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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0화 (10/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10화

10화

F.B.I 연수 당시 강혁은 F.B.I와 C.I.A에서 범죄 용의자나 테러리스트의 표정과 심리분석을 의뢰하는 폴 애크만 박사와, 걸어 다니는 거짓말 탐지기로 불리는 잭 내셔와 같은 F.B.I 수사관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람의 표정과 몸짓을 읽어내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은 0.2에서 0.3초 사이에, 평상시 내는 얼굴 표정과 달리 순간적으로 내는 표정이 있다.

폴 애크만 박사는 평상시 인간이 내는 표정의 변화를 거시적 표정이라고 정의했다.

그에 비해 매우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표정을 미세표정(micro expression)이라 불렀다.

이러한 미세표정은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근육이 수축되며 일어나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아무리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다.

강혁은 폴 애크만 박사에게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 7가지 (역겨움, 경멸, 슬픔, 공포, 분노, 놀람, 기쁨)의 표정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에 대해서 배웠다.

이 7가지 감정의 표정이 서로 뒤섞여 만들어내는 표정들은 과잉기억증후군의 능력을 이용해 읽어내는 훈련을 했었다.

결국은 인간의 표정과 몸짓이 자아내는 감정 표현을 지구상에서 누구보다 더 잘 알아내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강혁이었기에 외삼촌이 신상현을 학대했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신상현이 가출했다고 말할 때 순간적으로 윗입술이 들어지고, 코끝과 윗입술 부근의 주름이 잡혔다.

광대가 올라가 아래 눈꺼풀에는 주름이 생겼다.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 이 표정은 역겨움이다.

그리고 다시 입술의 끝이 당겨졌고, 한쪽 얼굴만 올라갔다.

이것은 경멸을 나타내는 표정이다.

걱정과 화남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키운 10살밖에 안된 아이를 삼촌이란 자가 역겨워하고 경멸했던 것이다.

강혁은 어린 아이를 미래의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만들어낸 이 작자를 패주고 싶었지만 겨우 참아내었다.

"확인해 봐야겠어."

다음 날, 강혁은 신상현이 편입해 들어간 학교로 찾아갔다.

마침 등교하는 아이들이 교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강혁은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3학년 2반 교실이 어디인지 물어 보았다.

한 아이가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강혁이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 아이가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 오신거래요? 거긴 저희 반인데."

"엉? 그래? 마침 잘 됐다. 너희 반에 최근에 전학 온 아이 있지? 신상현이라고."

강혁의 말에 아이가 뚱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신상현? 그런 애 없어요."

아이의 말에 강혁의 표정이 일변했다.

"정말이니? 신상현이 없어?"

"예, 없어요. 물어보세요."

아이는 그 말만 하고 돌아서 나갔다.

강혁은 일순 멍한 표정으로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신상현이 없다고?"

강혁은 신상현이 전입한 교실을 찾아가 삼촌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상현이 집에 두고 간 물건을 갖다 주러 왔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학생은 없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강혁은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지게 된 후, 처음으로 자신의 기억이 혹시 잘못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아니야. 분명히 이 학교였어."

혹시 차후에 학력을 조작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삼강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강혁은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왜? 대체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강혁은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가 변함없이 흘러가는 것을 보아왔다.

그렇다면 상현도 같아야 했다.

"도대체 왜 달라진 걸까? 그 녀석만."

강혁은 자신이 회귀한 후,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그 무엇 하나 달라진 사실이 없었다.

시간은 예전과 동일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갑자기 강혁의 뇌리를 때리는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강혁 주변의 모든 것이 그대로였지만 딱 하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강혁 자신이었다.

회귀한 후, 강혁의 미래는 모두 달라졌다.

단적으로 복권 1등에 당첨된 것만 해도 크게 달라진 점이었다.

"설마. 그 녀석도 회귀한 걸까?"

강혁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작은 가능성이 머리 한쪽 구석에 도사리게 되었다.

강혁의 손에 신상현도 죽었으니, 회귀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도 없다면 어디서 그 녀석을 만나야 하지?"

강혁이 상현을 상대하기에는 지금처럼 좋은 때가 없었다.

상현의 나이가 10살에 불과한 지금이야 말로 가장 약할 때였다.

다만 걸리는 것은 아직 상현이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할 만큼의 죄를 짓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좀 더 미래의 일이다.

강혁은 이 문제가 머릿속으로 떠오를 때마다 도리질을 쳤다.

"얼어 죽을, 어쨌든 만나지 않으면 결정도 할 수 없어."

강혁은 우선 신상현을 만나 보아야 했다.

직접 만나보고 판단해야 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상현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강혁으로 하여금 초조하게 만들었다.

원래 있어야 하는 장소에 있지 않다는 것이 불길한 상상으로 번져갔다.

"할 수 없지.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것을 실행할 수밖에."

3주 후.

강혁은 삼강그룹 회장의 자택에서 1.5km 떨어진 곳의 빌딩 10층에 있었다.

오늘은 강혁의 기억 속에서 뉴스 속 한 장면이 찍힌 날이다.

이 날 삼강그룹 회장 신철호가 집을 나선다.

그때 자신을 죽인 노집사와 어린 신상현이 마중을 나왔다.

강혁은 창문 앞에 자리를 잡은 후, 들고 온 낚시 가방을 열었다.

그러자 망원렌즈가 달린 저격용 총, 스나이퍼 라이플 L96이 나왔다.

특수 부대에서 침투 및 요인암살 훈련을 받은 강혁에게는 익숙한 물건이었다.

강혁은 조용히 총을 어루만졌다.

이 물건을 사기 위해 필리핀의 불법무기 시장까지 발품을 팔았다.

강혁은 총에 익숙해지기 위해 인근 야산에서 몇 차례 사격 훈련도 했다.

덕분에 총기에 대한 감각을 되찾은 상태였다.

707특임대 시절 미국의 네이비 실에서 적진 침투 및 저격술 위탁 훈련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발군의 솜씨를 자랑했다.

위탁 훈련을 받으러 갔다가 오히려 한국 특수전 부대의 뛰어난 저격 실력을 자랑하고 온 스나이퍼였다.

L96을 고정시킨 강혁은 망원렌즈로 대문 앞쪽에 총구를 겨누었다.

기억 속의 노집사와 신상현이 서 있었던 자리에 그대로 총구를 고정시켰다.

'우선은 신상현, 다음이 백발 할아범.'

두 사람 모두 위험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자신을 죽인 노집사보다. 아내와 딸, 그리고 수없이 많은 여자들을 납치해서 잔인하게 죽인 신상현이 우선이었다.

강혁은 신상현이 서게 될 위치에 총구를 가져갔다.

자신의 실력이면 신상현을 저격한 후, 노집사를 죽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신상현을 한 번은 직접 만나보고 죽일 것인지 판단하려 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에 대한 단죄를 한다는 압박감이 강혁을 죄어왔다.

강혁은 미국 유학 시절 교양 강좌에서 들었던 철학 교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만일 니가 아주 먼 과거로 타임워프를 했는데, 눈앞에 어린 시절의 아돌프 히틀러를 만난다면 어떻게 할 거냐?'

'죽인다고? 이 살인자. 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를 가지고 사람을 죽이겠다는 거냐?'

'그대로 둔다고? 이 위선자. 앞으로 끔직한 대량살상과 파괴를 저지를 인물을 미리 제거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대로 둔다고? 2차 세계 대전에서 죽은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지!'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강혁은 결국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을 한 후에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뇌리 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신상현에게 납치되어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왼손 손가락을 잘라서 만든 수십 개에 달하는 왼손 조각상.

피해자들의 손가락에는 하나같이 신상현의 이름이 새겨진 결혼 반지가 끼위져 있었다.

그 조각상들은 진열장에 마치 트로피처럼 장식되어 있었다.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고민은 오래지 않았다.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짊어진다면 고통스럽게 살해당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다.

그것 하나가 강혁으로 하여금 열 살의 신상현을 향해 총을 겨누게 만들었다.

"책임은 지마. 널 죽인 후, 자수한다."

강혁은 손가락을 방아쇠에 둔 채 조용히 기다렸다.

얼마 후, 방송국에서 나온 사람들이 대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동선을 체크하고, 카메라를 스탠바이 시켰다.

모든 것이 강혁의 기억 그대로였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신철호가 수행원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지금이다.'

강혁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방아쇠에 텐션을 주었다.

당긴 것도 당기지 않은 것도 아닌 단계.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타겟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모든 촬영은 순조롭게 끝이 났다.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방송국 사람들이 사라지고, 문이 굳게 닫혔다.

강혁의 손이 방아쇠에서 떨어졌다.

"이게 뭐야."

강혁은 차가운 바닥에 몸을 기대고 망연자실한 상태로 있었다.

"망할 백발 할배도, 어린 신상현도 나타나지 않았어……."

*     *     *

남해의 외진 곳에 작은 보육원이 있었다.

너른 마당이 있고, 커다란 나무가 서 있다.

나무 아래에는 어린 소녀 하나가 혼자서 놀고 있었다.

"안녕, 너 이름이 뭐니?"

고급스런 옷을 입은 소년이 8살가량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애에게 물었다.

소녀는 잘생긴 오빠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자 기쁜 표정을 지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소년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비싼 자동차와, 집사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나? 난 이세라. 그런데 오빠는 누구야?"

여자아이의 말에 소년은 싱긋이 웃었다.

눈에 생기가 넘치고 아주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눈빛이었다.

"그래? 내가 좋은 걸 알려줄게. 잘 들어."

소년은 아이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였다.

"정말? 그렇게만 하면 귀부인이 날 부잣집 양녀로 데려간다고?"

소녀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오늘 일을 잊지 마. 그리고 내가 다시 연락할게."

"오빠, 약속이다. 꼭 연락해야 해."

여자아이의 말에 소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예쁜 오빠, 이름이 뭐야?"

소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현, 신상현이야."

어린 신상현이 차 안에서 고급스런 옷을 벗었다.

원래 에덴농원에서 살 때 입었던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차는 대구에 있는 영혜 보육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영혜 보육원은 죽은 최강수 대통령의 무남독녀 최영혜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도련님, 왜 굳이 이런 고아원에서 지내시겠다는 겁니까? 지금이라도 원하시면 대저택에서 풍요롭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알아. 할아범. 알고 말고. 하지만 내가 계획이 좀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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