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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316화 (316/424)

316화 츠바이헨더의 기사

데이스가 죽었다는 소식은 왕국 전역에 퍼졌다.

로얄나이츠에 들어가 그동안 많은 업적을 남겼던 데이스였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데이스의 죽음을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그동안 기사회에서는 로얄나이츠에 생긴 공석을 두고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순수한 실력으로 뽑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또 시험을 치르자는 말이오? 그러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아니. 시험은 그 단계들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니 이번에는 가장 순수하고 원초적인 방법을 사용할까 합니다.”

“대결이라도 펼치겠다는 말입니까?”

“그건 반대입니다. 로얄나이츠는 순수한 무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그들을 받쳐주는 세력도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세력도 거느려보지 못한 이가 곧바로 로얄나이츠가 되어 권력을 누린다면…….”

“이건 나도 같은 생각이네. 꼭 강하기만 해서 로얄나이츠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야.”

“흐음…? 본래 로얄나이츠가 최강의 10인의 자리가 아닙니까? 언제부터 그 의미가 바뀌었습니까?”

대화는 끊이질 않았다.

서로 굽힘 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해나갔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두가 로얄나이츠의 공석을 하루 빨리 채울 필요를 느낀다는 것이다.

결국 얘기는 경쟁전으로 번졌다.

자칫 큰 전쟁이 날 수도 있기에 세력은 총 1000명으로 국한한다.

참가하고자 하는 이들은 자신을 비롯한 최정예 1000명을 데려와 경쟁전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때요? 가능할 것 같나요?”

린이 아시테르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시테르는 손에 펼쳐든 경쟁전에 관련한 문서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흥. 1000명? 그거 다 내가 쓸어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

카이드가 자신 있는 말투로 말했다.

그러나 곁에 있던 데카루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이야기는 아니네. 카이드 공이 강한 것은 알지만 로얄나이츠 경쟁전에 참여하는 이들도 우리 왕국에서 내로라 하는 강자들일세. 어중이떠중이들 1000명 상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지. 그것뿐만 아니라…….”

데카루스는 이 경쟁전을 들으며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아시테르가 입을 열었다.

“이건 모의 전쟁이다. 전쟁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어.”

“그건 그렇지.”

“그리고 적의 적은 동료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지.”

“호오……?”

카이드가 좀 더 얘기해보라는 얼굴로 아시테르를 바라보았다.

아시테르가 눈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올렸다.

“가이우스. 현재 우리들의 위치는 어떤 것 같아요? 우리들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 아닌 대외적으로 보이는 시선에서.”

“가장 약체로 손꼽힐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요?”

“간단합니다. 주군과 저희들이 최근 명성을 올리긴 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수들과의 전투를 통해 이름을 날린 것뿐입니다. 실력자라 자부하는 이들 중 마수 사냥에 관심이 없으면 저희들을 따로 눈여겨보지는 않았을 겁니다. 웨스트 왕국은 전쟁 기사보다 마수 사냥 기사들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가이우스의 말에 아시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거기다 우리들은 저와 카이드, 가이우스 그리고 린만 이름을 알렸을 뿐이죠. 당장 2000명의 군사들을 카이드가 훈련시키고 있지만 그들의 존재는 바깥까지 알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린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없어요.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할 린이 우리들을 도와주었다는 소문이 돌면 공정함을 잃고 자격을 박탈당할지 모르니까요.”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린 공주뿐만 아니라 다른 로얄나이츠도 함부로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설사 그들의 제자가 참가한다 해도.

잠자코 듣고 있던 카이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거야 대장은? 어차피 상관없지 않아? 우리 셋이면 다 처리할 수 있는데.”

“이번 경쟁전은 순수한 무력만을 보기 위함이 아니야. 앞서 모의 전쟁이라 말한 것은 이미 경쟁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기 위해 한 말이야.”

“이미 경쟁전이 시작되었다고? 호오… 그렇구만. 전쟁이니까 슬슬 끼리끼리 만나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동맹이라도 이루려는 건가?”

아시테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래서 뭐? 어차피 마지막에는 한놈만 남아야 하잖아? 그때는?”

“그 상황을 쉽게 만들기 위함이 첫째고, 둘째는 로얄나이츠가 목적이 아닌 자들을 이용하려는 거겠지.”

“엥? 로얄나이츠가 목적이 아닌데 왜 경쟁전에 참여해?”

“그건 지금부터 한 명씩 만나보면 알 수 있겠지.”

“쯧… 벌써부터 복잡하다 복잡해.”

힘의 논리로 살아온 카이드에게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반면 아시테르는 이번 경쟁전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 벌써부터 감을 잡고 있었다.

“우리들이 최약체라 평가받는 것이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뒤집으면 최대의 강점이 되기도 해.”

“그건 또 왜?”

“……?”

카이드만이 아니라 이번엔 린도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아시테르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지 호기심이 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최약체라 평가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뜻이니까. 심지어 알아보려는 자들도 적지. 아마 가만히 있으면 우리들을 포섭하려 오는 사람들도 없을 거야.”

“그으렇단 말이지…….”

“거기다 고위 귀족들은 저들끼리 이미 세력을 구축해놓았을 거다.”

“그것도 그럴 것 같긴 해.”

“그러니 우리들은 일단 소외된 자들부터 만나보는 거야.”

아시테르의 말에 카이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한 자들을 만나는 게 아니고 소외된 자들부터 만나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곳도 이스트 왕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신분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버릇이 있다는 거야.”

“호오…….”

“심지어 몰락한 귀족가에서 나오면 한탕 기회를 잡기 위해 나오는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해.”

아시테르의 말에 린이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웨스트 왕국의 치부를 들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 신분제가 있는 나라라면 당연하게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아시테르는 이미 이러한 일들이 이스트 왕국뿐만 아니라 웨스트 왕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음을 충분히 경험하고 지켜보았다.

그동안 허투루 여러 임무들을 수행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신분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재능을 썩히고 있는 기사들을 많이 지켜봤다.

그들을 설득해 이쪽으로 데려오는 것은 아시테르의 몫이었고, 데려온 이들을 강하게 훈련시키는 것은 카이드의 몫이었다.

가이우스는 두 사람의 보조를 맡았었다

그렇게 모인 이들인 2000명 가까이 되었던 것이다.

본래 아시테르는 소수정예를 좋아하긴 했지만, 적은 인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이제는 함께 나아갈 사람들과 그들을 받쳐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경쟁전에 참여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아시테르는 인재들을 모아야 했다.

그 첫걸음으로 그는 경쟁전에 올려진 이름 중 가장 눈에 띄는 자에게 찾아갔다.

평민의 신분으로 경쟁전에 참여한 사내.

‘길고트’라는 이름의 기사였다.

길고트는 츠바이헨더를 사용하는 기사였다.

양손으로 휘두르는 츠바이헨더의 위력은 생각 이상이었다.

“나보고… 당신들과 손을 잡으라는 건가?”

처음 아시테르를 본 길고트가 아래위를 훑었다.

다부진 체격에 균형이 좋은 몸이었다.

아시테르의 허리춤에 있는 검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나보다 약한 사람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질색인데. 그렇기 때문에 나는 로얄나이츠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다.”

“오오? 그거 마음에 드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

카이드가 반색했다.

그가 살아온 곳에서도 이런 법칙이 있었으니 반가울만 했다.

거기다 카이드의 생각과 아주 통했다.

“그러면 나랑 한 번 싸워볼래?”

“흐음… 그대랑 나랑?”

길고트가 카이드를 바라보았다.

행동거지가 가볍고 말투도 품격이 없다.

일단 귀족가의 자제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반면 옆에 있는 아시테르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기품이 있었다.

그런 사람 옆에 어떻게 이런 사내가 있는 것일까.

그러다 문득 카이드가 입고 있는 흑의가 눈에 띄었다.

뒤에 메고 있는 창.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거한의 사내.

거기다 검을 차고 있는 수염 덥수룩한 사내까지.

“마수 사냥 기사들 중에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자들이 있다고 얼핏 들은 적은 있는데… 그게 그대들이오?”

“오, 그거 우리 맞아!”

“맞습니다.”

아시테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상대의 흥미를 불러일으켰으니 이제 남은 것은 증명해내는 일이었다.

힘의 논리를 따르는 자만큼 설득하기 쉬운 것이 없다.

아시테르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카이드가 나서주었다.

“그러니까 나랑 한 번 붙어보자.”

“마수 사냥 기사와 검을 섞는 것은 조금 불편한 일인데… 인간을 상대하는 것과 마수를 상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너는 검부터 들어.”

“…좋소.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길고트가 츠바이헨더를 양손으로 들어올렸다.

커다란 검을 본 카이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커다란 검을 들고 싸운다고?”

“얕보다간 큰 코 다칠 거다.”

카이드의 도발 아닌 도발적인 말들에 길고트도 기분이 상했는지 말이 짧아졌다.

그러건 말건 카이드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 뭐, 나쁘지 않은 기백이네.”

카이드가 창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마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찐득하면서도 사이한 마기에 길고트가 두 눈을 부릅떴다.

마기를 구분하기보다 카이드의 주변을 가득 메우는 어둠을 보고 놀란 것이다.

“이게 흑월이라 불리는 이유였나…….”

검은 달.

모든 것들을 칠흑으로 물들이는 밤을 선사한다.

카이드를 바라보던 기사들이 하는 말이었다.

슈오와아아아―!!

카이드가 본격적으로 마력을 내뿜자 공기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어 그가 팔을 당겼다.

“먼저 간다?”

“얼마든지.”

길고트 또한 로얄나이츠에 도전할 정도로 강한 기사였다.

비록 신분을 비롯한 갖은 차별 때문에 하이랭커 명단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강자임엔 틀림 없었다.

카이드를 상대로 30분을 넘게 싸운 것이 그것을 증명해냈다.

츠바이헨더를 바닥에 떨어트린 길고트가 가쁜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 패배다.”

“제법 치네. 너.”

카이드가 팔뚝에 흐르는 핏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그에 반해 길고트는 전신이 피투성이였다.

저런 모습이 될 정도로 카이드에게 몰리고 있었음에도 길고트는 끝까지 전투를 멈추지 않았다.

그 뚝심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검을 휘두른 결과 카이드에게도 상처를 낸 것이다.

훗날 가이우스와 함께 전위를 맡아 ‘쌍두마차’라 불리던 길고트는 그렇게 아시테르의 곁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아시테르는 몇몇 인사들을 찾아갔다.

그들 모두 고위 귀족들 눈에는 들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재능이 낮거나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아군을 모은다고 해서 과연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길고트가 아시테르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아시테르가 웃었다.

“가능해요.”

“그들의 힘을 너무 얕보시면 안 됩니다. 생각 이상으로 강한 자들이 즐비하며 또 그들에게는…….”

“그들을 받쳐주는 동료들이 있다고요?”

“예. 저희들도 물론 아시테르님을 돕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1000명의 질로 따졌을 때는…….”

“괜찮아요. 그렇지 않아도 저를 도와줄 수 있는 동료들을 더 불렀거든요.”

아시테르가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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