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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56화 (256/424)

256화 역전의 지원군 (1)

아일리시가 언노운 마법기사단과 애매모호한 정을 쌓고 있을 때쯤.

언노운 마법기사단에겐 새로운 임무가 내려졌다.

상황이 좋지 않은 아브렐 성을 도우러 가라는 임무였다.

그동안 수많은 임무들을 해냈던 언노운 마법기사단이었기에 히스링 군단장 또한 신뢰를 갖고 맡길 수 있었다.

“우리는 이제 임무를 위해 떠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혼자서 티타임을 갖고 있는 아일리시를 향해 아시테르가 말했다.

아시테르는 그동안 그녀가 이곳에서 지내는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배려해 주었다.

음식부터 잠자리에 옷까지.

아일리시조차 혼란스러울 정도였으니, 그 배려의 정성은 애써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어쨌거나 막상 떠나간다고 하니 아일리시도 내심 아쉬운 마음이 일었다.

특히나 이제 좀 수다가 통하기 시작한 엔류아와의 이별은 너무나도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렇게 아쉬우면 따라가던지.”

“뭐…? 그걸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거야?”

“어차피 너 여기 있어도 할 것 없잖아? 차라리 우리 따라가는 게 나을 걸? 여기 있으면 무슨 꼴을 당할지 아무도 모를 텐데.”

카이드의 말에 아일리시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상대가 카이드였기 때문에 무어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이번엔 맞는 말만 골라 했다.

사실 언노운 마법기사단이 떠나간다는 소식에 은근한 불안이 몰려왔다.

포로인 자신한테 이렇게나 잘해 줄 사람들이 또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따라가고 싶다고 해서 따라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은 포로의 신분.

이곳에서 자신에게 선택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레 아시테르에게로 향했다.

무언으로 묻는 중이었다.

자신도 따라가도 되느냐는…….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러게… 당장 히스링 군단장이 달려와서 이 여자를 데려갈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조용한 것을 보니…….”

“고문을 가해서 따로 알아낼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일리시의 모습을 꽁꽁 감추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으니, 당분간 이곳을 찾을 리는 없을 거야.”

히스링 군단장을 주시하고 있는 시선이 얼마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시나 이스트 왕국의 귀족들 중 사우스 왕국과 내통하는 자들이 있을지 몰라 히스링 군단장과 요직에 앉은 이들은 조심에 또 조심을 기하는 중이었다.

“따로 보고를 올려보도록 할게. 근데 아마 안 될 가능성이 높을 거야. 우리가 가는 아브렐 성은 사우스 왕국과 맞닿아 있으니까.”

“하긴… 거기까지 옮겨 가는 꼴이 되어 버리니…….”

에스파도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은 가볍게 빗나갔다.

왕성 측에서는 아일리시를 데려가도 괜찮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너무나도 의외인 답신이었기에 아시테르를 비롯한 몇몇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어쨌든 그녀도 함께 데려가기로 했다.

대신에 조건이 있었다.

왕성에서 보내온 수갑을 착용할 것.

착용자의 마력을 빼앗는 이 특이한 수갑은 노스 왕국에서 보내온 진귀한 물건이었다.

이 수갑을 차고 있는 한 아일리시는 마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결국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얘기였다.

물론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이곳에는 카이드를 비롯한 실력자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아일리시가 다른 마음을 품더라도 한발 먼저 커트할 자신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어차피 이 여자 은근히 허당이던데… 진짜 사우스 왕국에서 대단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인 건 맞아? 이제는 믿을 수가 있어야지.”

라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래도 이 사람을 되찾기 위해 하트 군대가 엄청나게 분전했다던데.”

“그랬어……?”

자비토의 말에 라빈이 놀라 말했다.

그 사이 아시테르는 이카루스를 데려왔다.

“이곳에 타.”

아시테르는 아일리시와 엔류아를 이카루스의 안장에 태웠다.

푸르륵.

이카루스가 불편하다는 기색을 내비췄다.

하지만 이내 아시테르의 손짓에 다시 얌전해졌다.

“저 말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니까.”

“마수는 아니고… 신수인가?”

“그쪽에 가깝지. 봐봐.”

아일리시가 이카루스에 오르자, 이카루스의 발쪽에서 꽃잎이 피어났다.

뿐만 아니라 이카루스의 갈기에도 꽃잎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카루스는 마도사의 마력에 따라 반응하는 신수였다.

꽃잎위로 연보랏빛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와아… 뭐야 이 말은……?”

아일리시가 놀라 이카루스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말의 갈기에서 꽃들이 피어나다니…….

이런 말이 존재한다는 얘기는 단 한 번도 전해 듣지 못했다.

이카루스가 괜히 투레질을 했다.

아시테르나 알렌시아가 탔을 때는 별다른 반응조차 않던 녀석이 오늘은 의외의 반응들을 보이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언노운 마법기사단은 결국 아일리시와 함께 아브렐 성으로 떠났다.

* * *

이스트 왕국의 수도로 향하는 직선 길목에 위치한 아브렐 성.

뿐만 아니라, 다른 두 개의 영지와도 연결되어 있는 요충지이기도 했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브렐의 성주 드라칸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칸을 따르는 마도사들과 기사들 역시 이를 위해 매일 같이 처절한 전투를 치러 내고 있었다.

드라칸 성주는 과거 섬광 마법기사단을 이끌었던 적 있는 실력 있는 마도사이기도 했다.

지금은 하인트 단장에게 그 자리를 물려줬지만, 드라칸 역시도 섬광 마법기사단의 단장으로 있었을 당시 사우스 왕국과 전쟁을 치렀던 인물 중 한 명.

때문에 사우스 왕국에 대한 반감은 누구보다 높았고, 단장직에서 물러나는 날 본인이 자처해서 아브렐 성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사우스 왕국 놈들은 단 한 명도 아브렐 땅을 넘지 못할 것이다.”

드라칸이 전 군단장 테르세우스에게 남겼던 말은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자신이 아브렐 성주로 있는 동안 사우스 왕국군의 침략을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

다만 그 어느 때보다 작금의 상황이 가장 어려운 것은 사실이었다.

방어를 돕기 위해 달려왔던 제 5왕실기사단도 덩달아 커다란 피해를 입고 말았다.

아브렐 성을 함락시키기 위한 사우스 왕국군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그들을 이끌고 있는 이는 파르무스였다.

파르무스도 과거부터 사우스 왕국군의 주력 부대를 이끌어온 인물 중 한 명이었다.

“트럼프도 아닌데 저렇게나 강한 자가 존재했다니…….”

파르무스의 마법을 확인한 제5 왕실기사단장 알르베로통은 두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은발의 곱슬머리.

굳게 다문 입술.

다부진 체격의 파르무스가 걸음을 옮겼다.

두드드득.

그의 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변하기 시작했다.

얼굴 위로 돋아난 사슴의 뿔.

파르무스의 피부엔 비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두 다리가 늑대의 그것처럼 변한 파르무스가 야수의 눈빛으로 적들을 바라보았다.

“간다.”

파르무스를 따라 짐승의 모습으로 의태한 기사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파르무스는 양손에 검을 들고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력의 폭발이 일었다.

“원래도 강한 놈이었는데… 저 괴상한 무기를 들고 나서 더욱더 강해졌다…….”

드라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얼굴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파르무스가 이끄는 부대는 모두 의태 마법을 사용하는 특이한 부대였다.

마력으로 신체의 일부를 바꾸어 강화하는 마법.

그것들에 특화된 만큼, 놈들은 근접전을 선호하는 부대였다.

거기다 전투 방식도 독특했다.

“제기랄……!”

속절없이 당하는 수하들을 보며 드라칸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도 마력을 끌어올리며 전장으로 향했다.

“성주님! 아직 부상이…….”

“시끄럽다. 어차피 내가 죽을 곳은 이 전장이다.”

드라칸이 곧바로 마법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드라칸이 익히고 있는 마법은 고대 마법 중 하나.

스스로를 거신화 시키는 특이한 마법이었다.

우뚝 선 골렘만큼 거대화된 드라칸이 공격을 시작했다.

“으라아아―!!”

드라칸이 발을 구르자 대지가 진동했다.

“마침내 나타났구나 드라칸.”

파르무스가 신속하게 이동해 드라칸을 노렸다.

드라칸의 거대한 손이 파르무스를 쫓았다.

날쌔게 공격을 피한 파르무스가 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퍼버버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드라칸의 몸 여기저기서 폭발이 일었다.

“크으읍……!!”

신음을 삼키며 드라칸이 공격을 이었다.

타이탄(Titan)의 분노.

드라칸을 상징하는 마법이 시작되었다.

허공에 떨어지는 마력의 응집체들이 대지를 강타했다.

폭발에 휘말린 적들이 비명을 토하며 쓰러졌다.

그러나 몸집이 거대해진 만큼 드라칸에게 적들의 공격도 집중되기 시작했다.

아군 마도사들이 그를 보호해 주기 위해 방어 마법을 펼쳤으나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파르무스를 따르는 정예 기사들도 드라칸을 노렸다.

제 아무리 과거 명성을 날렸던 드라칸이라고 해도 이만큼의 집중포화를 견뎌내기엔 무리였다.

결국 그는 거신화 마법을 해제하고 말았다.

다시 원래의 몸 상태로 돌아온 드라칸이 핏물을 토해냈다.

“크허어…….”

괴로워하는 드라칸의 곁으로 치유 마도사들이 달려왔다.

드라칸이 아니었다면 벌써 아브렐 성은 함락당했을지도 모른다.

“퇴각하라!! 수성에 전념하는 거다!”

“수성전으로 돌입한다!!”

전장에 나섰던 이스트 왕국의 군사들이 성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등을 보이는 적들을 쫓는 것만큼이나 쉬운 것은 없다.

파르무스의 군대가 더욱 악착같이 이스트 왕국군을 쫓았다.

하지만 제5 왕실기사단이 퇴로를 확보해 주기 위해 뛰쳐나옴으로써 파르무스 군대도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막아라!!!”

“아군을 보호하는 거다!!”

“놈들이 이곳을 지나가게 두지 마라!!”

제5 왕실기사단이 사력을 다해 적들을 막았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강력한 파르무스 군대를 막아 낼 수 없었다.

마도 공학 무기로 무장한 그들은 가공할만한 무력을 선보이며 제5 왕실마법기사단을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크으… 사우스 왕국놈들…….”

대체 언제 저런 무기를 만들어 냈단 말인가!

원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드라칸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때 그를 부축하던 부관이 한쪽을 가리켰다.

“서, 성주님… 저곳을 보십시오……!”

드라칸의 시선이 자연스레 부관이 가리킨 곳을 향했다.

부관의 손가락 끝엔 전장을 향해 다가오는 일단의 무리가 보였다.

복장을 보아하니 사우스 왕국군은 아니었다.

열댓 명의 인영들이 지평선 위에 서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혹시 왕성에서 보낸 지원군일까요?”

부관의 말에 드라칸의 표정이 굳어 버리고 말았다.

분명 왕성에 지원군을 요청하긴 했지만, 보이는 숫자가 너무나도 적었다.

혹시나 정찰조인가 싶어 드라칸의 시선이 한참 동안이나 그곳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보기 좋게 무너지고 말았다.

열 명 정도 되어 보이는 지원군은 그대로 전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설마… 저 상태로 전쟁에 참전하려는 건가……?!”

“그건 자살 행위다!! 말려야 해!!”

드라칸이 소리를 지르자 핏물이 다시 한 번 왈칵 쏟아져 나오고 말았다.

허나 지원군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왕성은 대체 무슨 생각을!! 아브렐 성이 얼마나 중요한 곳인 줄 알면서……!”

답답한 마음에 드라칸이 두 눈을 부릅뜨며 지원군을 바라보았다.

말려야 한다.

말려야 했다!

눈앞에 있는 적군은 그냥 보통의 군대가 아니었다.

과거 드라칸과 함께 명성을 날렸던 파르무스의 군대였다.

심지어 파르무스 군대는 마도공학 무기로 한층 더 강해진 상태였다.

그런 파르무스 군대를 향해 저런 소수의 인원으로 뛰어들었다간…….

파콰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시원한 폭발과 함께 적들이 허공으로 비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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