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화 테르세우스의 진정한 힘
거대한 마수 앞에서 사람들은 공포에 물들어 있었다.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하이드라를 막기 위해 많은 마법기사들이 달려들었다.
“공격이 또 온다!!”
“막아!!”
“나머지들은 공격해!!”
홍련의 기사단이 가장 선두에 자리해 있었다.
거대한 불덩이가 그들이 있는 곳을 덮쳤다.
이어 브레스처럼 뿜어져 나온 독기가 다른 사람들을 공격했다.
대지를 뒤덮는 독기를 정화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마도사들이 움직였다.
콰앙!!!
콰라라랑―!!
“크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
여기저기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발할라도 하이드라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이드라는 보이는 모든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발할라도 거기서 예외는 아니었으니 공격을 피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슈와아아아―!!
늪지대처럼 번지는 짙은 마력이 근처에 있던 인간들을 덮쳤다.
마력 안에 있던 몇몇 마도사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여기서 벗어나라!!”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뒤늦게 사람들이 빠져나오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끈적한 무언가에 들러붙은 것처럼, 몸이 잘 움직여지질 않았다.
그때 다른 하나의 머리가 붉은 안광을 드러내며 나타났다.
샤아아―!!
콰지지직!!!
특이하게 꼬리 부분에 달린 머리는 비늘 대신 수많은 돌기들이 돋아나 있었다.
마수의 머리가 보이는 인간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기 시작했다.
“저… 저건 뭐야…….”
“저것부터 막아!!”
“일제 공격을 시작 한다!”
마도사들이 합심해서 마수의 머리를 공격했다.
콰르르릉!!
콰라라라라랑―!!!
마법이 머리에 적중하자 여러 차례 폭발이 일었다.
그러나 녀석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마법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 내며 눈앞의 인간을 그대로 집어삼켜 버렸다.
“뭐가 저렇게 단단한 거야……!”
“미쳐버리겠구만…….”
마법기사들이 애써서 하이드라를 상대하고 있지만 사실상 전진을 조금 늦추는 게 고작이었다.
저 무지막지한 마수는 눈앞의 인간들을 그저 장난감으로 여길 뿐이었다.
보이는 대로 죽이고, 보이는 대로 잡아먹고 있었다.
콰아앙!!!
그때 하이드라의 머리 하나를 묵직하게 흔드는 강력한 마법이 적중했다.
“키야아아―!!”
하이드라가 처음으로 괴로운 소리를 내며 머리를 흔들었다.
녀석의 눈동자가 아래로 향했다.
“자리를 지켜라!! 우리가 물러나면 국민들이 죽는다!!”
홍련의 마법기사단 단장 시리아스였다.
시리아스의 위로 거대한 불길이 일었다.
“감히 우리 왕국을 노리다니.”
슈콰아아앙!!!확실히 초위급에 오른 단장의 마법은 달랐다.
그는 단신의 힘으로 하이드라 머리 한 마리를 완전히 박살내 버리고 있었다.
허공에 나타난 수십 개의 불길이 연이어 하이드라의 머리를 때렸다.
비늘이 그을리고 불길이 머리에 옮겨 붙었다.
“단장님을 도와라!!”
“뭣들 하고 있는 거냐!”
“공격을 집중해애애!!!!”
뒤이어 마법기사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하이드라의 몸이 처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좋아! 드디어 승기를 잡은 건가!”
“방심하지 마! 상대는 초대형 마수다! 아직 모든 힘을 드러내지 않았을 수도 있어!!”
연이어 소리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시리아스가 다시 초위급 마법을 펼쳤다.
하이드라 머리 위로 떨어진 불의 칼날이 단숨에 목을 잘라 버렸다.
콰랑!!
화르르르르릉―!!!
엄청난 불길이 머리 하나를 통째로 태워 버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마법기사들이 환호를 터트렸다.
이제 남은 머리는 여덟 개.
머리 하나를 잃은 하이드라가 더욱 광포하게 날뛰었다.
불길이 쏟아지고 마기를 가득 담은 광선이 대지를 부쉈다.
“크아악!!!”
“여기도 지원!! 지원을 바란다!”
“놈이 힘들어한다! 좀 더 공격을 퍼부어!!”
마법기사들의 마법이 하이드라의 머리를 공격하는 동안 검을 든 기사들이 놈의 가까이로 접근했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조금이라도 더 베어라!!”
“가벼운 상처도 쌓이고 쌓이면 커다란 상처가 되는 법이다.”
검을 든 기사들이 호기롭게 달려들었다.
검끝에 흘러나온 마나 소드가 하이드라의 비늘을 갈랐다.
하이드라의 머리 중 하나가 빙결광선을 쏟아냈다.
푸른빛이 한차례 일렁이니 닿는 곳 전부가 얼어붙어 버렸다.
“미친…….”
광선에 휩쓸린 기사들 십수 명이 그대로 얼어붙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동료들의 죽음에도 기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공격해라!!”
“놈을 죽이지 못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우리가 해내야 돼!!”
검사들이 아래서 싸우고 마법기사들이 뒤편에서 마법 공격을 퍼부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는 사람은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하이드라에게서 달아나지 않았다.
이스트 왕국의 기사들은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들의 희생을 보며 발할라 사람들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초대형 마수의 등장에 발할라와 이스트 왕국 기사들은 자연스럽게 전투를 멈추었다.
기사들은 곧바로 하이드라를 막으러 달려갔지만 발할라는 달랐다.
그들은 지금 고민 중이었다.
하이드라에게 기사들의 이목이 집중된 지금, 왕궁은 비어 있다.
그런데 그렇게 집어삼킨 왕국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 미친 마수놈이 다 파괴해 버리면… 결국 남는 것은 없잖아……?”
“맞아… 우리들의 목적은 왕국의 멸망이 아니었다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그들을 이끄는 간부들마저 당해 버린 바람에 발할라는 그야말로 어중간하게 떠 있는 신세였다.
이스트 왕국의 기사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동안 발할라는 그저 멍하니 그 전투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빠르게 마수들과 기사들 사이로 접근했다.
“저… 저건……!”
“테르세우스다!!”
“군단장이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전투에서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테르세우스가 마침내 이곳에 도착했다.
전장을 둘러본 테르세우스가 무거운 침음성을 흘렸다.
하이드라 때문에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건물은 파괴되고 놈이 짓밟고 서 있는 대지는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했다.
콰라라랑!!!
또다시 이어진 마법 공격이 하이드라의 머리 하나를 떨어트렸다.
이제 남은 머리는 다섯.
그것을 본 시리아스가 달려와 보고했다.
“놈은 모두 아홉 개의 머리를 갖고 있습니다. 아홉 개의 머리는 각기 다른 마법을 사용하며 분열된 자아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보다 자네.. 괜찮은가?”
“물론입니다 군단장님.”
시리아스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그는 발할라와의 전투에 이어 하이드라까지 상대하고 있었다.
다른 마법기사단의 단장들이 각자의 전투로 바빴기 때문에 이곳으로 달려오지 못했다.
왕실기사단도 각자의 위치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발할라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귀족들과 왕족들을 지키기 위해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슈화아아아―!!
테르세우스의 전신에서 가공할만한 마력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하이드라에게로 향했다.
“이제부턴 내가 너를 상대하도록 하지.”
한 명의 인간이 엄청난 마력을 쏟아내기 시작하자, 하이드라의 시선도 자연스레 아래로 향했다.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는 사내.
그가 손을 들어 올리니 허공에 수많은 공간들이 생겨났다.
콰라라랑!!
콰광!!! 쩌저저저정―!!!
아공간에 흘러나온 전격과 불길, 그리고 얼음 기둥이 동시에 하이드라를 공격했다.
강하게 내리친 뇌전이 하이드라의 머리를 때리자마자 거대한 줄기가 나타나 놈의 머리 하나를 옭아맸다.
이어 거센 불길이 놈의 몸을 태웠으며 칠흑빛 구체가 하이드라의 머리를 으깨 버렸다.
주위의 마법기사들은 두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단 한 명의 마도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저렇게나 많은 마법들을 사용하다니.
그야말로 일인 마법기사단이나 다름없었다.
테르세우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휘콰아아앙!!!
하이드라의 위로 새하얀 마법진이 펼쳐졌다.
그곳에서 뻗어 나온 빛줄기들 창의 형상을 이루었다.
“저 마법은…….”
오르카이우스가 테르세우스의 마법을 보자마자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저것은 사우스 왕국의 트럼프 중 한 명이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이스트 왕국 주변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던 엄청난 마법.
그런 마법을 테르세우스가 재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하여간 미친놈이라니까…….”
아공간에 설마 저 마법까지 저장해 두었을 줄이야.
빛의 창이 수십 수백 갈래로 쏟아지며 하이드라의 몸에 무자비하게 꽂혔다.
창이 닿은 곳에선 뜨거운 겁화가 피어났다.
“키야아아아―!!!”
“캬아아아!!!!!!!!!!”
“쿠웨에에에에에에―!!!!”
하이드라가 처음으로 가장 강렬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테르세우스가 조금 전 선보인 마법에는 신성력이 깃들어 있었다.
신성력에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한 하이드라가 분노한 시선으로 테르세우스를 내려다보았다.
“후우… 후욱…….”
테르세우스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하이드라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조금 전 공격으로 세 개의 머리가 쓰러졌다.
이제 남은 것은 꼬리 쪽의 머리와 가운데에 있는 머리 하나.
그 순간 녀석이 테르세우스를 보며 웃었다.
그 사이한 웃음에 테르세우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찰나였다.
콰과과과광―!!!
대지를 긁으며 다가온 거대한 바위가 테르세우스를 덮쳤다.
재빨리 아공간을 소환해 공격을 방어한 테르세우스가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로 다가오는 거대한 얼음송곳.
다시금 나타난 아공간이 얼음송곳을 집어삼켜 버렸다.
“흐음…….”
“군단장님!! 위험합니다!!”
뒤에서 누군가 소리치자마자 한줄기의 마기가 테르세우스를 공격했다.
가까스로 그것을 피해 낸 테르세우스의 얼굴이 잔뜩 굳어 버렸다.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수많은 눈동자들.
쓰러졌던 머리들이 어느새 다시 살아나 그를 직시하고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자… 잘려 나갔던 머리가…….”
“이럴 수가…….”
잘려 나간 머리에서 다시 새로운 머리가 새살 돋아나듯 생기는 것은 그야말로 괴기한 광경이었다.
새롭게 태어난 머리가 테르세우스를 보며 광포한 울음을 쩌렁쩌렁하게 내뱉었다.
그 모습을 보며 테르세우스도 헛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마법공격을 가했건만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재생해 냈다.
“이거야 원…….”
후우우우우웅―!!
테르세우스가 마력을 끌어올리자 그의 옷자락이 거세게 펄럭였다.
이어 테르세스의 두 눈에서 안광이 폭사되는 순간, 푸른 마력의 점들이 한순간에 커다란 마법진을 완성했다.
“초위 마법…? 아냐… 단순한 초위 마법이 아닌 것 같은데…….”
시리아스가 두 눈을 밝혔다.
그냥 초위 마법이라기보다는 마법진이 훨씬 더 심오하고 거대했다.
슈우우우우우우우웅―!!
대기를 묵직하게 울리는 엄청난 파동이 전해졌다.
주변의 마법기사들마저 놀라서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거센 강풍이 대지를 휩쓸고 그곳에서 시작된 거대한 흑점이 점점 몸집을 불렸다.
“공허의 외침.”
흑점이 한순간에 하이드라를 집어삼켰다.
칠흑의 점들이 하이드라를 물들이고 가두었다.
거대한 원.
그 안에 갇힌 하이드라가 거센 반항을 시작했다.
그러나 원은 천천히 하이드라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키야아아아아―!!”
돌기가 돋은 머리가 커다란 독니를 드러내며 테르세우스를 단번에 집어삼키려 했다.
하지만 녀석은 흑점 밖으로 머리를 내밀지 못했다.
알 수 없는 엄청난 힘이 머리를 안으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흑점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하이드라의 몸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