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에서 왔습니다만-339화 (339/424)

339화 검제의 길 (2)

드폰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아시테르도 서서 그를 응시했다.

경기장에 있는 두 명의 로얄나이츠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대기하고 있던 마도사들이 배리어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웨스트 왕국 최강의 10인 두 명이 싸우는 만큼 많은 마도사들이 배치가 되었다.

마탑의 마도사들이 겹겹이 배리어를 쌓아 놨으니 지켜보는 이들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터다.

모든 것이 준비가 되었을 때 마침내 헤렌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이 자리를 빛내 주어서 고맙네. 그대들 모두 알고 있듯, 오늘은 새롭게 로얄나이츠에 입단한 아시테르가 검제의 길에 도전하는 첫 경기라네. 짐 또한 기대가 되듯, 그대들 또한 설레는 마음이겠지. 도전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하네. 누군가는 만용이라 생각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파란을 일으키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겠지. 그러니 우리는 말없이 지켜보세나. 하늘 높이 올라가려는 드래곤의 힘찬 날갯짓을.”

헤렌달의 말이 끝났다.

드래곤의 날갯짓이라는 말에 카이드를 비롯한 몇몇이 흠칫했다.

모두 헬라이번과 겨뤄본 자들이었다.

카이드도 기어코 첼룬 왕국까지 찾아가 헬라이번과 겨루는데 성공했다.

강자를 존중하는 마음은 헬라이번 또한 마찬가지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거기다 아포칼립스 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수들을 상대하려면 모두가 함께 강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헬라이번은 적극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어쨌거나 드래곤이라는 말에 아시테르 역시도 미소를 보였다.

그의 여유로운 태도에 드폰이 그럼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는 로얄나이츠. 결코 평범할 리가 없겠지. 어떻게 자신의 힘을 숨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력을 다하겠네.”

“바라던 바입니다.”

아시테르도 허리춤에 검을 가져갔다.

후우우우우웅──!!!

드폰에게서 거친 기세가 흘러나왔다.

그의 마력이 핼버드를 감싸 안았다.

푸른빛이 넘실거리는 핼버드를 보며 관중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저토록 선명한 기운이라니…….”

“저게 바로 오러라는 거구나…….”

반면 아시테르는 조용히 서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거센 바람 속에서 홀로 서 있는 나무와 같아 보였다.

침묵하고 있는 아시테르를 향해 드폰이 먼저 움직였다.

일단은 가벼운 인사부터였다.

휘쾅!!

핼버드에서 거센 기운이 뿜어져 나갔다.

아시테르는 가만히 서서 드폰의 기운을 흘려내었다.

이에 눈썹을 까딱인 드폰이 앞으로 짓쳐들었다.

후우웅──!!!

수직으로 내리친 핼버드가 아시테르를 찍어 누르려 했다.

그러나 아시테르는 사선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가볍게 공격을 피했다.

이어 그의 검이 넘실거리며 드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흥. 그런 약해빠진 공격으로는…….”

쿠우웅!!!

뒤이어 밀려오는 강렬한 힘에 드폰이 두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분명 상대의 검은 느릿했다.

마치 장난을 치기라도 하듯 파도처럼 넘실거려 오는 검이었다.

그런데 이 묵직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놀란 드폰이 아시테르를 쳐다보았다.

정작 아시테르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흐음…….”

드폰이 핼버드를 고쳐 쥐었다.

그가 두 팔로 핼버드를 들어 올리자 마치 그 모습이 사나운 곰과 같아 보였다.

후우우우웅!!!

전신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일대를 뒤엎었다.

이어 드폰이 다시 한 번 강하게 핼버드를 휘둘렀다.

이제부터 진짜였다.

핼버드가 바닥을 강렬하게 찢었다.

그러자 마치 용암이 튀어 오르듯 드폰의 오러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지러이 뻗쳐 오는 공격들 속에서 아시테르는 유유히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용암처럼 튀어 오르던 오러도 방향을 틀었다.

순간 아시테르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빛과 같은 속도로 파고들어 드폰에게 검을 내질렀다.

“헙!?”

생각지도 못한 속도의 반격.

아니, 정확히는 생각 이상의 속도였다.

드폰은 빠르게 짓쳐드는 아시테르를 몸으로 받아 내려했다.

오히려 앞으로 움직이면 상대의 검에 힘은 충분히 실리지 못한다.

그 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아시테르는 한 발 더 내딛는 것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검이 반월을 그리며 드폰의 등을 강하게 때렸다.

쿠웅!!

공격을 허용한 드폰이 이를 악물며 핼버드를 휘둘렀다.

위쪽으로 향한 핼버드에서 다시 한 번 오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아시테르에게 오러는 닿지 못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감탄사를 흘렸다.

드폰의 핼버드는 여전히 강한 위력을 보였다.

그건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는 경기장 바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몇 겹으로 쌓은 배리어 안쪽도 한번씩 그 형태가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아시테르였다.

드폰처럼 대놓고 화려한 기술을 선보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드폰을 확실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드폰의 공격은 닿지 않고 아시테르의 검은 확실하게 드폰에게 데미지를 입히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로얄나이츠들도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드폰 선배가 비록 전위에 서서 다인전에 특화된 인물이라고는 하나… 저 친구도 정말 대단하군요.”

“드폰의 힘을 정면에서 막아내지 않고 모두 흘려내고 있어. 어찌 보면 똑똑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 까요?”

“몇 없겠지. 드폰의 공격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방향으로 공격을 가해오니까. 그것들을 다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거다.”

“그래도 한 방. 단 한 방이라도 드폰 선배가 저 친구에게 공격을 먹일 수만 있다면 승부의 양상은 크게 기울 겁니다.”

네이셔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드폰의 끔찍한 파괴력은 자신도 겪어 봐서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공격을 잘못 막았다간 오장육부가 금방이라도 터져 나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찍어 누르는 듯한 느낌.

그것을 한번이라도 맛보게 된다면 알 수 없는 공포감마저 들어버리게 된다.

드폰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사정없이 공격을 몰아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시테르는 그의 공격을 모두 읽어내기라도 하듯 보란 듯이 피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반격을 가해 온다.

그런데 이것이 또 마냥 무시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

제법 묵직하게 꽂히는 반격들에 드폰도 결국 수비를 취할 때가 많았다.

“크음…….”

경기를 전혀 주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 휘두르려 했지만 겉으로 보기에만 그렇게 보일 뿐, 전적으로 아시테르의 흐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변화를 주어야 할 차례였다.

드폰이 비스듬히 핼버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곤 빠르게 회전하며 핼버드를 크게 휘둘렀다.

후와아아앙──!!!

거센 돌풍과 함께 오러가 몸을 일으켰다.

그 사이를 질주한 드폰이 핼버드를 쉴 새 없이 휘둘렀다.

여기저기 대지의 파편들이 떠오르고 강렬한 오러가 돌풍에 휩쓸려 사방을 덮쳤다.

매섭도록 짓쳐들어오는 드폰의 공격에 아시테르 또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자세를 취했다.

그가 호흡을 고르며 영기를 방출했다.

새하얀 빛이 아시테르의 검을 감싸 안았다.

커다랗고 길게 뻗은 그의 검이 단숨에 앞으로 뻗어나갔다.

휘콰아아앙──!!!!!!

섬전과도 같이 파고든 아시테르의 검이 드폰의 오러 폭풍을 뚫었다.

그것을 본 플레임과 제라피너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움찔한 것은 아르키나도 마찬가지.

그녀는 아시테르의 검격에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드폰 선배의 기술을 저렇게 파고들 수 있었다니…….”

거칠 것 없는 드폰의 공격이 저토록 간단히(?) 파훼될 줄은 몰랐다.

겉보기에는 간단해 보일지 모르나, 이곳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아시테르의 검격이 얼마나 수준 높은 일격이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저런 미친…….”

“헬라이번님과의 수련 이후 확실히 아시테르가 더 강해진 것 같아…….”

“크음… 갈 길이 멀군.”

지켜보던 카이드와 에스파, 가이우스도 한 마디씩 덧붙였다.

반면 세아츠리스는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경기장 한 가운데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아시테르를 보며 그저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운 마음이었다.

아마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자신뿐만은 아닐 것이다.

세아츠리스가 슬쩍 시선을 위로 올렸다.

마침 그곳에 있던 린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세아츠리스를 바라보며 웃었다.

두 여인은 서로를 마주보며 시선을 주고받았다.

아시테르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다.

피를 한 움큼 뱉어낸 드폰이 손에서 핼버드를 내려놓았다.

“나의 패배다.”

마지막 기술까지 파훼된 이상 드폰에게 더 이상의 수는 없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실력을 겨루는 자리이지 생사결을 펼치는 자리는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드폰은 눈앞에 있는 아시테르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더라도 저 녀석한테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실력의 차이가 확실하게 보였다.

“대단한 녀석이 들어왔군.”

드폰이 아시테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아시테르도 드폰의 손을 마주잡았다.

“선배님의 핼버드도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후후, 아쉽군. 내 공격의 위력이 얼마만한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이미 질리도록 느낀 것 같습니다.”

아시테르가 자신의 팔뚝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금 전 오러 폭풍을 꿰뚫을 때 남은 상처였다.

그것을 본 드폰이 피식 웃었다.

대기하고 있던 치유 마도사들이 달려왔다.

드폰은 왕성에서 준비해준 치유 마도사가 붙었고 아시테르에게는 엔류아가 다가왔다.

본래 아시테르에게도 왕성의 치유 마도사가 붙으려 했으나 엔류아가 아시테르에게 따로 부탁을 해왔다.

검제의 길을 걷는 동안에는 자신이 곁에 붙어서 치유해주고 싶다는 말이었다.

아시테르는 당연히 그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었어.”

아시테르가 엔류아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수줍게 웃던 엔류아의 모습이 아직까지 선명하다.

엔류아는 어느새 아시테르의 옆에 바짝 붙어 세심하게 그를 보살폈다.

세아츠리스도 슬쩍 두 사람의 곁으로 붙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린도 눈을 깜빡이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당장이라도 저쪽으로 달려가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그때 경기장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신인의 반격.

기존의 로얄나이츠에 도전하는 아시테르의 걸음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흥분케 만들었다.

거기다 드폰을 가까스로 이긴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압도적.

드폰이라는 강자를 아시테르는 뛰어난 실력차이를 보이며 이겨냈다.

그것만으로 이들이 뜨겁게 열광할 이유는 충분했다.

괴물 같은 신인의 등장.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단어들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별 기대 없이 바라보던 사람들도 아시테르의 실력을 보고 생각을 달리 하기 시작했다.

국왕인 헤렌달조차 턱을 매만지며 미소를 보였다.

“과연… 네가 선택한 사내로구나 린.”

“아…….”

린이 조금 놀라 헤렌달을 돌아보았다.

국왕인 헤렌달은 역시나 린과 아시테르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딱히 다른 말이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그녀와 아시테르의 관계를 묵인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다만 헤렌달도 많은 것들이 궁금하긴 했다.

“나중에 따로 얘기를 나눠야 할 것 같구나, 린.”

“네. 제가 다 말씀드릴게요.”

“그래. 우리의 얘기는 조금 뒤로 미루기로 하고. 그보다 지금은 신성의 등장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도록 하자꾸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