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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368화 (368/424)

368화 다이아 군대와의 전쟁 (1)

이스트 왕국의 마법기사단이 일시에 들고 일어나 왕성에서 전투를 치르는 동안, 아시테르와 나머지 언노운 마법기사단은 이스트 왕국 북경 지대에 도착해 있었다.

린이 아시테르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아시테르… 정말 괜찮을까?”

“괜찮을 거야. 히스링 단장님뿐만 아니라 칸과 다른 마법기사단 단장들도 움직였으니까.”

에스파가 팔짱을 끼고 다가와 고개를 비스듬히 꺾었다.

아무래도 그들이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합류해서 확실하게 일을 끝내고 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니. 그럴 순 없어.”

“왜? 그냥 하면 되잖아.”

“이스트 왕국을 되찾을 거라곤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아닌 이스트 왕국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야.”

“너도 이스트 왕국 사람이잖아?”

“엄밀히 말하면 나는 던전에서 온 사람이지. 무엇보다 나는 이 일이 끝난 이후로도 이스트 왕국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야. 그런 내가 이스트 왕국의 일에 깊게 관여한 것도 모자라 앞장서기까지 한다면… 또다시 이스트 왕국은 분열할지도 몰라.”

“으음…….”

에스파를 비롯한 가이우스와 다른 기사단원들이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사 아시테르가 이 일의 주축이 되어 앞장서게 된다면 분명 누군가는 아시테르를 지지하려들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아시테르도 새로 바뀌는 정권에 관여하게 된다.

이는 언노운 마법기사단도 마찬가지.

당연히 반대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권력을 가졌던 자들은 더더욱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새롭게 기회를 가지려는 자들도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려들 것이다.

문제는 아시테르가 그들의 구심점이 되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아시테르의 곁에는 린이 있었다.

웨스트 왕국의 왕권을 이어갈 가장 유력한 인물이니만큼, 웨스트 왕국에서 함부로 자리를 비우기에도 곤란할 것이다.

“심지어 아시테르는 검제이기도 하니까…….”

웨스트 왕국의 최강자들의 정점에 선 자가 바로 아시테르인데 그가 이스트 왕국의 군단장이나 마법기사단장을 지낸다?

그거야말로 웃기는 일이었다.

어쨌든 아시테르가 이스트 왕국에 남아있게 된다면 분명 기존의 권력층들과 맞붙게 될 것이다.

아시테르는 그런 상황을 염려한 것이다.

그는 이스트 왕국이 또다시 분열하길 원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테르는 과감하게 그 역할을 히스링과 칸에게 맡겼다.

그들의 주도하에 이스트 왕국의 독립이 이루어진다면 명분도, 자격도 너무나 충분했다.

거기다 오랜 세월을 마법기사로서 이스트 왕국에 충성한 사람들이었으니 국민들의 지지도 받을 수 있을 터다.

“나아가서 왕족들의 지지까지 받을 수 있을 테고… 여러모로 좋네.”

“응? 뭐가?”

“아니야. 그나저나 잘 해냈으면 좋겠네. 왕성 쪽도.”

“혹시 모르니 카이드와 자비토에게도 부탁해두고 왔잖아.”

“그래도… 사우스 왕국도 나름 저력이 있는 왕국이니까.”

“네 말이 맞아. 그러니 다른 변수는 우리가 차단하러 이렇게 왔잖아.”

아시테르가 맞은편을 살피며 말했다.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사우스 왕국의 다이아 군대였다.

수만의 병력이 막사를 세워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저 많은 병력들을 이끌고 있는 이가 바로 하이트레이스였다.

현재 노스 왕국의 병력을 막고 있는 이가 바로 하이트레이스였다.

그가 이끄는 다이아 군대가 어찌나 강력한지 이그트가 이끄는 병력들도 쉽사리 국경을 넘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이그트에게 시간만 끌어달라 부탁을 하긴 했지만… 이그트도 인정한 강자라니…….”

“하이트레이스라는 사람이 강하대?”

“응. 이그트의 말에 따르면.”

“흐음…….”

그러나 린은 그다지 걱정하진 않는 눈치였다.

하기사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은 난다 긴다 하는 강자들이 모여 있는 웨스트 왕국에서도 최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였다.

거기다 아시테르를 따르는 언노운 기사단원들 또한 강하다.

“그래도 이번엔 아무래도 우리들끼리 해결하기에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어.”

“그래서 본국에 연락을 취했잖아.”

“지금쯤이면 도착했으려나?”

“당연하지. 검제의 명령인데…….”

“다행이네 그럼.”

린이 다시 한 번 그들의 소식을 확인했다.

항상 그녀를 따라다니는 쉐도우 호위단의 단장, 테라가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로얄나이츠의 인장이 박힌 서신을 테라가 건네주었다.

그것을 펼쳐든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키나의 필체야. 아르키나의 이름도 적혀 있고.”

“아르키나가 온 건가.”

로얄나이츠 중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아르키나라면 이미 상당한 전력이었다.

아르키나의 군대는 웨스트 왕국 북동쪽에서 출발해 노스 왕국을 통과해 이곳까지 왔다.

꽤나 장거리 이동이었음에도 그녀의 군대는 늦지 않게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원군까지 도착했으니 이제 나머지는 하이트레이스의 다이아 군대와 대화를 시도해보는 일만 남았다.

만약 원만한 대화를 통해 사우스 왕국으로 순순히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면, 아시테르는 얼마든지 그들을 돌려보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닌 전투를 택한다면 당연히 전투를 벌이는 장소는 이스트 왕국 내륙이 아닌 국경지대여야만 한다.

그래야 이스트 왕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질 않을 터다.

모든 준비를 마친 아시테르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이어 언노운 기사단이 그의 뒤를 따랐다.

아시테르는 이번에 아주 당당하게 정면으로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그들이 나타나자 초소를 지키고 있던 다이아 군대의 병사들이 경종을 울렸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이곳 지휘관이 부리나케 달려 나왔다.

“무슨 일이냐?”

“그게… 이쪽으로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노스 왕국 야만인들이냐?”

“아닙니다. 행색을 보니 일단 노스 왕국 쪽은 아닙니다.”

병사의 말에 지휘관이 눈매를 좁혔다.

그의 말대로 노스 왕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옷가지들이었다.

그들의 선두에 선 사내를 본 지휘관이 까무러치게 놀랐다.

“말도 안 돼!!!”

우연하게도 그는 일전에 저 사내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사우스 왕국 영토에서 말이다.

“왜 그러십니까?”

영문을 모르는 병사가 지휘관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지휘관이 자신의 뺨을 찰싹 때리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럴… 리가… 없는데……?”

다시 확인해 봐도 맞았다.

저 사내는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급하게 하이트레이스님께 보고 드려야 할 것 같다.”

“예. 뭐라고 보고 드릴까요?”

“언노운 마법기사단의 단장, 아시테르가 이곳에 나타났다고 알려라.”

“예……!?”

순간 멍해진 병사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부리나케 내달렸다.

지휘관, 뎀버가 마른 침을 삼키며 먼저 앞으로 나섰다.

“멈춰라!!”

일단 소리부터 지르고 봤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온몸이 긴장되어 머릿속이 하얘지는 수준이었다.

아시테르뿐만 아니라 언노운 마법기사단의 실력까지도 뎀버는 뼈 저리게 느낀 적이 있었다.

시뻘건 피바다 위에 고고히 서있던 자들.

나중에는 그들이 피를 먹고 살거나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흉악한 소문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그만큼 적들에게는 가차 없는 게 바로 언노운 마법기사단이었다.

그런 언노운 마법기사단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을 집중 받은 뎀버의 몸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그가 이렇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굉장히 낯설었던지라 병사들과 기사들이 모두 의아한 얼굴을 했다.

아시테르가 뎀버 앞에 섰다.

“당신이 이들의 대장인가요?”

“그… 그렇습니다만.”

“대화를 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아시테르를 바라보던 뎀버가 뒤편을 살폈다.

이곳으로 찾아온 인원은 겨우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언노운 마법기사단만 있는 게 분명했다.

다른 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였다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며 욕했겠지만 언노운 마법기사단은 달랐다.

“흐음… 대화를 하고 싶다면 역시…….”

“네. 여러분의 대장 분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제 수하들이 보고를 올리러 갔습니다.”

“얼마든지요.”

적진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아시테르는 여유가 넘쳤다.

뎀버는 그것이 실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자신감이라 생각했다.

아시테르뿐만 아니라 다른 언노운 마법기사단도 태평스러운 얼굴이었다.

반면 이쪽 기사들과 병사들은 잔뜩 긴장한 낯빛을 하고 있었다.

‘이게 숫자가 많은 쪽이 이러고 있는 게 맞나……?’

그러나 어쩌겠는가.

당장 이들만으로는 언노운 마법기사단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뎀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차분하게 하이트레이스와 간부들이 이곳으로 오길 기다렸다.

그들만 이곳으로 와준다면 언노운 마법기사단도 그다지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만큼 하이트레이스와 간부들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우려(?)와 달리 아시테르 일행은 기다리는 동안 이렇다 할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

그들이 잠자코 기다려준 덕분에 뎀버도 속으로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 무렵, 마침내 하이트레이스와 간부들이 이곳에 도착했다.

아직은 앳된 얼굴을 한 하이트레이스가 아시테르와 시선을 마주했다.

깔끔하게 생긴 호남형 얼굴이었다.

키는 아시테르보다 한 뼘 정도 작았지만 체형은 생각보다 다부진 체형이었다.

하이트레이스가 아시테르를 보며 물었다.

“나를 보자 했다고?”

날이 선 것만 같은 차가운 목소리였다.

말을 하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

아시테르가 그를 보며 물었다.

“당신이 다이아 군대의 대장입니까?”

“그래. 내가 바로 이들을 이끌고 있는 하이트레이스다.”

“그렇군요.”

아시테르는 별 흥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테르와 다른 이들을 살피던 하이트레이스가 살짝 흥미로운 미소를 보였다.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

“대화를 좀 나누려 찾아왔습니다.”

“내가 왜 그대들과 대화를 나눠야 할까?”

“그야… 우리가 당신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으니까요.”

아시테르의 말에도 하이트레이스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그대가 나의 목숨을 쥐고 있다?”

“네. 이제 들어볼 마음이 생겼습니까?”

“이것 참 흥미로운 얘기로군. 감히 나 하이트레이스의 목숨을 쥐고 있다라… 그런데 그게 만약 거짓일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생각해봤나?”

더욱 싸늘해진 말투.

하이트레이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의 간부들이 살기를 내뿜었다.

그들이 위협적인 기세를 드러내자 언노운 기사단도 참지 않았다.

가장 먼저 크로마제와 반키라스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언노운 기사단 중에서도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만큼 두 사람은 늘 혈기가 넘쳤다.

이번에도 마치 덤비려면 덤벼보라는 듯 대놓고 기세를 발산하고 있었다.

데리미우스는 혹시 모를 상황에 조금씩 마력을 흘려놓고 있었다.

여차하면 그의 독마법이 가장 먼저 적들을 노릴 심산이었다.

언노운 기사단의 움직임을 확인한 하이트레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아무런 근거 없이 대놓고 찾아온 이들은 아니었다.

하이트레이스가 피식 웃었다.

“재밌군. 내 목숨을 쥐고 있다는 네놈이 내게 찾아와 하려는 말이 뭐지? 어디 한 번 말해봐라.”

“간단합니다. 여기서의 일을 멈추고 본국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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