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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261화 (261/424)

261화 아브렐 협곡의 전투 (3)

카브리누스는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이것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고작 열 명 남짓의 인원으로 수만의 군세를 상대하고 있었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아직까지도 아군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었다.

“상대가 마법기사단도 아닌데……!”

이스트 왕국의 최고 무력 집단이라 한다면 역시나 마법기사단을 꼽는다.

그들이야말로 이스트 왕국의 주력.

헌데 카브리누스가 알기로 이곳에는 마법기사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새롭게 창단된 마법기사단도 이곳과 떨어져 있는 곳에 있다.

그것은 몇 번이나 확인한 일.

“그럼 대체 저놈들은 뭐냔 말이다!!!”

벌써 전투가 상당히 진행되었건만 저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사우스 왕국군을 상대하고 있었다.

좁은 길목이 뭐 크게 문제가 될까 싶었는데 이제와 지켜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가장 먼저 군을 움직이는데 크게 방해가 되었다.

아군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게 아닌 이상, 결국 좁은 협곡이 움직이는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적들의 마법을 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공간이 없으니 결국 마법을 정면으로 막아내는 방법밖엔 없었다.

그리고 거기서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쿠와아아아아앙──!!!

콰과광!!!

운석처럼 떨어지는 불덩이들이 사우스 왕국군 진형을 사정없이 무너트리고 있었다.

허공에 올라선 사내는 전장을 살피며 엄청난 양의 불덩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쏘아내고 있었다.

“아직도 저런 괴물 같은 마도사가 있었단 말이냐……?!”

상정 외였다.

아시테르의 힘은 카브리누스가 예상했던 것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의 불꽃에 벌써 얼마나 많은 아군이 당했는지 알 수 없다.

거기다 거센 불길은 여기저기 옮겨 붙으며 피해를 더 키우고 있었다.

마법으로 방어해 내려 해도 소용없었다.

쉴드는 깨지고 마법 공격은 불길에 상쇄된다.

‘단 한 명의 마도사가 이렇게까지 전세에 영향을 미칠 줄이야…….’

문제는 그들이 신경 쓸 존재가 겨우 한 명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창을 휘두르며 전장을 휘젓는 자도 있었고 맨몸으로 아군을 박살 내는 자도 있었다.

거기다 전장을 휘감듯이 뻗고 있는 가시덤불의 존재도 상당히 거슬렸다.

“으아아─!!”

“괴물이다! 괴물이야!! 도망쳐!!”

자신의 뼈를 뽑아내 싸우는 기괴한 마법기사도 있었다.

“큰일 났습니다 카브리누스님!”

“무슨 일이냐!?”

“아군 지휘관들이 화살 공격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적들 중 활을 굉장히 잘 다루는 이가 있습니다. 마력을 실어 공격하는 탓에 막아 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지휘관들도 그 화살을 신경쓰느라…….”

쿵!

카브리누스가 인상을 와락 구기며 벽을 때렸다.

이 정도 군세면 금방 적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줄 알았다.

더군다나 사우스 왕국에서 발명한 마도 공학 무기까지 갖고 있는 군대였다.

마도 공학 무기의 힘이라면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칠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우리들의 힘을 너무 과신했고… 적들의 힘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다!”

마법기사단이 아니면 별 것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

거기다 마도 공학 무기까지 무장했으니 아군의 전력은 더욱 상승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이 두 생각이 크나큰 실수였다.

“파르무스를 죽인 것이 요행은 아니었다는 소리인가.”

카브리누스의 눈빛이 한층 가라앉았다.

냉정을 되찾은 그가 수하들을 향해 손짓했다.

“전방의 부대를 둘로 나눈다. 이어 중앙군은 전진하고 최후방의 부대는 절벽을 오른다.”

“절벽을 말씀이십니까……?”

“그래.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알겠습니다.”

“적들의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는 알겠다. 하지만 돌려 생각하면 우리들이 상대할 자들은 겨우 저놈들뿐이라는 얘기다. 나머지는 아마 부상병들이겠지.”

카브리누스의 시선이 뒤편으로 향했다.

언노운 마법기사단은 기를 쓰고 사우스 왕국군이 협곡 안쪽까지 들어서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그 말은 결국 저 안쪽으로만 파고들면 승산이 더욱 커진다는 얘기였다.

“협곡을 전장으로 맞은 것은 분명 잘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 지형지물이 결국 너희들의 발목을 붙잡게 될 것이다.”

크게 나뉜 전방의 부대가 아시테르와 카이드를 각각 에워쌌다.

가이우스는 두 사람 사이에 놓아져 있었다.

그들을 두고 사우스 왕국의 중앙군이 진격하기 시작했다.

아시테르와 카이드가 그것을 보고 중앙군을 저지하려 움직이려 했으나 전방의 병력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막았다.

“우리들을 묶어놓을 생각인가!?”

아시테르가 허공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위쪽으로도 쉴드가 겹겹이 쌓이고 있었다.

카이드도 전장의 흐름이 달라졌다는 것을 서서히 눈치채고 있었다.

“이야… 고립시키는 건가?”

핏물을 닦아낸 그가 여유를 보이며 주변을 살폈다.

그의 창이 멈춰있는데도 어느 누구하나 함부로 카이드에게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이는 그의 주변에 쌓인 시체들도 한몫했다.

저기 있는 시체가 바로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

거기다 카이드가 보여 준 압도적인 무력까지.

“겁쟁이 녀석들. 뒤로 물러나라.”

그때 금발의 거한이 앞으로 나섰다.

다른 이들과는 다른 갑옷을 입고 있는 사내를 보며 카이드가 웃었다.

“너는 뭐야?”

“나는 카브리누스님을 따르는 일곱 기사 중 한 명, 렁콤 클래드웰이다.”

“그럼 강하다는 얘기인가?”

“물론.”

“다행이네. 그렇지 않아도 슬슬 지루해지는 참이었거든.”

카이드가 창을 어깨에 걸쳤다.

그의 태도에 클래드웰이 인상을 찌푸렸다.

“지루해…? 그대에게는 이 전쟁이 장난 같은가?”

“글쎄… 그럼 안 돼?”

“이스트 왕국에 너 같은 자가 있는 줄은 몰랐군.”

“원래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거야.”

카이드가 창을 겨누었다.

아직까지도 피가 마르지 않아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창신을 보며 클래드웰이 분노를 드러냈다.

저 창신에 얼룩진 피가 모두 동료들의 것.

“늦게 도착해서 미안하다.”

클래드웰이 양손검을 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가 들고 있는 양손검 역시 마력이 깃든 마도 공학 무기.

그것을 본 카이드가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대체 너희들은 뭘 그렇게나 만들어 낸 거야?”

콰아아앙!!!

카이드의 창이 클래드웰의 양손검을 쳐냈다.

가볍게 튕겨져 나가는 자신의 양손검을 보며 클래드웰이 놀란 표정을 보였다.

힘이라면 어디가서지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눈앞의 카이드도 사실은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왜, 힘이라면 이길 줄 알았냐?”

쿠우웅─!!!

카이드의 일격에 클래드웰의 몸이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사실 카이드는 가이우스조차 놀랄만큼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였다.

그 또한 아시테르처럼 마기로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아시테르와 다른 점은 카이드는 본능적으로 그것들을 사용하다는 점이었다.

“야 누워있지 말고 빨리 일어나. 별로 타격 없는 것 다 알아.”

카이드가 쓰러져 있는 클래드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눈을 뜬 클래드웰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같이 싸우지 클래드웰.”

그때 지켜보고 있던 장발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 또한 클래드웰과 같은 일곱 기사 중 한 명이었다.

“한번 부딪혀봤는데 알겠어.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다.”

“나도 자네가 그렇게 튕겨져나가는 모습은 처음 봤네.”

두 사람의 시선이 카이드에게로 향했다.

적이 두 명으로 늘어났건만 카이드는 여전히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 둘이 당신을 상대한다고 비겁하다는 말을 하지는 말아라. 이곳은 전장. 비겁함은….”

“개소리야? 그렇게 따지면 지금 우리는 열 명이서 너희를 떼거지로 상대하고 있는데, 비겁하다고 외칠 거면 그 전부터 그랬겠지.”

카이드가 코를 후비며 말했다.

피딱지가 굳어 콧구멍을 막고 있었다.

그것을 시원하게 파낸 카이드가 다시 웃었다.

“너희들이야 말로 후회하지 마라. 한 5만 명쯤 더 데려올 걸 하고.”

“으하하하!! 이거 이제보니 완전 시원하게 미친 작자였구만.”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야.”

카이드의 말에 클래드웰과 안수라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근데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어도 되나? 우리 군이 지금쯤 중앙을 돌파하고 안쪽까지 다가서고 있을 텐데.”

“알게 뭐야. 그리고 너희들도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안에 있는 늙은이랑 다른 녀석들도 그렇게 쉬운 상대들은 아닐 걸?”

카이드의 말은 사실이었다.

가이우스와 카이드, 아시테르만 넘으면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 생각했던 카브리누스는 또다시 펼쳐지는 예상 밖 전개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적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미리부터 대비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카브리누스님! 측면에서 적들의 공격입니다!”

“위쪽에서도 공격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완전히 포위된 모양새는 오히려 사우스 왕국군이 취하고 있었다.

드라칸은 병력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중앙에 몰린 사우스 왕국군을 사냥하듯 괴롭히고 있었다.

사우스 왕국군의 돌파구는 중앙로.

그래서 어떻게든 밀고 들어가려 하는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마도사의 힘이 저렇게나 대단한 것이었던가……?!”

지형지물마저 바꿔 버리는 세아츠리스의 힘에 사우스 왕국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중앙에 서서 전장의 많은 것들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지켜보던 이스트 왕국군마저 감탄을 흘릴 정도였다.

“대체 저분은 뭐하는 분이실까요…? 세상에 마법을 저렇게 사용하는 사람은 처음입니다……!”

“마법으로 협곡의 지형을 바꿔 버리다니…….”

“그뿐만이 아닙니다. 땅에서 튀어나온 덤불들이 엄폐물까지 만들어 주고… 적들을 공격하기까지 합니다.”

“저분도 마법기사단의 단장님이십니까……?”

드라칸에게 수많은 질문이 폭주했지만, 그도 쉽게 대답해 줄 수 없었다.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아시테르와 카이드, 가이우스도 대단했지만 눈앞에 있는 세아츠리스는 뭔가 다른 차원으로 대단하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이 전장 전체가 세아츠리스의 것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허어… 태어나서 이런 마법기사단은 정말 처음이로구만 그래…….”

마법기사단의 단장급으로 보이는 이들이 무려 네 명.

나머지는 모두 부단장급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드라칸은 너무나 어이가 없어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래도 아직 승리를 장담하기에는 일렀다.

어쩌면 전투는 이제부터 일지도 모른다.

사우스 왕국군의 병력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곤 하나 아직까지도 만 오천 여명의 병력이 건재했다.

“거기다 저 영악한 카브리누스는… 이제부터 정예 병력들을 투입하겠지.”

드라칸의 예상대로였다.

카브리누스는 적들의 전력을 파악하고 체력을 소진시키기 위해, 선두에는 조금의 정예 병력과 모집병들을 대부분 포진해 두었다.

마침내 적들의 전력을 파악한 카브리누스가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가 이끌고 온 정예 병력들이 투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카브리누스 직속 부하인 일곱 기사들도 각기 맡겨진 전장으로 향했다.

“전쟁은 지금부터다.”

드라칸도 그것을 잘 알았기에 이제부터 힘든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 생각했다.

콰아아앙──!!!

쿠구구궁!! 파콰아아아아아앙──!!!

전장에서는 점차 더 거칠고 커다란 폭음들이 들려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드라칸의 병력들도 움직였다.

절벽 위에 대기하고 있던 병력들도 위로 올라서려는 사우스 왕국군을 상대했다.

점점 더 과열되고 있는 전장의 한켠에 누군가 서있었다.

“다행이 늦지 않았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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