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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39화 (239/424)

239화 도전장

“제법이구나.”

하지만 란니발의 진짜 힘은 이제부터였다.

낫의 중간부분이 입을 벌리듯 벌어지기 시작했다.

콰직―!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낫이 마력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호오…….”

특이한 무기일거라 생각은 했지만 마력을 잡아먹는 무기일 줄은 몰랐다.

상대의 힘을 확인한 자비토가 잠시 뒤로 물러섰다.

“너는 날 이길수 없다. 그 이유는 봐서 알겠지?”

란니발이 미소를 보였다.

마력을 잡아먹는 무기라니.

확실히 까다로운 상대인 것은 반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자비토가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었다.

자비토의 마력이 허공에 떠올랐다.

수십 개의 송곳이 란니발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흥.”

란니발이 기다란 팔을 이용해 낫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자유자재로 회전하던 낫이 빠른 속도로 송곳을 쳐냈다.

이어 란니발이 단숨에 자비토와의 거리를 좁혔다.

“마도사와는 거리만 좁히면 끝이지.”

란니발의 낫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짓쳐들었다.

그것을 확인한 자비토가 손아귀를 펼쳤다.

파아앙―!!

솟아오른 송곳이 란니발의 낫을 막았다.

송곳이 그 자리에서 회전하자마자 란니발이 낫을 고쳐 잡았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낫이 순식간이 위치를 바꿨다.

휘릭―!

촤라락!!

분명 닿을 거리가 아니었다.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하는 범위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어깨에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흐음…….”

자비토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사이 란니발의 공격이 이어졌다.

수십 갈래의 선을 그리며 낫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자비토의 마력이 커다란 방패를 만들어 냈다.

쿠구구궁!!

콰가가가가가각―!!

마력이 갈려 나가듯 방패가 금세 허물어졌다.

낫의 기능 때문에 방패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실드량이 줄어들자 방패의 모양이 무너져 내렸다.

“빨리 끝내 주마!!”

승기를 등에 업은 란니발이 더욱 매섭게 날뛰었다.

낫이 자비토의 몸 여기저기를 베고 지나갔다.

마력을 이용해 실드를 만들어도 잠깐 뿐이었다.

어지러이 이어지는 공격들을 보며 자비토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언제까지 버텨 낼 수 있을 것 같으냐!?”

“아, 거참 말 더럽게 많네.”

콰드드등―!!

대지를 뚫고 솟아올라온 송곳니가 란니발을 덮쳤다.

갑자기 나타난 송곳니에 란니발이 놀라 몸을 빼냈다.

후우웅―!!

콰직!

뒤편에서 날아온 송곳니가 란니발의 몸을 꿰뚫었다.

“뭐……?”

란니발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순간.

그의 신형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끝이다.”

란니발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뒤편이었다.

차가운 감촉이 자비토의 목을 스쳤다.

휘릭―!

본능적으로 몸을 숙인 자비토의 위로 낫이 스쳐 지나갔다.

“호?”

상대의 빈틈을 노린 일격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끝낼 수 잇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자비토는 그 공격을 피해 냈다.

뒤이어 자비토의 반격이 이어졌다.

“야. 진짜 죽을 뻔했잖아.”

목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닦아내며 자비토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란니발이 하단세를 취하며 낫을 길게 잡았다.

“몰랐나? 승부에 나왔으면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지.”

“그 말 후회하지 마라.”

자비토의 전신에서 마력이 폭발하듯 흘러나왔다.

그의 눈빛이 맹수의 그것처럼 변했다.

급변하는 분위기에 란니발도 처음으로 표정을 달리 했다.

쿠우우우―!

방대한 마력으로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오오…! 저건…….”

뒤에서 지켜보던 아시테르가 두 눈을 반짝였다.

초위급 마도사들이라면 지금 자비토가 무엇을 하려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자비토의 마력이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란니발이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를 중심으로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회색빛으로 물든 허공에서 회전하는 송곳들이 자라났다.

“어……?”

사방에서 자라난 송곳들이 란니발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란니발이 급하게 낫을 들어 송곳들을 쳐냈다.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묵직하게 쏟아지는 송곳들에 란니발도 이를 악물기 시작했다.

낫을 휘두르는 속도를 높였다.

후우우웅!!

란니발의 마력이 낫에 스며들자, 낫 주변으로 마력의 파장이 퍼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선넘었잖아―!!”

양옆과 앞도 모자라 뒤에서도 쏟아지는 송곳들.

란니발이 한 호흡에 낫을 크게 휘둘렀다.

파콰아앙!!!

폭발하듯 퍼져나간 마력이 송곳들을 한차례 막았다.

이어 란니발이 몸을 회전시켜 다시 마력을 쏟아냈다.

“전심전력으로 간다!!”

낫이 일자를 그리며 수평으로 휘둘러졌다.

그러자 자비토가 만들어낸 공간이 한순간 반으로 갈라졌다.

그 엄청난 일격에 자비토도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공간이 깨져……?”

“하아, 하아… 이 수고로운 새끼…….”

란니발이 숨을 몰아쉬었다.

공간을 깨려고 무리하다 보니 마력의 소모가 너무 컸다.

그래도 상대 또한 지쳐 보이는 상태.

이런 상황이라면 마도사보다 자신이 훨씬 더 유리했다.

툭.

“자아… 이제 어쩌냐? 상황이 역전된 것 같은데.”

낫을 지팡이 삼아 짚은 란니발이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자비토를 바라보았다.

자비토도 그사이 숨을 크게 골랐다.

“확실히 의외긴 하네. 그런 방법으로 내 마력 전개를 깨트릴 줄이야.”

아직 완성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깨져 버릴 줄은 몰랐다.

물론 상대가 강했던 것도 있지만 자비토가 원하던 만큼의 마력 전개는 아니었다.

‘아직 멀었네…….’

마력 전개를 완성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 왔건만 역시나 쉽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정진하고 있다는 것은 느껴지고 있었다.

“나를 앞에 두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낫이 커다란 반원을 그렸다.

속도나 파워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자비토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것은 거리였다.

분명 완벽히 피해내거나 막아냈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란니발의 공격은 자비토의 빈틈에 닿았다.

그것이 반복되기를 여러 번.

하지만 자비토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그 또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며 란니발을 노렸다.

그렇게 두 사람의 본격적인 파상공세가 시작되자 허공에 수많은 빛들이 번졌다.

“란니발과 동등하게 싸운다고……?”

“만만하게 볼 자들이 아니에요.”

“저 사람도 상당히 강했는데… 하나같이 괴물 같은 놈들만 모여 있었군…….”

리제라에 이어 테이르한더와 렐린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비토와 란니발의 시원한 대결을 바라보며 카이드도 하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

설마하니 자신의 수하들이 모두 당할 줄은 몰랐다.

란니발과 자비토의 대결도 언뜻 동수를 이루고 있는 것 같지만, 카이드가 바라봤을 땐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란니발이 자비토에게 밀려나고 있었다.

자비토의 마법은 날카롭고 빠르다.

헌데 그것은 란니발의 낫 또한 마찬가지.

한 마디로 똑같은 강점을 가진 상대에게 무너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일은 없다.

“란니발 녀석… 그동안 자기 상대가 없다고 게을리 있었는데. 이번에 좋은 공부가 되었겠어.”

이는 란니발뿐만이 아니었다.

렐린과 테이르한더도 이번 대결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을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해왔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벨제부트에 국한된 이야기.

세상은 넓고 또 넓었다.

“수많은 강자들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고. 세상은…….”

물론 카이드는 알지 못했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들이 그중에서도 최상위 실력을 지닌 이들이라는 것을.

어쨌든 자비토와 란니발의 대결도 점점 끝이 보였다.

란니발의 낫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아아…….”

수많은 공격에 당해 넝마가 되어버린 옷.

그 위가 피로 점철되었음에도 란니발은 그것 따위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보다 자신의 패배가 믿겨지질 않았다.

“너… 넌 대체 뭐냐……?”

“그냥 평범한 마도사?”

마침내 란니발을 쓰러트린 자비토가 반쯤 부은 얼굴로 말했다.

그 또한 란니발만큼이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한 번 더 싸우라고 말한다면 그때도 승부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만큼 눈앞에 있는 이는 강자였다.

‘수하로 부리는 사람이 이만큼이나 강하면… 저놈은 대체…….’

자비토의 시선이 자연스레 뒤편에 있는 카이드에게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과 싸운 란니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상당한 강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을 실력으로 찍어 누르고 있는 이가 바로 저 사내가 아닌가.

“와아… 이거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만약 카이드가 상대로 나왔더라면…….

무참하게 깨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이번 대결은 다전제의 방식을 사용했다.

깔끔하게 아시테르 쪽에서 3승을 가져갔으니 대결은 승리였다.

그것을 카이드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순순히 대결의 결과에 승복했다.

“너희들의 승리다! 약속대로 여자는 깔끔하게 포기할게!”

카이드가 세아츠리스를 바라보며 아쉬운 눈빛을 보였다.

저렇게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을 또 어디가서 본단 말인가.

하지만 대결의 결과는 결과.

결과는 깔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강하네. 네 동료들.”

카이드의 시선이 자연스레 아시테르에게로 향했다.

옆에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다행이다. 내 차례는 안와서…….”

만약 자신의 차례까지 왔더라면 에스파의 상대는 저기 있는 여인.

그런데 풍기는 분위기가 그다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왠지 피 튀기는 혈전이 될 것 같은 기분.

하지만 그 혈전은 다른 동료들 덕분에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우후후후.”

“에스파 씨의 실력을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아쉽군요.”

“그러게요. 하지만 어차피 에스파 오빠가 나섰어도 결과는 같았을 거예요. 그쵸?”

“어? 어어… 그래. 그렇지…!!”

에스파가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가이우스와 세아츠리스는 그가 괜히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에스파의 실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 온 두 사람이었기에, 그가 사실은 엄청난 실력자인 것도 잘 알고 있다.

“자자, 구경은 끝났으니 돌아가라고들.”

카이드가 주변의 사람들을 물렸다.

구경 왔던 이들은 충격을 가득 먹은 표정들이었다.

지파장들이 모두 패배해 버릴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그들의 분노한 시선이 아시테르 일행에게로 향했다.

급변하는 분위기를 읽은 카이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나 저들에게 복수를 한다거나 뭐 어쭙잖은 짓을 하려는 녀석들은 지금 그 마음을 버려라. 우리는 정당한 대결을 펼쳤고 패배했을 뿐이다.”

“하지만 카이드님! 이대로 가만히 계실 겁니까? 저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이대로 물러나기엔 뭔가 억울합니다!”

괜히 이방인들에게 벨제부트가 패배한 기분.

지금 그들이 느끼는 기분이 딱 그랬다.

모두가 예상했던 그림은 이방인들이 지파장들에게 철저히 짓밟히는 것이었는데, 이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뭐, 어쩔 수 없잖냐. 내가 나서고 싶어도 이미 3승을 줘 버렸는데. 아쉽게 되었지 뭐.”

그러면서도 카이드가 슬쩍 아시테르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가 제일 궁금했던 것은 아시테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저기 있는 누구보다도 평범하게만 느껴진다.

마력이 요동치는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포스나 카리스마를 내뿜는 것도 아니었다.

처음엔 그래서 마냥 평범하게만 보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점이 묘한 위화감을 조성했다.

그때 아시테르가 슬쩍 앞으로 나섰다.

“여기. 벨제부트의 주인이 되려면 당신을 이겨야 한다고 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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