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에서 왔습니다만-251화 (251/424)

251화 언노운 마법기사단 vs 하트 군대 (1)

“아일리시님.”

“말해.”

“최근 이상한 보고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뭔데?”

아일리시가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관심을 보였다.

그러자 사내가 지도를 펼쳐들었다.

붉은색으로 X자가 쳐져 있는 곳들.

그곳들 모두 아일리시 예하 부대들이 주둔하고 있던 곳이었다.

“겨우 열흘 사이에 일곱 곳이나 되는 부대가 전멸당하거나 패퇴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아일리시가 한쪽 눈썹을 움직였다.

무언가 거슬리거나 언짢을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내 수하들이 그렇게나 당할 동안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는 얘기야?”

“예… 놈들의 기동력이 워낙 긴밀하고 신속합니다. 보고가 들어왔을 때는 이미…….”

“어디 기사단이 움직인 건데?”

“그것도 아직 파악 중에 있습니다.”

“아직 파악 중에 있다니…?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열흘 동안 그러면 알아낸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피요드. 네 생각은 어떻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스트 왕국에서 새로운 임무 부대를 창설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임무 부대?”

“예. 기존의 마법기사단의 소행이 아닌 것 같습니다.”

“새로 생긴 돌풍 마법기사단이나 일섬 마법기사단이 움직였을 수도 있잖아?”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기동력이 빠릅니다. 거기다가 신생 마법기사단이 일곱 개의 부대를 단숨에 격파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졌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가… 그럼 여명 마법기사단이나 창파 마법기사단이 움직였을 가능성은?”

“그것 또한 현저히 낮습니다. 두 마법기사단은 자리를 비우게 되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저희의 귓가에 들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저희들이 언제 움직일지 모르는 상황속에서 함부로 주력 부대를 자리에 비워 둘 순 없었을 겁니다.”

피요드는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내뱉었다.

아일리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피요드의 말에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히스링 군단장이 새로운 부대를 만들었다는 말이야?”

“현재로선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의외네… 그럴만한 여유가 있었나? 아니면 각 마법기사단의 정예들을 뽑아온 건가?”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놈들의 목적은 이쪽인 것 같지?”

“네. 아마 아일리시님을 노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후훗, 당연하겠지.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이 몸이 탐나기도 할 거야.”

“예…? 잘 나가시다가 왜 갑자기 그렇게 빠지는 겁니까?”

피요드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은 정확했다.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다른 트럼프 군대와 다르게 하트 군대는 후방에서 대기중인 부대였다.

아일리시는 그들을 이끄는 하트 군대의 대장.

“아일리시를 노리면 된다는 얘기인가.”

에스파가 작전도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다른 소규모 부대와 다르게 아일리시가 있는 본대인만큼 경계도 상당했다.

거기다 주둔해 있는 병력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들의 숫자는 11명. 겨우 이 숫자만으로 적들을 모두 죽일 수 있을까요?”

“그럼 전설로 남겠지…….”

“못할 것 뭐 있어? 인당 천 명씩 맡아. 그러면 되잖아?”

“못할 것도 없지. 아시테르 혼자서 이천 명 삼천 명은 맡아 줄 테니까.”

“그럼 내가 오천 명을 맡도록 하지.”

카이드가 창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다른 이들이 그런 말을 했다면 농담쯤으로 생각했겠지만 카이드는 아니었다.

이 전투광은 정말로 그것을 해내기 위해 움직일 것 같았다.

“우리들의 임무는 적들의 전멸이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결국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 11명이 들어가서 아일리시만 빼오는 것도 상당히…….”

“해내야지.”

“하아… 진짜 황당한게 뭔 줄 알아? 아시테르 대장님이나 카이드가 말하면 왠지 진짜로 될 것 같단 말이야. 난 그게 가끔은 무섭다고.”

라빈이 일부러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아시테르와 카이드의 실력을 알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몰랐다.

아시테르가 다시 한번 작전도를 살폈다.

“계획은 수립해 두었으니 우리들은 실행하기만 하면 돼. 혹시나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내가 너희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네. 근데 어쩌죠. 우리들은 지킴을 당할만큼 약하지 않습니다.”

“크흐흐, 우리들도 강해 대장님. 네가 지나치게 강한 거라고.”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아시테르 대장. 하지만 우리들의 역할은 대장님이 마음 놓고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아닙니까? 발목 잡지 않도록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테니, 그 마음은 잠시 곱게 접어 넣어주십쇼.”

“후후 전력으로 임하겠습니다 스승… 아니 대장님!”

크로마제가 활기차게 답하며 몸을 일으켰다.

열정만큼은 언노운 마법기사단 제일인 녀석이었다.

그리고 크로마제가 발언하면 이쯤에서 등장하는 사람이 꼭 있었다.

“저번처럼 전장을 모래지옥으로나 만들지 마라. 그것 때문에 우리들이 물러나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진 아냐?”

“조용히 해! 맨날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만 가져가는 놈이…….”

“뭐? 이 몸이 너보다 공격력이 뛰어난 것을 어떻게 하라고?”

“식충이라 먹는 게 뛰어나겠지.”

“호오… 오랜만에 한판 뜰까?”

“사양하지 않는다. 전적도 51승 50패. 내가 1승 앞서고 있다고 짜식아.”

“그건 모래두더지 네가 최근에 비겁하게…….”

“싸움에 비겁한게 어딨어?”

“그래도 이게……!”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모두가 웃음을 지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두 사람 모두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하트 군대는 사우스 왕국의 주력 부대인만큼, 이번에 적진 한가운데까지 파고드는 임무는 상당히 긴장될만 했다.

에스파나 다른 이들도 말은 안 해도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단원들을 지키는 것이라면 제게 맡겨 주세요.”

조용히 듣고 있던 세아츠리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이름 또한 지키는 자.

세아츠리스의 가시덤불 마법은 이미 모두가 다 인정할 정도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거기다 그녀의 옆에는 엔류아가 있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임무가 거듭될수록 가장 빛을 보인 사람이 바로 엔류아였다.

처음 시련의 던전에 갔을 때까지만 해도 엔류아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다른 부대에 지원을 갔을 때.

그녀의 진정한 능력이 발휘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일시에 치유하는 그녀의 능력은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기함을 토하게 만들었다.

살아 있는 좀비부대를 만드는 능력이라 봐도 좋을 정도.

끝없이 되살아나듯 움직이는 아군 병사들을 보며 엔류아의 능력이 사실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대단한 인재들이 모인 소수 정예가 바로 언노운 마법기사단이었다.

다른 이들의 입에 회자되지 않아도 좋았다.

그들은 이미 자신들끼리 임무를 완수하고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거기다 몇 번은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구해 줄 수도 있어 기사단 생활에 뿌듯함까지 느낄 정도였다.

오죽하면 매번 죽이기만 해 왔던 카이드도 다른 이들을 살렸다는 사실에 자신을 돌아본 적도 있었다.

“내 힘도 제법 쓸모가 있어진 것 같네…….”

그가 자신의 창을 바라보며 되뇌인 말이었다.

누군가에겐 악행이 될수도 있는 일이 누군가에겐 선행이 되기도 한다.

카이드는 그동안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만 초점을 두었지,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한다는 생각은 전혀 해 보지 못했었다.

말은 그럴 듯 해도 결국에는 적들을 죽이는 것이 전쟁.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과연 온갖 미사여구가 깃든 말로 포장한들 그 본질이 달라질 수 있을까.

하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아도 그에 깃든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쯤은 이제는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전쟁’이라는 무거운 행위였다.

어찌되었건 언노운 마법기사단은 목숨을 구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자신들의 임무에 정당성을 더해 갔다.

그렇다고 해서 적들의 모든 목숨을 빼앗는 것도 아니었다.

아시테르는 적들이 행한 행위를 참작했다.

하트 군대는 국경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군대인 만큼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적이 몇 없었다.

그동안 주변 이스트 왕국 국민들을 약탈하고 겁탈하거나 죽였다면 아시테르도 가차없이 그들의 목숨을 회수했다.

하지만 정말 대기만한 부대가 있다면 그들의 수장만 납치해 갈뿐, 다른 이들의 목숨은 굳이 취하려 들지 않았다.

물론 과정속에서 반항이 거센 자들은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은 언노운 마법기사단의 압도적인 무력에 반항할 의지마저 잃어버리곤 했다.

그렇게 여러 임무들을 수행하다보니 마침내 하트 군대 본진까지 다다른 것이다.

이미 언노운 마법기사단에 대한 소식은 그들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니 시간을 지체하면 적들의 대비만 더 두터워질 뿐이다.

“자아, 그럼 움직여 볼까?”

아시테르가 다른 동료들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그들의 눈빛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어둠을 틈타 아시테르를 선두로 언노운 마법기사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데미리우스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양손에서 독마법이 시작되었다.

잿빛 안개가 지면에 이불을 깔 듯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응? 뭐야? 갑자기 웬 안개가…….”

“이건……!”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목숨을 빼앗기보다 혼절하게끔 만드는 마법이었다.

병사들이 쓰러지니 대기하고 있던 아시테르와 다른 인원들이 안으로 움직였다.

“저는 그럼 마저 할 일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데미리우스가 만들어낸 독안개가 사방으로 퍼졌다.

아시테르와 다른 이들은 엔류아의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상태였다.

“데미리우스 형님이 같은 편이라 정말 다행입니다…….”

“너무 무서워… 소리소문도 없이 사람 한 명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겠어…….”

“데리미우스 형님도 아카데미에서 분명 유명하셨겠죠?”

“데리미우스 오빠? 유명하긴 했지…….”

라빈이 뒷말을 아꼈다.

그녀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누군가 독안개를 뚫고 다가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라빈의 움직임보다 에스파의 화살이 더 빨랐다.

푸슉!

“큭……!”

단 한 발로 적을 제압한 에스파가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연속해서 화살을 날리며 가까이 접근하는 모든 적들을 쓰러트려 버렸다.

덕분에 일행들은 편하게 나아갈 수 있었다.

“이제부터 그럼 저희가 화끈하게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목표했던 지점에 이르자마자 크로마제와 반키라스가 앞으로 나섰다.

크로마제가 화끈하게 본격적인 습격의 시작을 알렸다.

그가 만들어 낸 모래파도가 몸을 일으키며 일시에 적들의 막사를 덮쳤다.

아닌 밤중에 모래로 습격을 받은 적들이 혼비백산하며 몸을 일으켰다.

“야. 내가 아직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이씨!”

선수를 놓친 라빈이 급하게 마법을 시전했다.

적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만큼 시작부터 크고 화려한 마법이 좋았다.

슈와아아아―!!

방대한 마력이 라빈의 전신을 휘감았다.

이어 그녀가 들고 있던 뼈를 타고 흘러간 마력이 대지에 꽂혔다.

죽음의 요람.

라빈을 대표하는 마법 중 하나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쿠르르르르릉!!

쿠구구궁!! 콰가가가각!!!

모래를 뚫고 튀어나온 뼈들이 적들을 덮쳤다.

작은 뼈에서 시작된 것이라곤 믿을 수 없는 새하얀 기둥들이 날카로운 송곳 모양으로 솟아올랐다.

라빈의 마력으로 형성된 거대한 뼈들에 흩날리는 모래들까지.

정신없이 몰아치는 와중에 반키라스까지 가세하자, 적들은 더욱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틈에 움직이자.”

세 사람이 화려하게 시선을 끌어 준 덕분에 아시테르와 다른 일행들은 수월하게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