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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357화 (357/424)

357화 습격자들 (1)

무려 5만의 병력.

5만 명이나 되는 병력이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이스트 왕국이었다.

이제 산 하나만 지나면 이스트 왕국 국경에 도달한다.

그 이후에는 다른 병력들과 합류해 곧바로 이스트 왕국 수도로 향할 계획이었다.

이들을 총지휘 하는 대장, 아일리시는 홀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를 보필하는 네 명의 수석기사들도 함께였다.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냥… 내키지 않아서.”

“이스트 왕국으로 가는 것 말입니까?”

“응.”

“저희는 거의 휴식을 취하러 가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벌레 같은 이스트 왕국놈들을 참교육해주러 가는 것 아닙니까.”

“금방 끝내고 돌아오시지요. 아니면 이참에 이스트 왕국에 눌러 앉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스트 왕국은 블루 오션이 아닙니까?”

잘나가는 귀족들의 자제들인 만큼 자신감 넘치는 삶을 살아온 이들이었다.

아일리시도 한때는 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간 적이 있었다.

무서울 것 하나 없던 시절.

승승장구하며 트럼프의 자리까지 올라왔을 때, 그녀는 마침내 세상을 자신의 발밑으로 내려다보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던 인물이 바로 아시테르였다.

아시테르의 강함은 지금까지도 그녀에게 충격으로 남아 있었다.

이제는 불길만 봐도 순간 질겁할 정도로 아일리시의 머릿속에는 아시테르의 잔상이 크게 남았다.

물론 아시테르에 대해 안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았던 기억들도 많았다.

포로로 붙잡힌 그녀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해주고,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해주었다.

이스트 왕국이 어떤 곳인지 구경시켜주기도 했다.

“엔류아는 잘 지내려나…….”

그중에서도 특히 아일리시를 잘 챙겨주었던 게 엔류아였다.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 사우스 왕국이 이스트 왕국을 점령했을 때도 아일리시는 엔류아부터 찾았다.

혹시나 그녀가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위험에 처해있다면 도와주기 위함이었다.

포로로 있을 때 자신에게 가장 잘 대해준 인물이었으니 보답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결국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아시테르의 안배인지 많은 이들이 엔류아를 도와주고 있었다.

거기다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가문이 프로메테 가문과 루기아 가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땐 아일리시도 안심하고 돌아설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아일리시는 일부러 이스트 왕국과는 등을 돌리고 지냈다.

왜인지 모르게 이스트 왕국과 연관되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

은근하게 아시테르네를 도와준 적도 있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때 살아가길 바랐었는데…….”

일부러 포위망의 한쪽을 아일리시가 맡았다.

하트 군대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리며 포위망에 구멍을 만들어주었다.

그 덕분에 탈출할 줄 알았건만 사우스 왕국 지휘관들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스트 왕국 기사단까지 건드려놨을 줄은…….”

아일리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제 9 왕실기사단이 전멸하고 보기 좋게 이용당했던 마르체니 공주도 유배되었다.

거기다 사우스 왕국의 목표였던 아시테르도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아일리시조차 순간 이 감정이 무슨 감정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복잡한 감정들 때문에 아일리시는 더더욱 이스트 왕국과 멀리하려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 결국 그녀는 지금 이스트 왕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간도 큰 녀석들이로군요. 감히 광장에서 행해지는 처형식을 방해하고 폴로라스님과 바이헤른님을 납치해가다니.”

아일리시의 상념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일리시의 표정을 살피던 기사, 와일던이 입을 열었다.

“아일리시님도 언노운 마법기사단에 대해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일리시가 언노운 마법기사단에 붙잡혔던 과거를 모두가 알고 있었다.

물론 이제와 그녀를 탓하거나 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때 보여주었던 언노운 마법기사단의 행보는 그만큼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었으니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되고 있었다.

어쨌든 현재 아일리시는 언노운 마법기사단과 가장 가까이 지냈던, 그들을 곁에서 지켜봤던 유일한 인물이었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그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그나마 아일리시밖에 없기에, 이번 일에 그녀가 파견된 것이다.

아일리시가 쓴웃음을 지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고 있지.”

“어떻습니니까? 그들은. 솔직히 소문만 너무 무성해서 저희들은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맞아. 소문만 들어보면 뭐 거의 전설의 기사단 수준이던데?”

“흥. 소문은 으레 부풀려지게 마련이다.”

“그래도 언노운 마법기사단이 만들어낸 결과들은 확실하잖아? 언노운 마법기사단이 있는 전장은 늘 승리했다고 하던데.”

“거기다 암살 같은 것에도 능하다고 하고.”

“순 거짓말이야. 그리고 그때는 우리들이 없었잖아?”

으레 보이는 패기였다.

젊은이들의 패기.

그것을 아일리시 역시 나쁘게 보지 않는다.

저런 호기와 패기가 있어야만 많은 것들을 성공할 수 있다.

자신감이 너무 지나칠 때는 비로소 윗세대의 사람들이 나서서 중재해준다.

아일리시는 자신의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언노운 마법기사단은 정말로 강한 기사단이다.”

“아일리시님조차 놈들을 인정하시는 겁니까?”

“비록 언노운 마법기사단의 단장이 목숨을 잃었다곤 하나, 그 안에 소속되어 있는 단원 한 명 한 명이 상당한 실력자들이니만큼 방심해서는 안 된다.”

“흐음… 트럼프이신 아일리시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정도라면…….”

“그래도 한 번 붙어보고 싶긴 하군요. 정말로 강한 자들인지.”

“예전부터 이스트 왕국은 소수 정예로 기사단을 꾸려왔다면서? 그중에서도 언노운 마법기사단은 더더욱 소수였고. 그러니만큼 궁금하긴 하네, 실제로 붙어보면 어떻게 될지.”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아일리시가 피식 웃었다.

젊음의 패기가 이래서 보기 좋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석기사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 생각하는 중이었다.

언노운 마법기사단의 단원들이 강하긴 하나, 수석기사들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다.

거기다 그들은 이스트 왕국의 암흑기를 맞아 수면 아래로 들어갔었다.

반면 아일리시와 다른 기사들은 그날을 계기로 더더욱 성장해왔다.

‘예전처럼 쉽게 당하진 않을 거다.’

아일리시는 속으로 그리 되뇌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아까부터 바깥이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이에 인상을 찌푸린 드랜다일이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이냐!?”

그의 외침에 기사 한 명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적들의 급습입니다!”

“급습? 적!? 그게 무슨 헛소리야? 우리 왕국의 영역에서 누가 우릴 공격한단 말이냐!?”

“그게…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적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수석기사들 모두 잘 훈련된 움직임을 선보이며 뛰쳐나갔다.

아일리시의 머릿속에는 순간 과거의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설마 또……?”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이런 미친 작전을 펼칠만한 사람은 아시테르 뿐이었다.

헌데 그 아시테르는 이미 죽었다.

그러면 대체 누가 5만의 병력이 있는 이곳을 급습한다는 말인가!?

아일리시도 막사 바깥으로 나갔다.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불꽃으로 물든 대지였다.

그것을 본 아일리시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진짜로…? 아냐,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사람은 죽었잖아?”

그런데 저 불길, 솟아오르는 불기둥.

모두가 익숙한 마법이었다.

아일리시의 동공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다.

“적들의 숫자는 대략 200여명.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바로 이쪽입니다.”

“그런데 도무지 막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적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벌써 한 개의 대대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양옆에서 기사들이 시끄럽게 보고를 올려대고 있었다.

그들의 다급한 표정과는 다르게 수석기사들은 여유를 보이며 몸을 풀고 있었다.

“200명?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만만해 보였나보지?”

“미친 것도 정도껏이지… 그 혁명군인가 뭔가 하는 놈들인가?”

그때 그들이 있는 곳으로 화살이 날아들었다.

파아앙!

방패를 만들어낸 드랜다일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야, 인사가 꽤나 과격한 편인데.”

“어디서 쏜 화살이지?”

레일리아스가 화살이 날아온 곳을 쫓았다.

그동안 아일리시는 화살을 보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모두 긴장해. 적은 언노운 마법기사단이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십 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드랜다일이 큼지막한 근육을 드러내며 커다란 방패를 만들어냈다.

쏟아지는 화살들을 막아내던 드랜다일이 두 눈을 큼지막하게 떴다.

커다란 망치로 방패를 마구 내리찍는 느낌이었다.

헌데 더 무서운 점은 화살이 중간에 방향을 바꾼다는 점이었다.

“이게 뭐야!?”

“어디서 이런 잔재주를!”

콰아아앙!!!

와일던이 휘두른 검에 화살들이 터져나갔다.

그때 한쪽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독무를 본 아일리시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에스파에 이어 데미리우스의 독 마법. 언노운 마법기사단이 확실하네…….”

그들의 마법을 옆에서 지켜봤던 아일리시였기에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뒤이어 사슬이 날아들었다.

“이쪽은 내가 정리하도록 하지.”

와일던이 검을 들고 뛰쳐나갔다.

그가 노리는 건 사슬 끝에 있는 여인이었다.

그녀를 먼저 쓰러트린다면 사슬도 사라질 터.

그러나 접근을 차단하듯 화살이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아잇, 귀찮게!”

와일던이 검을 거칠게 휘두르며 앞으로 파고들었다.

자세를 낮추자 그를 향해 사슬이 날아들었다.

그것을 쳐낸 와일던이 금방 에이브릴과 거리를 좁혔다.

“내가 만만한가봐?”

모습을 감추고 있던 사슬이 몸을 일으키며 와일던을 공격했다.

뱀처럼 빠르게 날아든 사슬 공격에 와일던도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그때 강한 충격이 등 뒤를 때렸다.

“흡……!”

와일던이 몸을 돌렸다.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에스파가 그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키이이잉―――!

환한 불빛과 함께 그의 화살이 강한 빛을 발산했다.

모여드는 마력을 보며 와일던도 마음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공격도 아니었단 말이냐?”

상상 이상의 마력이 한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에스파가 마침내 활시위를 놓자 방대한 마력을 품은 화살이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갔다.

와일던이 정자세를 취하며 검을 한껏 들어올렸다.

“흐아아압!”

기합성을 터트린 그가 검을 휘둘렀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거센 폭음이 터지고 와일던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화살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와일던의 노림수가 있었다.

“이렇게 강한 공격 뒤에는 꼭 텀이 생기게 마련이지!”

상대는 지금 무조건 빈틈을 드러냈을 것이다.

와일던이 에스파의 신형을 쫓았다.

그러나 어느새 활시위를 당긴 에스파가 그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뭐라고?”

“아…….”

세 개의 화살이 여지없이 날아들었다.

그것을 모두 피해낸 와일던이 에스파에게 검을 휘두르려 하자 사슬이 날아와 그를 가로막았다.

“제기랄!”

이제 겨우 검 끝이 닿을 정도의 거리가 되었건만 에스파는 또다시 와일던과의 거리를 벌렸다.

심지어 그는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사슬을 디딤발로 이용해 위치를 이동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와일던이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뭐 이런 경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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