국은 전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애초에 마녀들은 인간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스트 왕국이 그런 마녀들을 도우러 왔다니?

“저들이 자진해서 마녀들을 도우러 왔을 리는 없고… 설마 마녀여왕이 도움을 요청하기라도 한 건가? 하지만 마녀여왕은 인간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스트 왕국이 마녀들을 돕고 있다면 이건 얘기가 조금 다르게 돌아간다.

“흐음… 적들의 병력은?”

“예…! 현재 전선에 도착한 마법기사단은 총 셋으로… 여명 마법기사단과 창파 마법기사단 그리고 백상 마법기사단입니다. 그중 동남쪽 전선이 가장 열세입니다. 여명 마법기사단과 백상 마법기사단의 힘이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겨우 두 개의 마법기사단이 합류했는데 그 정도라고?”

“이스트 왕국의 마법기사단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들은 소수 정예의 병력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데카루스님. 왕국 내 높은 수준의 마도사들로만 만들어진 기사단이니까요.”

“하… 그런 기사단이라니…….”

데카루스의 시선이 지도를 살폈다.

동남쪽은 마녀들의 거점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거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쪽은 중앙만큼이나 전선이 밀려선 안 되는 곳이었다.

상대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두 개의 마법기사단을 보낸 것이리라.

그가 생각에 잠겨 있는 때 공주가 손을 들었다.

“그곳으로는 제가 가겠어요.”

“예? 공주님께서 직접요……?”

“거기에는 마녀여왕도 없으니 문제될 건 없지 않나요?”

“그것은 그렇지만…….”

“거기다 마녀여왕을 지키는 콰트로 마녀들도 이곳에 있어요.”

“흐음…….”

“제가 예비 병력들을 이끌고 가겠습니다.”

공주가 단호한 의지를 보이며 말했다.

그녀 또한 여러 전장을 경험한 인물.

거기다 공주 곁에는 쉐도우 호위단도 있었다.

생각을 마친 데카루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곳은 공주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두세요.”

공주는 곧바로 테라와 쉐도우 호위단을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데카루스가 괜히 눈시울을 붉혔다.

“지금 울고 계시닌 겁니까? 총지휘관님…….”

“크으… 나의 감동을 방해하지말라. 아장아장 걷던 우리 공주님께서 어느새 저렇게 훌륭하게 크셨잖느냐.”

“누가 보면 데카루스님께서 공주님을 키운 줄 알겠습니다.”

“마음으로 키웠다 마음으로.”

“후후 그나저나 나라의 홍복입니다. 저토록 훌륭한 공주님이 계시다니…….”

“전하를 살리기 위해 직접 나서신 것만으로도… 큰 결심을 하신 거다.”

“힘의 소모가 큰 이쪽에 비해 테오님께서는 온전한 병력을 유지하고 계시니… 성공적으로 전쟁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면… 리스크가 너무도 클 것 같습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와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해.”

“네… 헌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뭐지?”

“어째서 공주님을 전장에 보내시지 않은 겁니까? 데카루스님께서도 알다시피 공주님의 힘은…….”

“엄청나시지. 하지만 마녀여왕의 마법이 더 위험하다.”

데카루스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그가 막사를 나와 전장을 바라보았다.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

대지를 가르고 뻗어 나온 수많은 나무줄기가 기사들과 병사들을 공격했다.

뿌리박혀 있던 나무들도 움직여 기사들을 막았다.

그 사이로 몸을 숨긴 마녀들이 쉴 새 없이 마법 공격을 해왔다.

덕분에 웨스트 왕국군은 마녀들이 아니라 거대한 숲 자체를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숲을 움직이는 엄청난 마법. 저 마녀숲은 마녀여왕의 마법 그 자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분명 엄청난 마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그거 아나? 마녀여왕은 두 가지의 특성 마법을 다룬다.”

“예? 두 가지라니… 그건 처음 들어보는 말입니다.”

“마녀여왕이 다루는 마법 하나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이다. 숲을 다루는 마법. 그리고 또 하나는 강력한 저주를 거는 마법이다.”

“강력한 저주 마법이요? 하지만 저주를 거는 마법은 다른 마도사들도 있지 않습니까? 마녀여왕이 사용하면 뭐 사람을 즉사시키기라도 하는 겁니까?”

“즉사까지는 아니지만 서서히 죽어가게 할 수 있지. 실제로 과거 우리 왕국의 영웅이었던 첸키리스님도 마녀의 저주에 의해 목숨을 잃으셨으니까.”

“예!? 첸키리스님이라면… 최초의 검제 아니십니까?”

“그래. 웨스트 왕국 최강의 기사임을 인정하는 칭호가 바로 검제… 초대 검제이신 첸키리스님은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사실 그분은 마녀여왕의 저주에 의해 돌아가신 거다.”

“허어…….”

“마녀여왕은 강력한 저주 마법을 걸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저주 마법을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자신의 남은 수명을 사용해야 하니까.”

“예……?”

“첸키리스님을 죽이는데 마녀여왕이 사용한 자신의 수명은 무려 100년이다.”

“완전 고대서에서나 읽어봤을 법한 악마의 힘 같군요…….”

“정말 악마의 힘이 맞을지도 모른다. 마녀여왕은 악마와도 거래를 할 수 있다고 하니까. 뭐… 이것도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이지만.”

데카루스의 말에 주변 지휘관들이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새삼 실감이 나고 있었다.

“어쨌든 그런 마녀여왕의 저주 마법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공주님은 절대로 여왕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시면 안 된다. 공주님마저 잃을 수는 없으니까.”

그제서야 다른 지휘관들은 데카루스가 지나칠 정도로 공주를 막사 안에만 두었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희들이 공주님 몫까지 더 열심히 전쟁을 치르겠습니다.”

“이제 그만 우리 부대도 보내주십시오! 한바탕 날뛰고 오겠습니다 데카루스님!”

“이번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열매까지 얻어와야 전하를 살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공주님의 입지도 탄탄해질 겁니다.”

그들이 의기를 다지며 말했다.

데카루스도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들 잘 부탁한다.”

그의 시선이 마녀숲 안쪽에 있는 마녀들에게로 향했다.

저들이 처음부터 순순히 세계수의 열매를 줄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마녀들에게도 세계수 열매는 굉장히 소중한 물건이니까.

“하지만 이쪽도 간단히 물러설 순 없다……!”

데카루스가 두 눈을 빛내며 전장으로 향했다.

한편 따로 전장을 나왔던 공주 일행은 곧바로 동남부 전선으로 달려갔다.

“공주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겨우 두 개의 기사단이 지원군으로 도착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황이 크게 바뀌진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요… 이스트 왕국의 마법기사단은 강하니까요.”

“으음…? 마치 그들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처럼 말씀하시는 군요 공주님.”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들어본 적은 있으니까요.”

“아하하하!! 공주님도 순진한 면모가 있으셨군요. 소문은 으레 부풀려지게 마련입니다. 우리 웨스트 왕국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강합니다.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네…….”

공주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페리토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공주님께서 우리 기사들과 병사들을 믿어주셔야 합니다.”

“믿고 있어요.”

짧은 대답이었다.

페리토스는 공주를 안심시켜주려 했으나 막상 전장에 도착했을 땐 그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온갖 마법 공격이 난무하는 전장.

“뭐… 뭐야…!”

치열하기로는 중앙 전장 못지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던 페리토스에게 이 상황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스트 왕국의 지원군들이 도착했습니다. 그들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마법사들로만 이루어진 기사단이라며!? 우리 왕국 기사들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데!! 겨우 마법 병단 하나 못 이긴단 말이냐?”

“그게… 평범한 마법사들이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저도 함께 하겠어요.”

어느새 얼굴이 굳어진 공주가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를 본 페리토스와 다른 지휘관들이 그녀를 말리려 했다.

하지만 쉐도우 호위단이 오히려 그들을 막았다.

“지켜보십시오.”

단장 테라의 말에 다른 지휘관들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 순간 공주에게서 흘러나온 환한 빛무리가 병사들과 기사들에게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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