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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09화 (209/424)

209화 마녀숲의 네크로맨서

“언데드들을 막아!!”

“놈들을 죽여야 해!”

“이쪽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아시테르와 백상 마법기사단이 전투를 치르고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녀숲에도 난데없이 언데드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위 언데드부터 상위급 언데드까지.

다양한 언데드들이 수많은 군세를 일으켜 마녀숲으로 쳐들어오고 있었다.

마녀들은 언제나 눈과 귀가 되어 주었던 마녀여왕이 숙면에 들어간 상태라 흑마도사들이 이곳까지 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쳇… 여왕님이 계셨더라면 저놈들의 존재쯤 금방 알아차렸을 텐데…….”

“세아츠리스만 있었어도…! 그 아이도 숲의 소리를 들을 수 있잖아.”

“어쩔 수 없잖아. 세아츠리스는 사랑을 찾아 떠났는걸.”

“여왕님의 허락도 받았으니… 좋겠다…….”

언데드들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위 언데드들은 제법 강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마녀들의 상대는 아니었다.

하위 언데드들도 마찬가지.

숲의 수호자라 불리는 포렛들에게 하위 언데드들은 지나가는 벌레 수준이었다.

포렛들은 가지를 움직여 하위 언데드들을 막았다.

이어 떨어지는 마법 공격이 언데드들을 시원하게 부쉈다.

“근데 저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었나?”

“그러게… 숲이랑 가까워서 확인해 봐야 하는데 이 언데드들 때문에…….”

“그나저나 이상해.”

“무슨 말이야 베아릴?”

“저곳에서 소란이 일고 곧바로 언데드들이 나타났어. 마치 우리가 저곳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는 것처럼.”

“흐음… 그러고 보니 저놈들이 밀고들어오는 방향도… 딱 그런 모양새네.”

“거기다 일정 부분 이상 들어오질 않아. 딱 우리들의 움직임을 막고자 하는 수준이다.”

“어…? 저기!!!”

누군가 한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죽음의 기사로 유명한 데스 나이트였다.

다른 언데드들과는 급을 달리하는 마물.

그것을 본 베아릴이 얼굴을 굳혔다.

“이번 전쟁 때 죽은 시체들을 이용했구나.”

듀라한부터 데스 나이트들의 숫자가 상당하다.

데스 나이트의 경우 높은 마력을 지닌 검사들을 제물로 삼는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힘을 지닌 만큼, 그 개체 수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웨스트 왕국과의 전쟁에서 수많은 검사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따라서 재료는 차고 넘쳤을 것이다.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체들이…….”

마력 높은 검사들이 데스 나이트로 소환된다면 마도사들은 리치로 소환된다.

그중에서도 초위급 마도사에 올랐던 이의 시체라면…….

“엘더 리치가 있다. 데스 나이트뿐만 아니라 엘더 리치도 존재해!!!”

뒤에서 수많은 얼음들을 본 마녀들이 소리쳤다.

강한 원념을 갖고 소환되는 리치.

그것들의 상위종이 바로 엘더 리치였다.

데스나이트뿐만 아니라 엘더 리치까지 있다면 저것은 이미 하나의 군단이라 불릴 수 있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전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앞에서 마법에 대한 강한 내성이 있는 데스나이트들이, 마녀들의 마법을 몸으로 견뎌냈다.

덕분에 중위, 하위급 언데드들이 수월하게 움직였다.

콰드드득!!!

파콰과과과과과과강!!!

데스나이트의 검에 포렛들이 상처를 입기 시작했다.

가차 없는 검격은 포렛들의 몸을 서슴없이 베어 버렸다.

이어 마기를 담은 검기가 마녀들의 숲을 어지럽혔다.

마녀들이 마법으로 데스나이트의 진격을 막아 냈다.

이어 콰트로 마녀들의 마법이 뒤편을 노렸다.

동시에 엘더 리치들의 마법이 콰트로 마녀들의 마법에 막혔다.

그러자 놈들 또한 콰트로 마녀들을 의식한 모양.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 나쁜 언데드놈들.”

“언데드들을 소환하는 마도사가 있을 거다. 그놈부터 죽여야 해.”

“그런데 대체 어떤 인간이길래 이 많은 언데드들을 부릴 수 있는 거지?”

몇몇 마녀들이 언데드 군단을 소환한 인간을 찾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탐색 마법에 감지되지도 않는 것을 보아 자신을 감추는데도 상당한 실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 데스나이트들이 마녀들의 방어선을 뚫고 들어왔다.

“이런……!”

베아릴이 서둘러 몸을 움직이려는 때 누군가 빠르게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음……?!”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간 인기척.

뒤이어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보다도 빠르게 움직인다……?

마녀들 중에는 적어도 이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심지어 눈앞에 지나가는 이는 남성이었다.

그 말은 마녀가 아닌 인간이라는 뜻이었다.

‘어떻게 인간이 마녀숲에 들어올 수 있었지?’

아직 마녀숲을 떠나지 않은 이스트 왕국의 인간이 있는 것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이는 아시테르였다.

화염 마법으로 마력을 폭발시켜 신체의 능력을 강화시켰던 인간.

특이한 마법 사용과 세아츠리스가 좋아하고 따르는 인간이라 기억하고 있다.

아울러 그녀가 죽이려 했지만 죽이지 못했던 인간이었다.

고블린들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시테르가 살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어쨌든 당장 그녀가 떠올릴 수 있는 인간은 아시테르뿐이었다.

그런데 그 뒷모습이 익숙지 않았다.

아시테르와 닮은 듯하지만 사뭇 다른 뒷모습.

뒤이어 인간이 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어딜가나 마수들 천지라니… 지긋지긋하네 정말.”

휘리리릭―

콰과과과가가광―!!

달빛을 머금은 검기가 언데드 군단의 한복판에 떨어졌다.

거친 폭발과 함께 수많은 언데드들이 허공으로 비산했다.

여기저기 떨어지는 뼈다귀들과 썩은 가죽들.

그 사이로 한 사내가 빠르게 질주했다.

휘콰앙!!!

그가 일검을 휘두를 때마다 하위종이고 상위종이고 할 것 없이 수많은 언데드들이 맥을 못추고 쓰러지기에 바빴다.

“저… 저건 대체…….”

“누군진 모르겠으나 아군인 것 같습니다……!”

“대단해… 검 하나로 저 많은 언데드들을…….”

과감하게 언데드 군단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사내가 엄청난 기세를 내뿜으며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데스 나이트와 엘더 리치까지……”

그냥 그저 그런 언데드 군단이 아니었다.

제법 구색을 갖춘 티가 난다.

전위은 전사 계열.

후위는 마도사 계열이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전방은 데스나이트들이 서서 돌파를 하고 그 틈으로 작은 몸체의 언데드들이 쏟아져 나간다.

놈들은 전술적인 움직임으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언데드 군단이라는 소리였다.

게이트를 타고 나온 마수들은 이러한 형태로 구색을 갖추지 않는다.

“아레나!!”

“응?”

“여기 어딘가에 이 녀석들을 소환한 흑마도사가 있을 거야!”

“알았어.”

다른 한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레나가 손아귀를 펼쳤다.

그러자 푸른 불꽃이 사방으로 퍼지며 얇은 막을 형성했다.

어비스 던전엔 마소가 희박한 지역이 있다.

그곳에서도 마력을 찾아내기 위해 만들어낸 탐지 마법이었다.

거기다 흑마도사들의 마력에는 마기가 깃들어 있는 만큼 찾는 것은 더욱 쉬웠다.

아레나의 마법을 지켜보던 마녀들이 곧 탄성을 자아냈다.

저 얇은 마력의 실선이 저 넓은 곳까지 퍼져나갔다.

잠시 눈을 감았던 아레나가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마자 유미르가 질주했다.

그를 가로막을 수 있는 언데드는 없었다.

슈콰아아아앙!!!

유미르의 검기가 다가오는 마법을 받아쳤다.

이어 부드럽게 흘러간 검이 눈앞에 있는 데스나이트를 수평으로 베어 버렸다.

하나의 선처럼 이어지는 유미르의 동작에 언데드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언데드 군단을 조종하고 있던 흑마도사조차 유미르의 실력에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이… 이럴수가… 이건 말도 안 돼!!!”

단 한 사람.

저 수많은 언데드 군단이 겨우 단 하나의 인간을 쓰러트리지 못하고 있었다.

기껏 힘들게 어둠의 군단을 만들었건만…….

수급하기 어렵다는 수준 높은 기사들의 시체와 마녀들의 시체까지.

그것들을 빼돌려 만드느라 진땀을 뺐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최강이라 자신하는 언데드 군단이 겨우 단 한 사람을 막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단 말인가!

흑마도사, 도베스는 믿을 수 없었다.

빛이 휘황찬란하게 반짝일 때마다 언데드군은 그대로 초전박살이었다.

“성기사인가……?”

웨스트 왕국에 있는 성기사들과 흡사한 기술들이었다.

그러나 신성력이 느껴지질 않는다.

“신성력이 느껴지질 않잖아?! 그렇다면 성기사는 아니란 얘긴데……!”

하지만 무언가 이상하다.

빛은 때로 저 사내를 감싸 주는 듯했다.

언데드들의 공격으로부터 지켜 주는 느낌이었다.

전신을 휘감는 빛을 보니 마치 빛의 사랑을 받는 느낌이다.

신성력까지 더해졌다면, 영락없는 신의 가호였다.

도베스가 흑마도사였기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 사내에게는 신성력이 없다.

대신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도 도베스가 알아차릴 수 없는 무언가가……!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가… 일단은 후퇴한다……!”

반켈의 명령에 시간이나 끌려고 왔는데 이러다 죽게 생겼다.

이 정도 언데드 군단이라면 마녀들을 상대로 조금은 시간을 벌 수 있을 줄 알았다.

이제 막 힘을 시험해 볼 때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모든 것을 끝낼 순 없었다.

도베스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저들은 자신의 위치를 모른다.

그러니 도망을 치려면 지금이 기회였다.

손실된 언데드들이 조금 아깝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하위종들과 다르게 데스나이트나 엘더 리치 같은 경우는 복구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의 손실은 막아야 한다.

그래서 도베스가 뒤로 빠지려는 찰나 유미르가 무섭도록 이곳으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

“뭐… 뭐냐!? 설마 내 위치를 알고 오는 건가? 아냐… 그럴 리 없어… 마녀들의 탐지 마법에도 걸리지 않는 나다!”

하지만 유미르의 목표는 아주 확실해 보였다.

그는 정확하게 도베스가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아레나가 그의 위치를 확인해주었기 때문.

그러니 빠르게 이 전투를 끝내려 하고 있었다.

“이익… 오지 마라!!”

도베스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남겨 두었던 언데드들을 움직였다.

대지에서 몸을 일으킨 언데드들이 도베스를 중심으로 뭉쳤다.

그게 오히려 패착이 되었다.

푸른 겁화가 언데드들이 모이는 곳을 덮쳤다.

갑자기 일어난 불꽃에 도베스는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말았다.

성화도 아닌 것이 언데드들을 말끔히 태우고 있었다.

자신이 힘들게 만들어 낸 언데드들이 불쏘시개마냥 활활 타오르고 있다.

심지어 언데드들을 밀집시켜 놓은 탓에 불길은 빠르게 옮겨 붙고 있었다.

“마… 망할…….”

마침내 그가 도착하고 말았다.

검을 어깨에 걸친 유미르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날서린 눈빛에 도베스는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고 말았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날 지켜라!!!”

마지막 발악을 하듯 도베스가 언데드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유미르와 아레나를 서포트 해주는 마녀들의 마법에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당신이군.”

낮고 차가운 목소리.

유미르가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슈콰가강!!!

파르르릉!! 파바바바방!!!

검신에 따라 움직이는 달빛이 눈앞의 언데드들을 모두 파괴했다.

엘더 리치가 그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

뼈다귀뿐인 손 사이로 마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쪽에도 초위급 이상의 마도사가 존재했다.

“내 남편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양쪽에서 솟아오른 불기둥이 언데드들을 싸그리 태워 버렸다.

어른 다섯 명이 팔을 뻗어야 간신히 에워쌀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불기둥이었다.

그것을 본 도베스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괴물들… 괴물들이다…….”

어느새 가까이로 다가온 유미르가 그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당신이야? 인위적으로 던전을 열어 마수들을 소환하려는 사람이.”

“그… 그건… 제가 아닙니다……!”

목에 닿은 차가운 감촉에 도베스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럼 누구지?”

“바… 반켈이라는 흑마도사입니다…! 노… 놈은 미쳤습니다!!”

“미쳐? 그게 무슨 말이지?”

“반켈은… 이스트 왕국에 하이드라를 소환하려고 합니다…….”

“하이드라……?”

“늪지대의 마신이라 불리는… 아주 위험한 마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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