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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340화 (340/424)

340화 검제의 길 (3)

아시테르의 행보는 파죽지세였다.

그는 드폰 이후로도 두 명의 로얄나이츠를 쓰러트렸다.

그중에는 아시테르와 드폰의 경기를 보았던 플레임도 있었다.

플레임은 아시테르를 상대로 꽤나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시테르라는 돌풍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뒤이어 나선 이가 바로 네이셔였다.

플레임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네이셔는 오히려 도전자의 입장으로 아시테르에게 경기를 신청했다.

아시테르 역시도 흔쾌히 네이셔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네이셔는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사용하는 마검사였다.

그에 대한 정보는 미리부터 알고 있었던 아시테르였기에 검술에 이어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아시테르는 네이셔의 움직임을 찬찬히 훑었다.

검술도 나쁘지 않고 마법의 경지 또한 낮지 않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말하는 마검사의 한계를, 네이셔를 보고 있으니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두 가지의 힘을 다룰 수 있어 변화를 줄 순 있지만 그 이상의 것은 보여주질 못한다.

콰아아앙!!!

네이셔의 검이 아시테르의 검에 가로막혔다.

네이셔가 두 눈을 부릅떴다.

같은 로얄나이츠라고 정말 같은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 사이의 수준은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극명했다.

네이셔의 검은 아시테르의 검에 모두 막혀버렸다.

어떻게 해서든 빈틈을 만들어 파고들려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어디로 공격할지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아시테르의 검은 여지없이 다가와 네이셔의 검로를 막아내었다.

뒤이어 마법을 캐스팅해도 마찬가지였다.

아시테르의 알 수 없는 힘이 네이셔의 마법을 간단히 파훼해버리고 말았다.

하기사 아시테르의 곁에 있는 이들은 마법의 극의를 이루어내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당장 뒤편에 있는 세아츠리스가 그러했고 뒤이어 만난 헬라이번도 그러했다.

그런 존재들의 마법을 상대해온 아시테르였다.

이제야 초월급 초입 수준에 든 네이셔가 감히 견줄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만큼 아시테르는 너무나 능수능란하게 네이셔의 검과 마법에 대처했다.

더군다나 과거 아시테르 또한 마검사로서 활약한 기억이 있었다.

이는 곧 마검사들의 전투 방식을 아시테르 또한 잘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쿠웅!

검 끝이 튕겨져 나가고 마법은 알 수 없는 벽에 가로막혔다.

네이셔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포기는 할 수 없었다.

때문에 네이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한 수를 던졌다.

검과 마법이 한꺼번에 나아갔다.

거대한 형상의 검을 마법이 감싸 안 듯 나아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인 광경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모두 감탄사를 흘렸다.

아시테르 또한 네이셔의 각오를 읽었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아시테르가 자세를 고쳐 잡으며 검을 들어올렸다.

아시테르를 중심으로 한순간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를 향해 다가오던 검과 마법도 함께 일그러지며 아시테르에게서 빗겨나갔다.

모두가 두 눈을 부릅떴다.

이렇게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방법은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한 시간 속에서 아시테르가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검이 네이셔를 스치듯 지나갔다.

푸슈슈슉!!!

네이셔의 가슴팍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이어 양쪽 팔과 다리에서도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하…….”

네이셔는 순간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상대가 강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완벽한 패배로군…….”

입가에 흐르는 핏물을 닦으며 네이셔가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아시테르는 조용히 검을 거두었다.

그가 쓰러지며 마침내 4명의 로얄나이츠가 아시테르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드폰이나 플레임, 네이셔와 비슷한 수준의 로얄나이츠들은 무거운 신음성을 흘리며 침묵했다.

그들이 나선다고 해도 아시테르를 막아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로얄나이츠 중 은연중에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3인이었다.

그중에는 첫날 아시테르의 경기를 보러 왔던 아르키나도 있었다.

“다음에는 제가 나서도 될까요?”

아르키나가 옆에 있는 두 명의 선배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시테르의 전투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르노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양보하지.”

아르키나의 시선이 이번엔 초로의 노인에게로 향했다.

그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감사합니다.”

아르키나가 가볍게 날아올랐다.

깃털처럼 가벼운 움직임으로 단번에 경기장 안으로 착지한 아르키나가 아시테르를 바라보았다.

아시테르도 아르키나의 존재를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있던 르노어와 카일라이드도.

로얄나이츠 중 최상위에 있는 세 사람이었다.

아시테르가 아르키나를 보며 웃었다.

“드디어 나서시는 건가요?”

“예상하지 않았나요?”

“기다리고 있긴 했습니다.”

“그동안의 경기들은 잘 봤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치유 마도사인 라테어님을 제외하고 이제 딱 세 분 남았습니다.”

아시테르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르키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충분한 자격이 있어요.”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좋아요. 자세한 일정은 이쪽에서 먼저 보내도록 하죠.”

아르키나와 아시테르가 시선을 마주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또다시 열광하기 시작했다.

아르키나의 이명은 전장의 여신.

그녀가 나선 전쟁에 패배란 단어 따위는 없었다.

실질적으로 지난 몇 년간 아르키나는 적국의 침략을 모두 방어해내는데 성공했다.

오죽하면 웨스트 왕국을 침략하려면 산을 넘는 것이 아닌 아르키나를 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아무튼, 마침내 그런 아르키나와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린도 잔뜩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대놓고 아시테르의 숙소를 찾았다.

이미 그녀와 아시테르의 사이는 공공연하게 소문이 나있는 상태.

아버지인 헤렌달까지 알고 있는 상황 속에서 더는 감출 필요가 없었다.

아시테르의 곁으로 다가온 린이 그의 상처를 보살펴 주었다.

“몸은 정말 괜찮은 거예요?”

“아하하… 솔직히 놀라워요. 이렇게나 강한 사람들이 많았다니… 웨스트 왕국이 괜히 강국으로 불린 것이 아니었군요.”

“로얄나이츠뿐만이 아니에요. 그들 휘하에 있는 기사들도 강해요.”

“그러니까요… 만약 지난번에 로얄나이츠들이 나섰다면 마녀숲도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겠죠.”

“마녀숲의 여왕님이 굉장한 존재라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왕국의 로얄나이츠들 또한 만만치 않아요. 특히나 르노어님이나 카일라이드님은…….”

“두 분 모두 로얄나이츠의 최강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죠?”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르노어님의 검술이 산을 반으로 가른다면, 카일라이드님의 마법은 산을 무너트린대요.”

“굉장하군요…….”

“하지만 나는 아시테르 당신 또한 그분들 못지않다고 생각해요.”

“후후. 그렇게 생각해주어서 고마워요.”

“당장 아르키나님을 넘어서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 지금까지의 상대들과는 수준의 차이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네이셔님이 찾아와 전해주더군요. 아르키나님은 자신과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고.”

“맞아요. 아르키나님 또한 이미 높은 경지를 맛본 사람이에요.”

“그래도 지지 않을 거예요.”

아시테르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말했다.

린은 그런 아시테르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그것을 증명해 보이는 능력.

아시테르는 이번에도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낼 것이다.

그렇지만 걱정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혹시나 패배해서 검제의 길에 오르는데 실패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아요. 기회는 다음도 있으니까.”

“물론이죠. 너무 걱정하지 마요.”

아시테르가 린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밤이 깊어가고 순식간에 며칠이 흘렀다.

아시테르는 평소와 같은 생활을 이어가며 첼룬 왕국과의 교류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사우스 왕국에 대한 것들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의 명령을 받은 몇몇 사람들이 사우스 왕국으로 떠났다.

다른 몇몇은 이스트 왕국으로 향했다.

“현재 왕국 상황이 어떤지 보고 올게.”

“그동안 잘 지내고 있어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스승님!”

에스파와 에이브릴, 크로마제가 이스트 왕국으로 떠났다.

아시테르의 남은 경기를 마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아시테르의 목표는 검제가 끝이 아니었다.

검제가 되지 못하더라도 나아가야 할 더 큰 뜻이 있었기에 그들은 그것을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그렇게 아르키나와의 대결 날짜도 금방 다가왔다.

경기장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아시테르의 파죽지세를 과연 아르키나가 막아낼 수 있을지.

그것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아르키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아시테르의 기세를 꺾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반면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아시테르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마주하니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알 것도 같네요.”

아시테르와 마주선 아르키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에 아시테르가 미소를 보였다.

“어떤 기분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거대한 태산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태산이라…….”

“그러면서도 고요한 것이… 묘한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네요.”

“저 또한 아르키나님을 보며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어요.”

“마찬가지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르키나가 창을 들었다.

붉은 빛깔의 창을 보며 아시테르가 눈을 반짝였다.

카이드 이후로 창을 든 강자를 상대하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거기다 붉은 빛깔 창 주변으로 대여섯 개의 오러 구슬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저것이 바로 지금의 아르키나를 있게 해준 기술이었다.

아르키나가 창을 휘두르는 방향을 따라 무수히 몰아치는 오러 구슬들이었다.

빠르기도 빨랐지만 안에 담고 있는 위력 또한 굉장했다.

그것은 아시테르가 처음 아르키나의 공격을 막았을 때부터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파콰아아앙!

콰라랑! 콰과과곽!!!

오러 구슬들이 창의 움직임에 따라 회전하며 아시테르에게로 꽂혔다.

그것들을 모두 방어해낸 아시테르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작다고만 해서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오러 구슬들은 아시테르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쫓았다.

오러 구슬들을 신경쓰고 있으면 어김없이 창날이 날아와 아시테르의 기감을 쭈뼛 서게 만들었다.

날카로운 창술에 이어 어지럽게 날아드는 오러 구슬들.

여간 까다로운 전투방식이 아닐 수 없었다.

저것들을 어떻게 하려 해도 아르키나가 오러를 직접 다루는 터라 쉽게 깨지지도 않았다.

휘리릭!

콰과광!!! 파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아시테르의 몸이 뒤로 물러났다.

창을 고쳐잡은 아르키나가 대지를 박찼다.

“그렇게 방어만 해서는 이길 수 없을 텐데요?”

“그렇지 않아도 슬슬 반격을 가할 생각이었습니다.”

아시테르도 한 발 앞으로 내딛으며 검을 휘둘렀다.

한순간 대기가 일그러지는 것을 본 아르키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위험을 느낀 그녀가 발 축을 바꾸며 방향을 회전시켰다.

후우우우웅!

그녀의 곁을 휩쓸고 지나가는 무시무시한 기운.

그것을 보며 아르키나도 두 눈을 부릅떴다.

예상은 했지만 아시테르의 공격 역시도 그녀의 공격만큼이나 위력적이었다.

“제대로 맞으면 뼈도 못 추리겠군요…….”

그 순간 그녀가 서 있는 곳의 공기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압박이라도 받는 것처럼 호흡이 방해되고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아르키나의 시선이 아시테르에게로 향했다.

아시테르의 전신에서 폭사되어져 나오는 기운이 주변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가겠습니다.”

아시테르의 안광이 폭사되어지는 순간 빛의 검들이 아르키나에게로 쏟아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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