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화 언노운 마법기사단 vs 하트 군대 (2)
아시테르가 빠르게 적진을 훑었다.
미리 보고받았던 대로 적진 한가운데에 아일리시의 주둔지가 있었다.
“적장에게로 가는 길은 이 몸이 뚫어 주지.”
카이드가 창을 들어 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창끝에 서리는 마기가 칠흑빛을 띄기 시작했다.
“침입자다!!”
“놈들을 잡아라!!”
아시테르 일행을 발견한 적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병사들이 몰려오고 있음에도 카이드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실컷 싸울 수 있도록 해 줄게.’
아시테르가 벨제부트에서 카이드를 데리고 나올 때 한 말이었다.
물론 그때는 전쟁을 염두해 두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카이드가 창을 쥔 손가락에 힘을 실어 넣었다.
그리곤 한 차례 크게 호흡을 골랐다.
그의 눈빛이 변하는 순간 섬전과도 같은 일격이 적들에게로 쏟아졌다.
콰라라라라랑!!
한순간 칠흑빛이 세상을 물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거센 일격이 휩쓸고 간 자리는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였다.
창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적들의 반절 이상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때 멀리서부터 일단의 무리가 카이드를 향해 달려왔다.
푸른빛이 나는 무기를 든 기사단을 보며 카이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저건?”
검에서 저런 빛이 일어날 리 없었다.
거기다 형체가 뚜렷하다고 보기엔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 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키이잉―!!
푸른빛을 든 기사단이 일제히 무기를 빼들었다.
적들이 검처럼 길게 뻗은 푸른빛을 휘두르자 카이드가 창으로 맞받아 쳤다.
콰아앙!!
창과 빛이 부딪히는 순간 거센 폭음이 터졌다.
그것을 확인한 카이드가 놀란 눈빛을 보였다.
“호오… 뭐야 이건?”
마치 마기와 마력이 부딪힐 때의 폭발력과 같았다.
그래서 더욱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너희들… 굉장히 신기한 물건을 갖고 있었구나?”
카이드의 창이 속도를 더했다.
부드러운 곡선이 어지럽게 그려지자 기다란 핏물이 하늘을 갈랐다.
슈콰아아앙!!!
카이드는 적들이 무기를 휘두를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발 빠르게 보폭을 옮기며 창을 쉴 새 없이 휘둘렀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다가도 직선으로 내지를 때면 가공할만한 위력이 쏟아져 나와 적들을 그대로 날려 버리기도 했다.
“후읍……!”
창을 위로 들어 올린 카이드가 빠르게 회전시켰다.
그를 향해 날아들던 마법들이 회전하는 마기에 튕겨나가듯 소멸해 버렸다.
그 광경을 본 사우스 왕국 마도사들은 당황하고 말았다.
마법을 저렇게 막아 낼 수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아니, 애초에 저렇게 창을 잘 다루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주변의 적들을 정리한 카이드가 고고한 자세로 서 있었다.
“와아… 저 많은 적들을 혼자서…….”
뒤에서 서포트 해 주기 위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던 에스파가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딱히 에스파가 나설 자리도 없었다.
문득 그의 시선에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아시테르의 모습이 보였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카이드가 상대한 기사들.”
“무슨 기사들?”
“빛이 나는 검을 들고 있던 기사들.”
“아아, 아까 그 기사들?”
“느껴지는 마력들은 상당히 적었어.”
“그랬어?”
“그런데도 저 사람들이 휘두르는 검의 위력은 상당했단 말이지.”
“그게 무슨 말이야?”
“본래 본인의 실력보다 더 높은 실력을 발휘했다는 얘기인가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 보였어.”
마법뿐만 아니라 검술에도 능한 아시테르였다.
그런 아시테르가 그런 의심이 든다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이야기였다.
“혹시 뭐 그런 건가? 본인의 마력을 증폭해 주는… 종종 그런 무기들이 있잖아.”
“아니야. 증폭해 주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마치 만들어 놓은 마력을 그대로 사용하는 느낌이었다.
검에 깃든 마력은 굉장히 인위적이었다.
검사들에게서 나오는 마력이 아닌, 검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마력으로 보여졌다.
그때 한쪽에서 굉음이 터졌다.
“말도 안 돼…….”
그쪽을 지켜보던 에이브릴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반응을 살핀 에스파가 물었다.
“에이브릴 왜 그래?”
“저기… 누군가가 자그마한 물체를 던지니까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어…….”
“폭발이 일어났다고……?”
“마력을 따로 사용한 건 아니었어. 마법이라고 보기엔 뭔가…….”
다시 한번 폭발이 일었다.
마력이 폭발한 곳은 크로마제와 반키라스가 있는 쪽이었다.
“저게 대체 뭐지?!”
하트 군대는 언노운 마법기사단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무기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본 아일리시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저기 넋이 나간 표정들 좀 봐. 너무 보기 좋지 않아?”
“겁도 없이 본대를 치러 오다니요… 주제를 모르는 것들입니다.”
“그래도 그 패기는 진짜 높이 사야겠어. 어둠을 틈타긴 했어도 이렇게 당당하게 습격을 감행할 줄이야.”
“그만큼 실력에 자신 있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무모한 자들일까요.”
“지금까지의 행보들로 보건데… 자신이 있는 거겠지. 하지만 과연 어떨까? 우리들의 마도 공학 부대를 과연 저들이 뛰어넘을 수 있을까?”
아일리시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사우스 왕국이 그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던 이유.
그것이 바로 저곳에 있었다.
이스트 왕국과 함께 사우스 왕국은 마도사들의 존재를 더욱더 인정해 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스트 왕국과 다르게 사우스 왕국은 비마도사들에게도 주목했다.
마력이 현저히 낮은 이들이 고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마력이 없는 비마도사들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에 주목한 마탑이 오랜 기간 동안 연구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마도공학이었다.
고대 던전에서 우연히 발견한 마석이 커다란 충격과 함께 폭발하면서 사우스 왕국은 이것이 열쇠라 생각했다.
연구 결과 마석 안에는 상당한 양의 마력이 깃들어 있었고, 사우스 왕국의 마도학자들은 결국에 마석 안의 마력을 추출해 내는데 성공했다.
마나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마석에서 흘러나온 마력.
이것을 다루는 방법에 연구의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몇 년을 투자한 결과가 바로 눈앞에 있는 이것이었다.
마도 공학 부대.
그들은 마석을 박아 넣은 무기들을 사용하는 무력 집단이었다.
마력이 적어도 마도 공학 무기가 있다면 충분한 위력의 전투가 가능했다.
그것을 처음 접하는 언노운 마법기사단으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 그거 진짜 재밌어 보이네.”
창을 휘두르던 카이드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는 마도 공학 부대의 한가운데로 몸을 날렸다.
언노운 마법기사단의 그 누구도 카이드의 행동을 말리지 않았다.
암묵적으로 아시테르 다음으로 최강이라 여겨지는 카이드였다.
세아츠리스도 분명 강하긴 했지만, 그녀는 방어 쪽에 좀 더 특화된 힘을 갖고 있었다.
반면 파괴력만큼은 카이드가 세아츠리스를 압도했다.
그가 창을 횡으로 휘두르자 적들의 몸이 허무하게 댕강 잘려나갔다.
마도 공학 무기를 갖고 있다 한들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바닥에 떨어진 마도 공학 무기를 확인한 카이드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카이드가 그것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았다.
그러나 무기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감히 우리들을 눈앞에 두고 한눈을 팔다니!”
“죽어라!!”
누군가 카이드를 향해 마도 공학 폭탄을 집어던졌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폭탄은 은색의 껍질에 덮여 있었다.
키이이잉―!
파콰아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폭탄이 폭발했다.
그 위력에 아시테르는 물론 다른 이들도 새삼 놀란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저 정도에 카이드가 당할 리는 없었다.
아시테르는 마저 발걸음을 옮기며 신속하게 아일리시를 찾았다.
“와아아―! 이거 엄청 따갑네!!”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카이드가 창으로 먼지를 걷어냈다.
폭발의 한 가운데에 있었는데도 멀쩡한 카이드를 보며 사우스 왕국군이 두 눈을 부릅 떴다.
“뭘 그렇게 놀라? 그럼 이 몸이 겨우 이 정도에 죽을 줄 알았어? 에이… 한참 멀었지.”
카이드는 무심하게 주변의 적들을 도륙 내었다.
이제는 그의 창이 곧 사신의 낫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마도 공학 무기에도 꿈쩍하지 않는 카이드를 보며 사우스 왕국군도 점점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과연 저기 있는 저놈이 사람은 맞는 것인가!
지치지도 않고 연격을 펼치던 카이드가 마침내 마도 공학 폭탄까지 빼앗아 들었다.
“그래도 이건 좀 재밌어 보이는데?”
익살스런 미소를 보이던 카이드가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한껏 몸을 당긴 그가 적들을 향해 마도 공학 폭탄을 날렸다.
그 광경을 보고 기겁한 사우스 왕국군이 혼비백산 흩어지기 시작했다.
콰과광!!
콰과과광―!!!
“으하하하하하하―!!!”
무차별로 터지는 폭탄들을 바라보며 카이드가 광소를 터트렸다.
이를 본 에스파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저렇게 날뛰는 건 저 인간이 가장 최고일 거야.”
“그래도 덕분에 수월하게 이곳까지 올 수 있었잖아.”
“걱정도 안되네 저 사람은…….”
에이브릴이 뒤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가이우스가 앞으로 나섰다.
심상치 않은 무리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용케도 이곳까지 다가왔구나.”
아일리시의 직속 부대를 이끄는 찬트피렛이 아시테르 일행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까지와 다르게 그들이 내뿜는 기세는 심상치 않아 보였다.
“정예 병력들의 등장인가.”
“마도사들이야.”
등에 하트 문양이 그려져 있는 로브를 걸친 직속 부대가 동시에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높은 곳까지 몸을 날린 에스파가 아일리시의 위치를 찾았다.
그녀의 깃발이 멀지 않은 곳에 꽂혀 있었다.
“아시테르! 조금만 더 가면 돼!”
“좋아. 그럼 이곳은 부탁할게.”
속전속결이었다.
아시테르는 에스파가 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찬트피렛이 길을 막아서려 했다.
하지만 가이우스가 그보다 빨랐다.
“주군이 가는 길을 함부로 막아서지 마라.”
콰아앙!!
가이우스의 주먹이 찬트피렛을 때렸다.
이어 에스파의 화살이 다가드는 적들을 맞췄다.
콰드드득―!!
슈와아아아아아아아――!!
대지를 뚫고 나타난 가시덤불이 아시테르를 보호했다.
“먼저가요. 금방 따라갈게요.”
그녀가 만들어진 길로 아시테르가 곧장 달렸다.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적을 확인한 아일리시가 인상을 찌푸렸다.
“얕보이고 있는 것 같은데……?”
아시테르는 주변 적들은 신경 쓰지 않고 아일리시를 향해 직선거리로 달리고 있었다.
에스파의 화살과 세아츠리스의 가시덤불이 그를 엄호했다.
뒤에서 따라붙는 이들은 가이우스가 듬직하게 막아섰다.
“그럼… 저도 슬슬…….”
엔류아가 커다란 레이스 부채를 펼쳐 들었다.
그녀가 마력을 실어 부채를 크게 부쳤다.
그러자 환한 빛 무리가 언노운 마법기사단을 감싸 안았다.
그것을 본 아일리시가 눈을 빛냈다.
“저 여자부터 처리해. 치유 마도사야.”
“알겠습니다.”
가까이 있던 아일리시의 부관이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따로 병력을 추린 지휘관 한 명이 곧장 엔류아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 움직임을 놓칠 세아츠리스가 아니었다.
그녀는 가시덤불을 새장처럼 만들어 엔류아를 보호했다.
엔류아의 곁에 에이브릴까지 자리했다.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넌 너 할 일 해.”
“네. 감사해요.”
엔류아가 자신의 마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에이브릴은 이쪽으로 다가오는 별동대에 집중했다.
“어딜 다가오려고.”
그녀의 사슬이 뱀처럼 뻗어 나가 적들을 공격했다.
무려 열 개나 되는 사슬을 에이브릴은 아무렇지도 않게 조종하고 있었다.
피유웅―!
푸슈슉!! 퍼엉!! 퍼버버벙!!
여기저기서 날아온 화살이 적들의 몸에 꽂힐 때마다 폭발이 일었다.
아시테르를 엄호하는 것도 모자라, 에스파는 엔류아와 에이브릴이 있는 쪽까지 신경 써주었다.
“땡큐!!”
에이브릴이 에스파를 향해 크게 외쳤다.
그사이 빠르게 질주하던 아시테르가 아일리시의 앞에 멈춰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