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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28화 (228/424)

228화 가이우스의 합류

“흐음…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네.”

지금쯤이면 다른 곳에서 연락이 왔어야 하는데 그 어떤 곳에서도 연락이 없었다.

이게 참 이상하게 펜도의 비위를 거슬렀다.

“가이우스나 아첼리시아는 그렇다 쳐도, 레이칸까지 이렇게 조용하다고? 설마 수도에서 당한 것 아냐?”

펜도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귀족들을 갖고 노는 것도 질렸다.

“마법기사들도 뜸하고… 뭐야… 정말 여기 지역은 포기한 건가?”

펜도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그의 측근 중 한 명인 베살로가 다가왔다.

“펜도님. 게임이 준비되었습니다.”

“오늘은 누구인데?”

“조율 마법기사단원 로스턴과 순록 마법기사단원인 페르도로말라스입니다.”

“쳇… 별로 재미없겠네. 그보다 다른 귀족들의 상태는 어떠냐?”

“똑같습니다.”

“그것도 재미없고… 아, 무료하네 정말.”

펜도가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그가 이렇게 고민에 잠길 때면 베살로도 괜히 불안해졌다.

또 펜도가 무슨 짓을 벌일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

그때 바깥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펜도님!”

“뭐냐 렌터키?”

“그게… 바깥에 새로운 적들이 나타난 것 같아요.”

“새로운 적?”

“네!”

“마법기사들이냐?”

“음… 그게… 마법기사단이라기보다는 그냥 떠도는 용병들 같기도 하고…….”

“뭐 상관없다! 새로운 놀잇거리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얘기잖아?!”

펜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가 곧바로 베살로를 돌아보았다.

“뭐하고 있어? 어서 수하들을 대기시켜! 전쟁이다 전쟁!!”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베살로가 몸을 돌렸다.

그 사이 렌터키가 긴 소매를 흔들며 펜도에게 다가갔다.

“펜도님. 베살로는 무뚝뚝하고 재미없잖아요. 차라리 저를 곁에 두시는게 어때요?”

“너는 너무 시끄러워서 안 돼.”

“아아아아 왜요!!”

“이것 봐. 너는 너무 시끄러워.”

펜도가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의 귀를 막는 시늉을 했다.

옷을 갖춰 입은 그가 바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가자 렌터키. 이번에도 내기다!”

“어차피 펜도님이 이기실 텐데 무슨 내기…….”

렌터키가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밀며 말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펜도가 크게 웃었다.

펜도의 시선에도 렌터키가 말한 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허름한 옷차림에 남녀가 여럿 뒤섞인 집단이었다.

마법기사단이라기엔 그 수가 너무 적었고 그냥 떠도는 용병이라기엔 행색들이 특이했다.

“쟤들의 정체는 뭘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거지들 아닐까요?”

“거지들이 여길 왜 와?”

“요즘 우리들과 함께하려고 간보는 놈들 많아요. 아마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렌터키가 자신없는 말투로 말끝을 흐리는데 적들이 먼저 신호탄을 울렸다.

쩌저저정―!!!

내려친 전격이 방벽을 한번에 부숴 버렸다.

놀란 펜도의 수하들이 그들을 막기 위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콰드드득―!!

지면을 뚫고 올라온 가시나무가 다가서는 적들을 막아섰다.

이어 채찍처럼 휘어진 줄기들이 날카로운 가시를 통해 적들을 꿰뚫어 버렸다.

“적이다!! 적들이 나타났다!!!”

“모두 이쪽으로!!”

“놈들을 죽여라!!!!”

“마법기사다!! 이스트 왕국의 마법기사야!!”

개중의 차림으로 알아본 누군가가 소리쳤다.

발할라 인원들의 반응을 살피던 샤를이 인상을 찌푸렸다.

“많이도 몰려 있네.”

“아무래도 여기가 놈들의 본거지인 것 같습니다 선배.”

“이 자식들… 진짜 용서 못해.”

샤를을 포함해 일행들 모두가 얼굴이 잔뜩 굳어 있는 이유.

그것은 여기로 오는 동안 보았던 끔찍한 광경들 때문이었다.

치가 떨릴 정도로 잔인하고 포악스러운 펜도의 행동들 때문에 그들 모두 잔뜩 분노한 상태였다.

거리에 시체가 즐비한 것은 물론이고 죽은 시체들을 이용해 괴상스러운 것들까지 만들어 내었다.

어디 그뿐인가.

도망쳐 온 자들의 말에 따르면 펜도는 인간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제일 아름다운 소리라며, 살아 있는 인간들을 건물에 가두고 산채로 불태워 버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것을 들었을 때는 유미르조차 고개를 떨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지…….”

유미르만이 아니었다.

그들 모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아내고 있었다.

다행이 펜도가 있는 곳은 수도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그곳에 남아 수도로 복귀하는 마법기사들을 제지하는 것 또한 펜도가 맡은 임무.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펜도는 길목에 위치한 영지를 가장 먼저 점령했다.

후우우웅―!!

아시테르 일행을 향해 커다란 바위가 날아왔다.

“이건 나한테 맡겨.”

뒤에 있던 디안드레가 거대한 베리어를 만들어 내었다.

쿠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바위가 대지에 떨어졌다.

그 사이 세아츠리스가 마법으로 눈앞의 방벽들을 모두 치워 버렸다.

수많은 덩굴 줄기가 얽히고 또 얽혔다.

그것에 휘말린 발할라 사람들이 고통스런 비명을 토해 내었다.

하지만 세아츠리스의 손속에 자비는 없었다.

발할라는 꾸준히 마녀들도 괴롭혀 온 존재였다.

무엇보다 발할라의 행태 때문에 아시테르가 분노하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아시테르를 분노케 하는 자들이라면 세아츠리스 또한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방벽을 부수고 유미르와 아레나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그곳에 보이는 광경들에 유미르가 차마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반면 아레나는 그 광경들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잔뜩 굳어 있는 아레나의 표정을 보며 유미르가 입을 열었다.

“여보…….”

“쓰레기들이네 정말…….”

발가벗은 여인들이 거리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다.

척 봐도 발할라놈들에게 유린당한 모습들이었다.

그녀들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것처럼 보이는 사내들도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심지어 한쪽에는 그들의 코를 베어 쌓아 놓은 곳도 존재했다.

“용서할 수 없어요.”

뒤늦게 따라 들어온 아시테르의 양손에 불꽃이 피어났다.

아시테르만이 아니었다.

유미르의 검에도 달빛이 웅혼한 빛을 흘리며 선명한 검의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콰아아앙!!!

후르릉―!!!

그들이 나서기도 전에 푸른 불꽃이 사방을 불태워 버렸다.

아레나가 만들어 낸 푸른 불길이 삽시간에 번지며 다가오는 발할라 인원들을 싸그리 태워 버렸다.

“살아갈 가치가 없는 것들…….”

그때 건물 안에서 여인 한 명이 옷을 들고 뛰어나왔다.

뒤를 이어 살갗을 드러낸 사내 한 명이 건물 밖으로 달려 나왔다.

겁에 질려 하얗게 물든 여인의 얼굴을 보며 유미르도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러 뒤편의 사내를 베어 버렸다.

말끔히 잘린 단면 위로 핏물이 솟구쳤다.

사내가 뒤늦게 자신의 목을 움켜쥐며 바닥에 쓰러졌다.

“적들을 죽여라!!”

곳곳에 자리해 있던 발할라 사람들이 주변 상황을 눈치 채고는 뛰쳐나왔다.

그러나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푸른 불길이었다.

불길에 휩싸인 적들을 보며 세아츠리스가 눈을 반짝였다.

“어머님의 마법은… 정말 대단하네요.”

“어머님……?”

근처에 있던 알렌시아가 세아츠리스의 혼잣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세아츠리스의 존재가 신경 쓰이는 중이었다.

차라리 대놓고 아시테르를 빼앗겠다며 달려들면 괜찮겠는데, 세아츠리스는 그런 생각도 아니었다.

무슨 생각인지 그녀는 늘 알렌시아를 배려해 주며 아시테르와의 적절한 거리를 두었다.

그래서 더욱 신경에 거슬렸는지도 모른다.

“아, 들었나 보군요. 미안해요.”

세아츠리스가 정말로 미안한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심지어 그녀는 알렌시아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니 아리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게 또 그렇게 미안할 것 까지는…….”

이곳에 보이는 광경들에 괜히 예민해졌던 알렌시아가 우물쭈물 거렸다.

그 사이 다른 동료들은 다가오는 발할라 사람들을 거침없이 해치우고 있었다.

“멈춰라.”

“어리석은 것들.”

펜도의 수하들 중 나름대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푸글레시와 몬테고르가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유미르와 아레나에게 머물렀다.

멀리서 지켜봤을 때 이 두 사람만 조심하면 되었다.

유미르의 검술과 아레나의 푸른 불길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반면 다른 이들의 마법 실력은 상대할 만하다 여겼다.

“저기 여자는 식물을 만들어 내는 마법을 사용한다. 근데 주로 방어만 하고 있어.”

“전격 마법도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뭐… 그렇게 위협적인 위력은 아닌 것 같고.”

“나머지들도 그다지…….”

적들의 전력을 파악 완료한 푸글레시와 몬테고르가 함께 나섰다.

두 사람은 함께 있을 때 더 빛을 보는 마도사들이었다.

“간다 푸글레시.”

“좋아 몬테고르.”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았다.

그러자 중앙으로 모인 마력이 순식간에 커다란 회오리를 일으켰다.

“어디 한번 받아내 보던지.”

몬테고르와 푸글레시가 노리는 것은 아시테르쪽이었다.

유미르와 아레나는 일부러 안쪽으로 보내 주었다.

뒤에는 그들보다도 더 실력이 좋은 베살로와 렌터키가 있었다.

거기다 이쪽으로 펜도도 오고 있을 터.

자신들은 알아서 다른 떨거지(?)들을 상대하면 되었다.

“이쪽이 만만하게 보였나보네.”

에스파가 혀를 차며 활을 들어올렸다.

아시테르도 손아귀에 불길을 일으키려는 순간이었다.

“늦었습니다. 주군.”

뒤편에서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시테르의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가이우스 씨?”

“편하게 가이우스라고 불러주십시오.”

가이우스가 아시테르에게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갑작스러운 가이우스의 등장에 몬테고르와 푸글레시가 마법을 멈추었다.

그들이 가이우스의 얼굴을 모를 리 없었다.

펜도와 함께 발할라의 최고 간부 위치에 있는 인물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지금 그가 평범한 복장으로 반대편에 서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는 자신들보다 어려보이는 사내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가이우스님이 저곳에…….”

“그보다 왜 가이우스님이 저놈에게 고개를 숙이는 거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두 사람이 가이우스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들을 신경조차 쓰고 있질 않았다.

“저들은 제가 맡겠습니다.”

“하지만…….”

아시테르가 말릴 새도 없이 가이우스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움직임을 확인한 몬테고르가 인상을 굳혔다.

“가이우스가 배신했다.”

“가이우스님이 배신……?”

“님은 무슨. 척 봐도 모르겠어? 우리를 상대하러 걸어오는 거잖아.”

“그럼 어떻게 해? 일단은 우리도 물러나야 하는 것 아냐?”

“왜?”

“왜냐니! 상대는 가이우스님이잖아. 우리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겁먹을 것 없어. 소문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잖아.”

몬테고르가 마력을 더욱더 끌어올렸다.

어쩔 수 없이 푸글레시도 함께 마력을 끌어올렸다.

가이우스는 묵묵히 걸어올 뿐이었다.

“가이우스님! 설마 우리를 배신한 겁니까!?”“나는 너희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배신하지 않았다니…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처음부터 너희들과 함께하지 않았으니, 배신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지.”

가이우스가 걸음을 계속해서 옮기자 몬테고르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더 이상의 접근을 허용해선 안된다.

가이우스의 마법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오르카이우스밖에 없었다.

“그럼 이젠 발할라도 아니니 간부 대접도 할 필요 없겠군!!!”

몬테고르가 크게 소리치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바람에 실린 수많은 마력의 파편들이 회오리와 함께 가이우스를 공격했다.

그러나 가이우스는 별다른 방어도 없이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세상에…….”

마법을 온전히 견뎌 내는 가이우스를 보며 모두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키이이잉―!

그 순간 가이우스의 손아귀에 커다란 마력이 응집되었다.

“끝났나? 너희들의 마법은.”

몬테고르와 푸글레시가 최선을 다해 펼친 마법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마법은 가이우스에게 별다른 데미지도 입히질 못했다.

“이제 내 차례로군.”

가이우스가 슬쩍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의 주먹에 뭉친 마력이 더욱 크기를 불렸다.

“아아.”

“이… 이건… 피… 피해야 해 몬테고르!”

두 사람이 뒷걸음질 치는 순간 가이우스가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피유웅―!

파콰아아앙―!!!

직선으로 뻗어 나간 마력의 응집체가 단숨에 몬테고르와 푸글레시를 집어삼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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