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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19화 (19/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19화

19화

"내 목숨을 살린 것은 첸 가문만이 아니라 우리 객가인 전체에게 도움을 준 것과도 같아. 이제는 화교 세계와 객가인들이 널 도울 거야. 이걸 받아."

첸은 자신의 머리맡에서 동그란 패를 꺼내어 강혁에게 건네주었다.

크기는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

패에는 여의주를 물고 있는 황용이 구름에 휩싸여 있는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만일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디든 화교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술집, 카지노 등에 가서 이걸

내밀어 봐. 널 도와줄 사람이 나올 거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삼강을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혁은 첸이 건네준 황용 패를 받아들었다.

한편, 강혁은 헨리 첸이 황용그룹의 후계자란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이 역사를 조금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혁이 국제 공조 수사를 위해 해외에서 인터폴과 함께 수사를 펼칠 때의 일이다.

아시아 판 타임지에서 황용그룹의 새로운 회장이 표지를 장식했었다.

당시 표지의 인물은 헨리와 확실히 닮은 용모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인물은 헨리가 아니라 그의 동생이었다.

당시 타임지에는 둘째 아들이 회장직을 물려받은 사실이 소개되었다.

맏아들은 라스베가스에서 불행한 사고로 죽었다는 내용도 짧게 실려 있었다.

원래는 죽었어야 할 사람을 강혁이 살린 것이다.

"미래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

강혁은 희망을 가지기로 했다.

원래 죽었어야 할 헨리가 살았다.

그렇다는 것은 앞으로 신상현의 손에 죽게 될 사람들도 살릴 수 있을지 몰랐다.

강혁은 라스베가스에서 구입한 차에 다시 올라탔다.

그리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제리 양과 만날 약속을 한 가게로 향했다.

"존, 드디어 이렇게 만나는군."

"제리,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요."

제리에게 강혁은 불과 열흘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이일 뿐이다.

하지만 마치 평생 알아온 친구를 만난 듯이 반가워했다.

모두가 멘탈리즘의 마법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강혁은 귀신처럼 알아내고 말을 맞추어 주었다.

제리 양에게 강혁은 자신이 평생 원해왔던 파트너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자신이 세운 회사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기술적인 문제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강혁은 이미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내놓았다.

게다가 왠지 다른 문제들도 강혁이 봐준다면 금세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리 양과 한참 애기를 나눈 강혁은 결심을 굳혔다는 듯이 말했다.

"좋습니다. 제리,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좋아, 존이 들어온다면 우리 쪽에선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지."

제리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강혁이 간절히 원해서 온 것이 아니라 제리의 설득을 받아들인 것 같은 형태가 된 것이다.

제리는 강혁을 귀인처럼 모시며 회사 건물로 예정하고 있는 곳을 안내했다.

실리콘밸리의 허름한 빌딩 3층의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사무실이었다.

"어때? 좀 작지만 시작으로는 나름 괜찮은 곳이야."

"나쁘지 않군요."

강혁이 웃으며 말했다.

잠시 후, 제리 양과 함께 야후를 세운 데이비드 파일로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세 사람은 곧 디렉토리 사이트에 대해 토론을 나누었다.

디렉토리 사이트는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사이트였다.

강혁은 디렉토리 사이트의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여러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명칭도 야후로 바꾸기로 했다.

강혁은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이들에게 네이버에서 시도했던 지식인 서비스를 제안했다.

너무나 획기적인 생각이라 제리와 데이비드는 혀를 내둘렀다.

"그거 괜찮은데? 역시 존이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제리는 데이빗과 애기를 나누더니 강혁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존, 데이빗과 애기해 봤는데, 여기 회사 지분을 우리 셋이 4:3:3으로 배분하기로 했어."

"어? 전 막바지에 들어왔는데 그래도 되겠어요?"

강혁이 파일로의 눈치를 보며 말하자 파일로가 대답했다.

"그게 말이야. 사실 우리가 기본 틀을 만들어 놓은 건 사실이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쌓여 있었거든."

"그랬나요?"

"그걸 존 네가 한 방에 해결해버렸거든."

"앞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존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란 믿음도 생겼고. 그래서 내가 먼저 제리에게 제안한 거야."

데이빗이 말했다.

"직원들은 곧 뽑을 거야. 당분간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고 견디면 곧 볕 볼 날이 올 거야. 내가 투자자들을 잔뜩 모아 올 거니까. 조금만 고생하면 된다고."

제리가 윙크를 하며 말했다.

"제리, 그 투자자 말인데요. 제가 초기 자본금을 댈까하는데요."

"존, 돈이 있어?"

제리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강혁은 라스베가스에서 포커로 벌어들인 100만 달러의 반인 50만 달러를 내놓았다.

자금난에 하루하루 허덕이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천군만마의 도움이었다.

"50만 달러? 믿을 수가 없어! 이 돈이면 은행에 아쉬운 소리 할 필요가 전혀 없어!"

제리의 얼굴이 크게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렇게 되면 지분 문제를 다시 조정해야겠는데?"

"제리와 데이빗의 지분을 10.5%씩만 주시면 되요. 경영권에 간섭할 수 없는 정도만 받을게요."

"그, 그래도 되겠어? 사실 우리 회사 자본금은 5만 달러도 안 된다고. 사실 이 사무실이 다야."

"전 제리를 믿어요. 우린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까짓 50만 달러."

"크… 배포가 굉장한데?"

94년도의 50만 달러다.

강혁이 회귀하기 전의 50억에 맞먹는 거금이었다.

제리와 데이빗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엔젤투자였다.

세 사람은 허름한 사무실에서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세상을 뒤흔들 결의를 다졌다.

*     *     *

석달 후.

강혁이 새롭게 가세해서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한 야후의 서비스가 세상에 등장했다.

원래의 역사 때보다 훨씬 세련된 형태였다.

강혁이 회귀하기 전 한국에서 한창 유행하던 포털사이트의 장점들 중에서 현재 적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벤치마킹 한 것이다.

그야말로 미 전역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자 돈이 되겠다는 것을 알아본 자본가들이 야후의 문을 두드렸다.

세 사람은 각자 3%씩의 지분을 내놓아 55만 달러로 시작한 회사는 금세 자본금 천만 달러의 회사로 발돋움했다.

제리는 한 달도 되지 않아 건물 3층 한쪽 구석을 사용하던 회사를 위아래 층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년이 지나자 회사는 자본금만 2천5백70만 달러의 회사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다가왔다.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을 하게 된 것이다.

강혁의 활약으로 회귀 전 역사보다 주식 상장이 1년이나 더 빨랐다.

그 덕분에 회사 전체가 술렁거렸다.

초기에 영입된 사원들에게도 회사에서 주식을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다.

발행가격은 1주당 13달러였다.

제리는 자본금의 10%인 2백60만 달러에 해당하는 20만 주를 시장에 내놓았다.

"아아, 일이 손에 안 잡히는군."

제리가 책상에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다.

"하하, 제리. 흥분되나보지?"

"존, 흥분 안 할 수 있겠어? 오늘 우리 주식이 잘못되면 어쩌지?"

"제리, 그게 아니지. 얼마나 오를까를 걱정해야지."

데이빗이 말했다.

"그렇겠지?"

제리가 긴장된 얼굴로 데이빗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나스닥 개장 시간이 시작되었다.

전 직원이 침을 삼키고 나스닥 시장의 주가 그래프를 주목했다.

"시작됐다."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누군가의 작은 목소리가 사무실 전체에 들렸다.

제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13달러에서 시작된 주가가 개장하다 말자 오르기 시작했다.

20달러!

사무실 직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환호가 사라지기도 전에 30달러로 오르더니 이내 40달러를 돌파했다.

전 직원이 사무실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순간에 회사의 자산가치가 10억 달러로 치솟았다.

사무실 전체가 축제의 도가니가 되었다.

제리와 데이빗, 그리고 강혁은 서로 마주보며 악수를 나누었다.

이후 43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갑작스런 상승을 우려한 경계매물이 나오면서 결국에는 33달러에 마감되었다.

하지만 회사의 시가총액은 8억 4천8백만 달러가 되었다.

이는 총자본금의 34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실리콘밸리에 또 하나의 꿈의 주식이 탄생한 것이다.

이날 제리와, 데이빗, 그리고 강혁은 하루만에 1억 달러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되었다.

말 그대로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꿈같은 하루였어. 안 그래?"

제리 양이 한껏 고무된 얼굴로 강혁과 데이빗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응, 지난 1년간 정말 멋진 꿈을 꾼 것 같아."

강혁은 기뻐하는 두 사람을 보며 싱긋이 웃었다.

이미 이런 결과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글로 아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 사이에는 역시 큰 격차가 있었다.

사무실 내의 뜨거운 열기, 사람들의 격정적인 외침, 쏟아지는 감정….

강혁으로서는 이전 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역동적인 현장이었다.

사람들이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떠날 거야?"

데이빗이 슬쩍 강혁을 떠본다.

얼마 전 강혁이 돌연 야후를 그만두겠다고 했던 것이다.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잖아. 기술 이사라는 직함은 그대로 두기로 했으니 말이야."

강혁은 두 사람이 섭섭해 한다는 것을 알기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위로했다.

"그래, 네 꿈을 위한 것이라니. 어쩔 수 없기는 해도, 이유가 너무 황당해서……."

제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크크큭, 하루아침에 억만장자가 된 녀석이. 모국에서 형사를 하려고 회사를 그만둔다니."

데이빗이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킥킥 거리며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강혁은 별종이었다.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라니까. 기술 이사라는 직은 두기로 했잖아."

"그건 그냥 명분뿐이잖아."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 6개월 후에 내 주식은 10%만 남겨두고 처분할게."

강혁은 일반 직원이랑 달리 고위 임원이었기에 상장된 날 주식을 바로 팔 수 없었다.

그래서 6개월이 지난 후,

강혁은 10%만 남겨 놓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아메리카 뱅크에 개설한 그의 계좌에는 무려 3억 5천만 달러라는 거금이 입금되었다.

"그동안 고마웠다. 존."

설득이 소용없다는 걸 직감한 제리가 강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고마웠다, 제리 그리고 데이빗."

강혁은 두 사람과 악수를 나누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과 웃음을 나누며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함과 죄스러움을 느꼈다.

작년 10월의 일이 떠오른 것이다.

강혁으로서는 너무나 미안하고, 한스러웠던 하루가…….

기억이 그를 잡아당겨 작년 10월의 어느 날로 집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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