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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386화 (386/424)

386화 1차 브레이크 (1)

하야트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아군을 공격하려는 녀석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검격이 이어져도 놈에게 별다른 타격을 입힐 순 없었다.

“최악의 상성 같습니다.”

하야트의 곁으로 붙은 부관이 말했다.

하야트도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액체 괴물이 한바탕 날뛰려는 찰나 한쪽에서 불덩이가 떨어졌다.

“함께 공격하면 이길 수 있을 거다.”

붉은 로브를 입은 여인이 이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부관 중 한 명이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마녀숲에서 오셨습니까?”

“내 이름은 헬레아. 여왕님을 보필하는 콰트로 중 한 명이다. 그러니 실력은 보증하지.”

헬리아가 보란 듯이 손을 뻗어 마법을 시전했다.

허공에 쏟아지는 불덩이들이 액체 괴물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검격에는 그다지 과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액체 괴물이 이번에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하야트가 다시 움직였다.

“그럼 믿고 부탁하겠네.”

“얼마든지.”

하야트가 검을 휘둘러 액체 괴물을 베어냈다.

헬레아의 불길이 녀석의 잔해를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놈은 떨어진 액체도 다시 제 몸에 흡수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헬레아가 바닥에 떨어진 액체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린 것이다.

본체와 다르게 떨어져 나간 액체들은 그다지 마법에 내성이 높지 않았다.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공격이 진행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헬레아 정도 되는 마도사가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이지 아마 다른 마도사가 하야트의 보조를 맞추려 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쳐 쓰러졌을 것이다.

“저것 봐… 액체 괴물이 점점 작아지고 있어.”

“다시 흡수를 하지 못해서 그런가?”

“제대로 공격도 못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심지어 작은 괴물들도 쏟아져나오질 않아!”

아군 병사들이 액체 괴물을 보며 연신 외쳐댔다.

그들의 말대로 액체 괴물은 점점 하야트와 헬레아의 공격에 밀리고 있었다.

녀석의 치유 방법은 떨어져 나간 자신의 살점들을 다시 흡수하는 방식이었다.

그게 아니면 다른 생명을 잡아먹어 자기 신체의 일부로 만든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생명들을 잡아먹고, 떨어진 살점을 다시 붙이기도 전에 하야트와 헬레아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하야트는 인간들을 공격하려는 액체를 베어냈고 헬레아는 떨어진 살점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덕분에 액체 괴물은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몸집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눈에 띄게 몸집이 줄어들었을 땐 다른 마수들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 달라붙은 이유가 바로 저 액체 괴물 때문이었다.

녀석이 많은 인간들을 흡수하고 더욱 강해지면 이곳에서의 활동이 한결 편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액체 괴물은 마수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는 액체 괴물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놈을 상대하는 하야트와 헬레아가 워낙 강했다.

이들이 액체 괴물을 상대로 승전보를 울릴 무렵, 한쪽에서는 로얄나이츠 급의 마수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고전을 하고 있었다.

드폰은 눈앞에 나타난 마수를 보며 새어 나오는 헛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미치겠구만… 내 평생을 노력해왔는데 마수 하나 못 죽인단 말이냐.”

참으로 기괴하게 생긴 마수였다.

사람형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땅히 있어야 할 눈과 코가 없다.

귀가 있어야 할 곳엔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입만 하나 덩그러니 있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그건 내가 해야 할 말 아니냐, 마수 놈아. 네놈들이 여기로 쳐들어왔는데 왜 그걸 나한테 묻냐.”

“너희들은 누구냐.”

“아니 근데 이놈이…….”

“너희들은 누구냐.”

마수는 같은 말만 계속해서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자꾸 한눈팔지 말란 말이다! 눈도 없는 놈이!”

드폰이 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마수는 양쪽 팔에 달린 날붙이로 드폰의 검을 막았다.

쿠우우웅!!!

갑옷조차 깔끔하게 베어내는 오러 블레이드건만 마수의 날붙이는 금조차 가질 않았다.

녀석이 드폰을 향해 공격을 가해왔다.

드폰이 특유의 발걸음으로 놈의 공격을 흘렸다.

“쳇, 성가시게 빠른 녀석이로군.”

특히나 더더욱 성가시게 만드는 것이 바로 몸 곳곳에 나 있는 구멍이었다.

구멍에서 한 번씩 바람이 터져 나올 때마다 녀석의 공격이 빨라졌다.

그 순간적인 가속 때문에 아찔한 상황이 몇 번씩이나 연출되었다.

드폰의 검이 녀석의 빈틈을 찾았다.

콰아아앙!

검이 놈의 옆구리로 파고들려는 순간 드폰의 몸이 강한 충격과 함께 허공에 떠버렸다.

“크학!”

피를 한움큼 뿜어낸 드폰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같은 말만 반복하던 마수 뒤로 또다른 마수가 튀어나왔다.

“끄으으으으…….”

기다란 머리칼에 뼈만 남은 것 같은 몸.

양팔과 다리가 기이할 정도로 길었다.

놈의 붉은 안광이 드폰을 훑었다.

입가의 피를 닦아낸 드폰이 인상을 찌푸렸다.

“한 놈 더 있었나… 이거 한 방 제대로 먹었군…….”

튼튼한 갑옷을 입었음에도 조금 전 받은 충격이 상당했다.

부관들이 잠깐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나섰다.

팔다리가 긴 마수의 손끝에 커다란 날붙이가 들렸다.

“비슷한 종자인가……!?”

잠시 숨을 고르던 드폰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자신의 부관들은 모두 수준급의 실력자들.

그러나 놈은 부관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하고 있었다.

파콰가각!

스각! 스거어엉―

녀석의 공격에 순식간에 몇몇 부관들이 당하고 말았다.

놈의 공격이 마나로 만들어낸 검을 손쉽게 부숴버렸다.

“이런…….”

녀석의 공격에 당해버린 부관들을 보며 드폰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한 놈만으로도 벅찼는데 더욱 강한 상대가 튀어나오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도와주러 왔습니다.”

그때 드폰의 곁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린 드폰이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

“당신은 검제님의 호위기사가 아니십니까.”

“주군께서 당신을 도우라 명령하셨습니다.”

“아직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는데 검제님께서 당신을 보내셨단 말씀입니까?”

“저는 그저 주군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드폰의 곁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가이우스였다.

가이우스의 등장이 고마웠지만 드폰은 내심 추가 병력이 더 와야 저놈들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가이우스 한 명만으로는 조금 약할 것이라 여긴 것이다.

쿠웅―!

그때 가이우스가 과감하게 발을 내딛으며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돌격에 드폰이 다시 검을 쥐어 잡았다.

“그래도 저분의 능력은 탱킹 쪽에 있으니 해볼 만할지도 모르겠군.”

비록 돌발적인 변수에 의해 일격을 허용하긴 했지만 처음 상대했던 마수는 그다지 강한 공격력을 지니진 않았었다.

그러니 가이우스라면 충분히 녀석의 공격을 버텨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면 그 빈틈을 이용해 자신은 강한 공격을 먹여야 했다.

콰라라라라랑!!!

스가강! 스거거거걱―――!!!

역시나 녀석들의 공격이 가이우스에게로 집중되었다.

가이우스는 특유의 마력을 이용해 놈들의 공격을 방어해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침착하게 적들의 공격을 살폈다.

팔다리가 긴 마수와 입밖에 없는 마수가 합격을 하기 시작하니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놈들의 공격은 단단한 가이우스의 벽을 뚫어낼 수 없었다.

가이우스는 쌓여가는 마력을 일시에 분출했다.

파콰아앙!!!

그가 마력을 출수하자 일순간 커다란 폭발이 일었다.

두 마리의 마수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대로 흘려버리기엔 마력의 크기가 상당했던 탓이다.

그때 가이우스의 주먹이 연기를 뚫고 튀어나왔다.

쿠우웅!

주먹에서 뻗어나간 강력한 마력이 순간적으로 녀석의 팔을 끊어버렸다.

놀란 마수가 비명을 내질렀다.

“생각보다 몸은 단단하지 않나보군.”

가이우스의 주먹이 연이어 쏟아졌다.

그러자 마수가 기겁을 하며 몸을 비틀었다.

그 틈을 이용해 팔다리 긴 마수가 공격을 퍼부으려 들었다.

“네놈 상대는 나다.”

어느새 지척으로 다가온 드폰이 놈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이어 그의 검 끝이 찬란하게 빛났다.

오러 블레이드를 이용한 강력한 일격이었다.

콰아아앙!

“키에에에에에에에!”

검을 그대로 받아낸 마수가 고통스런 신음을 터트렸다.

“너희들은 누구냐.”

입만 붙어 있던 마수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가이우스는 조금의 동요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눈앞에 있는 이 마수를 죽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콰과과곽!

콰르르르륵―!!!

녀석의 날붙이가 엄청난 속도로 가이우스를 공격했다.

그러나 가이우스가 펼쳐놓은 마나스킨은 너무나 단단했다.

날붙이는 가이우스의 몸에 상처 하나 내놓지 못하며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겨우 그런 공격으로 되겠나.”

가이우스가 다시 한 번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러자 마수가 질겁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얼굴로 가로막았다.

이를 본 가이우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마수가 이렇게 겁을 집어먹은 행동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녀석들은 언제나 날카로운 이를 보이며 살기를 드러낸다.

그런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돌아가야 해. 나는 돌아가야 해. 나는 돌아가야 해.”

녀석의 입에서 같은 말들이 흘러나왔다.

이에 가이우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까부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군.”

“너희들은 누구냐!”

녀석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가이우스를 공격했다.

잠깐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고 있던 가이우스였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가이우스조차 순간적으로 반응하기 어려운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녀석의 목에서 커다란 날붙이가 튀어나올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촤르륵!

가이우스의 얼굴이 베이고 핏물이 흘러나왔다.

그 핏물을 마신 마수의 입이 호선을 그렸다.

“맛있다. 너네 맛있다.”

그 모습에 인상을 와락 구긴 가이우스가 주먹에 마력을 모았다.

“기분 나쁜 놈이로군.”

쿠우웅―!!!

가이우스의 주먹이 그대로 마수의 얼굴을 관통해버렸다.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던 마수가 그대로 쓰러졌다.

그 광경을 목격한 팔다리 긴 마수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뭐야? 물러날 줄도 아는 거냐?”

드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동안 봐왔던 마수들이랑은 확실히 무언가 달랐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이우스의 실력에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검제님의 호위라 이건가…….”

아무리 자신이 로얄나이츠들 중 하위권 실력에 속한다지만, 그럼에도 로얄나이츠라는 자리에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자신조차 쉽게 죽일 수 없었던 마수를 저렇듯 간단하게 죽여버리다니…….

솔직히 말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이 마수는 저만치 달아나버렸다.

“근데 이거야 원… 전쟁 초반부터 이 정도란 말인가…….”

생각보다 훨씬 더 고된 전투가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일차 브레이크처럼 밀려든 수천 마리의 마수들은 모두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계속해서 마수들이 쏟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열린 게이트는 잠잠했다.

덕분에 각 군은 부상자들과 사망자들을 수습할 수 있었다.

그래도 발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적은 피해로 끝낼 수 있었다.

드폰 또한 다치긴 했어도 조금만 휴식을 취하면 금방 나을 수 있는 상태였다.

아시테르는 그 사이 병력의 배치를 다시 하고 있었다.

“붉은 게이트에 거대한 마기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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