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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47화 (247/424)

247화 언노운 마법기사단

반키라스를 마지막으로 아시테르가 원하는 모든 마법기사단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로가 처음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우리 마법기사단의 부단장은 에스파입니다.”

아시테르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처음부터 미리 알려져 있던 사실이었기에 딱히 이견은 없었다.

그때 카이드가 슬쩍 손을 들었다.

“이봐요 주… 아니 단장님. 나는 우리 단원들 실력도 모르는데… 한번 실력 테스트 좀 해봐도 됩니까?”

“호오… 이건 또 무슨 말이래? 자기가 뭐라도 되는 것 마냥.”

“쉿… 라빈 조용히 해. 저 사람은 좀 위험한 스타일이야…….”

에스파가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막았다.

“아시테르 스승님! 저도 저분 말씀에 동의합니다. 우선적으로 서로의 실력을 좀 파악해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동의하는 바입니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일단 우리 마법기사단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파악해야 하잖아?”

“맞습니다. 몇몇 분들은 알고 있지만 다른 분들은 어떤 마법을 사용하시는지, 그리고 어떤 스타일의 전투를 치르시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같은 의견이었다.

그리고 이건 아시테르도 생각해 두었던 바다.

하지만 지금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보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있어.”

아시테르가 갑자기 무거운 분위기를 잡고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아시테르의 표정을 읽은 몇몇은 마른 침까지 삼키고 있었다.

갑자기 이렇게 분위기를 잡으며 꺼낼 얘기가 무엇일까.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아시테르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우리 마법기사단 이름을 정해야 해.”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아시테르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리액션을 잃은 듯한 표정들이었다.

“장난해?”

누군가 속마음과 입 밖으로 꺼내야 할 말을 반대로 진행했다.

그 주인공 카이드에게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대부분 속 시원하다는 표정들.

“마법기사단 이름이야… 아시테르 오빠가 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 아시테르 오빠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니까 마음대로 정해도 이견 없을 거예요.”

“혹시나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의견이 있을지 모르니까.”

“그렇다면 아주 강해 보이게 스트롱 기사단은 어떨까?”

“스트롱 기사단이 뭐냐 스트롱 기사단이… 차라리 플라워 기사단은 어때?”

“엑… 라빈 네가 플라워를 말한다고? 플라워가 아니라 해골 마법기사단 뭐 그래야 하는 거 아냐?”

“호오… 이 오빠 보게? 오랜만에 봤다고 아주 시시때때로 딴지를 거네.”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라빈과 에스파가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두 사람을 겪은 대부분 사람들은 알고 있다.

라빈과 에스파가 이러는 것도 사실은 두 사람 사이의 우정 표현이었다.

크로마제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스승님! 저는 하이퍼 기사단이 좋은 것 같습니다. 뭔가 멋져 보이지 않습니까?! 아니면 뜨거운 사제 마법기사단도…….”

“유치하게 그게 뭐냐?”

“뭐?! 유치!? 지금 스승님과 나 사이가 담긴 이 엄청난…….”

“넌 뭐가 그렇게 맨날 엄청나냐.”

반키라스의 톡톡 쏘는 말들과 그것들에 기분 상해하는 크로마제.

인상을 잔뜩 찌푸린 크로마제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야. 너 내가 마음에 안 들지? 그냥 지금 한 판 붙을까?”

“딱히 사양할 마음 따윈 없다.”

크로마제와 반키라스가 마력을 끌어올리자 투닥거리던 에스파와 라빈도 동시에 돌아봤다.

두 사람에 비하면 크로마제와 반키라스는 뭔가 진짜였다.

“와아. 우리를 능가할만한 애들이 들어왔나 봐…….”

“뭘 능가해? 시끄러.”

투닥거리던 사람들 사이로 가만히 고민에 휩싸여 있던 카이드가 손가락을 번쩍 들어올렸다.

“좋다! 이거다!!”

그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이목이 집중되었다.

카이드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언노운 마법기사단. 어때?”

“오?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인데.”

“알려지지 않은 마법기사단? 뭐야 이게?”

“원래 진짜 멋있는 건 대놓고 나 강해요! 하는 게 아니야. 우리 단장처럼 약한 척하다가 나중에 진짜 실력을 똭!! 보여 주는 게 진짜인거지. 안 그래? 이름 없는 기사단이 되자 우리.”

카이드가 아시테르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시테르도 카이드가 말한 마법기사단 이름에 관심을 보였다.

앞으로 아시테르가 이끄는 기사단이 수행할 임무들도 사실상 알려지지 않는 특별 임무들로 가득할 터였다.

“근데 언노운 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 순간부터 이름이 없는 건 아닌 게 아닌가?”

에스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카이드가 피식 웃었다.

“바로 그거야. 우리는 그 뒤죽박죽을 노린다. 보니까 맴버들 모두 개판날판에 뒤죽박죽인데. 뭐 어때? 대충 짓고 살자 우리.”

아마 본인이 말하고도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모를 것 같은 말솜씨였다.

하지만 묘하게 빠져들었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모두가 ‘언노운’이라는 이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은 말씀이군요. 사실 마법기사단의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딱히 명예에는 관심 없습니다. 그저 이렇게 모두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뿐이에요.”

데미리우스가 웃으며 말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생각인 듯싶었다.

“저는 아시테르 오빠의 결정에 따를 뿐이에요.”

“저 또한 주군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세아츠리스와 가이우스가 슬쩍 아시테르에게로 결정을 넘겼다.

다른 이들도 눈을 반짝이며 아시테르를 바라보았다.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아시테르가 카이드를 바라보았다.

“좋아! 그럼 우리는 언노운 마법기사단이다!”

“오케이!!”

“네!”

“알겠습니다!!”

모두가 만족해 하는 이름으로 결정되었다.

이제 다른 걸 해결할 차례였다.

“자아, 이름 정하는 것도 끝났으니, 이제는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는 시간인건가!?”

카이드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를 모르는 몇몇 사람들은 카이드를 제일 궁금해 하고 있었다.

“제가 먼저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크로마제가 앞으로 슬쩍 나섰다.

사실 실력을 뽐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다.

“어디 상대라도 해줄까?”

반키라스도 크로마제의 맞은편으로 걸어갔다.

마침 이곳은 아시테르와 그 기사단 일행이 편히 쓸 수 있도록 마련된 장소.

당연히 수련장도 마련되어 있었다.

마주선 크로마제와 반키라스가 서로를 바라보며 시선을 불태웠다.

“미리 말해두는데. 나중에 졌다고 울지나 마라.”

“흥. 곱게 자란 도련님한테 내가 질 것 같지는 않은데.”

“호오… 그 말 후회하게 될 거야.”

아시테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크로마제는 곱게 자라온 다른 귀족 자제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아시테르가 책임지고 던전에서 빡세게 굴려온 제자가 바로 크로마제였다.

덕분에 아카데미 생활이 지루함의 끝을 달리고 있다는 말을 몇 번 전해 들었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대결이긴 했다.

반키라스는 주로 자신보다 형인 테오도라에게서 더 많은 것들을 배웠다.

반면 크로마제는 틈틈이 자신에게 마법을 배워 갔다.

그마저도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크로마제의 마법을 봐주지 못했다.

결국 아시테르도 이 두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성장을 이루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곧바로 시작하자 그럼.”

어느새 가운데에 선 에스파가 손을 들어올렸다.

이런 일엔 참으로 빠른 친구였다.

어쨌든 시작을 알리자마자 크로마제가 마력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렸다.

슈와아아―!!

그를 중심으로 많은 양의 모래가 몸을 일으켰다.

반키라스가 팔을 휘저었다.

쾅!! 투쾅!!

그의 마력이 단숨에 모래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반키라스의 마법에 놀란 크로마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 마력을 뜯어먹는 마법이라니…….

이런 건 들어 본 적도 없는 마법이었다.

“그렇게 거창하게 몸집만 키운 마법은 보여 주기식 아니냐?”

반키라스의 팔에서 흘러나온 칠흑빛 얼굴이 주변을 덮쳐오는 모래들을 뜯어먹었다.

마력마저 잡아먹는 마법.

이것이 바로 반키라스의 마법이었다.

하지만 크로마제도 반키라스의 생각만큼이나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파도처럼 덮쳐온 모래가 반키라스의 마법을 뒤덮었다.

이어 마력의 농도가 짙어지며 모래가 딱딱하게 굳어 버리기 시작했다.

“호오…….”

마력을 변환시킨 크로마제의 마법을 보며 몇몇 마도사들이 감탄을 흘렸다.

크로마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네 마법이 특이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뭐?”

콰드드득―!!!

거대한 감옥을 이루어낸 모래가 서서히 반키라스를 옥죄었다.

모래지옥에 갇힌 것처럼 한 가운데에 묶여 있던 반키라스가 기합성을 터트렸다.

그와 동시에 칠흑빛 마력이 사방으로 흘러나오며 모래에 거대한 구멍을 남겼다.

“먹어 치워라.”

마법에 명령을 내린 반키라스의 안광이 한 차례 폭사했다.

영혼처럼 흘러나온 칠흑빛 얼굴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마력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이어 반키라스가 크로마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거대한 아가리를 벌린 칠흑빛 얼굴이 크로마제의 옆구리를 뜯어먹는 것처럼 보였다.

“훗.”

그러나 반키라스의 예상과는 다르게 크로마제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뭐하냐 너?”

모래로 자신과 닮은 인형을 만들었던 크로마제가 오히려 비웃었다.

그 웃음을 본 반키라스가 입가를 실룩거렸다.

“제대로 간다.”

반키라스의 손에 거대한 낫이 들렸다.

칠흑빛 마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낫이 특이하게도 표정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이를 본 아시테르와 카이드가 동시에 소리쳤다.

“낫을 다루는 사람이 또 있었다니!!!”

카이드가 두 눈을 빛냈다.

아시테르도 처음 보는 마법에 잔뜩 흥분한 얼굴이었다.

반키라스가 그들의 주목을 받자 심통난 크로마제가 더욱 마력을 끌어올렸다.

“저 자식이……!”

크로마제의 모래가 더욱 몸체를 불리며 사방을 모래밭으로 만들었다.

이어 지면에서 우뚝 솟아난 모래기둥들이 시야를 가렸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이제 겨우 아카데미를 졸업한 학생이 저런 마법을 사용한다고……?”

에스파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요즘 애들이 성장이 빠르다곤 하던데…….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른 편 아닌가?

어쨌거나 크로마제와 반키라스 두 사람의 마법은 지켜보는 이들도 함께 흥분할 만큼 대단한 수준이었다.

반키라스의 낫이 휘둘러질 때마다 마력이 뜯겨 나갔다.

이어 칠흑빛으로 물든 아지랑이가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다른 마법들을 파괴했다.

크로마제의 모래 마법도 대단했다.

사방을 메운 모래들이 변칙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심지어 공격을 하는 동안 반키라스의 마법까지 모두 막아 내었다.

옆에서 보면 공수가 완벽해 보이는 마법이었다.

여러 개로 형성된 모래 인형들 때문에 반키라스의 공격이 번번이 빗나가기까지 했다.

“이쯤 했으면 됐네. 에스파, 두 사람 좀 식혀 줄래?”

“오케이.”

라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사람의 마법 대결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헌데 그 사이로 에스파를 투입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일일까.

“아시테르 오빠. 차라리 내가 하는게…….”

“지켜 봐.”

한순간에 안으로 들어선 에스파가 모래기둥을 이리저리 타고오르며 마력 화살을 꺼냈다.

허공에 떠오른 에스파가 그 자리에서 활을 겨누었다.

“자아 두 사람 모두 진정들 할까.”

피융!! 슈와아아―!!

파바바방!! 파바방!!!

마력 화살이 강한 위력을 선보이며 한순간에 크로마제의 모래 인형들을 모두 부쉈다.

이어 마력을 뜯어먹고 있는 칠흑빛 얼굴들까지 소멸시켜 버렸다.

에스파가 순식간에 수십 개의 화살을 쏘아내며 두 사람의 마법을 모두 파훼시켜 버렸다.

그의 빠른 손속에 몇몇 사람들이 당황했다.

특히나 놀람을 금치 못한 것은 라빈이었다.

“뭐… 뭐야…? 저게 내가 아는 에스파 오빠가 맞다고……?”

“에스파 오빠도 그동안 아시테르 오빠 곁에서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예전의 에스파 오빠가 아니라구요.”

세아츠리스가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놀란 것은 데미리우스도 마찬가지였다.

“허허… 에스파가 저렇게나 강해졌다니… 이거 제가 제일 뒤처지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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