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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372화 (372/424)

372화 로얄나이츠의 힘 (2)

여러 마도사들이 마력을 끌어모아 시전하는 합동 마법은 예상 이상의 위력을 선보였다.

그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화염구와 돌덩이가 날아가 성벽을 격했다.

따로 커다란 공성 무기가 필요 없을 수준이었다.

성벽을 감싸는 배리어가 크게 일렁이고 서서히 복구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응전하는 사우스 왕국 측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활과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대로 두면 배리어가 깨지고 성벽이 부서지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사우스 왕국군도 과감한 선택을 감행했다.

성벽이 열리고 기사들과 병사들이 뛰쳐나왔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아르키나 진영의 마도사들 쪽이었다.

성문 밖으로 나온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며 아르키나가 미소를 보였다.

“백병전을 펼치겠다? 나를 상대로?”

아르키나가 손을 뻗자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진격했다.

그들을 이끄는 지휘관들은 대부분 아르키나가 직접 키운 제자들이었다.

때문에 아르키나의 군대는 다른 로얄나이츠들의 군대에 비해 창병이 많았다.

그러니만큼 이런 백병전에 누구보다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단순 길이로만 봤을 때도 창은 검보다 훨씬 더 긴 리치를 가졌다.

거기에 더해 아르키나의 창병들은 예술적인 차징으로 유명했다.

한데 모인 창병들이 하나의 송곳처럼 대형을 이루어 돌진하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

“우와아아아!”

“으라아아아!”

두두두두두두!!!

쿠구구궁!!!

대지를 밟는 소리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며 창병들이 무서운 기세로 나아갔다.

그들과 마주오던 사우스 왕국 기사들이 과감하게 몸을 날렸다.

말이 날카로운 창에 꿰뚫리고 떨어지는 기사들의 몸으로 창이 날아들었다.

아르키나의 창병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측면으로 파고들어라!”

누군가의 명령에 다이아 군대의 기사들이 급하게 선회했다.

그들이 양옆으로 흩어졌음에도 창병들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후미에 있던 아르키나가 전장의 흐름을 잃고 곧바로 움직였다.

“너희는 좌측으로. 나는 우측으로 간다.”

창병들의 차징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

단번에 적진을 가를 수 있는 차징이 계속되고, 이에 흩어진 적들을 남은 아르키나의 군사들이 공격한다.

그들의 전법을 본 사우스 왕국 지휘관들이 다른 수를 내놓았다.

기사 네 명을 태운 고동빛 무언가가 성문을 통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르키나가 눈매를 좁혔다.

“저건 또 뭐야.”

두 마리의 말이 이끄는 전차가 차징하고 있는 아르키나의 기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거기에 더해 커다란 통나무를 실은 전차가 등장했다.

통나무는 끝이 날카롭게 깎여 있었는데 이를 본 기사들이 황급히 말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돌진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 말을 돌린다!”

기사들의 차징이 결국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진형이 흩어지자, 다이아 군대도 거센 반격을 시작했다.

“호오, 이것 참 변수네.”

뒤편에서 전장을 살펴보던 아르키나가 잠시 멈춰 서서 고민에 잠겼다.

다시 기사들의 차징을 이어나가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벌고자 하면 얼마든지 벌 수 있지만, 다시 차징이 시작되었을 때 또다시 저런 물건이 등장하면 그건 그것대로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콰라라라랑!!!

그 사이 중앙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것을 들은 아르키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시작하셨나보네.”

중앙을 책임지고 있는 로얄나이츠는 다름 아닌 하야트.

한 때 웨스트 왕국의 거인이라 불리던 사내였다.

쿠우우웅!!!

쿠과아아아아아!!!

커다란 굉음이 연신 울려 퍼졌다.

그 중심에 서 있던 하야트가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후웁…….”

하야트의 두 눈이 번뜩이며 선명한 안광이 폭사되었다.

그의 팔에 선명한 힘줄이 보이고 팔뚝이 눈에 띄게 굵어졌다.

하야트의 상반신을 가리고도 남을 거대한 검이 그 굵은 팔에 의해 휘둘려졌다.

쿠과과과아아앙!

대지가 요동치고 성벽을 덮은 배리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렸다.

이 광경을 목격한 사우스 왕국 기사들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겨우 한 명이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

“거신 하야트다…….”

“거신?”

“못 들어봤어? 웨스트 왕국의 거인말이야.”

“나는 모르겠는데?”

“저 사람의 힘은 저게 진짜가 아니야.”

“그럼?”

“진짜 힘은… 이제 시작되려하고 있다…….”

기사들과 병사들의 시선이 하야트에게로 집중되었다.

하야트가 차분히 숨을 고르자 그의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마력이 폐부에 스며들고 전신에 퍼졌다.

천천히 퍼지던 마력이 급속도로 팽창하자 덩달아 하야트의 몸도 거대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우스 왕국 기사들과 병사들은 그때서야 하야트의 검이 왜 그토록 거대한지 알 수 있었다.

거신화 된 하야트가 검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의 다른 손에도 어느새 또 다른 검이 들렸다.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하야트가 두 개의 검을 교차했다.

휘우우우웅!

콰라라라랑!!!

뭣 모르고 하야트의 앞을 가로막았던 사우스 왕국 군사들이 피칠갑이 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하야트의 시선은 그들에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성벽 위에 있는 하이트레이스를 보고 있었다.

“거신 하야트라…….”

다이아 군대 대장에 오르기 전, 제이스쿠스가 말한 적이 있었다.

웨스트 왕국과 전투를 벌이게 되면 최대한 피해야 하는 인물이 있다고.

그중 한 명이 르노어라는 불멸의 검사였고, 카일라이드라는 파멸의 마도사였으며, 거신이라 불리는 하야트였다.

하이트레이스의 시선이 자연스레 하야트에게 집중되었다.

대기가 요동칠 정도의 강대한 마력이 하야트를 중심으로 몰려들었다.

그의 검 끝에 마력의 파동이 몰렸다.

“모두 피해라!”

“도망쳐!”

“도망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달려들어라!”

“적장을 죽여라!”

지휘관들의 명령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군사들의 움직임도 제각각이었다.

옆으로 물러나는 군사들도 있는 반면, 하야트가 있는 곳으로 돌진하는 군사들도 있었다.

그러건 말건 하야트가 크게 검을 휘둘렀다.

콰라라라라랑!!!

검끝의 마력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하이트레이스도 결국 앞으로 나서고 말았다.

슈와아아앙!

커다란 중력구가 모습을 드러내며 하야트의 일격에 맞섰다.

하이트레이스가 중력구를 이용해 하야트의 일격을 상쇄시키려 들었다.

그때 하야트가 일갈을 터트리며 앞으로 한 보 전진했다.

“크아아아아!”

휘몰아치는 오러 소드가 성벽의 배리어를 한 번 더 격했다.

하이트레이스가 그런 하야트의 공격을 전심전력으로 막아내었다.

쿠와아아아앙!!!

쿠르르릉!!!

두 사람의 격돌에 고막이 터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중앙에 있던 웨스트 왕국 군사들과 사우스 왕국 군사들 모두 피칠갑을 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하야트의 시선이 하이트레이스에게 머물렀다.

“과연… 명성이 허언은 아니로군…….”

하이트레이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가 나서지 않았다면 그대로 성벽의 배리어가 깨져버렸을 터다.

하야트 또한 예상외의 위력을 보이는 하이트레이스의 마법을 보며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운으로 트럼프에 오른 것은 아닌 모양이구나.”

하지만 하야트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그가 두 개의 검을 교차한 순간, 하야트를 향한 사우스 왕국군의 집중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를 향해 여기저기 마법이 날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제 아무리 하야트라 해도 그것들을 모두 무시하며 공격을 감행할 순 없었다.

“하야트님을 보호하라!”

“하야트님을 지켜!”

“적들의 공격에 방어하라!!”

뒤편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하야트의 친위대가 앞으로 뛰쳐나왔다.

그들은 하야트를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마법들에 저항했다.

하야트는 그 속에서 다음 일격을 준비했다.

거대화를 한 하야트의 일격은 하나하나가 엄청난 위력을 지닌다.

그러니만큼 그의 공격에는 조금의 시간 필요했다.

그 틈을 수하들이 벌어준 것이다.

“후읍…….”

잠시 정신을 집중하던 하야트가 성벽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성벽을 감싸고 있는 배리어를 완전히 깨버리겠다는 각오였다.

수하들의 거듭된 공격에 상대쪽 배리어도 많이 약해져 있었다.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하면 로얄나이츠로서의 면목이 서질 않지.”

입가에 호선을 그린 하야트가 두 개의 검을 차례로 휘둘렀다.

반월 모양의 거대한 오러가 십자로 교차하며 나아갔다.

심상치 않은 위력임을 감지한 하이트레이스가 두 눈을 부릅뜨며 마법을 사용했다.

그를 중심으로 커다란 중력장이 퍼졌다.

“하이트레이스님!”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위험합니다, 하이트레이스님!”

수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이트레이스는 하야트의 공격 한 가운데로 몸을 움직였다.

구구구구구구!

그가 만든 중력장이 순식간에 몸집을 불렸다.

커다란 중력장과 십자로 나아간 오러가 맞부딪힌 것은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휘와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악!”

“커허헉!”

“으아아아아악!”

거친 비명과 함께 휘몰아치는 마력의 폭풍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 속에서 하이트레이스는 부릅뜬 눈으로 하야트를 노려보았다.

하야트 역시도 하이트레이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고했네.”

그 순간 하야트의 전신에서 마력이 폭사되어 흘러나왔다.

쿵!!!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만큼 빠른 도약이었다.

하야트의 신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성벽 가까이에 나타났다.

“흐아아아아아압!”

하야트가 두 개의 검을 수직으로 내리치며 배리어를 격했다.

폭음과 함께 배리어가 크게 일렁였다.

이를 악문 하야트의 두 팔뚝에 굵은 힘줄이 선명하게 튀어올랐다.

쩌저저저저정!

두 개의 검이 크게 진동하더니 마침내 배리어를 깨트리는데 성공했다.

“우오오오!”

“와아아아아아아!”

“돌격하라!”

“적진을 향해 돌격해!”

“하야트님이 길을 열어주셨다아아!”

놀랍게도 가장 먼저 성벽이 뚫린 곳은 하이트레이스가 지키고 있던 중앙 성벽이었다.

하야트는 그것을 결국 힘으로 뚫어버린 것이다.

파괴된 중력장 속에서 하이트레이스가 하야트를 올려다보았다.

“거신 하야트라… 너무 만만하게 봤군.”

하이트레이스를 보호하기 위해 다이아 군대의 기사들이 뛰쳐나왔다.

웨스트 왕국의 기사들도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하이트레이스를 죽이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하야트의 공격을 못 막았다고 해서 하이트레이스가 완전히 전투 불능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주변으로 퍼진 중력장이 웨스트 왕국 기사들을 압살해버렸다.

“다시 전열을 정비한다.”

하이트레이스가 수하들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성벽 근처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들어가려는 자들과 막아서려는 자들의 싸움이었다.

물밀 듯이 밀고 들어오는 웨스트 왕국 군사들의 저력은 예상 이상이었다.

하야트의 고된 훈련을 견뎌낸 강병들이 단숨에 몰아붙이고 들어왔다.

“막아라!”

“여기가 뚫려선 안 된다!”

“몰아붙여라!”

“기회를 잡아야 한다!”

여기저기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하야트가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자루의 검이 교차되어 검로를 그렸다.

미처 피하지 못한 기사들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의 위에 선 하야트가 적진 깊숙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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