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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33화 (233/424)

233화 단장선발전

단장선발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단장으로써의 판단력을 겨루었고 두 번째는 리더십을 평가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단장들의 마법 실력을 증명하는 순서였다.

혹시나 부상을 입을 수 있기에 서로 실력을 겨루진 않았다.

그것 말고도 단장으로서의 실력을 증명해 내는 방법은 많았기에 굳이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최종적으로 꼽힌 세 사람이 있었다.

가장 높은 성적으로 뽑힌 것은 칸이었다.

돌풍의 마도사라 불린 칸의 실력은 이전부터 유명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는 창파 마법기사단의 부단장 카이토였다.

그는 무그레날로 단장의 뒤를 잇는 것보다 새로운 마법기사단을 만드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뽑힌 사람은 체르도네 알렌시아였다.

그녀 역시도 뛰어난 실력으로 모든 이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이변으로 가득한 단장선발전은 아니었다.

애초에 단장 후보로 거론되었던 몇몇 인물들이 이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

“축하한다 칸. 드디어 너의 오랜 숙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구나.”

“그런데 표정이 왜그래?”

“그러게 말야. 좀 더 좋아하는 표정을 지어도 되잖아.”

그러나 칸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이건 반쪽짜리 선발전에 불과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선발전이면 선발전이지 왜 반쪽짜리래?”

“가장 먼저 참가해야 할 녀석이 참가하질 않았으니까.”

“누구? 설마… 아시테르를 말하는 거냐?”

“그래. 놈은 나의 라이벌이다.”

쿠우웅!!!

칸이 만들어 낸 칼바람이 눈앞의 나무를 반절로 갈라 버렸다.

“근데 그놈이 나오질 않았어. 명색이 내 라이벌이라는 놈이……!”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이냐?”

“나는 그날의 빚을 갚기 위해 그동안 뼈를 깎는 수련을 했다. 그런데 놈이 나오질 않다니… 쳇, 이번에야말로 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는데.”

“그래서 아쉽다는 거냐?”

“즐거움이 없었다. 즐거움이.”

칸의 말에 트라일로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순조롭게 단장 자리에 뽑힌 것에 만족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칸은 아니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불만가득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얻는 단장 자리는 그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뒷맛이 개운하지 않아.”

“단장이면 단장이지 반쪽짜리는 또 뭐란 말이야… 하여간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쯧… 그냥 내가 만족할 수 없어.”

“그래도 이번에 뽑힌 카이토님과 알렌시아도 강했잖아?”

“다른 두 사람에 비하면 부족하다. 그 두 사람이 나왔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거다.”

“아시테르와 자비토를 말하는거로군.”

하기사 칸이 유일하게 라이벌로 인정할만큼 아시테르는 강한 마도사였다.

비록 백상 마법기사단은 다른 곳에서 전투를 치르느라 다른 이들이 그 전투를 지켜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만들어 낸 성과만큼은 여명 마법기사단 못지않을 만큼 대단했다.

“근데 아시테르라는 마도사가 칸이 이렇게까지 반응할 만큼 강한 거냐?”

“강하지.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엄청나게 강했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야?”

“직접 실력을 겨뤄 본 녀석들도 있으니까 한번 물어 보던지.”

아시테르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마도사들도 있지만, 아카데미 시절부터 직접 아시테르를 겪어 본 녀석들도 있었다.

그들의 반응은 하나같았다.

“칸 이외에도 그런 괴물이 존재하는 줄은 몰랐지.”

“그 녀석은 진정으로 마법을 즐기는 마도사야. 그러니 강할 수밖에…….”

“괴물이다.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을 만큼…….”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어. 아시테르에게 된통 당하기 전까지는…….”

아시테르를 떠올리며 치를 떠는 이들도 있었다.

어쨌든 함께 거론되는 인물이 바로 자비토였다.

아시테르만큼은 아니지만 자비토도 강한 마도사였다.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실력을 지닌 마도사.

다른 이들을 그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었다.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은 그저 관심받는 것을 싫어할 뿐입니다.”

데미리우스가 평가하는 자비토는 달랐다.

그는 순전히 다른 이들에게 관심받기 싫어서 단장선발전에 참가하지 않았을 뿐이다.

“근데 대장님은 어째서 이번 단장선발전에 참가하지 않은 겁니까?”

다른 이들의 시선이 아시테르에게로 쏠렸다.

사실 그들도 궁금했던 참이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자 아시테르가 별거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그냥.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돼서.”

“주… 준비가 안 돼……?”

에스파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보였다.

말은 안 해도 이곳에 있는 모두가 참가만 하면 아시테르가 단장으로 꼽힐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아시테르가 얼마나 강한 마도사인지.

거기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도 있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그 아시테르가 단장선발전에 참여하지 않았을 줄은…….

“배신감마저 느껴지는구만…….”

에스파가 허탈해 하며 말했다.

데미리우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꼭 지금만 기회인 것은 아니잖아요.”

“뭐, 그건 그렇긴 한데… 아쉬워서 그렇죠 아쉬워서.”

“아쉬워할 필요 없어. 저 녀석이라면 분명 단장의 자리에 오를 테니까.”

에이브릴이 아시테르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면 에이브릴도 어느새 아시테르에 대한 평가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근데 너는 여명 마법기사단 소속이잖아? 여기서 이래도 돼? 같은 마 법기사단원인 칸을 축하해 주러 가야 하는 것 아냐?”

“됐어. 내가 거길 왜 가. 여기가 더 편해.”

술을 한잔 들이키는 에이브릴을 보며 라빈이 피식 웃었다.

“언니도 그동안 많이 바뀌었네.”

“사람은 누구나 바뀌어.”

그러면서도 에이브릴은 슬쩍 에스파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보다 바뀐 사람이 있다면 단연 에스파이지 않을까 싶었다.

에스파는 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럼 이제부터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인데?”

곁에 앉아 있던 알렌시아가 아시테르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아시테르가 웃는다.

“자유 수련을 떠나 볼 생각이야.”

“자유 수련…? 그건…….”

“마침 나는 지금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자유 기사 신분이라. 가능할 것 같아.”

“그게 아니라 다른 마법기사단에서 손을 내밀었는데 네가 안들어갔잖아. 덕분에 나도 지금 붕떠 있는 신세라고.”

에스파도 아시테르와 함께하려다 결국 자유분방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섬광 마법기사단이 그에게 영입 제안을 했지만 그것마저도 거절해 버렸다.

“그래… 차라리 너랑 같이 다니는게 더 재밌겠지.”

그래도 이제 에스파 또한 어느덧 한사람 몫은 충분히 해내고도 남을 실력을 지닌 마도사가 되어 있었다.

아니,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솔직히 에스파의 곁에 아시테르나 알렌시아와 같은 괴물같은 마도사만 있게 되면서 그 또한 장족의 발전을 해 왔다.

다만 아시테르가 워낙 뛰어나 그 빛을 온전히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거기에 함께하지 못해 아시테르…….”

알렌시아가 말끝을 흐리며 미안해 했다.

마음 같아선 아시테르와 같이 다니고 싶지만, 그녀는 이번에 단장의 자리에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아칼의 뒤를 이어받아 강한 마법기사단을 만들어 내는게 알렌시아의 목표였다.

그리고 처음엔 자신의 마법기사단 부단장 자리로 아시테르를 데려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와 그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아시테르를 부단장 자리에 앉히면 다른 친구들도 자연스레 자신의 마법기사단에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이들이 따르는 것은 자신이 아닌 아시테르였다는 점이다.

무늬만 자신이 단장일뿐이지 종국에는 모두가 아시테르를 단장으로 따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시테르가 단장으로 있는 기사단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아시테르의 기사단이 아닌 자신의 기사단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오랜 목표였다.

그리고 그녀는 동등한 위치에서 아시테르를 만나고 싶었다.

그때 아시테르가 알렌시아의 손을 잡아 주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해 알렌시아.”

아시테르의 진심어린 말에 알렌시아도 미소를 보였다.

“빨리 안 따라오면 나 혼자 멀리 나가 버린다.”

“아하하 그렇게 둘 순 없지.”

“두 분의 연애 전선이 이상이 없는 것을 보니 너무나도 만족스럽습니다!”

가까이에 있던 크로마제가 다부진 얼굴로 말했다.

에스파가 슬쩍 그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어떠냐? 아카데미 생활은.”

“너무나도 재미없습니다.”

“왜? 우리는 재밌었는데…….”

“저도 모두와 함께 했다면 재밌었을 겁니다. 근데… 여간 지루한게 아닙니다. 차라리 스승님과 함께 던전을 돌아다니던 그 시절이 더욱 긴장감 넘치고 재밌었습니다.”

크로마제도 이제는 앳된 모습이 사라지고 건장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다행이 아카데미는 크게 피해를 입지 않아 본래대로 원생들을 뽑고 마법기사 육성에 들어갔다.

크로마제 또한 마법기사 아카데미에 들어가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다.

“무조건 1등입니다.”

“뭐가?”

“압도적인 실력차로 1등을 한 다음! 당당하게 스승님의 마법기사단에 들어갈 겁니다.”

“오오 여명 마법기사단이나 다른 곳은 쳐다도 안보고?”

“당연하죠! 어렸을 때부터 스승님의 옆에서 전투를 치르는 꿈을 꿨는데. 다른 곳이 눈에 보일 리가 있겠습니까!?”

“합격! 너는 우리 마법기사단에 들어올 자격이 충분하다~!”

“감사합니다 에스파 부단장님!!!”

크로마제가 허리를 넙죽 구부리며 인사했다.

그러자 에스파가 헤벌쭉한 웃음을 지으며 상체를 뒤로 젖혔다.

“부… 부단장?! 으허… 으허허허허허!!! 그래 내가 바로 차기 부단장이다!”

“아주 놀고들 있네. 놀고들 있어.”

라빈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레 새로운 인물들에게로 향했다.

“그나저나… 더 빡세졌네..”

한 명은 마녀들의 마녀라는 콰트로 맴버 중에 한 명이고.

다른 한 명은 발할라 최고 간부였다.

두 사람의 실력은 당연히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무슨 괴물들만 모이는 집단도 아니고…….’

크로마제도 이미 마법기사 아카데미 학생들 수준이 아니었다.

이 녀석도 아시테르를 닮아 완전히 정신 나간(?) 방식의 수련들을 고집해 빠르게 강해졌다.

에스파도 이제는 만만하게 볼 수 없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모두가 어느 마법기사단에 들어가도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는 실력들이었다.

“와우…….”

절로 감탄이 새어 나왔다.

이런 괴물들을 한곳으로 자연스레 모아놓은 아시테르야말로 사실 진정한 괴물중에 괴물이 아닐까 싶었다.

“자아, 오늘은 내가 사는 거니까 마음껏 먹도록 해.”

유미르가 다가와 말했다.

그는 감격스럽다는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꼭 해보고 싶었어… 아들내미의 친구들에게 이렇게 밥을 사 주는 것…….”

작은 로망이었지만 평생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왔던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룰 수 있게 되니 정말로 꿈만 같았다.

감격에 젖어 있는 유미르의 곁으로 아레나가 다가왔다.

“당신… 눈치 없이 이 자리에 끼지 말고 나와요.”

아레나가 유미르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유미르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은 극소수였다.

다른 이들에게는 극비로 했다.

다행이 유미르의 모습도 이전과는 꽤 달라져 있어, 누구도 그를 보고 심연 마법기사단의 단장을 떠올리지 않았다.

심지어 크리울로스도 아레나의 얘기가 없었다면 못 알아 볼 뻔했다.

이렇게 아시테르의 동료들과 친구들을 한 자리에 모은 유미르가 그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아시테르가 외롭지 않게 곁에 있어 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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