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화 위리놈의 최후 (2)
아시테르와 위리놈의 싸움이 절정에 이르렀다.
위리놈은 또다시 몸을 회복하기 위해 핏줄을 밖으로 내보냈다.
“진짜 지독한 놈이로구만…….”
“저 핏줄들을 처리해!”
다른 이들은 위리놈의 핏줄을 공격했다.
헌데 놀랍게도 위리놈의 핏줄 하나하나가 마기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때문에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핏줄에 작은 상처 하나 낼 수 없었다.
―벌레 같은 인간들… 네놈들이 그렇게 발악한다 해도 날 막을 순 없을 것이다!
위리놈이 양손으로 검을 휘둘렀다.
해일처럼 일어난 마기가 사방을 덮쳤다.
아시테르가 그것들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투콰아앙!!! 콰라라라랑!!!
아시테르뿐만 아니라 세아츠리스도 가시덤불을 이용해 위리놈의 공격을 상쇄했다.
쿠우웅!!!
뒤이어 달려온 골렘의 공격이 위리놈의 등에 적중했다.
강한 충격에 바닥을 구른 위리놈이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죽어라!
투콰아아아아앙!!!
강한 폭음과 함께 골렘이 휘청했다.
놀랍게도 골렘은 멀쩡한 모습으로 위리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성가신 존재로군…….
생명체가 아닌지라 공포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
거기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골렘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골렘을 움직이는 술사를 죽일 수밖에.
위리놈이 날개를 펼치며 세아츠리스를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그러나 놈의 수를 먼저 읽은 아시테르가 한발 앞서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어림없다.”
―비켜라!
검과 검이 부딪혔다.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강한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너무나도 강한 마기와 영기가 부딪히자 대기가 연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대었다.
그 틈을 파고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골렘이었다.
골렘은 주먹을 내지르며 위리놈을 위협했다.
위리놈은 놀랍게도 아시테르의 공격을 허용하는 선택을 했다.
이어 그의 특기가 나왔다.
촤라락―――!!!
위리놈의 공격이 아시테르의 상체를 크게 베고 지나갔다.
뒤이어 위리놈의 몸에도 커다란 상처가 남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위리놈은 손쉽게 상처를 회복했다.
이는 아시테르도 마찬가지였다.
“이래선 정말 끝이 없겠는데요……?”
세아츠리스도 위리놈의 말도 안되는 회복력에 기가 질릴 정도였다.
작은 상처쯤은 생겨나자마자 바로 회복되는 수준이었다.
마기도 계속해서 흡수하는 탓에 위리놈의 마기가 바닥날 일도 없었다.
마수들이 계속해서 밀려드는 한 위리놈은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때 뒤편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이봐 대장! 놈한테 크게 한 방 먹여봐! 할 수 있지!?”
목소리와 말투만 들어도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시테르는 대답 대신 주먹을 들어보였다.
맡겨두라는 뜻이다.
카이드가 저렇게 외쳤다는 것은 달리 생각이 있다는 말이었다.
“총공격을 펼치겠습니다.”
그때 아시테르의 곁으로 다가온 르노어가 검을 쥐며 말했다.
그의 한쪽 눈은 붕대를 감고 있었다.
“르노어님…….”
“후후. 눈 한쪽 없어도 검을 펼치는 데엔 문제가 없습니다.”
르노어가 고고한 자세로 검을 쥐며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위리놈은 르노어의 공격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앞으로 튀어나가며 공격을 펼쳤다.
―장난은 끝이다.
위리놈의 검이 지면을 찍었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지면이 폭발하듯 튀어올라왔다.
짙은 마기가 소용돌이치며 르노어를 공격했다.
이를 본 르노어가 서서히 검을 들어올리며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휘리리리링――――
촤르르르륵!!!
고요한 호수 위에 서 있는 듯한 르노어가 움직일 때마다 물결치듯 오러가 몸을 일으켰다.
잔잔한 파동으로 시작한 오러가 점점 더 몸집을 불리며 검로를 따라 거세게 흘렀다.
“이게 나의 최선일세.”
수십 개의 물길이 날카로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위리놈을 향해 나아갔다.
위리놈이 크게 일갈을 터트리며 검을 휘둘렀다.
강렬한 마기와 푸른 물결이 부딪혔다.
힘겨루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카일라이드의 마법이 중앙에 떨어졌다.
거대한 돌덩이들이 쏟아져내리자 위리놈 곁의 마수들이 대량으로 죽어나갔다.
“자네 부탁대로 했네.”
카일라이드가 카이드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에 카이드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핏물을 닦아낸 카이드가 위리놈을 노려보았다.
“자아… 아직 아니야. 빨리 네 힘을 다시 보여봐라.”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카이드는 자세를 낮추고 그를 지켜보았다.
그 사이 아시테르가 뛰어나가 르노어의 뒤를 이었다.
푸른 물결사이로 몸을 날린 아시테르가 화려한 검술을 선보였다.
어지러이 난무하는 검무 속에서 위리놈이 이를 악물었다.
크아아아아!!!
마기를 불살라버리는 불꽃 때문에 위리놈이 점점 밀리는 형국이었다.
이에 더해 세아츠리스의 마법이 자꾸만 위리놈을 옭아메었다.
여기저기 뻗어 나오는 가시덤불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
가볍게 넘기려 해도 가시덤불에 담긴 마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미 마녀여왕의 경지에 오른 세아츠리스였기에 그녀의 마법 또한 신위에 도달해 있었다.
어떻게보면 아시테르와 유일하게 보조를 맞춰 싸울 수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키이이잉―――!!!
슈와아아아아아아아―――!!!
그때 아시테르의 마력이 마침내 공간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세상이 검붉게 물들고 모든 것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뒤바뀐 풍경을 보며 위리놈이 혀를 찼다.
―또 잔재주를…….
콰라라라라랑!!! 쿠르르릉!!!
화콰아아앙―――!!!
여기저기 검붉은 겁화가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겁화는 마기를 불태웠다.
뒤이어 기다란 검선들이 위리놈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기이이이이잉―――!!!
가까스로 아시테르의 공격을 막아낸 위리놈의 검이 고통스러운 공명음을 토해냈다.
위리놈 또한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발을 번쩍 들어 올렸다.
커허어어어엉―――!!!
마기가 파동을 일으키며 아시테르가 만들어낸 공간에 균열을 일으켰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위리놈이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거칠게 뻗어 나간 마기가 아시테르의 공간을 결국 깨트려버렸다.
그 사이 아시테르는 검과 한 몸이 되어 빠르게 쇄도했다.
푸슈슈슉―――!!!
콰지지직!!!
위리놈의 배에 아시테르의 검이 꽂혔다.
그와 동시에 아시테르의 등에도 위리놈의 검이 내리꽂혔다.
―방심했구나, 인간.
“방심하기… 는… 쿨럭!”
아시테르가 핏물을 왈칵 쏟아냈다.
이를 본 에스파가 황급히 화살을 날렸다.
“아시테르!”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며 위리놈이 거리를 벌렸다.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린 바람에 그의 몸에서도 핏물이 콸콸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위리놈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인간이란 참으로 미련하군. 아직까지도 포기하지 않다니. 슬슬 짜증이 날 정도야.
슈와와아악―
위리놈의 몸에서 붉은 핏줄이 튀어나왔다.
핏줄은 빠르게 쏟아져 나가 마수들을 노렸다.
그 순간.
대기하고 있던 카이드가 빠르게 몸을 날렸다.
“으하하하!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이드가 빠르게 창격을 날렸다.
창끝에서 빛을 내던 마기가 핏줄을 사정없이 잘라내었다.
위리놈은 무심한 시선으로 그런 카이드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용없는 짓이다.
“아니!? 소용 있을걸!?”
카이드는 멈추지 않고 창격을 이어갔다.
춤을 추듯 어지러이 움직이는 그의 창이 수많은 곡선을 낳으며 핏줄들을 잘라내었다.
그러자 위리놈의 표정에도 점차 변화가 일었다.
금방 회복되어야 할 핏줄이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제야 위리놈은 자신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사실을 하나 기억해내었다.
―네놈……!
위리놈이 황급히 핏줄을 회수하려는 때 카이드가 먼저 나서서 그의 핏줄을 한 움큼 잡아들었다.
핏물로 샤워를 잔뜩 한 것처럼 붉은 모습을 한 카이드가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시선이 위리놈의 핏줄에게로 향했다.
“야. 너한테 내 마기는 오히려 독이지? 내가 공격한 부분들은 유난히 회복 속도가 느리던데?”
―헛소리.
“그럼 실험해볼까?”
카이드가 위리놈의 핏줄을 자신의 몸에 꽂아 넣었다.
“야 카이드!”
“이 멍청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만둬!”
언노운 기사단원들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카이드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슈와아아아아―――!!!
카이드의 전신에 흐르던 마기가 빠른 속도로 흡수되었다.
보아하니 핏줄이 마기를 흡수하는 것은 위리놈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모양이었다.
―멍청한 놈. 자진해서 목숨을 내놓다니. 네놈의 마기는 내가 잘 써먹어 주마.
“그래그래. 어디 한번 잘 써먹어 보라고…….”
한눈에 봐도 눈에 띄게 야위어진 카이드가 힘겹게 웃었다.
퀭해진 그의 두 눈을 보며 율리아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에 카이드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왜 우냐?”
“그야… 카이드님이…….”
“님은 무슨… 그냥 카이드라고 불러.”
“…카이드…….”
“오, 생각보다 듣기 좋네.”
괜히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던 카이드가 결국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놀란 단원들이 카이드를 향해 뛰쳐나왔다.
그와 동시에 위리놈도 처음으로 이상 증세를 보였다.
카이드의 마기를 흡수하고나서부터 정말로 몸의 회복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카이드가 갖고 있는 것은 제대로 된 마기가 아니었다.
순수한 마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마기가 위리놈의 몸에 들어오니 오히려 이상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휘리리링―――!!!
콰아앙!!!
아시테르의 검격을 위리놈이 검을 들어 막았다.
아시테르는 멈추지 않고 연속해서 공격을 펼쳤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그의 공격을 위리놈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방어해냈다.
확실히 이제까지와는 다른 반응이었다.
“지금 빨리 놈을 해치워야 해! 놈의 몸이 회복되지 않고 있어!”
위리놈을 자세히 살피던 린이 크게 소리쳤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마법을 펼쳤다.
아시테르의 상처가 회복되고 그의 몸이 한층 가벼워졌다.
린의 기운을 받은 아시테르가 눈빛을 달리하며 대지를 박찼다.
총알처럼 튀어나간 그의 몸이 순식간에 위리놈의 지근거리로 파고들었다.
투콰아앙!!!
아시테르의 검이 위리놈의 단단한 피부를 베었다.
스가가강!!! 스가아아악!!!
화르르르릉!!!
자상이 남으면 그 위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덕분에 위리놈의 몸은 회복이 더욱 느려지고 있었다.
―크아아아! 감히!
두 눈을 부릅뜬 위리놈이 분노에 찬 공격을 퍼부었다.
마기가 폭발하고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그 속에서 위리놈은 아시테르를 죽이기 위해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모든 일격 하나하나가 엄청난 위력을 담고 있었다.
검격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내부의 장기가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급해진 위리놈이 전력을 다해 공격을 퍼붓고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으아아아아아!”
힘차게 일갈을 터트린 아시테르의 두 눈에 빛이 일었다.
전신에서 폭발하듯 피어오른 영기가 밀려드는 마기를 몰아냈다.
뒤이어 푸른 창공이 펼쳐졌다.
이에 위리놈이 놀란 눈을 했다.
―말도 안 돼…….
좀 전에 아시테르가 공간을 장악했을 땐 검은 겁화로 세상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헌데 이번에는 티 없이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그 광경이 너무도 불쾌했다.
푸르른 창공이 점점 더 위리놈에게 거대하게 다가왔다.
마치 드넓은 세상 아래 위리놈 혼자 던져진 듯했다.
―끄어어어어어!
위리놈이 갑자기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감히 넘볼 수 없는 거대한 하늘이 그를 짓눌렀다.
마치 세상이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 드는 느낌이었다.
위리놈은 지지 않으려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내었다.
그러나 그를 억누르는 힘은 너무도 거대했다.
결국 위리놈이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를 악문 입가에 핏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지지 않는다…! 나는 불사의 위리놈이란 말이다아아아!
세상을 들어 올리기 위해 위리놈이 최후의 발악을 가했다.
그런 위리놈의 귓가에 아시테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이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 누군가의 형상이 그려졌다.
창공의 신.
그 거룩한 존재가, 위리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