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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왔습니다만-419화 (419/424)

419화 마지막 전투 (2)

전투는 점점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두 개 왕국에 이어 레큐니아와 밤의 일족까지 합류하자 이제는 마수들이 점점 밀리는 형국이 되었다.

그럼에도 굳건히 버티는 존재가 있었다.

인간들이 보이는 최후의 발악인가.

위리놈이 웃었다.

앞에서 자신을 막고 있던 아시테르는 피투성이가 된 채 미동조차 없다.

그래도 아시테르는 끝까지 검을 들고 놓지 않았다.

―인정하마. 너는 내가 만나고 봐온 인간들 중 최강이다. 하지만 너는 나를 넘을 수 없을 것이다.

“…….”

위리놈의 말에도 아시테르에게선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죽은 듯 미세한 움직임 하나 없는 아시테르를 보며 다른 단원들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아시테르의 귓가에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떠냐. 지금이라도 나의 밑으로 들어온다면 마수의 피를 나눠주도록 하겠다. 그럼 너는 모든 부상이 회복될 테고 더더욱 강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위리놈은 마지막까지 아시테르에게 자신의 수하가 될 것을 제안했다.

그의 피를 마신다면 저까짓 상처쯤 다시 회복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거기다 마기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신체까지 얻게 된다.

예상컨대 발라크나 아드레말레이크보다도 더더욱 강한 마수가 탄생할 터.

이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위리놈은 아쉬움 속에 마지막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이미 죽은 것인가.

그렇다 해도 전혀 이상할 건 없다.

아시테르에게서 시선을 거둔 그가 다른 인간들을 죽이기 위해 몸을 돌렸다.

최후의 저항을 하듯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인간들을 보며 위리놈이 옅은 미소를 보였다.

저들이 아무리 발악해도 상관없다.

마수들의 수는 아직 많다.

이곳에서 수백만이 죽는다 해도 저 뒤에는 수천만의 마수들이 남아 있다.

인간들이 아무리 발악해도 마수들을 막아낼 수 없는 이유였다.

이번 여흥은 여기까지인가.

위리놈이 다시 검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앞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다.

“야. 어딜 가려고.”

―너는… 인간 주제에 마기를 다루던 놈이로구나.

인간들 중 유일하게 마기를 다룰 줄 알기에 기억한다.

그게 참 신기하기도 했다.

마수들이 마력을 다룰 수 없듯, 인간들도 마기를 다룰 수 없다.

만약 인간이 억지로 마기를 다루려 한다면 마성이 머릿속에 스며들어 점점 미쳐갈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수들이 억지로 마력을 다루려 들었다간 온몸이 썩거나 불타오를 것이다.

세상이 그런 이치로 이루어져 있는데 카이드는 특이하게도 마기를 다루고 있었다.

“그게 뭐?”

정작 본인은 이 특별한 일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카이드가 위리놈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

이를 본 위리놈이 피식 웃었다.

지금 다 죽어가는 네가 나를 막아보겠다는 건가?

“다 죽어가는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할 일이야.”

―그렇군.

휘리리링!!!

위리놈이 가볍게 휘두른 검에 엄청난 마기가 실렸다.

카이드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창을 바닥에 꽂으며 몸을 고정시킨 그가 대지를 박찼다.

이번에는 카이드가 위리놈의 지근거리로 파고들었다.

휘콰아아앙!!!

있는 힘껏 휘두른 창격이 위리놈의 검에 가로막혔다.

이를 악문 카이드가 창을 회전시켰다.

날카롭게 파고든 창끝이 위리놈의 몸 근처에서 멈추었다.

“이거 좀 아깝네…….”

파콰아아앙―――!!!

강한 충격에 카이드의 몸이 형편없이 바닥을 뒹굴었다.

분명 위리놈의 공격은 인지했다.

어디로 어떻게 날아오는지 곧바로 예측되었다.

헌데 문제는 그의 몸상태였다.

위리놈의 공격을 받아내기에 카이드의 몸은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다.

“크학!”

핏물을 뱉어낸 카이드가 몸을 일으켰다.

창끝은 여전히 위리놈을 향해 있었다.

―네놈은 시시하구나.

“아, 거 더럽게 말 많네.”

카이드가 창대로 자신의 다리를 때렸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다른 기사들도 놀란 눈치였다.

하지만 카이드는 아랑곳 않고 창대로 허벅지를 여러 번 때렸다.

그러자 점점 떨림이 멈춰왔다.

“오, 좋아좋아. 드디어 좀 진정이 되나 보네.”

위리놈을 마주하고나서부터 다리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부들거리고 있었다.

팔에도 미세한 경련이 느껴졌다.

공포였다.

살면서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공포와 두려움이 카이드의 몸을 경직케 한 것이다.

“쪽팔리게 싸울 순 없지. 맞아 그렇고말고.”

천하의 카이드가 마수의 왕 앞에서 두려움에 떨었다.

그런 소문이 세계 곳곳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 것이다.

“아니지. 고개를 들 필요가 있나? 콱 죽어버리지.”

혼자 중얼거리는 카이드를 보며 위리놈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

―무어라 중얼거리는지는 모르겠다만, 네놈은 내 상대가 아니다.

위리놈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의 마기가 카이드의 마기에 막혀버렸다.

“거 생각 좀 하겠다는데. 눈치가 없네. 눈치가 없어.”

전신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난폭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폭발하는 마기 속에서 카이드가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고개를 들어 올린 카이드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의 눈동자는 어느새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위리놈이 처음으로 흥미가 동한 눈빛을 보냈다.

아까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힘을 감춰두기라도 한 건가?

휘콰앙!!! 콰과과광!!!

파콰아앙―――!!!!

카이드의 빠른 공격이 이어졌다.

이전과 다르게 창격은 훨씬 더 거칠고 과감해져 있었다.

“크흐흐. 이거지. 이거야.”

창이 수많은 환영을 만들어냈다.

위리놈의 검이 다가오는 창들을 막아내었다.

하나하나 모두 살기를 담은 실초들이었다.

위리놈의 몸 여기저기 상처가 남았다.

―호오…….

무슨 수를 썼는지 알 순 없지만 카이드의 힘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카이드의 공격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위리놈도 카이드의 공격을 정신없이 막아내야만 했다.

그 광경은 잠깐 동안 위리놈을 압도할만한 수준이었다.

몸에 상처가 많아지던 위리놈이 과감한 반격을 가했다.

투콰아앙!!!

정신없이 움직이던 카이드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엄청난 고통이 밀려 들어오고 있음에도 카이드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팡!!!

대지를 박찬 카이드가 다시금 위리놈과의 거리를 좁혔다.

위리놈의 거친 마기가 파도처럼 밀려들며 카이드를 압박했다.

“날… 우습게 보지 말란 말이다!!!”

위리놈은 아시테르를 상대할 때 자신의 몸은 보살피지 않고 어떻게든 공격을 욱여넣었다.

반면 카이드를 상대할 땐 공격을 막아내며 반격을 가해왔다.

전투에 임하는 마음부터가 다르다는 얘기다.

그 사실이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위리놈의 검이 수많은 선을 그렸다.

뒤이어 그의 날개가 거센 회오리를 일으켰다.

―끝인가.

위리놈은 카이드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다 죽어가는 몸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기란 무리였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위리놈은 카이드의 최후를 짐작했다.

그런데 그때.

창이 위리놈의 눈앞에서 수직으로 상승했다.

흡…!

스가가강!!!! 촤라라락――――!!

위리놈의 몸에 굵은 선이 생겨났다.

그 사이로 튀어나온 핏물이 대지를 적셨다.

마지막 일격을 성공시킨 카이드가 위리놈의 앞에 섰다.

“야, 방심했지?”

창을 어깨에 걸친 그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위리놈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이까짓 상처쯤은 다시 회복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가 생겨버렸다.

―네놈… 맹세하마. 편하게 죽진 못할 것이다.

“흐흐… 그거 듣던 중 무서운 소리네.”

카이드가 자신의 창을 바라보았다.

멈췄던 떨림이 다시 일어났다.

창을 쥐고 있는 손가락엔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이제는 다리에도 힘이 풀려 창을 지지해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위리놈의 흉포한 마기가 카이드의 전신을 압박했다.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짙은 마기였다.

카이드가 어떻게 해서든 창을 들어 올리려 했다.

“으아아아아아―――!!!”

힘차게 괴성을 질러 창을 들어 올리기도 전에 위리놈의 검이 먼저 카이드의 몸에 박혔다.

푸슉!

어깨를 관통당한 카이드의 얼굴이 빨개졌다.

고통에 일그러진 그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었다.

―시끄럽다 인간.

위리놈의 싸늘한 음성이 카이드의 귓가에 박혔다.

그러나 카이드는 움찔거리기만 할 뿐 이렇다 할 반격은 가하지 못했다.

털썩.

결국 카이드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쓰러진 카이드를 보던 위리놈이 이내 흥미를 잃은 듯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쓰레기치곤 제법이었다.

위리놈의 핏줄이 또다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수십 개의 줄기가 뻗어 나가 마수들의 몸에 꽂혔다.

―음……!?

헌데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카이드에 의해 벌어진 상처가 쉽게 낫질 않고 있었다.

본래라면 빠르게 회복되었을 터다.

헌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상처의 회복이 더뎠다.

그래도 위리놈은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어쨌거나 상처는 계속해서 치유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학살의 시간인가.

아시테르와 함께 왔던 인간들은 대부분 초주검이 되어 있었다.

언노운 기사단이 회복해서 다시 싸우기란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다.

때문에 위리놈은 다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번에는 저쪽이 재밌어보이는군.

전장에 합류한 르노어와 카일라이드가 있는 곳이었다.

두 사람도 마침 위리놈을 의식하고 있었다.

“저 애송이녀석… 끝까지 무리를 하는군…….”

“저 아이로서는 저게 최선이었을걸세.”

“되려 내가 부끄러워지질 않는가.”

르노어가 검을 쥐고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하는 곳은 역시나 위리놈이 있는 곳이었다.

카일라이드가 그의 뒤를 따랐다.

이제 위리놈을 상대 할 수 있는 이들은 자신들밖에 없었다.

헬라이번이나 오르카이우스는 이미 각자의 상대가 있었다.

그들 또한 목숨을 건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로얄나이츠들도 각 전선에서 군사들을 이끌고 있었다.

히스링이나 다른 실력자들도 있지만 그들을 섣불리 불렀다간 피해만 커질 것 같았다.

스륵―.

르노어가 검끝을 겨누었다.

막상 위리놈 앞에 서니 전신이 쭈뼛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위압감이로군…….”

저런 존재를 상대로 엄청난 전투를 보여준 아시테르의 힘에 새삼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이어 카이드가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되었다.

그는 쓰러진 카이드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너는 이런 두려움과 맞서 싸운 것이냐… 어쩌면 너는 이미 나를 뛰어넘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르노어가 검을 서서히 움직였다.

새하얀 물결이 잔잔한 파도를 일구었다.

슈우우웅―――!!!

콰라라랑―――!!!

이어진 검격이 위리놈의 검에 가로막혔다.

너무도 간단히 막혀버리자 르노어가 검신을 돌렸다.

콰드드드드등!!!

촤라락!!! 퍼버버버버벙!!!

카일라이드의 마법이 르노어를 도왔다.

그 사이 르노어가 기수식을 취하며 마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검선이 하나가 되고 두 개가 되고 순식간에 수십이 되었다.

그것은 한 줄기의 물결이 되어 위리놈의 몸을 관통했다.

위리놈이 순수한 감탄을 흘렸다.

이런 검술을 사용하는 존재는 또 처음이었다.

마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듯했다.

감탄할 새도 없이 카일라이드의 마법이 폭격했다.

위리놈의 몸이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지없이 핏줄이 튀어나오며 마수들의 마기를 흡수했다.

“젠장… 저것부터 막지 못하면 전투는 영원히 이어지겠구먼…….”

뒤로 밀려드는 수많은 마수들을 보며 르노어가 혀를 찼다.

그런 르노어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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