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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49화 (249/424)

249화 다시 찾은 시련의 던전 (2)

카이드의 창을 본 다른 동료들이 눈을 빛냈다.

벨제부트에 있던 이들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그가 창술사인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창……?”

그것도 기사들이 쓰는 랜스가 아니었다.

창을 어깨에 걸친 카이드가 앞으로 나섰다.

“이제 좀 재밌겠네.”

다른 이들의 실력을 보는 것?

그것도 나름 즐거웠다.

하지만 직접 나서는 것만큼 즐거울 순 없다.

카이드가 가볍게 몸을 풀며 8층으로 들어섰다.

늑대를 닮은 마수부터 기괴하게 생긴 마수들까지.

놈들은 아시테르 일행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달려들었다.

휘리릭―!

퍽! 퍼버벅!!

카이드는 화려하지 않은, 기본적인 움직임으로 다가오는 마수들을 처리했다.

뭔가 대단한 것들을 보여 줄 줄 알았던 기대와는 다르게, 그는 정갈하고 깔끔한 움직임만을 고집했다.

“뭐야? 뭔가 거창한 것들을 보여 줄 줄 알았는데…….”

크로마제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이드의 창술이 허접하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화려함은 없지만 그 속에 깃든 창의 정수는 놀라웠다.

이스트 왕국에서의 창은 대부분 찌르는 용도였다.

하지만 카이드는 찌르고 베고 후려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마수들을 효율적으로 상대해 내고 있었다.

“대단하군… 그 사이에 자신의 스타일을 저렇게나 바꾸다니…….”

가이우스는 카이드의 창술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탄을 흘리고 있었다.

벨제부트에서 부딪혔을 때만 해도 카이드의 창술은 굉장히 화려하고 폭발적이었다.

거칠게 흐르는 강물처럼 넘실거리던 마기와 태산마저 부술 것 같은 위력.

그것들을 모두 받아 내 봤던 가이우스였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카이드의 창술은 달랐다.

마치 필요한 것에 필요한 만큼의 힘을 쏟는 느낌.

마기와 힘의 낭비가 상당히 줄었다.

‘최근 주군과 대화를 나누더니… 그 이후로 뭔가 달라졌다.’

가끔 짜증스러운 표정을 보이긴 했지만, 카이드는 최소한의 움직만으로 마수들을 처리하는데 성공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시테르가 흐뭇하게 웃었다.

“어때? 제법 괜찮았어?”

“훌륭해. 그게 첫걸음이야.”

“젠장… 이제 와서 이런 것들을 깨닫다니…….”

“원래 기본은 가장 잊혀지기 쉬운 법이야. 하지만 기본 속에 가장 강함이 있다고 생각해.”

“쟤처럼?”

카이드가 에스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구보다 가장 기본에 충실했던 인물이 바로 에스파였다.

실제로 그는 마력의 속성 변환도 하지 못해 기본 마법으로만 전투를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마법을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기본적인 마법을 에스파 스타일로 업그레이드 시킨 덕분에 지금은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었다.

사실 카이드가 이상함을 느낀 것도 에스파 덕분이었다.

우연히 에스파의 실력을 본 카이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할 줄 아는 거라곤 화살 쏘는 마법 밖에 없어?’

처음에는 에스파의 마법을 보곤 얕보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부딪혀 보니 에스파의 마법은 그저 낮잡아 보기만할 수준은 아니었다.

어디서 쏘는지 모를 정도로 기민하고 민첩한 움직임.

거기다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연속되는 엄청난 속사까지.

심지어 기본적인 마법임에도 불구 화살에 담긴 위력은 어지간한 마법은 저리 가라 수준이었다.

그래서 카이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작 기초적인, 기본적인 마법으로 이만한 실력을 이끌어내는 에스파란 존재가 참신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카이드가 너무도 신기해하자 에스파가 슬쩍 알려 주었다.

“나만의 강점을 살리면 충분히 강해질 수 있을 거라고, 처음으로 조언해 준 사람이 바로 아시테르야.”

에스파의 말을 듣자마자 아시테르에게 달려갔는데 돌아온 대답은 더욱 가관이었다.

“에스파가 강해진 비결? 기본에 충실했으니까?”

그럼 다른 이들은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소리일까.

아시테르의 말을 듣자마자 그런 생각이 일었지만, 이는 곧 아시테르가 말한 의미는 다른 결에서 나온 것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카이드도 지금은 수련중에 있었다.

가장 먼저 수련하고 있는 것이 바로 힘의 분산.

지금까지는 막대한 마기를 아무렇게나 휘두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필요 이상으로 힘을 사용할 때가 많았다.

거기다 카이드는 싸움으로 자신을 성장시킨 케이스였다.

상대방의 전투 스타일을 보고 그것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속 시원하거나 쾌감은 덜 한데… 이건 이것대로 재밌네.”

마수의 목을 단숨에 꿰뚫은 카이드가 창을 회수했다.

언제 봐도 번개처럼 빠른 일격이었다.

“와… 무섭다 무서워… 여기 엄청난 재능이 또 한 명 더 있었네…….”

아시테르만 괴물같은 줄 알았더니, 카이드도 만만치 않았다.

에스파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부단장의 자리에 앉았다고 생각했건만…….

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고행길로 여겨졌다.

어쨌거나 단숨에 8층까지 돌파한 언노운 마법기사단이 9층에선 숨을 죽였다.

마침내 그가 나설 때가 된 것이다.

“어디 그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 구경해 볼까?”

“우리 스승님이야 뭐…….”

“아시테르 형은 그 이전부터도 강했으니까.”

9층에 입성하자마자 거대한 마수들이 즐비했다.

놈들의 시선이 아시테르에게로 향했다.

아시테르가 슬쩍 발을 굴렀다.

파앙―!!

대기를 격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화르르릉―!!

아시테르가 지나는 길로 거센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아시테르가 마수들 사이를 누볐다.

그럴 때마다 몸을 이르킨 화마가 마수들을 덮쳤다.

그가 움직이는 곳이 곧 불길이었다.

“세상에…….”

“저런 마법도 있구나…….”

“와아, 그 사이에 더 괴물이 되었네, 저 오빠는…….”

“역시 우리 대장!”

다들 아시테르의 마법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9층이 불바다로 변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모든 마수들을 불태운 아시테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왔다.

“갈까? 10층으로.”

사방으로 뻗은 불길 속에 기다란 길이 남겨져 있었다.

불길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아시테르가 걸음을 옮겼다.

이것이 초위급 마스터에 도달한 마도사의 위엄.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카이드가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 화끈해서 좋아!! 이 불길들 좀 봐! 뭔가 우리들의 출발을 축하해 주는 것 같지 않나!?”

“아니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고?”

“뭐… 듣고 보니 뭔가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네…….”

“되게 무언가가 격앙되는 느낌이네요.”

양옆으로 뻗어있는 붉은 불길.

그 사이를 걸어가는 언노운 마법기사단.

이것이 지옥의 겁화일지 성화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언노운 마법기사단은 그들 사이에 일어난 감정의 유대를 느끼고 있었다.

시련의 던전에 들어와 한 번도 제대로 합을 맞추진 않았지만, 각기 실력을 보며 서로를 존중해 주고 인정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졌다.

그러니 10층부터는 본격적으로 마법기사단으로서의 시작을 알릴 때였다.

“가 볼까.”

아시테르가 앞장섰다.

그 옆에는 에스파가 서 있었다.

“선두엔 제가 서겠습니다.”

가이우스가 앞으로 뛰쳐나갔다.

이에 질세라 카이드도 몸을 날렸다.

“그럼 이쪽은 엄호.”

자연스럽게 에이브릴과 에스파가 뒤쪽으로 포지션을 잡았다.

이어 라빈이 뼈를 들어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그녀가 검무를 추는 무대에 가시덤불이 함께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멋지다…….”

“이게 마법기사단이라는 건가……?”

순간 크로마제와 반키라스가 넋을 잃었다.

그들에게 다가온 아시테르가 두 사람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이곳은 너희들의 무대이기도 해.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해 봐.”

“네!”

“알겠습니다!!”

크로마제와 반키라스가 열의를 다지며 앞으로 나섰다.

아시테르는 중앙에 위치해서 이들을 조율했다.

본래 누구보다 선두에 나서서 전투를 이끄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이들을 신경쓰는데 좀 더 집중했다.

임무에 있어서 단원들 간의 화합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발이 어그러지는 순간 어떤 실수를 낳을지 모르고, 그 실수가 또 어떤 화를 불러올지 모른다.

“거기!! 그쪽으로 붙지 말고 왼쪽 편으로 붙어! 야 크로마제!! 거기서 마법을 그렇게 사용하면 다른 단원들의 움직임에 방해되잖아!! 그리고 너 반키라스!! 집중 안 해?!”

에스파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확실히 시야가 넓은 전투스타일을 가진 만큼 그는 전장을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었다.

이것이 에스파를 부단장으로 삼은 이유 중 하나였다.

뿐만 아니라 에스파는 성격 덕분인지 모든 단원들과도 잘 어우러졌다.

에스파는 자신이 백지 같은 인물이라 특색이 없어 그렇다는 말을 했지만, 반대로 이것은 그 누가와도 백지에 그들의 색깔을 담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 색깔들을 어우러지게 담아 한 편의 화폭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에스파의 숨겨진 또 다른 능력이었다.

“카이드!! 집중해!! 그게 아니잖아!?”

카이드의 움직임을 바라보던 아시테르가 크게 소리쳤다.

한 차례 움찔한 카이드가 다시 창을 고쳐 잡았다.

아시테르도 단원들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고쳐 잡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그렇게 11층, 12층을 돌파한 그들은 15층까지 단숨에 돌파했다.

더 나아가자면 그리할 수 있겠으나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히스링이 말한 2주에 시간을 맞추려면 돌아가는 시간도 생각해야 했다.

“그래도 목적은 이루었으니까.”

던전은 묘하게 인간들을 끈끈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아마 어디에 무슨 일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공간에서 그래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옆에 있는 동료들밖에 없음을 인지하게 만들어서가 아닐까.

그런 의미로 아시테르는 던전을 좋아하기도 했다.

어느새 대화가 많아진 언노운 마법기사단을 보며 아시테르가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

* * *

언노운 마법기사단은 다른 마법기사단 때처럼 화려한 창단식은 열지 않았다.

이는 아직 정식으로 인정받은 마법기사단이 아니었기 때문.

아마 정식으로 마법기사단으로 인정받으려면 앞으로 있을 임무들에서 커다란 성과들을 거두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도는 걱정 없었다.

아시테르가 생각하기에 이곳에 있는 맴버들은 모두 일당십 아니, 일당백은 거뜬할 인물들이었으니까.

이곳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라면 문제없었다.

아시테르는 동료들과 함께 곧바로 수도로 향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히스링이 반갑게 언노운 마법기사단을 맞이했다.

“어떻게. 준비는 끝났나?”

“예.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사실 왕국의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아.”

“사우스 왕국 때문입니까?”

“그래. 그래서 이렇게 네게 특수 임무 기사단을 꾸리도록 한 것이고.”

“무슨 임무든 완수해내겠습니다.”

“좋아. 바로 그 기세를 원했다.”

히스링의 눈짓에 헤르다임이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 커다랗게 X자가 쳐져 있는 곳.

이스트 왕국의 남부쪽을 가리킨 히스링이 아시테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언노운 마법기사단은 지금부터 수도를 떠나 곧바로 이곳을 급습한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사우스 왕국의 트럼프 부대 중 하나인 하트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이다.”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짧은 대답이면 충분했다.

더 이상의 임무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는 것 같았다.

“해낼 수 있겠나?”

“예. 문제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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