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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414화 (414/424)

414화 의지 (4)

헬라이번과 아드레말레이크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한 헬라이번과 거대한 괴수인 본모습을 드러낸 아드레말레이크.

두 괴물의 싸움은 실로 엄청났다.

헬라이번이 캐스팅하는 십수 개의 마법이 아드레말레이크에게 집중되었고, 아드레말레이크가 만들어내는 진득한 마기가 헬라이번을 쉴 새 없이 공격했다.

거대한 몸집과 다르게 움직임 또한 빨라 지켜보는 이들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제법이구나!”

“그러는 네놈이야말로 반쪽짜리 드래곤 주제에 강하군.”

파콰아아앙―――!!!

콰르르르르릉!!! 쿠과과과광!!!

대기를 찢을 듯한 파공성이 울려 퍼지고 마력과 마기가 한데 부딪혔다.

헬라이번은 지지 않기 위해 입을 열어 브레스까지 뿜어내었다.

그러자 아드레말레이크의 뿔에서도 강력한 마기가 흘러나왔다.

채재재재쟁!!!

챙캉! 카르르릉―――!!!

날카로운 쇳소리가 퍼지고 검을 든 마수가 빠르게 움직였다.

놈을 쫓는 불길이 전장을 아주 불바다로 만들어놓고 있었다.

테오도라의 불길은 검을 든 마수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마수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프로메테 가문의 불길이다. 네놈들을 모두 태울 때까지 타오를 거다.”

눈빛을 달리 한 테오도라가 불길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었다.

불로 만들어진 열 개의 원반이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다가오는 마수들을 모조리 갈라버렸다.

원반이 지나가면 마수들의 몸에서는 여지없이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쩌저저저정―――!!!

쩌정―――!!!

하늘에 빛이 유성우처럼 떨어지며 마수들을 무차별로 공격해댔다.

그 마법을 지켜보던 테오도라도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간이 저런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인가…….”

세상은 역시나 넓고도 넓다.

그동안 많은 경험들을 가지며 강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아직까지도 멀었다.

오르카이우스가 과거 이스트 왕국에 많은 파란을 가져오긴 했지만, 이는 그 나름대로의 신념에 의한 행동이었다.

그러니 테오도라는 이만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사실 발할라보단 사우스 왕국이 조금 더 이스트 왕국에겐 원수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제는 그마저도 의미가 없어졌다.

마수들이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로 서로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으니, 이제는 지난날의 원한들이 무색해져 버리는 기분이었다.

마수들을 몰아내지 못하면 당장 인류의 존속 자체가 위험해진다.

그렇다 보니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싸우고 있었다.

쿠우우웅―――!!!

후콰아아아앙―――!!!

불길이 철검을 가까스로 막아내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테오도라의 뛰어난 감각이 아니었다면 벌써 몇 번이나 당했을지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놈에게도 테오도라의 불길이 거슬리는 장애물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불길이 거세질수록 놈은 그곳을 피해 움직였다.

그렇다 보니 점점 더 놈의 움직임에 제약이 생겨나고 있었다.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조금씩 감이 잡히네.”

테오도라가 피식 웃으며 검을 든 마수를 상대하는 사이 오르카이우스는 압도적인 실력 차로 타르탄의 마수들을 죽이고 있었다.

사실상 후위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은 오르카이우스였다.

이미 실력으로는 히스링도 막아낼 수 없을 만큼 강한 마도사가 바로 오르카이우스였다.

그는 눈에 보이는 마수들은 모조리 빛의 마법으로 죽이고 있었다.

오르카이우스가 본격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아군 군사들도 전열을 재정비했다.

히스링이나 다른 마법기사단도 뒤처지지 않았다.

뒤늦게 합류한 만큼 그들은 더욱더 치열하게 전투에 임했다.

그래도 역시나 가장 관건인 것은 아드레말레이크 쪽이었다.

아드레말레이크가 쓰러지지 않는 한 그를 따르는 마수 군단도 힘을 잃지 않을 것이다.

놈이 이곳 마수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셈이었다.

오르카이우스도 그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헬라이번과 아드레말레이크의 전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싸움의 양상은 아드레말레이크가 우위를 가져가고 있었다.

헬라이번의 마법이 놈의 마기에 점점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었다.

하프 드래곤이긴 하지만 헬라이번의 마법은 신위급에 도달해 있었다.

그런데도 아드레말레이크에게 밀리고 있던 것이다.

“일단은 저쪽부터 도와야겠구만.”

주변 상황을 정리한 오르카이우스가 서서히 몸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이쪽으로 다가오는 섬뜩하리만치 진한 마기에 그가 다시 몸을 돌렸다.

쿠구구궁!!!!

채재재재쟁―――!!!

조금만 늦었더라면 기습에 꼼짝없이 당할 뻔했다.

빛의 줄기가 약해질 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뒤로 물러난 오르카이우스가 자신을 공격한 적을 찾았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감춰서 공격하는 은밀한 녀석이 있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이런 정도의 위력을 내진 못했는데…….”

분명 강한 마수이긴 했지만 자신의 마법을 이렇게 깨부술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위쪽에서 굵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꽤나 위험한 놈이로구나.”

“쯧… 세상 말세로구만. 마수가 우리 말도 할 줄 알고…….”

“네놈을 죽여야 이곳이 다시 구렁텅이로 빠진다. 그래야 저기 있는 괴물 같은 놈들을 고립시킬 수 있겠어.”

하늘을 나는 마수, 발라크가 음흉한 미소를 보였다.

그는 한발 멀리 떨어져서 전장을 전체적으로 살피고 있었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아시테르를 막아서는 것은 무리였다.

아시테르가 워낙 강한 것도 있지만 그의 주변에 있는 인간들도 상당히 성가신 힘들을 갖고 있었다.

발라크가 아무리 강하다곤 하지만 아시테르나 다른 동료들을 상대로 무리한 싸움을 벌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수하들을 보내 놈들의 힘을 빼고 상황을 주시하며 빈틈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 괴물 같은 인간은 빈틈 하나 없이 차근하게 위리놈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때문에 발라크는 고민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놈을 막는 방법도 있지만… 수하들을 통해 힘을 다 빼고 위리놈님에게 저들을 보낸다면? 어차피 인간들은 위리놈님을 이길 수 없다.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것이 낫겠나.’

그렇게 생각이 굳어갈 때쯤 후방의 전황이 뒤바뀌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타르탄의 마수들이 제법 활약하는가 싶더니 이어 후발대로 합류한 인간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었다.

이후 아드레말레이크가 자신의 군단을 이끌고 나타났을 때는 상황이 가볍게 정리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인간들의 저력은 그들이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곧 전멸시킬 수 있을 것만 같은 상황이 다가오면 자꾸만 어디선가 그들을 이끌 영웅들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필이면 성가시게 빛을 다루는 마도사가 나타나 마수들을 쓸어 담고 있었다.

아무리 마수들의 수가 많다곤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총량일 뿐이지 높은 수준의 마수들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놈은 타르탄의 마수들을 위주로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저런 놈을 오래 살려두면 전쟁의 양상은 당연히 마수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그것을 눈치챈 발라크가 먼저 움직인 것이다.

파콰아아아앙!!!

발라크가 휘두른 검이 빛에 막혔다.

오르카이우스가 팔을 휘둘러 마법을 펼쳤다.

빛의 창이 솟구쳐올라 발라크를 공격했다.

발라크가 거대한 날개를 움직였다.

휘우우우우웅―――!!!

채재재재쟁!!! 채재재쟁!!!

날갯짓에 빛의 창들이 부서졌다.

오르카이우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가 다시 마법을 사용했다.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 빛이 빠르게 움직여 발라크를 노렸다.

치우우우웅―――!!!

발라크의 전신에서 폭사된 마기가 빛을 튕겨냈다.

뒤이어 놈의 마기가 오르카이우스를 찍어눌렀다.

환한 빛무리로 이루어진 베리어가 오르카이우스를 보호했다.

발라크를 바라보는 오르카이우스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잠깐이지만 서로 공격을 섞어보니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었다.

“저기 있는 저 마수와 동급은 되겠군…….”

몸집이 거대한 아드레말레이크와 발라크가 일직선상에 섰다.

헬라이번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아드레말레이크가 입을 열었다.

“여기는 왜 온 것이냐 발라크.”

“위험한 놈들이 있어서 제거하러 왔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인간들의 힘을 얕보지 마라.”

“방심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나 혼자만으로 충분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니 방해하지 말아라.”

“흥. 걱정하지 마라. 나는 어차피 저놈만 제거하고 빠질 생각이었으니까.”

파아앙!!! 쿠우우우우웅―――!!!

아드레말레이크와 발라크가 동시에 움직였다.

헬라이번이 다시 한번 브레스를 뿜었고 환한 빛무리로 이루어진 검들이 발라크를 노렸다.

진한 마기가 대기를 휘감고 브레스와 빛무리를 받아냈다.

이들의 전투가 다시 한번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한편, 후방의 상황을 보고로 전해 들은 아시테르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카이우스님과 헬라이번님이라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거다. 거기다 이스트 왕국 마법기사단장들도 함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그리고 계속해서 치솟아 오르는 불길은 아마 테오도라일 것이다.

프로메테 가문의 불길은 타오르고 또 타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그마한 불씨라도 남아 있다면 뜨겁게 타오르고 또 타올라 결국 세상 가득히 열망하는 것이 바로 프로메테 가문의 불이다.’

이것은 어렸을 때부터 아레나가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다.

그녀 역시도 이 말을 프로메테 가문의 가주였던 크로울리에게 들어왔다.

이 말은 곧 프로메테 가문의 정체성이기도 했다.

테오도라는 그런 프로메테 가문의 유지를 잇는 자였다.

“형님이라면 분명 이번 전쟁을 통해 많은 것들을 얻고 마수들도 물리쳐줄 것이다.”

후위의 상황을 대부분 전해 듣고 아시테르가 다시 움직였다.

마침내 다다르고 있었다.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마수왕의 코앞까지.

아시테르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곳까지 오는데 수많은 피를 흘렸다.

그리고 그 피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다.

걸어온 길을 돌아가는 방법 따윈 없다.

마수왕, 위리놈이 있는 곳을 쳐다보는 아시테르의 곁으로 친숙한 기운이 다가왔다.

“늦었다.”

“아니 늦지 않았어.”

“중간에 일이 생겨서…….”

“데리미우스 형은… 어떤 얼굴로 눈을 감았어?”

“…알고 있었어?”

에스파의 물음에 아시테르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리우스의 마법이 사라지고 그의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에스파가 애써 웃으며 입을 열었다.

“행복한 얼굴이었다. 너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그랬구나…….”

아시테르의 표정은 무감정했다.

아마 마지막 싸움을 앞두고 자신의 감정을 애써 감추려는 것일 터다.

그래도 마음이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제 마지막이야. 마수들의 정점에 서 있는 놈이 저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아아, 그래.”

아시테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기 있는 모두가 알 수 있었다.

날카롭게 잘 벼려진 마기를 두른 마수들이 떼를 지어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리놈의 정예 병력들이었다.

그 뒤로 거대한 두 개의 뿔과 커다란 악마의 날개가 보였다.

백금발의 머리를 가슴팍까지 늘어놓은 위리놈이 검붉은 안광을 빛내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왔구나 인간.

주변 존재들의 머릿속에 위리놈의 사념이 전달되었다.

차원이 다른 마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전신을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강렬한 마기에 카이드가 입가를 실룩였다.

“이야… 이건 뭐야. 지금까지 만났던 마수들은 마수도 아니다 이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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