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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48화 (248/424)

248화 다시 찾은 시련의 던전 (1)

반키라스와 크로마제가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치열하게 싸우는 도중에 끼어들었음에도 단숨에 자신들의 마법을 파훼해 버리는 실력이라니.

반면 에스파는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 사이에 섰다.

“둘 다 굉장한 실력인 걸?”

에스파의 여유로운 웃음에 라빈이 혀를 찼다.

“못 보던 사이에 더 재수 없어졌네.”

“너어는…….”

“흐음… 실력은 뭐 고만고만하네.”

카이드가 팔에 깍지를 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반응에 라빈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뭐라고요?”

“응?”

“방금 뭐라고 했어요?”

“둘 다 실력은 고만고만하다고 했는데.”

“호오… 그럼 그쪽은 뭔가 다르다는 말이신가?”

라빈의 반응에 자비토가 슬쩍 옆으로 다가섰다.

“야. 라빈 저 인간은…….”

“왜? 내 실력 좀 경험해 보려고?”

그보다 먼저 카이드의 도발이 이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따분하던 차에 잘됐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카이드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빈이랑은 내가 먼저.”

앞서 에스파의 실력 자랑에 자극을 받은 에이브릴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더는 실력 행사들을 이어 갈 수 없었다.

그들을 찾아온 사람이 있었기 때문.

히스링과 헤르다임이 아시테르와 단원들의 면면들을 둘러보았다.

“기사단의 이름은 정했나?”

“예. 정했습니다.”

“빨라서 좋군. 이름이 뭐지?”

“언노운 마법기사단입니다.”

“언노운? 특이한 이름이로군.”

“모두가 상의해서 결정한 이름입니다.”

“알겠다. 이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지금부터 딱 이주. 더 많은 기간은 줄 수 없다. 그 안에 합을 맞춰라.”

“알겠습니다.”

“그럼 기대하도록 하지. 언노운 마법기사단.”

히스링 단장의 시선이 몇몇 인물들에게로 꽂혔다.

낯선 얼굴들이었는데 느껴지는 마력이 상당했다.

어디서 이런 인물들을 데려온 것인지 다른 마법기사단에 있었어도 부단장 혹은 단장급은 될 인사들이었다.

“하여간… 누가 그 녀석 아들 아니랄까 봐.”

히스링이 이만 몸을 돌렸다.

그때 뒤에서 쭈뼛거리며 서 있던 자비토와 시선이 마주쳤다.

“네가 용케도 이곳 기사단에 합류했구나.”

“그렇게 됐습니다.”

“부기사단장으로 합류한 거냐?”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알겠다.”

짧은 대화였다.

평소 대화를 나누지 않는 탓인지 어딘가 서먹해 보이는 그림이었다.

어쨌든 히스링은 필요한 말들만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그가 떠난 후 아시테르도 기사단원들과 함께 시련의 던전을 방문했다.

이스트 왕국 동쪽 외곽에 위치한 시련의 던전.

이곳을 방문하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의 일이었다.

“이야… 추억이 새록새록하네.”

“그때는 지하5층까지 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좀 다르지 않을까?”

“금방이지.”

“맞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얼마나 많은 성장을 이루었는데요!!”

시련의 던전 앞에서 에스파와 크로마제, 라빈이 추억에 젖으며 말했다.

데미리우스도 잠시 과거 기억들에 빠져든 듯 보였다.

“여기가 시련의 던전……?”

반키라스도 감옥에 있을 때 테오도라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만약 감옥에서 나오고 마법기사의 꿈을 다시 꾸고 싶다면, 시련의 던전에 다녀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마법기사 아카데미로 편입하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반키라스에게 상관없는 말이 되어 버렸다.

그는 이미 아시테르의 마법기사단에 몸을 담고 있었다.

“여긴 뭡니까?”

카이드가 시련의 던전 문 앞에서 물었다.

아시테르가 간략하게 시련의 던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아울러 그가 종종 타고 다니던 이카루스를 이곳에서 만났다는 얘기도 전해 주었다.

다만 이카루스를 선물해 준 레큐니아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존재는 딱히 알려져서 좋을 것 같진 않았기에 비밀로 해둔 것이다.

“호오… 그럼 나도 저곳에서 저런 멋진 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카이드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하지만 가이우스가 슬쩍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는 불가능할 거다. 주군이시기에 마수마저 길들이신 거니까.”

“이봐 가이우스. 나는 그 마수들의 마력을 사용하는 사람인데?”

카이드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때 세아츠리스가 시련의 문을 열었다.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있을까요. 곧바로 들어가죠.”

“좋지, 좋아.”

“방해되면 버리고 간다.”

“누가 할 소릴!”

“하아… 진짜 다들 얼마나 대단한 실력들을 지니셨는지 두고 볼 겁니다!”

“너보다는 다 대단할 것 같은데. 모래두더지.”

“뭐… 뭐…?! 이 마력식충이가!!”

크로마제와 반키라스 사이에는 벌써 서로를 위한 별명까지 생긴 상태였다.

“아주 둘도 없는 친구가 되겠어.”

“당신도 얼마나 대단한지 볼 거야.”

“…나?”

카이드가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라빈의 시선은 줄곧 카이드에게로 향해 있었다.

노골적인 시선에 카이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집착하는 건 별로인데.”

“뭐……?!”

“자자, 라빈. 이 친구는 상대하지 않기로 해요.”

“아니 에스파 오빠! 지금 뭔가 내가 당한 느낌인…….”

“너는 못 당해. 그러니까 그만~”

“좀 놔 봐……!”

에스파에게 끌려가면서도 라빈은 카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카이드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정말 여기가 가치가 있는 곳 입니까 대장?”

카이드가 아시테르를 보며 물었다.

아시테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련의 던전은 지하5층이 끝이 아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더 강한 마수들이 튀어나온다.

그러니 지금 언노운 마법기사단의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장소라고 말할 수 있었다.

“자아, 그럼 시작해 볼까.”

아시테르가 앞장서서 걸어갔다.

시련의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그 사이에 생겨난 마수들이 뛰쳐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잔뜩 긴장했을 동료들의 얼굴에 여유가 넘쳐났다.

슈와아아―!

가장 먼저 솜씨를 보인 것은 데미리우스였다.

그의 독마법이 마수들을 한꺼번에 녹여 버렸다.

한층 더 강력해진 데미리우스의 독마법에 아시테르가 눈을 빛냈다.

“오오오오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대장.”

데미리우스가 자욱한 안개를 만들어 내었다.

초록빛을 머금은 안개에 마수들이 닿을 때마다 고통스런 신음을 흘렸다.

“대량 살상에 최고네.”

데미리우스의 독마법은 수많은 마수들을 죽이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지금은 마수들에 그치지만 만약 전쟁에서 그의 마법이 실행된다면…….

“독 마법을 사용하는구만.”

“재밌네.”

“독 마법을 저렇게 사용하다니.”

독무(毒霧)가 파도치듯 퍼져 나가며 마수들을 덮쳤다.

1층은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나설 자리도 없었다.

데리미우스 혼자서 모든 마수들을 정리해 버린 탓이다.

“다음 층은 제가 활약하겠습니다!”

“흥.”

모래가 넘실거리며 마수들을 가두면 반키라스의 마법이 마수들을 뜯어먹었다.

생각보다 죽이 잘 맞는 두 마법에 에스파와 아시테르가 웃었다.

“짜식들… 말로는 티격태격하면서 합은 또 잘 맞네.”

“마치 우리들을 보는 것 같지 않아?”

“흐흐흐, 아직 우리들을 따라오려면 멀었지.”

2층도 그렇게 반키라스와 크로마제의 활약으로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이어 3층에서는 라빈과 에이브릴 자매가 나섰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뼈 마법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쇠사슬 마법.

두 사람 다 살벌한 기세를 드러내며 다가오는 마수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우와… 잘못 걸렸다간 뼈도 못 추리겠네…….”

“그동안 정말 강해졌구나…….”

에스파와 자비토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과연 자매라 그런지 두 사람은 따로 합을 맞추지 않아도 죽이 척척 잘 맞았다.

이어 에이브릴의 시선이 에스파에게로 향했다.

“다음 층에서 같이 싸워 보자.”

“나… 나……?”

“그래 너.”

에이브릴의 지목에 에스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지만 4층에 도달하자마자 순순히 나서 주었다.

에이브릴의 사슬과 에스파의 화살.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지기 시작하니 여백을 가득 메우는 느낌이었다.

“호오…….”

에스파의 엄청난 속사.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데, 화살들이 보이는 위력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거기다 에스파의 화살이 묘하게 에이브릴의 쇠사슬 끝을 맞추며 방향을 변칙적으로 바꿔 주었다.

“두 사람 모두를 상대하려면 까다롭겠네요…….”

지켜보던 세아츠리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어디에서 들이닥칠지 모르는 빠른 공격.

거기다 에이브릴의 견고한 쇠사슬 방어까지.

조금만 가다듬는다면 엄청난 듀오가 될 것 같아 보였다.

이는 아시테르도 동의하는 바였다.

5층에 도달하자마자 이번엔 조용히 가이우스가 나섰다.

“5층에는 그 녀석이 있는데…….”

지난 날 그들을 힘들게 했던 고어타우로스.

녀석이 곧 모습을 드러내었다.

가이우스가 고고한 모습으로 고어타우로스 앞에 섰다.

“시작해 볼까.”

갑자기 웃통을 벗어던진 그가 맨몸으로 고어타우로스와 맞붙기 시작했다.

마도사라고 보기엔 힘든 모습.

오히려 가이우스의 싸움은 투사에 가까워 보였다.

고통을 마력으로 변환시키는 특이한 마법을 익힌 가이우스는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했다.

고어타우로스의 공격을 모두 받아 낸 그가 마력을 응축시켰다.

투콰아앙―!!!

그의 주먹이 고어타우로스의 가슴팍에 꽂혔다.

“오우…….”

그 모습을 본 카이드가 눈살을 찌푸렸다.

맞아 본 자만이 아는 그 고통.

고어타우로스가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며 휘청거렸다.

그 틈을 가이우스가 놓칠 리 없었다.

그는 응축된 마력을 마음껏 발사했다.

콰아앙!!

콰과과광!!!

곤죽이 되도록 얻어맞은 고어타우로스가 무릎을 꿇었다.

가이우스가 그 앞에서 고어타우로스의 목을 꺾어 버렸다.

“진짜 언제 봐도 가이우스 형님의 전투 방식은… 적응이 안 된다니까…….”

에스파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같은 팀이니까 든든하지, 적으로 만났더라면…….

상상도 하기 싫은 부류다.

실제로 가이우스는 자신의 방어 마법을 더욱 갈고 닦기 위해 에스파에게 천 개의 화살을 일부러 맞기도 했다.

5층까지 가볍게 돌파한 언노운 마법기사단은 멈추지 않고 더욱 아래로 내려갔다.

6층에 진입하자마자 이번엔 자비토가 나섰다.

키이이잉―!!

허공에 떠오른 마력이 한꺼번에 쏟아져나갔다.

어른 주먹보다도 큰 구멍이 마수들의 몸에 무수히 생겨났다.

“와아……!!”

“……!”

자비토의 마법에 크로마제와 반키라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마법 실력이었다.

팔에 방패 모양의 혹이 달린 기이하게 생긴 마수들이 등장했는데, 이마저도 자비토의 마법을 막아 내진 못했다.

무난하게 6층도 돌파하자, 이제껏 다른 이들의 마법을 지켜보던 세아츠리스가 슬쩍 나섰다.

그녀가 움직이니 가시덤불이 주위에서 뻗어 나왔다.

마치 숲을 이루려는 것처럼 수많은 가시덤불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진짜 이 마법은…….”

카이드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세아츠리스의 마력이 공간을 지배했다.

슈와아아아―!!!

자유롭게 뻗어나간 가시덤불이 다가오는 마수들을 모두 붙잡았다.

이어 돋아난 날카로운 가시가 마수들을 깊숙이 찔렀다.

촤라라락―!!

가시덤불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마치 모든 접근을 불허한다는 듯이 가시덤불은 다가오는 마수들을 모두 묶어 두었다.

“압도적이네…….”

누구하나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세아츠리스의 마법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문득 라빈의 시선이 카이드에게로 향했다.

“괜찮겠어? 다음 층에서는 더 강한 마수들이 나올 것 같은데. 부담 될 것 같으면 같이 싸워 줄까?”

“아니. 혼자서도 충분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카이드.

그의 시선이 아시테르에게로 향했다.

“대장은 마지막에 나서야지. 안 그래?”

피식 웃은 카이드가 창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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