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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405화 (405/424)

405화 여왕 vs 여왕 (1)

먼저 힘을 사용한 것은 마녀여왕이었다.

막대한 양의 마력이 한꺼번에 발출되었다.

마력의 파도가 하늘 위로 솟구쳐 페로세르핀을 노렸다.

괴룡이 다가오는 마력을 향해 포효했다.

놈의 마기가 마녀여왕의 마력을 막아내는 듯 보였다.

“미물 따위가.”

촘촘하게 뻗은 마력의 줄기가 순식간에 괴룡을 포박했다.

괴룡이 괴로워하며 마력의 줄기를 끊어내려 했다.

이를 지켜보던 페로세르핀이 움직였다.

칠흑빛 마기가 손톱처럼 마력의 줄기를 할퀴었다.

마녀여왕이 만들어낸 마력이 툭툭 끊겼다.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였다.

어느새 불어난 마력의 홍수가 페로세르핀이 있는 곳을 덮쳤다.

“…….”

페로세르핀이 양팔을 들어 올리자 칠흑빛 마기가 대기를 갈랐다.

쏟아지는 마력을 칠흑빛 마기가 막아내는 형국이 되었다.

마녀여왕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하늘 위로 나타난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가 페로세르핀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괴룡이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그것을 피하려 들었다.

그러나 놈을 쉽게 놓아줄 마녀여왕이 아니었다.

“어딜.”

여왕의 숲이 움직였다.

줄기들이 얽히고설켜 괴룡의 공간을 잠식했다.

뒤이어 거대한 나무들이 움직여 놈을 공격했다.

푸슈슉―――!!! 푸슉!!!

그와아아아아아앙――――!!!

괴룡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토해냈다.

놈의 핏물이 화하는 동안 마녀여왕은 다시 한번 마력으로 놈을 묶었다.

페로세르핀이 새하얀 손을 움직였다.

그녀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칠흑빛이 마녀여왕의 마법을 일순간 파훼했다.

―제법이구나. 인간.

완전히 깨트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마녀여왕의 마법은 아직까지 남아 괴룡의 몸을 파고들고 있었다.

“감히 날 인간이라 칭하다니.”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였다.

마녀여왕의 마력이 한데 모이며 페로세르핀을 압박했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수많은 줄기들을 만들어 다가오는 마수들까지 한꺼번에 처리했다.

연이어 펼쳐지는 엄청난 마법에 사우스 왕국 군사들도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저게 마녀여왕…….”

“저 정도로 강했단 말이냐…….”

“놀랍구나… 저런 마녀여왕을 상대로 웨스트 왕국은 전쟁을 벌였다는 얘기인가…….”

그들의 말대로였다.

마녀여왕은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엄청난 마법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초위 마법도 대단한데 마녀여왕은 그 이상의 마법들을 구사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 마녀여왕을 상대로 막상막하의 전투를 벌이고 있는 페로세르핀의 존재였다.

칠흑빛 창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마녀여왕을 노렸다.

숲의 나무들이 그녀를 감싸 공격으로부터 보호했다.

이어 커다란 나뭇잎들이 흩어지며 피어오르는 마기들을 찢어버렸다.

마녀여왕이 문득 주변을 살폈다.

마기가 머물던 자리에 불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속성 부여인가.”

타오르듯 번지는 마기를 보며 마녀여왕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녀의 마법이 깔끔하게 대지를 덮었다.

타오르던 마기도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를 본 페로세르핀이 처음으로 표정에 변화를 보였다.

―내 마기를 꺼트려……?

“이 정도도 못할 줄 알았느냐?”

―재밌네.

“그리고 건방지게 날 내려다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벼락처럼 떨어진 공격이었다.

하늘에 피어난 마력의 꽃에 괴룡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전신에 그을린 자국이 일고 비늘은 마구잡이로 뜯겨져나갔다.

마력의 폭풍 속에서 어떻게든 버텨내던 괴룡이 결국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쿠우웅―――!!!

대지에 커다란 소리가 퍼지고 페로세르핀이 괴룡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고했다.

그녀의 손길이 끝나자마자 괴룡이 눈을 감았다.

페로세르핀이 괴룡에게서 내려왔다.

그녀가 대지에 발을 디뎠을 뿐인데 마기가 발화되어 퍼져나갔다.

마녀여왕만큼이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녀였다.

“네놈들은 방해만 될 뿐이다.”

마녀여왕이 일부러 마법을 사용해 다른 인간들과 공간을 격리시켰다.

페로세르핀은 상관없었다.

그녀 역시도 이제는 마녀여왕과 제대로 놀아줄 생각이었다.

쿠우우웅―――!!!

두 여왕이 대립하는 사이 레이바탄과 유미르의 싸움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었다.

두 마리의 레이바탄이 정신없이 공격을 퍼붓는데도 유미르는 용케 그것들을 피해내고 있었다.

검 끝이 머리칼을 스치고, 날카로운 마기가 옆구리를 빗나갔다.

놈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유미르는 계속해서 반격할 틈을 찾았다.

슈콰아아앙―――!!!

빈틈을 발견한 순간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몸이 먼저 튀어 나갔다.

찰나의 순간이다.

그 순간을 놓치면 공격은 먹혀들지 않는다.

파치지지짓―――!!!

달빛과 마기가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놈들의 몸을 지켜주는 마기를 뚫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거기다 레이바탄은 스피드도 유미르를 따라올 수 있을 만큼 빨랐다.

아주 잠깐의 순간에 몇 번의 공격들이 오갔다.

유미르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이들의 수준 높은 싸움에 트럼프들은 무거운 침음성을 흘렸다.

그들 또한 일국의 최고 기사들이었다.

그런데도 저 싸움에 선뜻 끼어들 수가 없었다.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자칫 잘못 끼어들면 도리어 유미르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단 한 사람만은 다른 생각이었다.

콰가가가강―――!!!

레이바탄의 검이 커다란 방패에 막혔다.

이렇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이는 제이스쿠스뿐이다.

레이바탄이 분노한 시선으로 제이스쿠스를 노려보았다.

지금 이 방패가 아니었더라면 유미르에게 크게 한 방 먹였을지도 모른다.

혹시나 공격에 실패하더라도 레이바탄은 연이은 공격으로 더욱 큰 빈틈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키야아아아오오오―――!!!

레이바탄이 날카로운 괴성을 내뿜었다.

“나이스, 제이스쿠스!”

제이스쿠스 덕분에 한 턴 버틸 수 있었던 유미르가 검을 말아쥐었다.

달의 수호신이 그의 손아귀에 깃드는 느낌이었다.

콰라라랑―――!!!

달빛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이어 솟구친 달빛이 넓게 퍼지며 낙하했다.

콰아아앙!

콰라라라랑―――!!!

엄청난 폭발이 연신 일어났다.

그 사이에 있는 유미르마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레이바탄의 두 개 몸은 각자의 마기로 유미르의 검술을 막아내고 있었다.

환한 빛무리가 공간을 덮었다.

그와 동시에 유미르의 신형이 사라졌다.

날카로운 검 끝이 레이바탄의 복부를 꿰뚫었다.

레이바탄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순간적으로 유미르의 신형을 놓쳤다.

헌데 그럴 순 없었다.

유미르가 빠르긴 하지만 움직임을 완전히 놓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다 몸에 두르고 있던 마기가 완전히 뚫려버리고 말았다.

끄아아아아아아―――!!!

레이바탄의 몸에서 기이한 소리가 났다.

놈이 몸에 힘을 주어 유미르의 검을 붙잡으려 했다.

“흐읍!”

유미르도 힘을 주어 검을 빼내려 했다.

그러나 다른 쪽에 있던 몸의 움직임이 한발 빨랐다.

어느새 유미르의 가까이로 다가온 놈이 검을 휘둘렀다.

“걱정하지 말고 공격에 집중해라!”

제이스쿠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유미르가 검을 뽑던 것을 멈추고 오히려 검 끝을 밀어 넣었다.

환한 빛무리가 그 자리에서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콰아아아앙―――!!!

유미르를 공격하던 검은 또다시 방패에 가로막혔다.

쩌저저적―――!!!

방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유미르는 검 끝을 돌려 하늘 위로 검을 올려쳤다.

레이바탄의 몸이 갈라지며 강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슈르르륵―――!!!

달빛의 가호를 받은 유미르의 몸이 또다시 사라지듯 없어졌다.

레이바탄의 남은 몸이 유미르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찢겨버린 남은 몸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우웩!”

“에엑……!”

그것을 지켜보던 몇몇 인간들이 헛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똑같이 생긴 몸을 먹어치우는 광경은 지켜보기에도 역겨운 장면이었다.

레이바탄의 강해진 마기가 주변 대기의 빛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때 모습을 드러낸 유미르가 검을 반듯하게 들어 올렸다.

오른쪽 상반신은 레이바탄의 공격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레이바탄이 빠른 움직임으로 유미르를 공격했다.

제이스쿠스가 방어해주려 했지만 이번엔 무리였다.

레이바탄의 움직임이 너무나 빨랐던 탓이다.

촤라라락―――!!!

유미르의 몸에 선명한 선이 생기고 핏물이 분수처럼 튀었다.

살점 맛을 본 레이바탄이 광소하며 웃었다.

놈은 지쳤다.

인간은 역시나 인간.

레이바탄은 유미르가 조금 전 무리한 공격을 펼친 탓에 그 반동을 겪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레이바탄의 시간이었다.

다시 검을 들어 유미르를 공격하려는 때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우뚝.

그 순간 거짓말처럼 레이바탄의 움직임이 멈췄다.

유미르의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일었다.

그것은 초점 없는 눈동자처럼 보이면서도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낀 레이바탄이 전력을 다해 마기를 끌어올렸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이번 일격에서 밀리면 자신의 패배였다.

다른 몸까지 흡수한 이상 무조건 이번 일격으로 놈을 죽여야 했다.

레이바탄의 뒤로 흉악하게 일그러진 마기가 드러났다.

그러나 유미르는 고요하다.

고요하게 검을 부여잡은 그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저자가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유미르님! 그렇게 서 있다간 당해버릴 겁니다!”

“피하십시오!”

“유미르!”

모두가 애타게 유미르의 이름을 외쳤다.

그들이 이렇게 그의 이름을 부르짖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바깥에서 보기에 그들이 있는 공간은 온통 칠흑빛으로 가득했다.

마기로 점철된 공간 속에서 유미르 홀로 은은한 빛을 뿜으며 서 있는 중이었다.

허나 이 빛도 언제 칠흑빛 마기에 집어 삼켜질지 몰랐다.

기야아아아아아악―――!!!

괴상한 소리로 울부짖은 레이바탄이 먼저 움직였다.

놈의 기세는 패도적이고 맹렬했다.

그 앞에서 유미르는 검을 들고 고고하게 서 있을 뿐이다.

“흐으읍.”

유미르의 입가에 새하얀 입김이 서렸다.

그 순간 흑발의 여인이 나타나 그의 검을 함께 들어주었다.

너무나 익숙하고 포근한 기운이 자신과 검을 감쌌다.

언제나 늘 곁에 있었던 느낌이다.

자신을 지켜보고, 보듬어주고, 안아주던.

마수의 세계에서도 자신을 지켜주던 환한 빛.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을 번뜩인 유미르가 발을 내밀었다.

거대한 보름달이 유미르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동시에 그의 검이 부드러운 실선을 그렸다.

작게 시작된 빛무리가 삽시간에 번지더니 칠흑빛 마기를 모두 몰아냈다.

레이바탄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쩌저저저저저정―――!!!

콰라라라라랑―――!!!

마기가 사라졌음을 인지한 순간 레이바탄의 몸에 수백의 상처가 생겨났다.

이 상처들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의 몸이 유리 깨지듯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아, 아아… 여왕이시여… 여왕…….”

무너져 내려간다.

그의 몸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칠흑빛 마기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그의 몸을 이루던 갑옷들이 부서져 갔다.

레이바탄이 손아귀를 펼쳐 그것들을 붙잡아내려 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의 몸은 그렇게 한 줌의 재가 되어 세상에 흘러가듯 바람에 날렸다.

레이바탄이 죽었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유미르의 전신에 힘이 빠졌다.

털썩 주저앉은 그가 몸을 웅크렸다.

“하아… 하아…….”

뒤늦게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뼈 마디마디를 분지르는 듯한 고통 때문에 유미르가 몸부림쳤다.

그때 유미르의 뒤편에 마기의 사념체가 몰렸다.

슈와아아악!

―죽어라아!!!!

콰아아앙―――!!!

사념체가 마지막 힘을 다해 유미르에게 검을 휘둘렀지만, 애석하게도 놈의 검은 유미르에게 끝내 닿지 못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방패가 검을 막아낸 것이다.

기야아아아아―――

사념체는 연기로 사라지면서도 제이스쿠스를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곱게 뒈져라. 빌어먹을 마수놈아.”

마지막 마력을 쥐어 짜낸 제이스쿠스가 그의 마법으로 유미르를 보호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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