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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45화 (245/424)

245화 아시테르의 기사단 (2)

에이브릴의 등장에 에스파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가 올 것이란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뭐야?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그 눈빛은?”

“아니 그게… 설마 너도 아시테르의 기사단에 들어오는 거야?”

“당연하지.”

“아니, 그게 왜 당연해? 너는 여명 마법기사단에서 주목 받고 있는 핵심 인물 아니야?”

“여명 마법기사단보다 여기가 훨씬 더 재밌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거긴 너무 딱딱한 분위기라 싫어.”

에이브릴이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에스파가 아시테르를 돌아보았다.

“에이브릴도 부른 거였어?”

“응? 응.”

“호오… 나한테는 상의도 않고……?”

“단장은 아시테르인데 왜 너한테 상의를 해야 해?”

“그야 내가 부단장이니까!”

에스파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답했다.

어쩐지 의기양양해진 그가 한껏 턱을 치켜올렸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심지어 아시테르가 에스파에게 부단장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을 땐 솔직히 너무나도 기뻐 날뛰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다행이도 모두가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다.

가이우스는 아시테르의 결정이라면 이의가 없다는 말을 했고 카이드도 부단장의 자리에 크게 욕심이 있진 않았다.

세아츠리스도 에스파가 부단장의 자리에 제일 어울린다는 말을 전했다.

창파 마법기사단의 부단장 자리도 거절했던 자비토가 이곳 부단장의 자리를 욕심낼 리는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부단장의 자리에 에스파가 올라서게 되었다.

“후후, 축하드려요 에스파.”

뒤편에서 문을 열고 들어온 데미리우스가 인사 대신 축하부터 건넸다.

그는 자비토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무엇보다 가장 축하합니다. 대장님.”

“아하하 그 호칭도 오랜만이네요 데미리우스 형.”

아시테르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너무도 반가운 마음이었다.

뒤이어 라빈도 등장했다.

“아시테르 오빠아아아―!!!”

라빈은 들어오자마자 힘차게 아시테르부터 찾았다.

못 보던 사이 그녀의 목청이 더 좋아졌다.

“쟤는 왜 오자마자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내 동생이 하는 일에 불만을 갖지마.”

“얼레? 언제부터 동생을 그렇게 챙겼다고?”

“시끄러.”

에스파와 에이브릴이 투닥거리는 동안 라빈은 곧바로 아시테르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런 방식으로 단장이 되다니!!!”

“라빈! 왔어?”

“아니 그 짧달막한 인사는 뭐야? 오랜만에 보는 이 귀엽고 예쁜 동생한테!!”

“그동안 피부가 더 좋아졌는걸?”

“에? 그래? 내 피부가 더 좋아진 것 같아?”

라빈이 양손으로 볼을 만지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때 한 발치 떨어져 있던 자비토가 어색하게 라빈의 곁으로 다가왔다.

“엉? 뭐냐?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나도 여기 기사단에 들어오기로 했거든.”

“네가? 왜?”

“따… 딱히 너 때문은 아니야.”

“누가 뭐래? 왜 지 혼자 난리야?”

라빈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라빈과 자비토의 오해도 천천히 풀 수 있었다.

그녀의 폭주와 그것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자비토.

모든 사정을 다 듣고 나서도 라빈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비토를 대했지만, 자비토는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어쨌든 너도 우리와 같은 기사단이라니 반갑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어? 어어…….”

평소 같지 않은 태도에 에스파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매일 같이 당당하고 살짝은 까탈스럽기까지한 자비토가 어째서인지 라빈의 앞에서는 순한양이었다.

‘아니지, 이건 순한 양도 아닌 뭐랄까… 약간 찌질해 보이는데…….’

둘 사이의 묘한 기류를 읽은 에스파가 속으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 에스파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것은 에이브릴이었다.

아시테르나 가이우스처럼 근육질의 몸매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눈에 띄는 잘생긴 외모도 아니었다.

심지어 여자에게 잘해 주는 자상하고 섬세한 성격인가?

그렇지도 않다.

그런데도 어째서 자신은 자꾸만 에스파에게 눈길이 닿는 것일까.

스스로 부정하고 부정하면서도 에이브릴의 시선은 자꾸만 에스파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만 봐. 닳겠어.”

“뭐……?”

“아까부터 자꾸만 에스파 오빠를 쳐다보고 있잖아.”

“아니… 내가 어, 언제……?”

“말은 또 왜 더듬어?”

“시, 시끄러…….”

에이브릴이 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라빈이 베시시 웃으며 그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인정하기 싫은 거지? 언니 예전부터 에스파 오빠 마음에 두고 있었잖아.”

“내가 왜 저런 인간을!”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부정하는 거야? 가문에서 다른 남자들과 연결시켜 준다고 해도 다 거절했다며?”

“그건 그 인간들이 쭉정이 같은 것들이니까! 하나같이 겉멋만 들고 이상한 허세에 찌들어서는…….”

“그럼 에스파 오빠는?”

“에스파는 멋은 없긴 해도 사람은 좋고 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최선을 다할 줄도 알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 아니, 그런데 내가 왜 이런 것들을 너한테 설명해야 해?”

에이브릴이 뒤늦게 두 눈을 부릅뜨며 라빈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라빈이 대놓고 웃었다.

“이미 다 말해 놓고 뭘. 거 다른 사람 신경쓰지 말고 좋으면 좋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너와 함께 하고 싶다!! 얘기해. 그러나 놓치면 자기 손해지.”

“조용히 해. 네가 뭘 안다고…….”

“뭘 모르니까 하는 얘기지.”

“너나 잘해.”

“나는 잘하고 있어. 저봐. 자비토가 결국 나 때문에 여기로 왔잖아.”

“……?”

놀란 에이브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짧은 시간안에 참으로 다채로운 표정 변화였다.

그녀의 풍부한 표현력에 감탄한 라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라빈.. 너 알고 있었어?”

“뭘? 자비토가 나 좋아하는 거?”

“응… 너는 모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왜 몰라? 저렇게 나한테 인정받겠다고 쫄래쫄래 쫓아다니는데.”

“의외네 이건 또…….”

“훗… 나는 누군가와 다르게 쫓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아무튼 후회하지 말고 말 잘해.”

라빈이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자매가 나란히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아시테르가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가이우스가 따라 일어섰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아아, 한 명 더 데리러 가려구요.”

“인원이 더 있습니까?”

“네. 두 명 더 있어요.”

“그렇군요. 함께 가겠습니다.”

“저도.”

세아츠리스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다른 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결국 모두가 같이 아시테르를 따라 움직였다.

아시테르가 향한 곳은 아카데미였다.

오랜만에 보는 아카데미의 풍경에 몇몇 사람들이 감회에 젖었다.

“아카데미라니…….”

“여기는 정말 오랜만이네. 좋은 추억도 있고 안 좋은 추억도 있고..”

에스파의 말에 순간 에이브릴이 움찔했다.

그의 안 좋은 기억 속에 왠지 자신이 껴있을 것만 같았다.

“자아, 들어가 볼까.”

마침 아카데미에서는 드래프트 순위를 발표하고 있었다.

아시테르가 복귀한 날이 운 좋게도 드래프트 미션이 끝나는 때였다.

그것을 알고 아시테르도 아카데미를 찾은 것이다.

사실은 이곳에 있는 녀석이 아시테르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어디보자 랭킹표가…….”

에스파가 호기심에 랭킹표부터 찾았다.

그 사이 누군가가 아시테르에게 다가왔다.

“어서오십시오. 아시테르 단장님.”

미리 전달받았던 사내가 아시테르에게 깎듯하게 예를 차렸다.

그는 아시테르와 다른 이들을 보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안에는 단장님과 부단장님 그리고 다른 한 분까지. 총 3명만 입장 가능합니다. 다른 분들은 별도의 자리로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단장인 아시테르와 부단장인 에스파.

마지막으로 아시테르의 분신처럼 따라다니는 가이우스가 함께 했다.

가장 위층에 마련된 자리엔 미리부터 와있던 단장들이 보였다.

몇몇 단장들이 임무 때문에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그래도 나머지 단장들은 자리에 참석해 새로운 인재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네가 이곳에는 무슨 일이지?”

돌풍의 마법기사단 단장인 칸이 가장 먼저 아시테르를 알아보았다.

그의 반응에 다른 기사단 단장들도 고개를 돌렸다.

“아시테르?”

아그리나 단장도 그를 알아보았다.

아쉽게도 이곳에 알렌시아는 자리해 있지 않았다.

“어서오세요 아시테르 단장.”

앞서서 그를 맞이해준 것은 여명 마법기사단의 랑프레 단장이었다.

많은 아카데미 교육생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마법기사단이 여명 마법기사단과 홍련의 마법기사단, 창파 마법기사단이었다.

뒤를 이어 들장미 마법기사단이 위치해 있었다.

때문에 해당 마법기사단의 단장들은 최대한 아카데미 드래프트에 참석해주었다.

혹시나 단장들이 못 온다면 부단장들이 대신 참석했다.

그런데 오늘은 네 곳의 단장들이 모두 참석한 상태였다.

“아시테르 단장?”

“단장이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마법기사단이 하나 더 창단된 겁니까?”

“정식 마법기사단은 아닙니다. 특수 임무를 주로 수행할 마법기사단이거든요.”

이미 히스링으로부터 모든 정보를 전달받은 랑프레가 대신 답해 주었다.

그녀 덕분에 아시테르도 따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고를 덜었다.

“흥. 애송이가 많이 컸군.”

아그리나 단장이 괜히 톡 쏘듯 말했다.

아시테르는 안내된 자리로 향했다.

칸이 옆에 앉은 그를 보며 말했다.

“네가 단장이 되었다니… 단장선발전에 나오지 않아 아쉬웠는데, 다시 겨룰 수 있게 되었군.”

“너와 돌풍 마법기사단의 활약은 익히 전해 듣고 있어. 벌써부터 대단하던데?”

“흥. 당연한 결과다.”

“정말 대단하다니까.”

아시테르가 웃으며 말했다.

헌데 칸의 표정이 묘했다.

“아시테르. 너를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주위 사람도 돌아 봐라.”

“그게 무슨 말이야?”

“알렌시아 말이다. 알렌시아도 나만큼이나 힘든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러니 곁에서 힘이 돼줘라. 네가 알렌시아의 연인이니…….”

“그래. 신경써 줘서 고맙다.”

칸이 무슨 말을 더 이어 가려는 때 드래프트 순위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상위권 학생들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될 때마다 아카데미 학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전에 아시테르나 칸이 아카데미에 다닐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아카데미의 시스템과 분위기도 달라진 것이다.

드래프트 미션에서 10위권 안에 든 학생들은 원하는 마법기사단에 입단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번 드래프트 미션에서 10위를 차지한 아나콩굴라! 어디 마법기사단에 입단하시기를 희망합니까?”

“저는 이번에 새로 창단된 돌풍 마법기사단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아나콩굴라의 시선이 칸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칸에게로 향했다.

여기서 칸이 팔을 들어올리면 아나콩굴라의 입단이 결정된다.

만약 팔을 들어 올리지 않는다면 입단은 거절되고, 대신 다른 마법기사단에서 아나콩굴라를 데려갈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칸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것을 본 아나콩굴라가 기쁨의 눈물을 터트렸고 동시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발표가 계속되었고 주로 여명 마법기사단과 창파 마법기사단을 지원했다.

신흥 강자로 떠오른 돌풍 마법기사단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의 선택을 지켜보던 칸이 아시테르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아쉽게도 이곳에서는 네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어.”

“괜찮아. 나도 딱 한 명만 데려갈 생각이거든.”

“그런가.”

때마침 3위를 차지한 윈테르어가 당당하게 외쳤다.

“저는 일섬 마법기사단을 지원합니다!”

알렌시아가 창단한 마법기사단의 이름이 나오니 아시테르도 절로 반가워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아예 거론되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무려 3위씩이나 차지한 인재가 지원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알렌시아 대신 온 부단장이 윈테르어를 거두어갔다.

이어 2위를 차지한 파르체니스가 외쳤다.

“저는 여명 마법기사단입니다!”

랑프레도 미리부터 파르체니스를 생각해두었는지 고민조차 않고 팔을 들어올렸다.

파르체니스가 여명 마법기사단에 들어가게 되면서 모두가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제 마지막으로 1위만 남은 상황이었다.

“자아,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단 한 사람!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성적과 기량 차이를 선보이며 당당히 1위를 차지한! 크로마제입니다!!!”

크로마제의 이름이 호명되자 다른 단장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모래 마법을 다루며 아카데미 내에서 엄청난 기량으로 1위를 차지한 크로마제였다.

그에게 눈독들이고 있는 단장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저 친구가 바로 크로마제인가.”

“…….”

“모두가 저 친구를 데려가려고 이곳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칸의 말에 아시테르가 조용히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크로마제를 데려가기 위해 이곳에 왔다.

당당하게 걸어올라 온 크로마제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의 시선이 누군가를 찾았다.

이내 원하던 사람을 찾은 크로마제가 피식 웃었다.

“약속은 지켰습니다. 스승님.”

크로마제의 시선이 닿은 곳엔 아시테르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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