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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391화 (391/424)

391화 헬라이번

벨로가 선두에 섰다.

자신 또한 마수들의 세계에서는 강자로 손꼽힌다.

더군다나 수많은 마수들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이유.

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가 망자들의 왕관을 쓰고 있는 한 자신의 군대는 일어나고 또 일어난다.

“어차피 네놈들은 곧 지치고 말 것이다.”

벨로가 검을 들어 명령을 내리자 언데드들이 뛰어들었다.

다시 한번 몸을 일으킨 언데드들을 보며 웨스트 왕국 군사들도 이제는 질린 기색이었다.

“제기랄. 이래서는 끝이 없잖아!”

“처음부터 약한 마수들을 많이 내보낸 이유가 바로 이거였나…….”

“놈들이 죽고 그 시체를 이용하기 위해서…….”

언데드 군단은 끝없이 밀려들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이 수많은 언데드들을 이끄는 벨로를 죽이는 것.

그가 쓰러진다면 자연스레 언데드 군단도 없어질 것이다.

이미 그것을 파악해둔 헬라이번이 가장 먼저 벨로를 노렸다.

쿠와아앙―――!!!

헬라이번의 브레스를 칠흑빛 기사들이 모여 막아내었다.

방패로 막는 중에도 놈들의 몸이 녹아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들은 다시 재생될 수 있으니까.

그것을 알기 때문에 벨로는 수하들의 몸을 이용해 헬라이번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흐음…….”

이 광경을 본 헬라이번이 인상을 찌푸렸다.

먼발치서 가하는 공격은 다른 언데드들이 몸으로 막아버린다.

그래서 헬라이번이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그가 허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본 벨로가 웃었다.

“직접 내려와 주는 건가.”

벨로가 손짓하자 언데드들이 길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칠흑빛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마기가 잔뜩 실린 그들의 검이 헬라이번을 공격했다.

콰가가가각―――

차르르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헬라이번의 발톱과 검들이 부딪혔다.

헬라이번은 그 와중에 마법까지 캐스팅해냈다.

콰르르릉!

불길이 치솟고 얼음 폭풍이 불어닥쳤다.

수백 마리의 언데드들이 마법에 휩쓸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뼛조각이 날아다니고 썩은 살점들이 대지에 떨어졌다.

헬라이번은 가벼운 날개짓으로 그것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크아아아!”

헬라이번이 커다란 입을 벌리며 다시 한번 브레스를 준비했다.

이를 본 벨로가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어지간히도 내가 만만히 보였던 모양이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렇게 대놓고 브레스를 내뿜을 준비를 하다니.”

벨로가 처음으로 움직였다.

대지를 박찬 그가 검을 들고 헬라이번을 향해 질주했다.

그런데 그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슈우우웅―

콰아아앙!!!

벨로의 검이 브레스가 나오기도 전에 헬라이번을 격했다.

발톱으로 공격을 막은 헬라이번이 벨로를 내려다보았다.

어깨에 검을 걸친 벨로가 웃는다.

“크게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후우우웅―――

검의 주변으로 모인 커다란 마기가 일시에 쏟아졌다.

마기를 막아내기 위해 헬라이번도 마법으로 베리어를 만들어냈다.

쿠와아아아앙―――!!!

베리어를 크게 흔드는 강한 일격이 쏟아졌다.

벨로가 검을 다시 한번 휘둘렀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강한 충격을 주는 일격이었다.

헬라이번이 무거운 침음성을 흘렸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언데드 군단을 이끄는 놈이 이렇게나 강하다니… 재밌군.”

그의 손에 아직까지 얼얼한 느낌이 남아 있다.

그 말은 상대도 결코 허투루 검을 배운 자는 아니란 얘기였다.

그때 벨로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왜, 놀랐나?”

“솔직히 놀랍구나. 그저 그런 흑마도사 나부랭이인줄 알았더니…….”

“그럴 리가. 나는 이 군단을 이끄는 최고의 검사다.”

벨로가 검을 다시 어깨에 들춰맸다.

그것이 준비 동작임을 알아차린 헬라이번이 이번엔 미리 선수를 쳤다.

그의 마법이 오색찬란하게 빛났다.

솟구쳐 오르는 빛기둥 사이에서 벨로가 어지러이 움직였다.

놈은 저 빛기둥 사이에서 실체가 있는 공격들만 막아내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마기를 실은 검으로 헬라이번을 공격해왔다.

쿠구구궁!!!

콰라랑!!!

헬라이번의 마법과 벨로의 검술이 본격적으로 부딪히기 시작했다.

그곳에 휩쓸린 마수들과 병사들이 피범벅이 되어 널브러졌다.

하지만 헬라이번은 그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벨로가 쉬지 않고 그에게 공격을 가해왔기 때문.

날카로우면서도 위력적인 검격이었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떠올리면 한 수, 아니 두 수 이상은 접어줘야 할 실력이었다.

쿠우웅―――!!!

헬라이번의 마법이 벨로를 짓눌렀다.

벨로도 자신을 강하게 누르는 힘에 저항했다.

슈와아아!

세로로 그어 올린 검선이 헬라이번의 몸을 베었다.

“호오.”

“나를 얕보지 마라.”

마신급.

그 수준에 오를 수 있는 마수들은 선택받은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벨로는 그 마신급에 오른 강자였다.

거기다 위리 놈이 그를 더욱 크게 인정하는 이유는 바로 벨로가 이끄는 죽음의 군단 때문이었다.

영원히 지치지 않는 군단.

그것만큼이나 강력한 장점은 없었다.

그 예로 언데드 군단은 계속해서 되살아나 병사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웨스트 왕국 군사들과 첼룬 왕국 군사들도 함부로 안심할 수 없었다.

완전히 쓰러트렸다고 생각했던 언데드들이 계속해서 일어나 갑자기 공격을 가해오니 여간 곤란한 게 아니었다.

실제로 이런 기습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군사들도 수두룩했다.

언데드 군단 때문에 초반 호기롭게 전세를 가져오던 첼룬 왕국이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전투가 길어질수록 지치는 것은 생명이 있는 쪽이었다.

부상자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하고 조금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하위 언데드들도 점점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쯤 웨스트 왕국의 지휘관들이 명령을 내렸다.

“이제 첼룬 왕국과 교대한다!”

“우리 차례다!”

“돌격 앞으로!”

그들의 명령에 군사들이 앞으로 움직였다.

첼룬 왕국 군사들이 자연스레 뒤로 물러났다.

그들의 곁으로 웨스트 왕국 힐러들이 다가왔다.

“치유해드릴게요!”

“이쪽으로!”

“이곳으로 오시면 됩니다……!”

치유 마도사들의 마법 덕분에 첼룬 왕국 군사들도 부상의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인간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낯설었던 몇몇 군사들이 경계심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함께 싸우는 첼룬 왕국의 인간들이 다가와 그들을 안심시켜주었다.

“지금은 우리 모두 이 세계를 위해 싸우고 있질 않습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같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으니 믿어주십시오.”

“맞습니다. 벌써부터 이렇게 신뢰하지 못하면 나중에 어떻게 등을 맞대고 적들과 싸울 수 있겠습니까.”

“자자, 진정하고 일단 치유부터 받으세요!”

그들의 말 덕분에 첼룬 왕국 군사들의 치유도 점차 순조로워졌다.

그 사이 헬라이번이 다시 한번 벨로를 압도했다.

이제는 그의 곁에 세 명의 로얄나이츠가 붙어 있었다.

더이상 전쟁을 끌어가는 것은 이쪽에 불리했다.

언데드 군단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져갔고 반면 이쪽은 시간이 흐를수록 수가 줄고 지쳐만 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쟁의 결착은 최대한 빨라야만 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다른 로얄나이츠들도 최대한의 도움을 주려 한 것이다.

콰라라랑―――!!!

르노어의 검이 상위종 언데드들을 거침없이 베어냈다.

이어 카일라이드의 마법이 하늘 위로 폭격했다.

이 두 사람의 보조만으로도 헬라이번의 움직임이 한결 자유로워졌다.

“죽어라!”

불을 머금은 헬라이번의 발톱이 벨로의 몸에 꽂혔다.

카아아앙―――!!!

검신으로 발톱을 막아낸 벨로가 두 눈을 번뜩였다.

다른 이들도 신경 쓰였지만 일단은 눈앞에 있는 드래곤부터 처리해야만 했다.

이제 서서히 다른 마신급 존재들도 게이트를 열고 바깥으로 나오려 할 것이다.

그들이 나오기 전에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져야만 했다.

쿠우웅!!!

벨로가 검으로 바닥을 내리 꽂자 망자들의 그의 부름에 응했다.

“쿠워어어어어!”

“캬아아아아아아아!”

“끼야아아악!”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언데드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들을 가리키며 벨로가 자신 있는 표정을 보였다.

“여기 있는 녀석들은 모두 마신급 마수들이었다. 나는 종국에 마신급 마수들을 언데드로 길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릴라를 닮은 커다란 마수와 뱀처럼 기다란 몸뚱아리로 대지를 긁고 다니는 마수.

그리고 눈알이 100개나 달려 있는 흉측한 마수가 서 있었다.

이들의 등장만으로 대기 중의 마기가 훨씬 더 짙어졌다.

“그래봤자 죽은 놈들일 뿐이다.”

슈와아아아―――

어느새 고릴라처럼 생긴 마수 코앞까지 다가온 르노어가 검을 휘둘렀다.

이어 카일라이드도 지렁이처럼 생긴 거대한 마수를 공격했다.

그가 대지를 얼리자 지렁이처럼 생긴 마수가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녀석이 수천 개의 이빨을 보이며 인간들을 집어삼키려 들었다.

콰아앙!!!

어디선가 날아든 창이 놈의 아가리를 강하게 때렸다.

“어디 그 냄새나는 입을 이쪽으로 들이밀어!?”

카이드가 놈을 순식간에 난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일라이드가 다른 쪽으로 마법을 시전했다.

쿠콰아아아아아아앙―――!!!

수많은 얼음 송곳들이 눈알 괴물 쪽으로 떨어졌다.

놈은 8개의 다리를 이용해 얼음 송곳들을 쳐냈다.

이어 놈의 눈알에서 진물이 흘러나왔다.

“저건 또 뭐냐…….”

하여간 죄다 마수들이라 그런지 사용하는 능력도 다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카이드에겐 상관없었다.

무슨 능력을 사용하고 무슨 힘을 사용하건 그에겐 그저 쓰러트려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동안 흥미가 없다가 강해 보이는 언데드가 나타나자 냅다 뛰어온 카이드를 보며 르노어가 피식 웃었다.

“이보게 자네. 지금 그렇게 웃을 상황인가? 저 사내 때문에 우리 아군의 진형이…….”

“놔두게. 순수하게 강해지고 싶은 열망만으로 여기까지 살아온 사람일세. 지금도 저 사내는 성장중일 거야.”

순식간에 고릴라처럼 생긴 마수를 수십 조각으로 잘라버린 르노어가 팔짱을 끼며 카이드를 바라보았다.

아시테르의 곁에 늘 붙어 다니던 기사.

처음에는 사용하는 힘이 참으로 특이하다는 생각이었다.

살면서 인간이 마기를 사용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헌데 눈앞의 카이드는 특이하게도 마기를 사용했다.

이 때문에 그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카이드를 경계했다.

검제의 곁에 마기를 사용하는 자가 있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붙여 그를 감시하니 조금은 아시테르가 왜 저 사내를 곁에 두는지 알 것도 같았다.

열망 덩어리인만큼 속내가 훤히 비춰진다.

그렇기 때문에 카이드를 대함에 있어 다른 이들보다 한결 더 마음이 편하다.

뿐만 아니라 카이드는 누구보다 강자를 존중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니만큼 그가 아시테르를 배신할 일도 없어 보였다.

하여간 묘한 분위기를 가진 사내였다.

어느새 그가 세 마리의 언데드를 도맡았다.

르노어가 이에 시선을 돌렸다.

“일단은 저치부터 죽여야 할 것 같네.”

“그럼 뭐… 우리가 나설 자리는 없어보이는구먼.”

“후후. 그렇군.”

두 사람은 대기가 요동칠 정도의 거대한 마력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헬라이번이 이제 그만 전쟁을 끝내기 위해 신위급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늘의 위로 수백 가지의 고대 룬어가 펼쳐졌다.

마력을 받아 강한 빛을 내뿜는 룬어를 보며 아시테르도 웃었다.

“나도 저 마법 때문에 정말 고생 많았지…….”

헬라이번의 강함을 뼈저리게 알려준 마법이었다.

쿠와아아아아앙――――!!!

새하얀 광명이 세상을 비추자 언데드들의 몸이 부스러기처럼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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