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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415화 (415/424)

415화 마수왕 위리놈 (1)

위리놈을 중심으로 흉측하게 생긴 마수들이 즐비하게 섰다.

놈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사이한 마기로 보아 이들 또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완전히 산 넘어 산이로군요…….”

강한 마수들을 넘어 여기까지 왔다 생각했는데 눈앞에는 또 다른 강한 마수들이 존재해 있었다.

대체 이들의 세계는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여기 있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마수들의 중앙에 위치한 위리놈.

그의 존재감은 여기 있는 어느 마수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죽여야 할 적이야.”

아시테르가 위리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스륵―

위리놈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3미터는 족히 될 정도로 거대한 체구였다.

거기다 상반신과 하반신 모두 탄탄한 근육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두 개의 뿔에서는 여전히 강렬한 마기가 흘러나왔고, 놈의 흉흉한 안광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불길한 느낌이었다.

위리놈이 손아귀를 펼치자 아공간에서 검이 튀어나왔다.

오래 기다렸다. 이 순간을 말이야.

그가 검을 휘둘렀다.

휘콰아아아아아앙―――!!!

강한 풍압과 함께 날아온 마기가 언노운 기사단을 덮쳤다.

가이우스가 선두에서 놈의 마기를 가로막았다.

전신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마기에 맞서 배리어를 만들어냈다.

언노운 기사단에서 최고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만큼 위리놈의 가벼운 인사 정도는 가뿐하게 막아내었다.

뒤이어 카이드가 창을 꼬나잡고 튀어나갔다.

그가 내지른 창이 마기를 머금고 나아갔다.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마기를 보며 위리놈이 웃었다.

―감히 이 몸에게 마기로 맞서겠다는 것이냐.

파콰아앙!!!

가벼운 손짓에 마기가 파훼되었다.

카이드의 공격이 너무도 쉽게 부서져 버린 바람에 단원들도 순간 당황한 눈빛이었다.

그때 위리놈의 주변에 있던 마수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놈들이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하자 언노운 기사단의 시선도 자연스레 아시테르에게 모아졌다.

“명령이다. 모두 살아남아서 술 한 잔 기울이는 거다. 술값은 내가 계산하도록 하지.”

아시테르의 말에 모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노운 기사단이 각 방향으로 나아갔다.

수많은 화살이 마수들의 몸에 꽂히고 단단한 사슬이 그들의 몸을 쳐냈다.

자존심이 상했던 카이드가 다시 창을 들고 뛰어들었다.

창끝에서 흘러나오는 마기의 실이 마수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라빈도 죽음의 요람을 만들며 자신만의 싸움터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와중 크로마제와 반키라스의 합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크로마제의 모래가 마수들의 발을 묶고 가두면 반키라스가 마력으로 놈들을 먹어 치워버렸다.

“가이우스님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제대로 된 방어 마법을 갖추고 있다고.”

파바바방!!!

쿠르르릉―――!!!

마수들의 공격을 모래 방벽이 모두 견뎌내고 있었다.

그 안에서 반키라스가 위력적인 공격 마법을 펼치며 마수들을 죽였다.

어떻게보면 크로마제는 방어와 보조 능력이 뛰어났고 반키라스는 공격에 가장 특화된 마도사였다.

그러니만큼 두 사람이 함께 마법을 펼치면 그 시너지가 상상 이상이었다.

수많은 마법이 캐스팅되고 다가오던 마수들이 사정없이 죽음에 이르렀다.

뼈검에 몸이 뚫리는 마수가 있는가 하면 카이드의 창에 목이 베이는 마수도 있었다. 뒤이어 날아온 마력에 상반신이 뜯겨나가는 마수도 있었다.

“후웁!”

한껏 호흡을 들이마신 아시테르가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이 크게 수평을 그리자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곳에 있던 마수들은 영문도 모른 채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아시테르의 검을 본 위리놈의 두 눈에도 이채가 어렸다.

―인간 주제에 그런 검술을 사용하다니…….

대기의 전부가 일순간 아시테르의 기운으로 물들었다.

그것은 아주 잠깐이지만 아시테르가 그 공간의 주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거기다 아시테르는 기운을 허투루 낭비하지도 않았다.

마수들이 죽자마자 더는 낭비되는 기운이 없도록 깔끔하게 갈무리했다.

그런 귀신같은 솜씨 때문에 멀리서 보면 아시테르가 하나의 공간을 자르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마수들은 그런 아시테르의 검을 감히 막아설 수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그들이 당해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뒤이어 아시테르가 본격적으로 영기를 폭발시키니 대기가 무거워졌다.

강해진 중력이 마수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마수들의 행동에 제약이 생기고 그 사이로 언노운 기사단의 마법이 적중했다.

이를 본 위리놈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강하게 검을 휘둘러 마기를 쏟아냈다.

휘리리링―――!!!

파콰아아아아아앙!!!

공간을 장악하던 아시테르의 힘이 풀렸다.

그러자 몸이 무거워졌던 마수들도 다시 본래의 움직임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강하게 공격해오는 마수들 때문에 가이우스의 몸에도 점점 상처가 생겨났다.

그들의 공격을 받아내며 반격을 이어가는 것이 가이우스의 주된 전투였다.

그런데 대미지의 축적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가이우스의 배리어도 점점 제 기능을 잃는 중이었다.

그 곁에서 카이드가 창을 휘둘러 보조해주려 했지만 몰려드는 마수들의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마수들은 하나같이 정예들.

그 실력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수준들이 아니었다.

“누가 가이우스 좀 도와라!”

카이드가 가이우스 쪽을 쳐다보며 외쳤다.

그러나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아시테르가 검을 휘둘러 마수들을 죽이고 있었다.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가이우스가 고개를 숙였다.

“면목 없습니다, 주군.”

아시테르가 고개를 돌렸다.

가이우스뿐만이 아니었다.

에스파나 다른 기사단원들도 서서히 마수들에게 밀려나는 형국이었다.

그동안 전투의 피로도가 계속해서 축적되었으니 충분히 그럴만했다.

거듭된 전투로 아마 체력은 대부분 소진되었을 터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신력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그때 율리아가 중앙에서 레이스로 된 부채를 부쳤다.

따스하게 퍼져나간 그녀의 마력이 기사단원들을 감쌌다.

크로마제의 팔뚝에 난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고 라빈의 몸에 난 상처들도 점점 아물어갔다.

율리아의 치유 마법이 한 차례 발동되면서 언노운 기사단도 잠시 숨을 골랐다.

크로마제가 두 손을 모아 마력을 끌어올렸다.

“아자아아! 다시 한번 힘내보겠습니다!”

크로마제의 마법이 발동되자 거대한 모래성이 만들어졌다.

본래 이런 무대를 만들어내는 것은 세아츠리스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없으니 크로마제가 먼저 요새를 만들어냈다.

솟구쳐 오르는 모래를 타며 에스파와 라빈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에스파가 활을 쏘며 접근하는 마수들을 경계했고 라빈의 뼈검이 가까이로 다가온 마수들을 베었다.

쿠우웅!!!

그들이 있는 곳으로 마기의 덩어리가 떨어졌다.

뒤이어 커다란 바위들이 쏟아졌다.

“여기!”

뒤편에 있던 에이브릴이 그녀의 사슬들을 풀었다.

허공으로 뻗어나간 사슬이 떨어지는 바위들을 쳐냈다.

에스파는 자연스레 사슬을 발판 삼아 이동했다.

라빈도 에스파를 따라 사슬을 발로 밟으며 이동했다.

에이브릴의 사슬 덕분에 두 사람은 허공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 사이 자비토가 수많은 마력의 탄환들을 만들어내었다.

“꺼져라, 버러지들……!”

그를 향해 몰려드는 마수들을 향해 마력의 탄환들이 날아갔다.

수많은 탄환들이 마수들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마수들의 머리가 날아가고 팔뚝이 날아갔다.

눈앞에서 동족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놈들은 망설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자비토는 그 자리에 서서 놈들을 향해 계속해서 마력의 탄환을 날렸다.

다가오는 마수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그런 자비토의 곁으로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선배 혼자 멋있는 모습을 다 독차지하게 둘 순 없죠.”

반키라스가 손아귀를 펼쳤다.

그러자 그의 마력이 몸집을 거대하게 불리며 커다란 아가리를 드러내었다.

그리곤 눈앞의 마수들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근데 네놈 마법 말이야. 원래 마력만 집어먹는 것 아니었냐?”

“이 친구가 마기도 좋아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야? 마력이랑 얘기라도 나누는 거냐?”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먼저 말을 걸어오던데요?”

“하아……?”

반키라스의 말에 자비토가 두 눈을 꿈뻑거렸다.

세상에 마력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마도사가 있다니…….

잠시 생각을 해보던 자비토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엄청 편하긴 하겠네.”

파바바바바방!!!

파바바방!!!

무차별하게 쏘아져 나간 마력의 탄환이 마수들을 한꺼번에 정리했다.

그동안 크로마제는 모래 요새를 완성시켰다.

언노운 기사단은 모래 요새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마수들과의 싸움에 나섰다.

“하아… 하아… 이거 겁나 힘드네…….”

숨을 몰아 쉰 크로마제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율리아가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

“고생했어요.”

“근데 누나, 무섭진 않아요?”

“솔직히 너무 무섭죠…….”

율리아가 자신의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금 전부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위리놈의 마기는 본능적인 무언가를 자극하는 공포였다.

때문에 이런 것에 저항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율리아로선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곳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고 책임감 있게 수행해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도망치고 싶어하는 얼굴을 하고도 그녀는 꿋꿋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켰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알아요. 이곳에 아시테르님과 모두가 있잖아요. 저는 걱정 없어요.”

“후후. 바로 그겁니다.”

크로마제가 뻗어 있는 동안 이쪽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나 방금 죽을 뻔했던 것 같은데…….”

라빈이 피칠갑을 한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를 본 크로마제가 두 눈을 부릅떴다.

라빈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마수가 있다니!

율리아가 황급히 다가가 그녀를 치료해주었다.

등부터 시작해 발목까지 커다란 상처가 남아 있었다.

“이 정도로 크게 상처를 입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냥 방심했어. 그뿐이야. 호들갑 떨지 마.”

라빈이 별 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크로마제와 율리아의 두 눈에는 선명히 보였다.

그녀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제 마법은 몸의 회복 기능을 끌어올려 치유해주는 원리에요. 피로함이나 다른 것들은 치료해주지 못해요. 죄송해요, 라빈…….”

“괜찮아.”

“그건 정신력의 영역이다. 그러니 네가 미안할 부분은 아니야.”

어느새 이쪽으로 다가온 카이드도 율리아에게 자신의 치료를 맡겼다.

그가 창을 어깨에 걸치며 라빈을 바라보았다.

“야 뼈검사. 지쳤냐?”

“헛소리하지마. 아직 반나절은 더 싸울 수 있어.”

“겨우 그것밖에 안 돼? 나는 사흘은 더 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난 일주일.”

“으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더 오래 싸울 것 같다.”

“이게 근데……!”

라빈이 눈을 흘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로 전장으로 복귀하는 그녀를 향해 카이드가 말했다.

“네 애인도 좀 잘 챙겨줘라. 많이 힘들어 보이더라.”

“뭐?”

“그쪽에 무식하게 밀고 들어오는 마수들이 많아. 이쪽은 나랑 대장이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일단 너는 그곳으로 가서 도와.”

“…알겠어.”

라빈이 곧바로 몸을 틀어 방향을 바꿨다.

떠나가는 그녀를 지켜보던 카이드도 슬쩍 몸을 일으켰다.

“매번 고맙다.”

“아니에요. 이렇게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뻐요, 전.”

덥석.

카이드가 덜덜 떨고 있는 율리아의 손을 움켜쥐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율리아는 물론 크로마제도 경악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무서워서 떨고 있지 마라. 너는 특별히 내가 지켜줄게.”

카이드가 피식 웃으며 이만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 카이드를 율리아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크로마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꿈뻑거렸다.

“사실 나… 방금 엄청난 장면을 목격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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