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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326화 (326/424)

326화 검제의 제자

예정대로 파우트의 군대는 은밀하게 움직여 라바나스의 요새에 도착했다.

눈앞에 있는 성을 바라보던 파우트는 과연 라바나스의 요새가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이런 수준의 요새를 만들어 내다니… 그 여자 답구만…….”

파우트는 말을 타고 신속하게 라바나스의 요새 전체를 살펴보았다.

아무리 철옹성 같은 요새라도 공략하고자 하면 그 길은 반드시 보이기 마련.

거기다 파우트에게는 마법병단이라는 비장의 수단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해도 라바나스의 요새를 뚫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한 번 뚫린 방패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더 쉬울 터. 초장부터 총공격을 감행한다.”

파우트의 명령에 군사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이 진을 치고 공격할 준비를 하는데도 라바나스 요새는 조용했다.

“우리들이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저쪽에선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까요.”

“글쎄…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 건가.”

파우트가 라바나스 성 주변을 다시 살폈다.

공격해 갈 수 있는 공격로가 한정되어 있는 만큼 저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곳도 한정되어 있었다.

“혹시 다른 어딘가로 갈 수 있는 비밀통로 같은게 있진 않을까요?”

“아둔한 놈… 이 짧은 기간 동안 그런 비밀통로를 어떻게 만들어? 거기다 라바나스가 요새로 삼은 저곳은 주변에 강이 흐르고 있어서 땅속으로 가는 길은 만들 수가 없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결국 방어를 펼치려는 거겠죠.”

“아마 그럴 거다.”

파우트 또한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전군에 진격 명령을 내렸다.

상대가 준비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미 라바나스 성에서는 모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적이 가까워지길 기다렸던 에스파가 명령을 내렸다.

성루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켜 공격을 시작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화살들에 성으로 진군해 오던 파우트의 군사들이 주춤했다.

그들은 방패를 들어 날아오는 화살들을 막았다.

이어 라바나스 요새에서 마법이 쏟아져 나왔다.

“호오… 마법으로 공격해 온다라… 하지만 우리들 또한 얼마든지 응수할 수 있다.”

파우트의 명령에 대기 중이던 마법병단이 움직였다.

100여 명의 마도사들로 이루어져 있는 마법병단.

그들은 곧바로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것을 확인한 에스파가 곧바로 이동했다.

그가 향한 곳엔 세아츠리스가 서있었다.

“어떻게? 괜찮겠어?”

“문제없을 것 같아요.”

“그럼 부탁할게.”

“네.”

세아츠리스가 그 자리에서 양팔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몸에 잠들어 있단 방대한 양의 마력이 폭발하듯 흘러나갔다.

갑자기 나타난 엄청난 양의 마력에 마법병단 마도사들도 반응했다.

“이 정도의 마력량이라니…….”

“겨우 단 한 명이 뿜어내는 마력이 이 정도라면… 하나밖에 없습니다.”

“마녀인가?”

“그게 아니라면 초위급 이상의 마도사가 있다는 소리인데…….”

“같은 초위급 마도사가 보기에 어떻습니까?”

마법병단을 이끄는 세 명의 마도사들.

그들 또한 성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순한 초위급이 아닙니다. 이건 그 이상이에요.”

“이 정도 수준의 마도사가 저쪽에 있었다니…….”

“라바나스님의 요새가 무너질 만 했습니다.”

그들은 멀리서 뿜어져 나오는 방대한 마력을 느끼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일단은 공격을 서두릅시다.”

“어차피 적은 한 명. 우리들의 힘으로 충분히 뚫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 마도사는 과연 무슨 마법을 사용할까요……?”

의문을 남긴 채 마법병단의 마법이 시작되었다.

불과 물, 흙 등이 날아가며 요새를 공격하자 세아츠리스의 마법이 시작되었다.

성벽을 타고 올라온 굵직한 가시덤불들이 마법을 막아주었다.

이어 하늘로 솟구쳐 오른 줄기들이 병사들과 기사들을 가두었다.

“이제 제가 나설 차례군요.”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데미리우스가 은밀하게 움직였다.

세아츠리스가 가둬놓은 곳으로 그가 독 마법을 시전했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일순간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독 마법이었다.

독이 퍼지기 시작하자 기사들과 병사들이 경련을 일으키며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기사들이 소리쳤다.

“독 마법이다! 독을 쓰는 마도사가 있다!”

“모두 조심해라!”

달려 나온 회복 마도사들이 해독하기 위해 마법을 펼쳤다.

그러나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에스파가 아니었다.

그는 멀리서 회복 마도사들을 노리고 활을 쐈다.

마법을 펼칠만하면 여지없이 화살들이 날아왔다.

적들이 시선을 빼앗긴 틈을 타 반키라스가 움직였다.

그의 마법은 다른 이들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마법.

반키라스의 마법이 깨어나 다가오는 수많은 마법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 기괴한 광경에 파우트 군의 마도사들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단순히 막아내는 게 아니었다.

반키라스의 마력은 말 그대로 다가오는 마력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건 말이 안 되는데…….”

마법병단 뿐만 아니라 파우트 군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 이상의 존재들에 파우트도 순간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아직 그들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아니었다.

마법병단을 이끌고 있는 초위급 마도사 세 명.

그들이 선두에 서며 공간을 지배하려 들었다.

이를 본 파우트가 쌍둥이 기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진격해라. 적진을 뚫는 거다.”

“네.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쌍둥이 기사가 선두를 맡았다.

그때 성문이 열리고 병사들과 기사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의 선두에는 놀랍게도 라바나스가 아닌 카이드가 있었다.

창을 든 카이드가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카이드의 창이 무자비하게 적들을 베었다.

이어 창끝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단숨에 길을 열어버렸다.

위력적인 창격에 상대 기사들과 병사들도 물러서고 말았다.

“잔챙이들은 빠져.”

카이드가 노리는 곳은 역시나 쌍둥이 기사가 있는 쪽이었다.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나뉘는 갑옷을 입고 마치 한 몸처럼 싸우는 특이한 이들.

카이드는 진즉부터 그들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일단 너희들부터!!”

콰아앙!!!

카이드의 창이 청색 갑옷을 입은 라미드의 검에 막혔다.

생각보다 묵직한 일격에 라미드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그때 뒤를 빼앗은 붉은색 갑옷, 라비드가 검을 휘둘렀다.

정확히 빈틈을 노린 일격.

상대로선 반응하기 힘든 위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어디선가 창이 튀어나와 라비드의 검을 막아냈다.

이를 본 라비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창은 그대로 파고들어와 라비드의 가슴팍을 노렸다.

슈우웅!!

라비드가 창격을 가까스로 피하고 라미드가 그 빈틈을 메워주었다.

이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끊임없는 연격.

검과 검이 어우러지며 빈틈없이 몰아치는 공격이 일품이었다.

카이드도 창을 어지러이 휘두르며 그들의 공격을 막는데 집중했다.

“까다롭네 이거.”

여기저기 핏물이 튀었다.

가볍게 들어오는 공격은 흘려내고 치명상을 입을 법한 공격들만 막아낸다.

그 와중에 카이드의 날카로운 눈빛은 쌍둥이 기사들의 빈틈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카이드가 한 발을 크게 내딛었다.

쿵!!!

마기가 폭사되는 순간 섬전과도 같이 창이 뻗어나갔다.

라미드와 라비드가 창을 피해 옆으로 움직였다.

카이드는 오히려 그들의 사이로 파고들어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난무를 펼치는 카이드 때문에 라미드와 라비드는 결국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어라? 너희 이제 떨어졌네?”

둘 사이를 완전히 반으로 가른 카이드가 한순간에 라미드 쪽으로 파고들었다.

그 움직임이 너무도 빨라 라미드는 순간 헛바람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라비드가 뒤늦게 카이드를 붙잡아보려 했으나 이미 카이드의 창은 라미드의 어깻죽지를 때리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마기가 라미드를 짓눌렀다.

한쪽 어깨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당한 라미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라비드는 라미드의 복수를 위해 카이드의 옆구리로 검을 찔러 넣고 있었다.

휘릭―!

단숨에 몸을 돌린 카이드가 창대를 함께 회전시켰다.

소용돌이친 마기가 라비드의 검격을 튕겨냈다.

“엇!?”

놀란 라비드가 순간 두 눈을 깜빡거렸다.

그 틈을 카이드가 놓칠 리 없다.

그는 창을 치켜 올리며 라비드의 검을 쳐냈다.

덕분에 라비드의 몸은 완전히 열려버리고 말았다.

쿠우웅!!!

카이드가 반대편의 창대를 이용해 라비드의 복부에 타격을 입혔다.

이어 안으로 파고들며 창을 꼬나잡았다.

“저 자식… 창을 들고 거리를 오히려 좁히잖아.”

본래 창은 멀리서 거리를 두며 휘두르는 무기.

그러나 카이드에게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었다.

그는 창대까지 이용하며 자유자재로 공격을 가했다.

팍!! 파바박!!! 퍼벅!!

잠깐 사이에 카이드는 라비드에게 여러 공격을 먹였다.

너덜너덜하게 당해버린 라비드가 바닥에 쓰러졌다.

“뭐 이런…….”

라비드와 라미드는 현상황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둘이서 합공을 했음에도 불구 눈앞의 상대 한 명을 쓰러트리지 못했다.

나름 둘이서 합공을 가하면 웨스트 왕국의 어지간한 강자들이라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라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파훼되고 말았다.

“이야… 여기는 강한 놈들이 꽤 많구나.”

카이드 또한 쌍둥이 기사들의 실력을 인정해주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의 갈증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카이드의 시선이 파우트에게로 향했다.

“그래도 저 녀석이 강하다 이 말이지?”

쌍둥이 기사들보다도 강하다는 존재.

파우트 또한 로얄 나이츠에 걸맞은 강자라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카이드가 이곳에 남은 이유였다.

“어디 한 번 그 실력 좀 보자.”

카이드는 노골적으로 파우트에게 마기를 실어 보냈다.

그의 도발에 파우트 또한 인상을 찌푸리며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쯧. 마수들이나 베는 기사 따위가 감히…….”

카일리어에게 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세력적으로 밀리기 때문이었다.

카일리어의 밑에는 수준 높은 기사들이 많았다.

거기다 거느리고 있는 군사들의 수 또한 많다.

그럼에도 카일리어 군이 쉽게 파우트 군을 쓰러트리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파우트’ 그 자신 때문이었다.

파우트가 조용히 검을 들었다.

그러자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호오…….”

카이드도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읽었다.

지금까지 상대해온 다른 기사들과는 확실히 다른 기세였다.

파우트를 마주하고 있으니 그는 잔잔한 호수였다.

아무런 움직임도, 호흡조차 느껴지질 않았다.

이어 그의 검이 천천히 움직였다.

느릿하게.

검의 선은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벌어진 광경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파우트의 검이 카이드의 창에 막혔다.

거센 강풍이 대지를 휩쓸고 지나간다.

“이야, 이건 또 뭐야……!?”

하마터면 움직임을 놓칠 뻔했다.

부드러움과 느릿한 검 뒤에 감추어진 엄청난 힘.

카이드의 창이 흔들릴 정도였다.

파우트가 검 끝을 회전시켰다.

휘리리링―!!

콰르릉!!!!

부드럽게 회전한 검선이 수직으로 올라가며 또다시 카이드의 목을 노렸다.

검이 훑고 지나간 대지 위로 커다란 검흔이 남았다.

이를 본 카이드도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너 진짜 정체가 뭐냐!?”

“나는 전대 검제님이셨던 키이라님의 제자, 포이리움 파우트다.”

“검제?”

“검제가 뭔지도 모르는 거냐?”

“모르겠는데 그런 건…….”

“쯧, 그렇다면 이제부터 가르쳐주도록 하마.”

“그래? 근데 그게 쉽진 않을 건데.”

카이드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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