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화 다섯 존재 고투퍼스 (1)
그러나 그들이 돌아가는 길 또한 쉽지 않았다.
연이어 마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종내엔 최악의 마수까지 등장해버리고 말았다.
돌로 이루어진 피부에 화염을 두른 마수가 등장했다.
놈의 붉은 눈동자가 인간들을 훑었다.
“위리놈님께서 놈들을 살려 보내지 말라는 말을 하셨다. 모두 다 죽인다.”
“알겠습니다.”
“움직이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마수들이 움직였다.
모두가 화산 지대에 사는 마수들이었다.
몇몇 마수들은 화염을 두른 채 인간들에게 돌진했다.
고블린처럼 생긴 마수들이 다가오자 웨스트 왕국 군사들도 잔뜩 경계했다.
그들이 창과 검을 휘둘렀다.
헌데 고블린처럼 생긴 마수들이 너무도 쉽게 당해주었다.
이에 기사들과 병사들의 얼굴도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뭐야!? 별 것 아니잖아?”
“괜히 쫄았군.”
“어…? 근데 잠시만… 어어?”
“피해라!”
파바방!!!
파바바바방―――!!!
고블린처럼 생긴 마수들이 죽으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여기저기 폭발이 일고 폭발에 휘말린 기사들과 병사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르노어가 눈매를 좁혔다.
고블린처럼 생긴 마수들의 몸에 화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화염은 고블린이 죽으면 폭발을 일으켰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이로군. 저놈들은 우리들이 맡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카일라이드가 마도사 군단에 명령을 내렸다.
창과 검을 이용하면 눈앞에서 폭발을 일으키니 차라리 마법으로 놈들을 죽이는 것이 나을 거란 판단이었다.
실제로 마법으로 고블린들이 죽으면 그 자리에서 폭발해 아군에 피해를 미치지 않았다.
고블린을 닮은 마수에 이어 화산재가 뭉쳐진 골렘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놈들은 움직일 때마다 뜨거운 불길을 내뿜었다.
“젠장… 이건 대체 뭐하는 마수들인거야?”
“저런 마수들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흐음… 설마 저놈들도 죽으면 폭발하려나?”
그럼 정말 큰일이었다.
고블린들은 몸체가 작은 만큼 그 폭발의 정도가 아주 강하진 않았다.
헌데 사람보다 족히 네 배는 더 커 보이는 저 골렘이 폭발하면 그때는 정말 큰일일 것 같았다.
그때 르노어가 앞으로 나서며 검을 휘둘렀다.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자 걸어오던 골렘의 몸이 경직되었다.
수많은 검선이 새겨지고 놈의 몸이 하나씩 떨어져 내렸다.
키이잉―!
파콰라라라라랑―――!!!
예상대로였다.
골렘이 죽자 그 자리에서 강한 폭발이 일었다.
고블린이 만들내는 폭발보다 훨씬 더 위력적이었다.
“이거 정말 큰일난 것 같은데…….”
“저 폭발을 무슨 수로 막아…….”
이를 본 기사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르노어야 골렘을 죽이고 곧바로 몸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일반적인 병사들은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자리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거기다 골렘들은 화산재 같은 것을 뭉쳐 이쪽으로 던지는 공격을 해댔다.
화산재가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는 탓에 방패로 막아내도 문제였다.
열기 때문에 방패가 금방 뜨거워져 내려놓아야만 했다.
마도사들도 화산재 공격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틈을 타 검게 그을린 고블린들이 지척까지 접근했다.
르노어와 카일라이드는 동시에 퇴각명령을 내렸다.
이곳에서 계속 전투를 이어가면 아군의 피해만 심해질 뿐이다.
거기다 그들이 가진 병력으로는 저 마수들을 상대하는 게 수월하지 않았다.
르노어와 카일라이드만 있었다면 어떻게든 해봤겠지만 많은 군사들이 있는 탓에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순 없었다.
“모두 돌아간다.”
“후방의 군사들만 우리들을 따라라.”
르노어와 카일라이드가 몇몇 군사들을 이끌고 추격해 오는 마수들을 죽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마신급 마수, 고투퍼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놈들이 쉽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화산지대에 살아가는 마수들은 다른 녀석들보다 훨씬 더 사납고 호전적이다.
그리고 그런 화산지대에서 최강의 칭호를 얻은 고투퍼스였다.
그의 피는 뜨거운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몸은 단단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명령을 내리니 다른 마수들이 일제히 튀어나갔다.
이번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괴수들이었다.
커다란 몸집의 괴수들이 입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인간들을 공격했다.
카일라이드와 마도사들이 날아드는 화염을 마법으로 막아내었다.
그러자 괴수들은 땅으로 하강해 커다란 발톱과 길고 날카로운 부리를 이용해 공격해왔다.
놈들의 날개에 불길이 치솟은 것도 그와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키야아아아오오오!”
“꺄아락! 꺄라라락!”
괴상한 울음 소리를 내뱉으며 한바탕 전장을 휘저은 괴수들이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갔다.
“하늘을 나는 마수라…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이로군.”
“하나하나가 강한 마수들이뿐이로군.”
이곳이 적진인 것이 새삼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르노어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비행하는 괴수들은 먼저 처리해야만 한다.
놈들이 계속해서 쫓아와 공격해대면 피해는 점점 더 커질 터다.
르노어의 생각을 읽은 카일라이드가 재빨리 커다란 바위들을 소환했다.
그것을 발판으로 르노어가 하늘 위로 올라갔다.
그리곤 가장 눈앞에 있는 괴수부터 깔끔하게 베어냈다.
괴수의 머리가 잘려나가고 몸뚱아리가 바닥에 추락했다.
“모두 피해라! 또 폭발한다!”
“더 멀리 벗어나!”
기사들과 병사들이 황급히 괴수의 시체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괴수의 시체는 핏물을 흘리기만 할 뿐 폭발을 일으키진 않았다.
이를 확인한 르노어는 괴수를 밟고 이동하며 마음껏 놈들을 베어냈다.
르노어를 떨어트리기 위해 괴수들이 낮게 비행하기도 하고 난폭하게 날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한두 마리의 괴수들이 여지없이 땅으로 추락했다.
당장 르노어를 상대할 수 없다 판단한 괴수들이 하나둘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투퍼스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정도 실력을 지닌 인간이라면 분명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녀석이겠지.”
파앙!!!
대지를 박찬 고투퍼스가 단숨에 르노어와의 거리를 좁혔다.
르노어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마기를 느꼈다.
“흐음… 저 자가 이들의 대장인가.”
르노어가 허리춤에 검을 가져가 횡으로 베었다.
뻗어나간 오러가 고투퍼스를 노렸다.
고투퍼스는 양손을 교차하는 것으로 르노어의 검을 막아내려 했다.
콰과과과각!!!
일반적인 소리는 아니었다.
녀석의 단단한 피부에 오러가 막혔다.
“으음…….”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기 위해 내지른 검격이긴 했지만 그래도 결코 가벼운 위력의 검격은 아니었다.
헌데 르노어의 검은 고투퍼스의 팔에 자그마한 흠집도 내질 못했다.
“엄청나게 단단하군.”
르노어가 자세를 고쳐잡으며 녀석을 노렸다.
그의 검이 부드럽게 흐르며 고투퍼스의 틈을 노렸다.
고투퍼스가 주먹을 휘둘렀다.
파아앙!
무언가가 터지며 녀석의 주먹이 갑자기 빨라졌다.
검을 튕겨낸 고투퍼스가 그대로 르노어의 상단부를 가격했다.
콰앙!!!
조금만 늦었더라면 르노어도 일격을 허용할 뻔했다.
검이 진동을 일으키며 떨었다.
그만큼 고투퍼스의 일격에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뒤이어 붉은 화염이 불어닥쳤다.
르노어가 발놀림을 빠르게 가져가며 화염을 피해냈다.
그가 검끝을 회전시켜 고투퍼스의 뒤를 노렸다.
콰라라랑!!!
파바바방! 퍼벙!
화염에 뒤섞인 르노어의 검이 몇 차례 고투퍼스의 등뒤를 때렸다.
그러나 고투퍼스는 여전히 이렇다 할 타격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게 다인가?”
고투퍼스의 시선이 르노어에게 머물렀다.
놀랍게도 그의 표정은 실망감을 안고 있었다.
“너는 그래도 인간들 중에서 상당히 강해 보였는데… 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건가?”
고투퍼스가 자신의 두 주먹을 부딪혔다.
그러자 놈의 몸 여기저기 폭발이 일기 시작했다.
투쾅!!!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고투퍼스가 르노어를 공격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만큼 놈의 순간 가속도는 예측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르노어 또한 놀라울 정도의 동물적 감각으로 놈의 공격을 피해내는데 성공했다.
콰라라랑!!!
고투퍼스의 주먹이 꽂힌 대지에 불길이 튀었다.
“특이한 힘이로군…….”
르노어는 자세를 고쳐잡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고투퍼스가 고개를 까닥이며 손짓했다.
“와라, 인간. 제대로 놀아보자꾸나.”
여유가 흘러 넘치는 고투퍼스를 보며 르노어가 검을 고쳐잡았다.
“후읍.”
호흡을 고른 그의 전신에서 방대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자세를 잡은 르노어를 중심으로 거대한 연못이 생겨났다.
그가 자세를 조금 더 낮추는 순간 그를 중심으로 물결이 퍼졌다.
파앙!!!
르노어가 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다.
검 끝에 맺힌 오러 블레이드가 평소보다 훨씬 더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물결이 밀려들며 고투퍼스를 압도했다.
고투퍼스는 그 자리에 서서 불길을 일으켰다.
재밌게도 상대는 물결이 보이는 힘을 사용했다.
반면 자신은 화산 지대에서 살아온 마수였다.
“아무리 차가운 물이라고 해도 화산의 열기는 이겨낼 수 없는 법이다.”
고투퍼스가 화신으로 변하며 르노어의 검을 막아냈다.
르노어는 검로를 바꾸어 순식간에 5번 이상의 검격을 날렸다.
파도가 치고 또다시 파도가 밀려들었다.
뜨거운 불길이 그것을 막아내기 위해 더욱 강한 열기를 내뿜었다.
이를 악문 르노어가 검을 위로 들어올렸다.
순리를 거스르는 물길이 고투퍼스의 몸을 타고 올라갔다.
오러 블레이드에 실린 강한 힘이 고투퍼스의 몸에 마침내 상처를 입혔다.
놀란 고투퍼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르노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파도가 몰아친 자리에 거대한 바다가 생겨났다.
마침내 르노어의 검술 중 비기가 발동된 것이다.
푸른 바다 위에 선 르노어가 검을 바로 세웠다.
물결이 소용돌이 치듯 솟구쳐 오르며 르노어를 감쌌다.
그 중앙에 고고히 서 있던 르노어가 검을 수평으로 눕히며 고투퍼스의 몸에 찔러넣었다.
콰라라라라라라라랑―――!!!
쿠구구구구궁―――!!!
엄청난 굉음이 일고 강한 충격파가 튀었다.
물의 소용돌이는 오러 블레이드를 감싸며 고투퍼스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고투퍼스도 이번에는 충격이 컸는지 뒤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흐라아아아아!”
강한 괴성을 내지른 고투퍼스가 양손에 불길을 일으키며 르노어를 공격했다.
적의 공격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르노어는 그것을 막아내지 않았다.
이번 일격으로 녀석의 화염이 뚫리고 단단한 피부도 벗겨내는데 성공했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것이다.
콰아아앙!!!
두 개의 주먹이 르노어의 양쪽 옆구리를 강하게 가격했다.
뜨거운 불길이 순간적으로 르노어의 상체를 휘감았다.
“끄으으읍……!”
르노어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는 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을 가하며 고투퍼스의 몸을 후벼팠다.
“커허어억!”
고투퍼스가 피를 토해냈다.
그러자 뜨거운 용암이 그대로 흘러내렸다.
뱉어내는 피마저 뜨거운 용암이라니.
정말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르노어!”
다른 마수들을 상대하느라 미처 이쪽을 신경 쓰지 못했던 카일라이드가 뒤늦게 합류했다.
그가 마법으로 고투퍼스를 공격했다.
퍼버벙!!!
떨어지는 바위에 맞으면서도 고투퍼스는 르노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감히 인간 따위가!”
잔뜩 분노한 고투퍼스가 르노어를 쳐냈다.
르노어의 몸이 힘없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크읍…….”
핏물을 닦아낸 르노어가 놈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그가 최선을 다해 펼친 일격은 완전하게 먹혀들었다.
고투퍼스가 처음으로 고통에 물든 표정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놈은 회복할 새도 없이 카일라이드의 마법 폭격을 받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