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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400화 (400/424)

400화 다섯 존재 고투퍼스 (2)

“괜찮은 건가!?”

놀란 카일라이드가 르노어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르노어가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럭저럭 살만은 하네.”

“자네답지 않게 왜 그런 무리를…….”

“하나라도 더 처리해야 하지 않겠나. 보아하니 놈도 마수들의 세계에서 강한 축에 드는 놈이야.”

적은 하나라도 더 줄일수록 좋다.

특히나 저토록 강한 마수라면 더더욱.

고투퍼스가 두 눈을 붉게 물들이며 르노어와 카일라이드를 쳐다봤다.

“감히 이 몸의 몸에 상처를… 커헉……!”

고투퍼스가 흘러내리는 용암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몸에서 이토록 많은 용암이 흘러내린 것은 정말 오랜만인 일이었다.

용암은 주변 대지마저 녹이며 계속해서 흘러내려갔다.

“기가 막히는 일이로구만… 몸에서 흘러내리는게 뜨거운 용암이라니…….”

“세상에 저딴 마수가 있다는 게 더 신기한 일이야.”

“한편으로는 다행이야. 놈을 이곳에서 처리할 수 있어서.”

“하긴… 저런 놈이 우리들의 세계로 건너왔다면 정말 재앙이었겠어.”

고투퍼스 하나 때문에 대기의 온도가 눈에 띄게 올라갔다.

처음 어비스 던전에 왔을 때는 약간 서늘한 감각이었는데 지금은 온통 열기로 가득해 있다.

고투퍼스에게서 흘러내리는 용암이 대기의 온도마저 바꿔놓고 있었다.

거기다 주변 녀석들도 화염을 두르고 있으니…….

“그런데 저길 좀 보게나.”

카일라이드가 다른 마수들을 가리켰다.

놈들이 두른 화염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마수들에게서 흘러나오는 마기도 더욱 강해졌다.

“설마 저 녀석 때문에 다른 마수들이 강해지기라도 하는 것인가?”

“그건 좀 곤란하게 됐는데…….”

르노어가 다시 검을 부여잡았다.

고투퍼스에게 당한 상처가 아직까지도 화끈거렸다.

그래도 검을 놓을 수는 없었다.

아직 돌아가지 못한 수하들의 수가 꽤 됐다.

지금은 자신이 나서서 그들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시기였다.

카일라이드가 그런 르노어를 가로막았다.

“너무 자네 혼자 해결하려 드는구만.”

“하지만 자네는 여기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질 않나.”

“후후후. 자네는 웨스트 왕국 최고의 마도사를 너무 물로 보는군.”

“뭣……?”

“이런 것쯤은 마법진 하나면 금방 해결할 수 있네.”

카일라이드가 지팡이를 들어 바닥을 두드렸다.

그러자 미리 그려두었던 마법진이 환한 빛을 발산하며 발동되기 시작했다.

사실 르노어와 다른 병사들이 마수들을 상대로 열심히 싸우는 동안 카일라이드도 가만히 그 전투를 지켜보고만 있진 않았다.

그는 간단하게 캐스팅 할 수 있는 마법으로 아군을 도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다.

마소가 희박하다면 마소를 불러오면 그만이다.

마력을 증폭해줄 수 있는 마법진까지 중복으로 그려 넣었다.

후우우우우우웅―――!!!

마법진이 발동되자 마소의 농도가 급격히 짙어졌다.

돌아오는 마력을 느끼며 카일라이드가 미소를 보였다.

“이제 이쪽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겠구만.”

카일라이드가 곧바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 수많은 마법 연산이 나타났다.

쩌저저적!!!

쩌저저정―――!!!

대기에 차오른 한기가 열기를 중화시켜버렸다.

뒤이어 커다란 얼음 기둥들이 나타나 마수들의 돌진을 막았다.

“아직 멀었다.”

카일라이드가 계속해서 마법을 발동했다.

커다란 돌벽이 계속해서 솟아나 마수들을 가둬버렸다.

그 위로 나타난 얼음 송곳들이 놈들을 향해 떨어졌다.

콰아앙!!!

단숨에 수십 마리의 마수들을 죽인 카일라이드가 미리 형성해둔 베리어로 고투퍼스 공격을 막아냈다.

카일라이드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성격이 급하구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형형한 안광을 내뿜은 카일라이드가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두 마리의 아이스 골렘이 몸을 일으켰다.

골렘들이 주먹을 내지르며 고투퍼스를 공격했다.

파콰각!!!

콰가가가각!!!

고투퍼스는 그 자리에서 두 마리의 골렘을 박살내버렸다.

확실히 마신급 마수는 강했다.

아이스 골렘이 이렇다 할 공격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완전히 당해버린 것이다.

“이딴 장난감 같은 걸로 날 어쩌겠다는 말이냐.”

고투퍼스가 대지를 박차며 카일라이드에게 돌진했다.

놈의 몸에서 또다시 한 차례 폭발이 일었다.

그 순간 빠르게 가속한 고투퍼스가 카일라이드를 가격하는 듯 보였다.

쿠우우웅!!!

그러나 이번에도 카일라이드가 만들어낸 배리어에 가로막혔다.

아이스 골렘마저도 손쉽게 부숴버린 고투퍼스건만 이 배리어는 쉽게 뚫어낼 수 없었다.

“흐음…….”

고투퍼스가 그 자리에서 열기를 내뿜으며 한 번 더 주먹을 내질렀다.

쩌저적!!!

강한 힘을 견디지 못한 베리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고투퍼스가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카일라이드를 바라보았다.

이제 서서히 상대도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헌데 카일라이드는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가까이 오면 나의 마법을 맞추기가 더욱 쉬워지질 않나.”

그가 손을 들자 허공에 강한 바람이 일었다.

방대한 마력이 만들어낸 토네이도가 삽시간에 고투퍼스를 집어삼켰다.

이어 카일라이드가 토네이도에 얼음 조각들을 입혔다.

수십, 수백 개의 얼음 조각들이 고투퍼스의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크아아아아!!!”

분노한 고투퍼스가 온몸에서 강한 열기를 내뿜었다.

그러자 용암이 흘러나오며 카일라이드의 마법을 파훼해 버렸다.

“마력마저 녹이는 건가…? 평범한 용암은 아니었구나.”

카일라이드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하니 저런 방식으로 자신의 마법을 깨트릴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그래도 몰아붙이고 있을 때 기세를 더해야 했다.

쿠구구궁!!!

돌기둥이 솟구쳐 오르며 놈을 공격했다.

허나 단단한 바위 피부를 돌기둥이 뚫어내진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카일라이드가 진짜로 노리는 곳은 다른 곳이었으니까.

미리 소환해두었던 얼음 송곳들을 쏘아냈다.

르노어가 놈의 몸에 상처를 내주었으니 자신은 철저히 그곳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허나 고투퍼스도 카일라이드의 노림수를 알아차리고 있었다.

놈은 돌기둥을 박차며 몸을 회전시켰다.

“크아!”

엄청난 마기를 발산한 고투퍼스가 날아오는 얼음 송곳들을 모두 깨부쉈다.

놈은 돌기둥을 오히려 발판으로 삼아 카일라이드를 향해 빠르게 질주했다.

카일라이드가 고투퍼스를 막아내려 할 때 누군가 그를 스쳐 지나갔다.

쏜살같이 달려나간 사내가 기다란 창을 휘둘렀다.

콰과과과과가가가각―――!!!

쩌저정!!!

마기와 마기가 충돌했다.

창을 휘두른 사내는 멀쩡하게 자리에 착지했고, 창격을 막아낸 고투퍼스만 뒤로 튕겨져나갔다.

“뭐야. 나 빼고 이런 재밌는 놈이랑 놀고 있었단 말이야?”

온몸을 마수들의 피로 물들인 카이드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를 본 카일라이드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였나.”

“후후… 미친놈이지만 그래도 든든한 지원군이 와 주었구만.”

르노어가 카이드를 바라보며 웃었다.

카이드는 창을 꼬나잡으며 창끝을 고투퍼스에게 겨누었다.

“야. 일어나라. 멀쩡한 거 다 알아.”

“인간주제에… 어떻게 우리들의 힘을 다루는 거냐.”

“몰라 나도. 그리고 이게 왜 니네 힘이냐. 내가 쓰면 내 힘인 거지.”

“쯧… 귀찮은 인간들이 줄줄이 나타나니 서서히 짜증이 나는구나.”

고투퍼스가 두 주먹을 모으며 마기를 발산했다.

그러자 그를 주변으로 뜨거운 열기가 퍼졌다.

놈이 무언가를 하려는 것을 눈치챈 카이드가 한발 먼저 움직였다.

“미안하지만 나는 친절하게 기다려주는 타입은 아니라.”

카이드가 창으로 난격을 펼쳤다.

수십 개의 선이 고투퍼스를 강타했다.

강렬한 마기를 머금은 일격들이 쌓이자 놀랍게도 고투퍼스의 몸에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흐음… 네놈은 좀 위험하겠구나.”

고투퍼스가 주먹을 내질렀다.

뜨거운 용암이 주먹을 타고 흘러나왔다.

“막지 말고 피해야 한다!”

뒤편에 있던 르노어가 소리쳤다.

카이드가 피식 웃으며 몸을 빼냈다.

“거 영감탱이 시끄럽게 하지 말고 잘 지켜보기나 하쇼.”

카이드가 창을 뒤로 잡아당겼다.

그가 몸을 한껏 웅크렸다가 있는 힘껏 창을 회전시키며 내질렀다.

휘리리링―――!!!

회전하는 창신에 마기가 몰려들었다.

나선 모양으로 회전하는 마기가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고투퍼스가 두 손을 모아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콰과가가가가각―――!!!

콰르르르릉!!!

창끝이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뒤이어 밀려든 마기가 놀랍게도 고투퍼스의 마기를 휘감았다.

“흡……!”

놀란 고투퍼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마기마저 집어삼키는 카이드의 공격에 진심으로 놀란 것이다.

콰라라라라랑!!!

강한 마기 때문에 고투퍼스의 온몸에 상처가 생겨났다.

자신이 태어나 이렇게까지 상처를 입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잔뜩 분노한 고투퍼스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뭐 이 새끼야. 마수 따위가 뭔 말이 이렇게 많아.”

촤라라락!!!

콰과광!!! 콰라라라랑!!!

카이드의 창격이 빗발쳤다.

수십 개의 창날이 일시에 고투퍼스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였다.

카이드는 창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놈이 보이는 틈마다 창을 찔러넣었다.

이어지는 난무에 고투퍼스마저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일라이드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보게 르노어… 저 사내가 원래 저리도 강했던가?”

“그 사이에 또 성장한 모양이로군.”

“이거야 원… 놀라지 않을 수가 없구만.”

“후후. 젊음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나. 가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할 때가 있질 않나.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한계를 돌파한 모양이지.”

르노어가 카이드의 창술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그 또한 한 명의 기사로서 카이드의 강함에 순수한 호승심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까지는 두 사람이 대결을 펼친다면 열 번이면 열 번 모두 르노어의 승리로 끝났겠지만, 이제는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 정도는 내가 질 수도 있을 것 같군.”

르노어가 입가에 웃음을 보였다.

그 사이 카이드는 놀라운 무력을 선보이며 고투퍼스를 압도했다.

고투퍼스가 흘리는 뜨거운 용암마저도 카이드의 마기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대체 네놈의 정체는 뭐냐!”

“뭐긴 뭐야. 인간이지.”

카이드가 창을 깊숙이 찔러넣었다.

르노어가 만들어낸 커다란 상처 부위였다.

“끄아아아!”

고투퍼스가 고통에 가득찬 비명을 질러대었다.

죽음의 공포.

그것이 서서히 밀려오고 있었다.

이대로 더 싸웠다간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허나 아직은 안 된다.

지금 죽어선 그동안 그가 달려온 길이 무색해지고 만다.

“뭣들 하고 있는 거냐!”

고투퍼스가 수하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놈들은 선뜻 움직이질 않았다.

“여기 있는 인간을 죽여라! 어서!”

그가 다시 한번 소리쳐도 소용없다.

마수들은 움직이지 않고 고투퍼스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기다렸다.

“그래도 이것들이……!”

두 눈을 부릅뜬 고투퍼스가 놈들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마수들은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놈들은 웃고 있었다.

고투퍼스가 어서 죽어주기를 바라고 있던 것이다.

그가 죽으면 화산 지대는 새로운 전쟁터로 바뀔 것이다.

다시 우두머리를 뽑기 위해 갖은 싸움이 벌어질 테고 종국에 새로운 우두머리는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누구에게나 돌아가는 법이다.

놈들은 사실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

“으하하하! 이거 완전 웃기는 놈이네. 너 쟤네들 대장 맞아?”

카이드가 창을 비스듬히 들어 고투퍼스의 어깨에 박아넣었다.

데미지가 쌓이며 고투퍼스의 피부도 제 기능을 잃고 말았다.

고통에 신음하던 고투퍼스가 카이드를 노려보았다.

“와… 부하들에게 버림받은 대장이라니… 그것만큼이나 비참한 건 없는 것 같네. 아니면 그게 원래 마수들 세계에서는 빈번한 일인 건가?”

“시끄럽다……!”

“쯧… 동정한다 새끼야. 그냥 편하게 죽어라.”

창끝에 웅혼한 마기가 뭉쳤다.

마기는 거대한 날이 되어 고투퍼스의 목을 단숨에 잘라버렸다.

뜨거운 용암이 분수처럼 쏟아졌지만, 카이드는 창을 회전시키는 것만으로 떨어지는 용암을 가볍게 튕겨내었다.

“깔끔하네.”

쿠웅!!!

머리를 잃은 고투퍼스의 몸뚱이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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