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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07화 (207/424)

207화 하이브의 출현 (3)

사라번과 아시테르가 서로를 쳐다봤다.

아까부터 화염을 일으키던 인간 사내.

사라번이 지켜본 아시테르에 대한 감흥은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아시테르는 사라번을 공격하기 위해 마수들을 순식간에 뛰어넘었다.

불꽃을 일으키며 마수들의 위로 날아오르는 그의 모습에 사라번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호오… 뭐냐 인간. 나를 노리려는 것이냐?”

아시테르는 사라번과의 일직선상에 놓여 있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마수들의 사이를 질주했다.

화르르릉―!!

아시테르가 지나가는 길로 불꽃이 타오르며 순식간에 마수들을 집어 삼켜버렸다.

불꽃에 고통스러워하는 마수들을 보며 사라번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제법이구나 인간. 그러고 보니… 아까 불장난을 치는 놈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게 바로 너인 모양이로구나.”

그렇다면 놀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저렇게 호기롭게 들어오는 인간에게 절망을 맛보여 주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

사라번이 곧바로 하이브를 이용해 새로운 마수들을 소환했다.

새로운 마수들을 소환해 낼 수 있는 생명력은 충분했다.

이번에 나오는 녀석들은 곤충형에 날개가 달린 마수들이었다.

마수들은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아시테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화륵―!!

푸슈슈슝―!!

각다귀처럼 생긴 마수들의 공격에도 아시테르의 대처는 침착했다.

어비스 던전에서 살아온 만큼 갑자기 어느 마수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아시테르는 능숙하게 대처할 자신이 있었다.

솟아오른 불꽃기둥이 마수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어 연속적으로 쏟아져 나간 화염구가 마수들을 불태웠다.

마력의 농도가 짙은 불꽃이었다.

어지간한 불꽃쯤은 견뎌 낼 수 있는 마수들도 아시테르의 불꽃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다가들던 마수들이 괴로움을 토해 내며 뒤로 물러섰다.

이에 사라번이 다른 마수를 소환했다.

대전사급인 페칼리토스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루투스에 비해 실력은 뒤처졌지만, 사라번에게는 아시테르의 상대로 충분해 보였다.

페칼리토스가 거대한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녀석의 날개에서 뿌려지는 독안개가 전장으로 퍼졌다.

독안개는 불꽃에 닿자마자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앙!!

콰라랑―!!

여기저기 폭발하는 불꽃에 마수들은 물론 마법기사들도 뒤로 물러나야 했다.

아시테르는 흩어지는 잿빛 안개 사이로 과감하게 몸을 날렸다.

[네 불꽃은 소용 없을 것이다.]

페칼리토스의 사념이 아시테르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아시테르는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허공에 날아올랐다.

그의 불꽃이 주먹에 맺혔다.

“독안개는 아래로만 퍼지잖아.”

페칼리토스의 위로 뛰어오른 아시테르가 주먹을 내질렀다.

강하게 타오른 불꽃이 그대로 페칼리토스의 몸을 강타했다.

파콰앙!!!

거친 타격음과 함께 불꽃이 화르륵 번졌다.

놀란 페칼리토스가 황급히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아시테르 또한 끈질겼다.

그는 페칼리토스의 날개를 붙잡고 연달아 화염 마법을 사용했다.

계속되는 불꽃 공격에 페칼리토스의 단단한 갑각도 검게 그을리기 시작했다.

페칼리토스가 몸을 뒤집어 아시테르를 떨어트리려 했다.

하지만 아시테르는 악착같이 페칼리토스의 뒤에 매달려 있었다.

[건방진 인간이!!!]

페칼리토스가 독안개를 뿌리며 회전했다.

그러자 독안개는 아시테르가 있는 곳까지 퍼졌다.

순간적으로 숨을 참은 아시테르가 미소를 보였다.

그는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달아 많은 마력을 사용한 탓에 화염 마법의 화력이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고맙게도 페칼리토스가 화력을 보충할만한 것을 제공해 주었다.

아시테르가 슬쩍 손을 놓아 날개에서 멀어졌다.

[드디어 떨어졌구나!! 각오해라 인간!]

페칼리토스가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아시테르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두 번 다시 뒤를 내주지 않으면 된다.

설마 저 작은 인간이 단숨에 자신의 위로 뛰어올라 공격을 퍼부을 줄은 몰랐다.

잠깐의 방심으로 데미지를 입긴 했지만 진짜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커다란 불꽃이 페칼리토스르를 향해 날아들었다.

페칼리토스가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쳤다.

슈파아앙―!!

강한 바람이 날아오는 불꽃을 밀어냈다.

헌데 그 사이로 또하나의 불줄기가 쏘아졌다.

이 불줄기는 페칼리토스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잘 가라.”

파앙!!!

콰라라랑―!!! 화르릉!!!

커다란 폭발이 일었다.

순간적으로 불꽃이 하늘을 뒤덮는 듯 보였다.

페칼리토스가 화마에 휩싸여 울부짖었다.

녀석은 결국 아시테르와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허공에서 떨어지고 있는 아시테르를 마수들이 노리려 들었다.

“아시테르를 지켜라!!”

“아시테르를 보호해!”

동료들이 아시테르를 돕기 위해 나섰다.

알렌시아의 전격이 가장 먼저 아시테르에게 달려드는 마수들을 정리했다.

이어 에스파가 공중에서 날아드는 마수들에게 화살을 날렸다.

세아츠리스의 가시덤불이 한데 뭉쳤다.

슈우웅―!

이어 가시덤불이 아시테르쪽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아시테르 오빠 그걸 잡아요!!”

세아츠리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시테르가 몸을 돌려 덤불 줄기를 붙잡았다.

덤불 줄기가 세아츠리스의 의지에 따라 움직여 주었다.

뒤이어 커다란 나뭇잎이 아시테르를 받아 주었다.

“어라? 이것도 세아츠리스의 마법?”

아시테르가 놀라 세아츠리스쪽을 바라보았다.

세아츠리스는 무사히 바닥에 내려앉은 아시테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제인스가 한달음에 달려와 아시테르를 나무랐다.

“이 멍청아! 혼자 그렇게 무리하지 말란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으휴… 그래도 멋있었다 우리 막내.”

“맞아, 맞아!! 시원하게 한 방 먹이는 게 너무 좋았다고!!!”

“저기 있는 마수 얼굴 구겨진 것 봤냐!?”

“어쨌든 우리 막내들이 이렇게 열심히 분발해 주는데 우리가 질 수야 있냐?!”

“우리들이 여기서 모두 죽더라도 저 마수들은 이스트 왕국 근처에도 못 가게 만들어야 한다!!”

“쓰펄!! 한 번 해보자고!!”

라프와이트가 강철의 벽을 일으켜 마수들을 막아 세웠다.

밀려드는 강한 힘을 라프와이트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온 힘을 다해 막아 냈다.

그를 돕기 위해 선임 마법기사들이 연달아 마법을 사용했다.

아시테르가 활약해 준 덕분에 마법기사단의 사기가 올라갔다.

“후웁……!”

그들을 돕기 위해 움직이려던 아시테르가 순간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세아츠리스와 알렌시아가 동시에 그를 부축해 주었다.

“괜찮아?”

“아… 미안. 잠깐 어지러워서…….”

“너무 무리해서 그래. 전쟁터에서부터 지금까지… 좀 휴식을 취해.”

“아니. 그럴 순 없지.”

이런 안좋은 상황에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아시테르가 다시 불꽃을 피워내려 했다.

그러자 알렌시아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만. 우리들을 믿고 좀 쉬어.”

“맞아요 오빠.”

세아츠리스가 곧바로 아시테르의 몸을 살폈다.

그러고보니 아시테르의 혈색이 조금 이상했다.

“조금 전 싸움에서 독에 당한 것 같아요.”

“독……?”

“네. 아까 그 나방같이 생긴 마수의 독에 중독된 것 같은데…….”

세아츠리스가 아시테르의 한쪽 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멍이든 것처럼 여기저기 푸르댕댕하게 피부가 변해 있었다.

이를 본 에스파가 아시테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독까지 중독되었다면 더더욱 함부로 움직여선 안 돼. 일단은 치료 마도사한테…….”

“치료 마도사는 지금…….”

거듭된 치료로 치료 마도사들도 마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백상 마법기사단이 치료마도사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그들의 마력이 언제 얼마나 회복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에스파가 주변을 살폈다.

“아시테르 덕분에 잠깐 사기가 올라가긴 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아.”

“맞아요. 이대로 있다간 전멸이에요.”

“어째서 마녀들은 오질 않는 거지?”

“모르겠어요. 이미 오고도 남았어야 하는데…….”

“조만간이야… 저 마수들이 여기를 뚫고 세상으로 나가는 건…….”

백상 마법기사단도 이미 반절이 넘도록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그때 아칼이 아루투스를 꺾고 본대에 합류했다.

그의 몸 여기저기 부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전투가 상당히 치열했던 모양이다.

“단장!! 괜찮습니까!?”

“일단 치료를……!”

“단장님! 고생하셨습니다!!”

적들의 대장격으로 보였던 아루투스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칼의 마법에 당해 몸통이 두 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를 본 사라번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아루투스라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인간들의 저항이 거셌다.

그래도 곧 시간 문제였다.

인간들의 숫자는 줄어드는데 반해 마수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었으니까.

“애초에 너희들만으로 나를 막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

게다가 하이브 정상에 있던 알이 마침내 부화하기 시작했다.

케클립스.

사라번이 인정하는 최고의 수하.

그가 마침내 알을 깨고 나왔다.

인간과 비슷한 몸에 갑각으로 뒤덮인 꼬리.

꼬리의 끝에는 창처럼 돋아 있는 가시가 있었다.

거기다 케클립스의 비닐은 아루투스보다도 훨씬 단단한 종류였다.

“케클립스.”

“부르셨습니까 여왕님.”

“아루투스가 당했다.”

“그 녀석이요? 후후후 의외로군요. 쉽게 당할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케클립스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가 바라본 곳엔 아칼이 있었다.

“저 녀석입니까?”

“그래. 저 녀석부터 죽여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케클립스가 움직였다.

거대한 마기의 집합체가 움직이니, 자연스럽게 아칼도 놈의 존재감을 느꼈다.

“모두 조심해라!!”

아칼이 다급한 외침과 함께 곧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파바방!!!

콰랑!!!

엄청난 폭발과 함께 흙먼지가 자욱하게 주변을 뒤덮었다.

“아칼 단장님!!”

“단장님!?”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누군가 마법으로 흙먼지를 걷어 냈다.

아칼이 가까스로 케클립스의 일격을 막아 내었다.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낸 아칼을 보며 케클립스가 웃음을 보였다.

“제법이구나 인간.”

“제기랄… 너 같은 놈들이 대체 몇 놈이나 더 있는 거냐?!”

“글쎄. 하지만 안심해라. 여왕님 산하에 나보다 더 강한 마수는 없다.”

슈와아아―!!

케클립스의 전신에서 마기가 폭발했다.

놈의 꼬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창처럼 찌르기로 들어오는 놈의 꼬리를 아칼이 마법으로 튕겨내었다.

한 방, 한 방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공격이었다.

그때 케클립스가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네가 이 세계에서 제일 강한 자인가?”

“아니. 나보다 강한 존재들은 차고 넘친다.”

“그럼 너는 이곳에서 얼마나 강하지?”

“그래도 꽤 강한 편이긴 하지.”

“그렇군.”

케클립스의 공격이 연속해서 이어졌다.

조금 전 아루투스와의 싸움에서 많은 마력을 소모했던 아칼이 밀리는 형국이었다.

케클립스의 공격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녀석을 돕기위해 제인스가 나섰다.

골렘들이 움직여 케클립스의 움직임을 붙잡으려 했다.

“이건 재밌는 장난감이로군.”

케클립스가 손아귀를 뻗으니 아공간에서 창이 소환되었다.

커다란 삼지창을 손아귀에 움켜쥔 케클립스가 빠르게 그것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라랑!!

촤자자작!!!

창이 움직일 때마다 골렘의 몸이 잘려 나갔다.

“이럴수가……!”

나름 단단한 몸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골렘들이건만, 케클립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골렘을 베고 있었다.

놈은 지금 이 전투를 즐기고 있었다.

마치 몸을 풀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칼이 이를 악물었다.

온전한 상태라면 모를까, 지금 이 상태로는 케클립스와 대등하게 싸울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녀석은 아루투스와 다르게 위험한 냄새를 풍겼다.

그가 고개를 돌려 동료들을 살폈다.

마수들과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백상 마법기사단.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음에도 그들은 끝까지 마수들과 싸우고 있었다.

모두 훌륭한 단원들.

하지만 여기서 이들을 모두 잃을 순 없는 일이었다.

결단을 내린 아칼이 입을 열었다.

“모두 여길 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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