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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03화 (203/424)

203화 세아츠리스의 동행

“여왕님께서는 숙면에 들어가셨어요. 아마 한동안은 일어나지 않으실 거예요.”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별말씀을.”

히스링 단장은 짧은 답과 함께 여명 마법기사단을 데리고 떠났다.

그 뒤를 이어 창파 마법기사단도 마녀의 숲을 떠나려 했다.

창파 마법기사단에 몸담고 있던 데미리우스도 잠시 백상 마법기사단에 들려 아시테르와 알렌시아, 에스파에게 인사를 건넸다.

“대장. 그동안 잘 지냈어요?”

“데미리우스 형의 대장 소리도 오랜만에 듣네요.”

“후후 그리웠죠? 저도 세 사람이 무척 보고 싶었습니다.”

“근데 형 그 사이에 더 마른 것 같은데요?”

“이상하다… 요즘 잘 챙겨 먹고 있는데…….”

“잘 먹고 있는 것 맞아요?”

“그럼요… 자비토 씨가 어찌나 챙겨 주는지… 아프면 안 된다고 끼니때마다 식사를 가져다주고 있어요.”

“호오… 자비토가요? 고마운 일이네요.”

“그러는 아시테르 대장도 엄청 얼굴이 좋아 보이네요. 거기다 활약상은 들었어요. 이번에 엄청났다면서요?”

아시테르의 화염 마법은 이미 여기저기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먼저부터 주목받던 칸과 자비토, 알렌시아와 다르게 아시테르는 새롭게 주목받는 신예였다.

심지어 그의 마법을 본 여명 마법기사단조차 차세대 마법기사단장으로 칸과 아시테르를 꼽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들의 실력은 단연 돋보였다.

“대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뒤처지지 않도록 분발하겠습니다.”

“에이, 데미리우스 형도 이번에 대단했다고 들었어요. 독 마법으로 적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고 하던걸요?”

“후후,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물입니다. 나중에 대장 모시고 함께 다니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요?”

데미리우스는 잠시 웃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다른 건 몰라도 전쟁만큼은 제 마법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겁니다. 아시테르 대장은 전쟁보다는 마수 사냥을 좋아하니 마수들을 대량 학살하는 데에도 좋고요.”

“데리미우스 형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니까 전 좋아요! 심지어 마수들을 상대하는 데도 특화되어 있으시고.”

아시테르가 웃으며 말했다.

곁에 있던 디안드레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왜 아시테르를 대장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나중에 아시테르가 마법기사단의 단장이 되면 우리가 그 일원이 되기로 약속했거든.”

답은 뒤에 있던 에스파가 대신 해주었다.

그의 말에 디안드레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아시테르가 강한 것은 알겠지만 너무 이른 얘기 아니야?”

“글쎄… 아시테르라면 금방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마법기사단에 저도 끼워 주시는 거죠?”

뒤에서 고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아시테르가 뒤를 돌아보았다.

“세아츠리스?”

“제가 도와드릴게요.”

“뭘 도와준다는 얘기야?”

“예전에 말했잖아요. 오빠에게 꿈이 생기면 제가 그것을 도와드리겠다고. 제가 아시테르 오빠가 단장에 올라설 수 있도록 곁에서 도울게요.”

“응? 하지만 너는…….”

“설마 이제 와서 제가 마녀라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죠?”

세아츠리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에 에스파가 곧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리쳤다.

“우리는 좋습니다!!”

그러곤 아시테르의 어깨에 팔을 걸친다.

“너도 좋지 친구야?”

“그야… 나도 세아츠리스가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하지만 세아츠리스는 지금 마녀숲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 아냐?”

“괜찮아요. 저 하나 없다고 마녀숲에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약속했잖아요. 마법기사단을 만들면 저도 불러 주시기로. 기억나죠?”

“그랬지. 기억하고 있어.”

“근데 생각을 조금 달리하기로 했어요. 마냥 기다리고 있는 건 싫어졌어요.”

세아츠리스가 아시테르를 바라보았다.

그가 전선에서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보였는지는 마녀들의 입을 통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시테르의 활약상이 내 일처럼 마냥 기쁘기만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와 함께 전장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테르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순간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시테르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동료들과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문득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지금까지는 아시테르가 불러 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가만히 있으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움직여야 했다.

때문에 세아츠리스는 과감한 선택을 내린 것이다.

마녀여왕이 숙면에 들기 전, 그녀는 마녀여왕에게 따로 청했다.

“이전에 말씀하셨던 것. 기억하고 계신가요?”

“기억하느니라.”

“그럼 다녀와도 괜찮을까요? 더는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아요.”

“후후… 그 아이가 그렇게도 마음에 들었던 거냐?”

“네.”

“그럼 그리 하거라.”

“네……?”

당연히 쉽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헌데 마녀여왕은 너무나도 쉽게 세아츠리스가 아시테르를 따라가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인간이라면 치를 떠는 마녀여왕이었기에 당연히 반대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의외인 상황이었다.

그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마녀여왕이 말을 이었다.

“어째서 네가 그 아이를 따라가는데 내가 이리도 쉽게 허락을 하는지.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

“네? 네에… 저는 당연히 여왕님께서 강하게 반대하실 줄 알고…….”

“후후 나도 네가 마냥 하찮은 인간을 따라가려 했다면 당연히 그리했을 것이다.”

“…….”

의외의 대답에 세아츠리스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건 무슨 말씀이신가요……?”

“네가 말한 그 아이 말이다.”

“아시테르 오빠요?”

“그래. 일전에 내가 그 아이를 직접 마주한 적이 있다.”

마녀여왕이 그때를 기억했다.

전쟁이 막 끝났을 때, 이스트 왕국의 모든 마법기사단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곳에는 마녀여왕도 있었다.

그녀는 모든 마녀들을 챙기던 중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의 끝에는 놀랍게도 아시테르가 서 있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아시테르에게서 미약하지만 영기가 느껴졌으니까.

그래서 결국 마녀여왕은 아시테르를 가까이로 불렀다.

가까이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마녀여왕은 그 자리에서 아시테르에게 궁금한 것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시테르의 얘기는 놀라웠다.

어비스 던전에서 태어나 비체에게 발도르의 힘을 받은 아이.

던전에서 태어난 것도 놀라운 일인데, 그곳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힘까지 가졌다는 말은 마녀여왕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럼 네 어미와 아비는 누구지?’

‘아버지의 이름은 유미르. 어머니의 이름은 아레나입니다.’

과거 한번쯤 들어본 이름이었다.

가까이 닿은 이스트 왕국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던 마도사들.

전쟁 중에 행방이 묘연해졌다 들었는데, 어비스 던전으로 빨려 들어갔던 모양이다.

‘하늘의 인연이란 것이… 놀랍도록 무섭구나…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세계수의 인도인 것인가……?’

마녀여왕과 발도르 왕국의 인연은 깊었다.

발도르 왕국이 인간들과 전쟁을 할 때도 마녀들은 끝까지 그들을 도왔다.

거기다 발도르 왕국의 왕자, 비체는 과거 마녀여왕의 정혼자이기도 했다.

만약 그와 혼인을 하였더라면 마녀여왕은 현재 여왕이 아닌 그의 아내로서 함께 살아갔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전대 마녀여왕의 뜻을 거스르고 비체와 함께 어비스 던전으로 들어갈 생각까지도 했었다.

하지만 비체의 고집은 대단했다.

그는 자신의 과업을 그녀와 함께 짊어질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결국 마녀여왕은 어비스 던전으로 가지 못하고 마녀숲에 남아 여왕의 자리에 오르고 말았다.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나자 씁쓸한 기분이 밀려왔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세아츠리스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실패했지만, 이 아이만큼은 자신을 대신해 행복을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세아츠리스. 그 아이는 발도르의 힘을 갖고 있는 아이다.”

“발도르 왕국이요? 하지만 여왕님. 발도르 왕국은 이미…….”

“인간들의 손에 멸망당했지. 아니, 정확히는 인간들과 마수들에 의해… 하지만 발도르 왕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가 한 명 있었다.”

“네? 발도르 왕국에서요? 하지만 살아남았다면 이미 죽었을 텐데…….”

마녀여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그리움이 스쳐 지나갔다.

“발도르 왕국 사람들은 보통 200년에서 길게는 300년까지도 살아간다.”

“네? 인간이 그럴 수가 있나요……?”

“그들은 수호신의 기운인 영기를 몸에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영기는 인간의 몸에도 영향을 미치지.”

“그럼 아시테르 오빠도……?”

세아츠리스의 말에 마녀여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테르의 몸 안에는 분명 발도르 왕국의 힘이 담겨져 있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비체 덕분이었다.

어비스 던전으로 들어가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유일한 발도르인.

발도르 왕국의 왕자였던 그가 살아 있었기 때문에 아시테르가 발도르 힘을 계승하는 것이 가능했을 터다.

아시테르가 어비스 던전을 오고 갈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와 비체를 보기 위해 어비스 던전으로 갈 순 없었다.

게다가 마녀여왕은 함부로 마녀숲을 벗어날 수 없는 상태였다.

더욱이 지금은 너무나 많은 마력을 소진한 탓에 휴식기에 들어가야 한다.

마녀숲을 움직이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마력을 요구했다.

그녀가 숙면을 취하는 동안, 세계수가 마녀여왕의 마력을 보충해 주고 숲은 스스로 회복을 시작할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후일을 기약하며 숙면에 들어갔다.

마녀여왕이 세계수 안으로 숙면을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세아츠리스는 아시테르를 찾아온 것이다.

마녀여왕의 허락까지 받았으니, 이제 망설일 것도 없다.

게다가 세아츠리스의 힘이라면 아시테르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다만 정작 아시테르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세아츠리스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였다.

아시테르는 현재 단장은커녕 말단 수준에 불과했다.

세아츠리스를 데리고 다니려 해도 아칼 단장의 승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민을 했던 것인데….

“문제없다. 그렇게 해라.”

“예…? 정말 그렇게 쉽게 승인해도 되는 건가요……?”

“뭐 문제라도 있나? 강한 전력이 합류하는 건 좋은 일이다. 너. 마녀숲의 콰트로가 얼마나 대단한 자리인지는 알고 있냐?”

“아니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시테르만이 아니었다.

백상 마법기사단의 그 누구도 콰트로 마녀들이 어떠한 존재인지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이번 전쟁에서도 콰트로 마녀들은 마녀여왕의 곁을 지켰기 때문에 그 존재감을 확인할 길도 없었다.

하지만 아칼은 달랐다.

그는 과거 마녀들과 함께 전투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신병 시절 유미르를 따라 전투를 나갔을 때, 콰트로 마녀 중 한 명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 한 명 한 명의 힘은 마법기사단장급 그 이상이었다.

아마도 대부분 초위급 상위 수준.

그녀들의 마법을 보고 있으면 마치 테르세우스의 마법을 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지금의 테르세우스와는 비교할 수 없다.

마녀여왕 다음으로 가장 강한 마도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칼은 고민도 없이 테르세우스라고 답할 것이다.

어쨌든 아칼은 콰트로 마녀들이 얼마나 강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쉽게 생각해서 마법기사단 단장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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