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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18화 (218/424)

218화 수도의 싸움

수도가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대대적으로 움직임을 시작한 발할라가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수도를 방위하기 위해 주둔해 있던 병력들도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르세우스님.”

“상황은 어떤가?”

“아직까지는 무리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로군.”

“여명 마법기사단이 오고 있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테르세우스가 시선을 돌렸다.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이는 히스링 단장이었다.

“여기 계셨습니까 군단장님.”

“오오 히스링. 갔던 일은 잘 마무리 되었나?”

“그것에 관해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

“웨스트 왕국에 관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마녀들도…….”

“아아, 그것 참 흥미가 당기는 소재들이로군…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곧바로 들으려 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네. 그럼 작금의 사태가 끝나면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들도 오랫동안 준비해온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발할라가 모습을 보인지도 꽤 되었으니까. 하지만 우리들이라고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니질 않은가?”

테르세우스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동안 히스링을 포함한 마법기사단장들과 함께 여러 대책을 강구해 놓았다.

덕분에 갑작스런 발할라의 공격에도 제법 수월하게 대처해 낼 수 있었다.

테르세우스는 마법 실력도 뛰어났지만 통찰력도 대단했다.

그는 한 자리에 앉아 수많은 것들을 내다보고 있었다.

마법기사단의 관계도부터 안팎으로 일어나는 대소사까지.

테르세우스를 좋아하는 몇몇 호사가들은, 그가 아니었다면 이스트 왕국은 이미 망했을 거란 얘기들까지 한다.

왕국이 망했을 거란 얘기까지는 과장이지만, 히스링이 생각하기에도 테르세우스가 없었더라면 이스트 왕국이 이렇게까지 잘 돌아갔을 것 같진 않았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히스링이 가장 믿고 따르는 존재.

그 사내가 바로 테르세우스였다.

“죄송합니다 군단장님.”

“갑자기 무슨 사과인가?”

“저희들이 최전선에 서야 하는데…….”

히스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왕가의 귀족들에게 불려가는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서였다.

이럴 때 자신의 가문이 발목을 붙잡는 느낌이었다.

그러자 걱정하지 말라는 듯 테르세우스가 히스링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대들은 전쟁터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네. 거기다 왕가의 핏줄을 지키는 것 또한 우리 마법기사들이 맡은 임무가 아니겠는가. 그대들이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피하는 것도 아닌데 내게 죄송할 일이 뭐 있겠나.”

“필요하시다면 부단장과 다른 병력들 몇몇을 따로 배치해 두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네. 그곳에도 왕가의 귀족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네. 그들을 모두 지키려면 여명 마법기사단 모두로도 인력이 부족할지 몰라. 그러니 가서 최선을 다해 지켜 내게.”

테르세우스의 말에 히스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히스링의 시선이 뒤편에 있는 칸에게로 향했다.

“오오 자네는 칸이 아닌가!”

“안녕하십니까 군단장님.”

칸이 테르세우스를 향해 예를 갖췄다.

그가 오랫동안 존경해 왔던 인물이 바로 테르세우스였다.

그렇기에 그와 이렇게 말을 섞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칸에게는 기쁜 일이었다.

테르세우스에게 인정 받기 위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 왔던 것도 있었다.

“그 사이에 더 실력이 발전한 듯 보이는구만.”

테르세우스가 눈매를 좁히며 칸을 살폈다.

전신에 흐르는 마력의 깊이가 달라졌다.

거기다 갖고 있는 마력의 양도 상당히 늘어난 듯 보였다.

그것을 대번에 꿰뚫어 본 테르세우스의 눈썰미에 칸도 내심 놀라고 말았다.

“이번 전쟁에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던 모양이야.”

“예에… 사선을 넘나들다 보니 많은 것들을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칸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왕국의 미래를 짊어질 훌륭한 인재를 보며 테르세우스가 밝은 미소를 보였다.

“좋은 마음가짐이로군.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만 정진해 나가게나.”

테르세우스는 곁에 있던 에이브릴에게로 시선을 두었다.

“에이브릴. 자네도 그 사이에 많은 성장을 이룬 모양이야.”

“구… 군단장님께서 절 어떻게…….”

“왜 모르겠나. 자네의 사슬 마법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네.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그 사슬로 무쇠도 꿰뚫을 수 있을 걸세. 나아가서는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사슬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흐음, 아니지 이것은 너무 감상적인 발언인가.”

이후 테르세우스는 잠깐 사이에 여명 마법기사단원들의 상세를 살폈다.

그들의 마법을 하나하나 기억해 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테르세우스만큼 명망 높은 마도사에게 잠깐의 가르침을 얻는 다는 것은 사실 황금 같은 기회였다.

솔직히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모두가 이 자리에 눌러앉아 테르세우스의 얘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었다.

히스링과 랑프레는 그런 테르세우스를 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자신들이야 같은 기사단에 속해 있으니 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테르세우스는 휘하에만 8개가 넘는 마법기사단이 있다.

그런데도 그는 각 마법기사단의 신입들까지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다.

이는 어지간한 관심이 아니라면 해내기 힘든 일이었다.

“저희까지 기억해 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군단장님!”

“후후, 감사할 필요 없네. 그대들을 기억하는 것도 내 일일뿐이니까. 그대들의 힘을 잘 알고 있어야 내가 적재적소에 그대들을 배치할 수 있질 않겠나.”

테르세우스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테르세우스는 그만큼이나 마법기사들을 아끼고 있다는 것을.

그런 테르세우스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군단장이라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마법 실력도 단연 으뜸이었지만, 성품 또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테르세우스가 뒤늦게 깨달은 듯 말했다.

“내가 너무 자네들을 오래 붙잡아 두었구만… 하여간 이 오지랖이 문제라니까. 아무튼 가서 자네들은 자네들의 임무를 수행해내게. 나는 내 할 일을 하러 갈 테니.”

그가 웃으며 여명 마법기사단을 지나쳤다.

그동안 테르세우스를 쭉 지켜봐 왔던 누군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나저나… 테르세우스님은 오랫동안 집무실에만 계셨는데 괜찮을까요…….”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냐.”

대답을 한 이는 다름 아닌 히스링 단장이었다.

그는 떠나가는 테르세우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185가 넘는 히스링과 다르게 테르세우스의 키는 176~177정도였다.

그렇다고 덩치가 큰 편도 아니었다.

오히려 왜소한 쪽에 가깝다.

그런데도 그의 등을 보고 있으면 엄청나게 거대했다.

그것을 처음 느꼈을 때가 사우스 왕국과의 전쟁 때였다.

그때 히스링은 스스로의 마법실력만 믿고 군단장의 자리를 넘보았다.

5대 가문의 출신도 아닌 자가 귀족들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군단장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며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테르세우스를 따라잡기 위해 발버둥쳤다.

그보다 앞지르기 위해 늘 날이 서 있었다.

가문에서 맺어 준 여인과 사랑할 시간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우스 왕국과의 전쟁이 끝났을 때.

히스링은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그의 곁에는 늘 테르세우스가 함께 걸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언제든 히스링보다 앞설 수도, 뒤에서 그를 밀어 줄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결국 이것은 앞서거나 뒤처지거나 하는 레이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릇의 크기가 애초부터 달랐다.

그가 테르세우스를 앞서 봤자 결국 자신은 테르세우스를 품을 수 없었다.

하지만 테르세우스는 다르다.

그는 자신을 품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그러니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질 않은가.

군단장의 자리는 단순히 마법 실력만 놓고 올라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누군가는 테르세우스가 군단장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을 아니꼽게만 바라본다.

하지만 가까이서 지켜 봐 온 히스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그것은 결국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나타내는 반증이기도 했다.

“걱정하지 마라. 군단장님은 우리 왕국에서 가장 강한 분이시니까.”

히스링은 이 말만 남기고 목적지로 향했다.

아직도 왕가의 귀족들은 히스링을 군단장으로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오르페 가문의 히스링을 군단장으로 올림으로써 5대 가문이 다시 권력의 중심에 서고 싶어했다.

왕권이 지나치게 강해진 지금, 귀족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힘을 되찾아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히스링은 그들의 뜻에 동참해주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귀족들은 늘 그럴 듯한 대의명분을 세우면서도 그 끝은 결국 자신들에게 도달한다.

하지만 그가 지켜봐 온 테르세우스와 국왕 헨카일로는 달랐다.

그들은 정말로 왕국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렇기 때문에 히스링도 그들을 진심으로 따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때로는 냉철한 지휘관으로, 때로는 누구보다 가슴 따뜻한 한 명의 인간으로, 그들은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왕국은 강하다. 발할라 같은 반란분자들에게 휘청이지 않을 정도로!”

여명 마법기사단이 히스링을 선두로 움직였다.

* * *

그사이 테르세우스는 어느새 전선에 도착해 있었다.

그는 곧바로 전선을 지휘했다.

따로 보고도 필요 없었다.

테르세우스는 한번에 전황을 꿰뚫고 있었다.

마치 미리 생각해 오기라도 한 것처럼 막힘없이 상황 판단을 내리는 테르세우스를 보며 모두가 진심으로 놀랐다.

거기다 테르세우스의 등장만으로 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슈파아아앙!!!

콰드득!!

단번에 여러 마법들을 사용한 테르세우스가 순식간에 발할라 군사들을 제압했다.

이번에도 그는 발할라 인원들을 죽이지 않았다.

촥!! 촤라락!!!

철갑 마법을 사용하는 마도사가 그들에게 수갑과 족갑을 채웠다.

“일단은 뒤편으로 후송하게.”

“알겠습니다 군단장님.”

전선의 상황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그래서 더욱 테르세우스는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저들에게 이곳만큼이나 중요하지 않은 요충지는 없다.

그런데 어째서 상대적으로 적들의 준비가 치밀해 보이질 않는 것일까.

그것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지휘관은 전쟁이 끝나고 나서까지 의심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

순간 머릿속이 번뜩인 테르세우스가 몸을 움직였다.

그가 곧바로 향한 곳은 왕이 있는 곳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테르세우스의 옆으로 붙었다.

“테르세우스님! 어딜 가시는 겁니까?”

“왕이 계신 내성으로 가려 하네.”

“알겠습니다! 저도 가서 돕도록 하겠습니다.”

왕실기사단의 옷을 입고 있는 사내가 테르세우스와 함께 발을 맞춰 뛰었다.

“고맙네.”

테르세우스는 이쪽의 지리를 훤히 아는 것처럼 거침없이 발을 옮겼다.

한참을 움직이던 테르세우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자네는 어디 소속인가?”

“저는 제 2 왕실기사단 소속입니다.”

“이름은?”

“제라우더입니다.”

“그렇구만…….”

휘릭―!

슈파아앙!!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화살이 사내를 격했다.

놀란 사내가 뒤로 물러났다.

“반사신경이 뛰어난 친구로구만.”

“테… 테르세우스님…! 갑자기 이게 무슨..!”

“쯧쯧… 이 사람아.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처음부터 왕실기사단에 자네 같은 얼굴은 없었네. 더군다나 제라우더라니… 그 친구는 얼마 전에 임신한 아내를 살피러 지방으로 내려갔는데.”

“…아하하. 아하하하하!!! 우와…! 이거 완전 대박이로군요!”

사내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이것 참… 군단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 알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좀 더 속이다가 뒤통수라도 치려고 했는데… 이건 처음부터 실패한 일이었군요.”

사내의 얼굴이 기괴한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얼굴을 바꿨다?그랬다면 테르세우스가 곧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니 저것은 마법이 아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레이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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