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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26화 (226/424)

226화 군단장의 의지 (2)

하이드라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본래 있던 세계에서도 하이드라는 최상위 포식자에 속했다.

하이드라와 눈이 마주치는 마수들은 곧 죽음을 의미할 정도.

그런 자신이 지금 이쪽 세계에 와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지금 자신을 막고 있는 것은 고작 저 작은 인간 한 명.

인간 한 명에 밀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 너무나도 분하고 또 분했다.

그래도 인간의 한계는 극명했다.

엄청난 마력을 내뿜어대던 인간의 움직임이 드디어 멈췄다.

“캬아아아아아―!!!”

자신을 괴롭히던 인간을 마침내 집어삼키려는 순간, 새로운 인영 하나가 나타나 자신의 머리 하나를 잘라 버렸다.

빠르게 이곳으로 다가오는 인간 하나가 있다는 것쯤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머리를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의 실력자인줄은 몰랐다.

하이드라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새로 나타난 인간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하이드라보다 테르세우스의 상태를 먼저 살펴보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군단장님.”

이곳으로 빠르게 달려온 이는 다름 아닌 히스링 단장이었다.

테르세우스가 핏물을 활칵 쏟아 내었다.

마지막 전력을 다한 마법이었다.

그러나 끝내 녀석을 죽이지 못했다.

“후으… 후으으으…….”

테르세우스가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공간이 완전히 깨져 버리고 말았다.

그만큼 하이드라가 쏟아 낸 마기의 양은 엄청났다.

아공간이 모두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지어 테르세우스는 그것을 배로 불려 되돌리기까지 했다.

아마 테르세우스가 아닌 일반 마도사가 이런 짓을 했다면 되돌리기도 전에 몸이 터져 죽어버렸을 것이다.

엄청난 정신력으로 그것들을 버텨 내었던 테르세우스가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하이드라의 상태도 말이 아니었지만, 테르세우스는 더더욱 심각한 상태였다.

“치료 마도사!! 치료 마도사를 불러라!!!”

다급해진 히스링 단장이 주변을 둘러보며 크게 소리쳤다.

그때 테르세우스가 손을 들어 히스링의 팔목을 붙잡았다.

“흥분하지… 말게… 자네가 흥분하면… 기사들이 동요하고… 말아…”

테르세우스의 말에 히스링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테르세우스의 팔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그의 팔이 평소보다 바짝 말라 있었다.

“대체 무슨 마법을 사용한 겁니까!!!”

“후후… 어쩔 수 없었네.. 저 정도 마수를 막아 내려면 목숨 정도는 가볍게 걸어야 하질 않겠는가…….”

테르세우스가 희미하게 웃었다.

얼굴이 상당히 야위어 있었다.

“나를 좀 일으켜 주겠나…….”

테르세우스가 히스링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히스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치료도 함께 받으셔야 합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네.”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은 테르세우스가 안간힘을 쓰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히스링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부축해 주었다.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아. 치료 마도사를 불러봤자 나는 이미 늦었네… 그러니 나 말고 다른 위급한 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치료 마도사들을 돌리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군단장님께서도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군단장으로써의 명령이네. 치료 마도사들을 돌리게.”

“아니…….”

항상 냉철함을 유지하던 히스링 단장조차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잔뜩 흥분하고 있었다.

테르세우스의 얼굴이 이렇게 힘들어 보인 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거기다 바짝 마른 그의 팔이 힘겹게 히스링 단장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어서……!”

테르세우스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맺힌 땀방울과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몸은 숨길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완강했다.

하는 수 없이 히스링 단장이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멈추라는 지시였다.

이를 보고 이쪽으로 다가오던 마도사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고맙네… 자아, 그럼 이제 자네는 자네의 싸움을 계속하게. 나는 내 마지막 싸움을 위해 사력을 다할 테니.”

테르세우스가 히스링에게서 팔을 떼며 온전히 두 발로 섰다.

거대한 바위 위쪽에 위치한 터라 밑에 있는 마도사들은 테르세우스의 모습을 자세히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쓰러졌던 그가 다시 몸을 일으켜 두 다리를 딛고 서있으니, 기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군단장님……!”

“히스링. 지금 상황에서 나는 절대 쓰러질 수 없네. 내가 쓰러지면, 내 어깨 위에 있는 수많은 것들이 함께 무너질 것이야. 그렇게 둘 수는 없어. 나는 우리 왕국의 군단장으로서, 마지막 책임을 다하고 싶네. 이 무게를 온전히 딛고 서는 것은 나의 몫이니, 그대는 그대의 싸움을 이어가주게.”

테르세우스가 쓰러지는 것은 이스트 왕국의 수호신이 쓰러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기사들뿐만이 아니었다.

왕국의 국민들도 테르세우스가 이 상황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테르세우스도 그것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전장에서 자리를 지키려 한 것이다.

다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히스링 단장은 알고 있었다.

테르세우스 단장은 서서히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강한 모습 그대로 서 있으려 했지만, 그의 생명력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히스링은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이를 꽉 깨물었다.

그를 지켜본 테르세우스가 힘겹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뒤를 부탁하겠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후후 그래 줬으면 좋겠어. 나 또한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거든…….”

몸을 돌린 히스링의 앞에는 초대형 마수인 하이드라가 있었다.

테르세우스의 마법에 정신없이 당해 버린 하이드라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회복하는 속도도 더뎌졌고, 테르세우스의 뒤를 이어 받아 계속해서 이어진 기사들의 공격에 분전 하는 중이었다.

하이드라가 인간들을 향해 포효했다.

가까스로 회복한 세 개의 머리가 다시금 두 눈을 빛내며 마기를 발사했다.

콰아앙―!!!

히스링이 만들어낸 철의 방패가 마기를 막았다.

“히스링 단장님의 마법이다!!!”

“철의 방패다!! 그 뒤로 몸을 옮겨라!!”

“움직여!!”

마법기사들이 거대한 방패 뒤로 움직였다.

마기가 그쪽으로 집중 공격해도 히스링은 꿈쩍도 않고 방패를 유지했다.

이어 허공에 만들어진 철물이 거대한 검을 만들어냈다.

검은 허공을 가르며 빠르게 움직였다.

촤락!

히스링이 만들어 낸 검이 순식간에 머리 하나를 잘라 버렸다.

평소라면 하이드라도 그것을 손쉽게 방어해 낼 수 있었겠지만, 녀석도 이미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몸이 뜻대로 움직여 주질 않았다.

잠시라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녀석은 결국 다른 수단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슈아아아아―!!”

하이드라의 머리 하나가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폭발했다.

터져 버린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피가 아닌 뱀이었다.

“지금까지 아무런 마법도 사용하질 않던 머리였는데… 저런 능력을 지니고 있었나……?!”

하이드라의 권속들이 즐비하게 쏟아져 나왔다.

수십, 수백 마리의 뱀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광경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 히스링의 전신에서 마력이 폭사 되어졌다.

대지를 뒤덮은 철물이 한꺼번에 몸을 일으켰다.

“나왔다!! 히스링 단장님의 철의 병사들!!”

“맞아!!! 철의 병사들이 있었어!!”

지켜보던 마법기사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히스링이 일으킨 철의 병사들이 뱀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강철로 이루어진 피부 덕분에 뱀들의 공격에도 끄떡없었다.

철의 병사들이 우직하게 앞으로 밀고 나갔다.

“서포트 한다.”

뒤이어 도착한 칸이 자신을 따르는 동료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섰다.

거센 강풍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쏟아지는 뱀들을 날려 버렸다.

이어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사정없이 하이드라의 머리를 때렸다.

곁에 있던 에이브릴도 사슬을 이용해 동료들을 보호했다.

여명 마법기사단의 본격적인 개입에도 하이드라는 무섭도록 날뛰었다.

그래도 테르세우스가 만들어준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모두가 최선을 다해 하이드라를 공격하고 또 공격했다.

총공격이 시작되니 하이드라도 서서히 밀려나고 있었다.

화르르륵―!!

목을 베면 시리아스가 그 자리에 불을 지폈다.

“목이 잘린 부분에 화염 마법을 집중시켜라!! 녀석의 회복이 더뎌진다!!”

“예!!!”

“네!!”

우렁찬 대답과 함께 집중 포격이 시작되었다.

시리아스의 말대로 잘린 부분에 불이 붙으면 회복은 더뎌졌다.

시리아스도 테르세우스 덕분에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테르세우스가 수많은 마법들을 사용할 때, 화염 마법이 잘려 버린 머리에 붙은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다른 머리가 재생될 때 그쪽 머리만 회복이 더뎠다.

이를 눈여겨 본 시리아스가 직접 자신의 마법으로 실험을 해본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보이는 그대로였다.

회복이 더뎌지자 하이드라가 많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대로 밀어붙이면 죽일 수 있다!!”

“포기하지 마라!!!”

“괴물도 많이 약해졌어!!! 이스트 왕국의 힘을 보여라!”

마법기사들의 일제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선두에는 여명 마법기사단이 있었다.

마법으로 거대한 철검을 만들어낸 히스링이 허공 위로 올랐다.

“끝이다.”

마지막까지 발악하고 있는 하이드라의 모습은 처절했다.

녀석은 작금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성을 잃은 상태.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로도 가공할 수준의 마기를 내뿜는 하이드라의 모습은 그야말로 마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제 그만 죽어라……!”

히스링의 철검이 마지막 남은 머리를 공격했다.

투카앙―!!!

묵직한 소리와 함께 철검이 하이드라의 피부에 박혔다.

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는 머리는 다른 것들보다도 한층 더 두터운 피부를 자랑했다.

그래서인지 철검도 더는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히스링 단장님의 공격이 막히다니…….”

“안 돼! 다른 머리들이 재생하려 한다!!!”

“기를 쓰고 막아라!!”

마법기사들이 애타게 부르짖으며 사력을 다해 마법을 캐스팅 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분전해야 한다!”

칸이 동료들을 타이르며 앞으로 나섰다.

바람의 칼날이 순식간에 다른 머리들을 베어냈다.

이어 칸이 만들어낸 소용돌이가 잘린 목 부분 위에 생성되며 재생되는 피부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부상을 입어 핏물을 뒤집어썼음에도 칸은 멈추지 않고 마법을 사용했다.

이는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

그들을 본 히스링이 다시 한번 크게 호흡을 골랐다.

그 잠깐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마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여력은 있었다.

히스링의 시선이 잠깐 뒤로 향했다.

테르세우스는 석상처럼 우뚝 서있었다.

미동조차 없는 그를 보며 히스링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후우우웅―!!!

또 하나의 거대한 철검이 허공에 떠올랐다.

찬란한 빛을 내뿜은 철검이 하이드라를 향해 움직였다.

“끝내주마아아아―!!!”

투콰아앙!!!

콰지직!!

거대한 철검이 반대쪽에 박혔다.

그러자 하이드라가 괴로운 울음을 토해 내었다.

녀석의 불같은 시선이 히스링에게로 향했다.

콰아아아!!!

놈의 아가리에서 흘러나온 광선이 히스링을 노렸다.

히스링도 그것을 두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대응할 수 없었다.

저것을 막고자 한다면 철검을 회수하고 방패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되면 하이드라는 목이 다시 회복된다.

때문에 히스링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보다 두 개의 철검으로 녀석의 목을 베는 쪽을 택했다.

“단장님을 보호해!!!”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여기저기 캐스팅된 마법들이 하이드라의 광선을 막았다.

사력을 다한 일격인 만큼 하이드라의 마지막 공격은 엄청난 파괴력을 보였다.

후우웅―!!

히스링의 앞으로 날아온 칸이 두 팔을 뻗었다.

그의 앞으로 뻗어나간 바람이 거센 돌풍을 일으키며 마기를 밀어 냈다.

스가가강―!!!

촤라라라라라라랑―!!

쿠우웅!!!

그 순간, 엄청난 양의 핏물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그와 동시에 하이드라의 마지막 남은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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