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07화
7화
"나이프라. 그립군. 네 주특기 중 하나였지 아마?"
"아직도 나쁘진 않아."
휘익하는 소리와 함께 나이프가 샤크의 얼굴 쪽으로 날아들었다.
사크는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나이프를 흘리고는 안으로 파고 들어 강혁의 복부를 강타했다.
퍼억
강혁의 몸이 기역자로 구부러졌다.
샤크의 펀치는 그대로 강혁의 턱을 올려쳤다.
위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고개를 돌려 가까스로 펀치를 피하고 사크의 옆구리를 과도로 찔렀다.
'됐어.'
마음 속으로 환호하는 순간,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뒤로 돌아가며 벽에 처박혔다.
과도가 샤크의 옆구리에 박혀 대롱대롱 흔들렸다.
"실망인데? 솜씨가 녹슬었군."
샤크가 옆구리에 박힌 과도를 뽑으며 말했다.
그는 조금의 사정도 봐줄 생각이 없는지 그대로 강혁을 향해 과도를 찔러 들어갔다.
휘두르거나 내리치는 것이 아니었다.
복부에 그대로 과도를 박아 넣을 기세로 찔러 들어갔다.
야쿠자들이 사람을 죽일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정도로 진심으로 사람을 죽일 작정으로 덤벼드는 상대를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과도가 거침없이 복부를 향해 찔러 들어왔다.
뒷발을 옆으로 빼내며 반원을 돌았다.
과도가 벽을 찌르는 동시에 강혁의 양팔 사이에 샤크의 팔이 놓이게 만들었다.
그대로 지랫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팔 관절을 공격했다.
강혁이 관절에 압박을 가하자 다행히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파앙하는 소리와 함께 강혁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바닥으로 처박혔다.
샤크가 팔을 흔들거리며 말했다.
"어설퍼. 흐흐, 진짜로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는 놈들이 하는 짓이란 게 다 그렇지."
'왜 안통하지?'
보통의 사람이라면 조금 전 시도한 관절기에서 엄청난 격통을 느꼈을 것이다.
반격을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샤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혁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고 보면 옆구리를 과도로 찔렀을 때도 샤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혁을 때렸다.
"후훗, 이해가 안 가나보군."
샤크가 입을 이죽거렸다.
"말 못할 것도 없지. 그 날 말이야. 사고로 내 몸이 좀 이상해졌어."
"……?"
"그러고 보니 너 과잉기억증후군이니 뭐니 뇌가 이상해졌다고? 크크큭, 웃기는군. 나도 뇌가 이상해졌지. 아니, 원래도 이상하긴 했는데 더 이상해졌지."
"……?"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강혁. 알겠냐? 너와 나의 차이를! 넌 새끼야. 이제 날 못 이겨!"
휘익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샤크의 발이 날아들었다.
'무통!'
강혁은 샤크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어떤 공격을 당해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샤크의 공격에 강혁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뒹굴었다.
갈비뼈에 금이 간 것 같았다.
'이게 너와 나의 차이'라는 샤크의 말뜻이 크게 다가왔다.
"아, 아저씨!"
"넌 거기 찌그러져 있어."
샤크가 소리쳤다.
"이익!"
이수영은 용감했다.
바닥에 떨어진 과도를 집어들고는 샤크를 향해 덤벼들었다.
"수영아, 안 돼!"
강혁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샤크는 금세 수영의 팔을 붙잡고는 과도를 뺏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수영의 뺨을 올려치고는 바닥에 내던졌다.
"알아? 이 계집아. 넌 이제 죽은 목숨이야. 도련님은 삼 개월을 넘긴 적이 없어."
샤크가 입가를 비릿하게 올렸다.
"곧 네 년의 몸뚱아리는 여러 조각으로 토막 나서 개먹이로 던져질 거라고."
"이 새끼……."
강혁은 분노로 몸을 일으켰다.
머릿속으로 승우와 서영의 눈망울이 떠올랐다.
강혁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샤크의 머리가 반원을 그리며 왼쪽으로 회전하더니 강혁의 펀치 위로 주먹을 날려 강혁의 안면을 그대로 강타했다.
콰앙
머리가 휘청거리며 다리가 풀린 강혁이 뒤로 몇 걸음 후퇴하다 바닥에 쓰러졌다.
"빙신새끼. 그거 알아?"
샤크의 얼굴에 기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의 미소다.
"네 딸은 내가 직접 목 졸라 죽였어. 얼간아. 참새처럼 짹짹거리더군."
강혁의 귀에 샤크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네 마누라 등짝을 칼로 찌른 것도 나야. 마지막까지 딸아이만은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지."
샤크가 킥킥 거리며 웃었다.
"마무리는 도련님이 하셨지만 내가 80은 끝낸 후였다고. 몰랐지?"
혀를 내밀며 샤크의 얼굴이 희열감으로 물들었다.
살인의 기억에 도취된 것이다.
'얼어 죽을…….'
강혁은 다시 일어서려했지만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여보, 뭐해? 불 안 붙이고?"
"아, 미안. 잠깐 머리가 아파서."
머리에 쥐가 난 듯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케이크에 촛불을 붙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남편, 아빠 생일 축하합니다."
유라와 경아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나는 사랑스런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여보, 소원 빌어야지."
"으응!"
나는 눈을 감고 우리 가족이 이렇게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지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촛불을 껐다.
박수소리와 함께 경아가 다가왔다.
"아빠, 이거 받아요."
경아가 생일 엽서를 건네었다.
나는 여기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알고 있다.
"고마워. 딸."
"생일 축하해요. 여보."
"생일 축하해요. 아빠."
두 사람이 내 주위로 다가와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유라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사랑과 안쓰러움이 담겨 있었다.
"일어나요. 나의 슈퍼맨."
유라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입을 맞추었다.
나는 눈을 떴다.
"죽어!"
샤크가 발을 들어 강혁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아저씨!"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수영은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곧이어 들려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본 수영의 눈동자가 커졌다.
강혁이 양팔을 들어 샤크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아저씨!"
샤크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가 곧 험상궂게 변했다.
"끈질긴 자식!"
발을 빼낸 후 강혁의 옆구리를 강타하자 몸이 바닥으로 미끄러져 벽면에 처박혔다.
"헉, 아저씨!"
"넌 조용히 해!"
샤크가 수영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고개를 돌렸다.
샤크의 동공이 커졌다.
벽면에 처박혔던 강혁이 고개를 숙인 채 유령처럼 자신을 향해 서 있었던 것이다.
'유라야, 경아야, 내게 힘을 줘.'
고개를 들어 샤크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광폭한 주먹이 보였다.
한 번 더 저 주먹에 머리를 맞는다면 다시 일어나기 어려울 터였다.
살며시 손을 쥐어 보았다.
손에 힘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딱 좋네… 그걸 써먹기에.'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주먹에 맞추어 강혁은 몸을 급히 아래로 낮추었다.
팔과 다리를 동시에 앞으로 쭉 뻗었다.
그 형상이 마치 고대의 전쟁에서, 앞으로 달려드는 말을 향해 창을 박아 넣는 모습 같았다.
퍼억!
샤크의 명치와 발목에 각각 내뻗은 주먹과 발이 부딪쳤다.
적진을 향해 달려든 말의 배와 다리에 창이 박힌 형상이었다.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강혁이 상대의 달려드는 힘을 역이용한 것이다.
샤크가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바라보았다.
강혁의 주먹에 자신의 명치가 닿았고, 발날로 자신의 발목을 가격한 것이 보였다.
"흥, 소용없어!"
샤크가 아랑곳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그런데 몸이 기우뚱거렸다.
발목의 뼈가 나간 것이다.
"이… 이 자식?"
당황해하는 샤크를 향해 강혁의 팔이 채찍처럼 날아왔다.
마치 뼈가 없는 연체동물인 것처럼 팔이 날아들었다.
샤크는 급히 상체를 뒤로 물렸다.
'피했다!'
하지만 그 순간 샤크의 귓잔등을 손바닥이 찰싹하고 때렸다.
강혁이 손바닥을 펴자 그만큼 거리가 늘어난 것이다.
위잉…….
샤크의 머리에 이명이 울리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무통이 된 이후로 몸이 이런 감각이 된 것은 처음이었다.
몸의 평형감각을 관장하는 귓속의 달팽이관이 흔들린 것이다.
그 순간 안면 위로 여러 개의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타다닥
손바닥이 순식간에 안면을 강타하는 도중에 손가락이 눈두덩 위를 때렸다.
샤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강혁의 상체가 뒤로 물러나며 주먹을 피하는 동시에 발을 올려 찼다.
'퍼억'
강혁의 발이 샤크의 낭심을 차올렸다.
하지만 샤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핏발이 선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소용없다고 했지!"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주먹이 강혁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퍼억!
소리와 함께 샤크는 다시 자신의 정강이를 내려다보았다.
강혁이 한 팔로는 자신의 주먹을 옆으로 받아 흘리면서 동시에 발끝으로 정강이를 차 올린 것이다.
처음 보는 기묘한 동작이었다.
샤크는 통증을 느낄 수 없었지만 뼈에 금이 갔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잘못했으면 그대로 부러질 수도 있었다.
샤크는 적잖이 당황했다.
'이 자식이 대체 무슨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거야? 꼭 무슨 태극권 같잖아?'
생각을 길게 할 수 없었다.
강혁의 주먹이 위에서 아래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샤크는 급히 팔을 들어 막았다.
퍼억!
소리와 함께 샤크는 자신의 팔이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공격을 막은 순간 갑자기 강혁이 주먹을 펼쳐 자신의 팔을 아래로 잡아당긴 것이다.
샤크는 자유로운 다른 한 팔로 강혁의 턱을 노리고 훅을 날렸다.
그러자 강혁의 팔이 허공에서 기묘한 곡선을 그리며 팔을 잡아챘다.
그는 샤크의 두 팔을 십자 형태로 옭아맸다.
마치 단단한 자물쇠에 잠긴 듯 순간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빼앗겼다.
'뭐, 뭐야? 이건? 무슨 기술?'
샤크가 당황하는 사이 비어 있는 옆구리를 향해 강혁의 손바닥이 세로로 날아 들어와 박혔다.
퍼억!
강렬한 타격음이 거실을 울렸다.
샤크는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개를 돌려 옆구리를 바라보자 강혁의 손이 보이지 않았다.
손이 갈비뼈를 박살내고 몸 안쪽까지 파고든 것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샤크의 입에서 갑자기 피가 솟구쳤다.
내부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이다.
"이, 이… 자식?"
"넌 이제 곧 죽을 거다.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내장을 찔렀거든."
"빌어먹을! 개자식……."
샤크는 아래편에 있던 팔을 돌려 강혁의 얼굴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그러자 강혁의 팔이 다시 원형을 그리며 샤크의 팔을 잡아채서 눌렀다.
다시 양팔이 봉쇄된 것이다.
"이…잇!"
샤크는 힘을 다해 팔을 풀어보려고 했지만 어찌나 단단히 붙잡고 있는지 꼼작도 하지 않았다.
"지옥으로… 샤크."
십자 형태로 옮아맨 샤크의 두 팔 중 아래쪽을 잡고 있던 팔을 놓으며 순식간에 팔꿈치가 회전했다.
팔꿈치가 위에서 아래로, 샤크의 목을 사선으로 내리쳤다.
체중이 실린 팔꿈치가 목을 강타하자 단단한 성채와 같았던 샤크의 몸이 그대로 허물어지며 뒤로 넘어갔다.
쿵!
뒤로 넘어진 샤크의 목이 덜렁거렸다.
그대로 부러진 것이다.
"지옥에서 기다려라. 한 놈 더 보내 줄 테니."
"아빠, 이거 안 배우면 안 돼?"
어린 강혁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안 돼."
아버지는 단호한 표정으로 어린 강혁을 내려다보았다.
"히잉, 써먹지도 못할 거 왜 배우냐고요?"
"언젠가는 써먹을지도 모르니까. 원래 무술이란 그런 거야."
"……?"
"평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고, 만일 사용해야 할 때는……!"
"사용해야 할 때는?"
"반드시 죽여라!"
"죽이라고요?"
"그 정도가 아니면 사용하면 안 돼. 이건 무술이야.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우우! 그러니까 소용없는 거라고 했잖아요. 내가 사람을 왜 죽여요."
"혹시 모르잖니? 할아버지처럼 그런 일이 생길지도."
아버지가 웃으시며 어린 강혁을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