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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25화 (25/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25화

25화

"크흠, 오랜만에 탕수육으로 배를 불려 볼까?"

"저기 송배 씨, 우리 이번 달 취재비 얼마 안 남았다고요. 그냥 짜장면으로 끝내요."

"뭐?"

박송배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이진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그렇게 걸신 들린 건 아니니까. 이번엔 내가 참지."

입맛을 다시는 박송배를 보며 이진주는 그의 등을 힘껏 치며 말했다.

"사내대장부가 먹는 것 가지고 이리 힘이 빠지면 쓰나. 오늘은 내가 쏩니다. 뭐든지 팍팍 시켜요."

"저, 정말!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거 아니지?"

"당근!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아니, 절대 아니지. 우리 이 기자가 그럴 사람 아니지."

"자 갑시다."

이진주가 박송배의 목을 팔로 감싸더니 씩씩하게 중식당으로 향했다.

그런 이진주와 박송배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5층에서 근무하는 백화점 여직원이다.

'기자?'

여직원은 분명 기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즉시 몸을 움직여 어디론가 향했다.

그사이 삼양백화점 5층 중식당 북경루에 들어가 앉았다

"자아, 어디 한 번 비벼 볼까?"

박송배가 습관처럼 젓가락을 비벼댄다.

그 모습을 보고, 이진주는 웃었다.

"송배씨, 일회용 나무젓가락도 아닌데 젓가락을 왜 비벼요."

"그냥, 의식 같은 거야. 짜장면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마음대로 하셔~"

두 사람은 열심히 짜장을 비볐다.

탕수육과 팔보채, 만두가 연속으로 나왔다.

"흐흐흐."

기분이 좋은지 연신 흐흐거리며 박송배가 음식을 탐했다.

이진주는 면을 한 입 베어 물며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흐응, 천정에 경사가 졌다? 어머, 정말이네?'

다른 곳은 그래도 시멘트라도 발라서 보수를 한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쪽은 어려웠나 보다.

천장이 기울어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건 그렇고 대체 왜 천정에 경사가 진걸까?'

이진주는 갑자기 천정 위 옥상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응? 먹다 말고 어디가?"

"화장실."

이진주의 말에 박송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음식에 열중했다.

식당을 나와 5층 로비에 있는 공용 화장실로 향하던 이진주는 방향을 돌렸다.

그녀는 갑자기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얼마 안 가 계단이 끝나고 옥상으로 향한 녹색 철제문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슬그머니 손잡이가 돌아가며 문이 열렸다.

이진주는 옥상으로 올라오며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너였니? 천장을 기울게 만든 녀석이?"

이진주의 눈앞에 거대한 세 개의 냉각탑이 보였다.

이들이 위치한 곳은 식당가 바로 위였다.

이진주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삼양백화점이 붕괴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 이 거대한 냉각탑이었다.

강혁의 회귀 전 붕괴가 일어난 후,

사고 조사반에 의하면 이 냉각탑은 하나의 무게가 25톤이었다.

세 개를 합치면 도합 75톤이나 된다.

철제 받침대까지 있어서 냉각탑이 가동 중일 때는 도합 90톤의 하중이 가해졌다.

여러 차례의 설계 변경으로 인해 놓여서는 안 되는 곳에 이 구조물이 놓이게 된 것이다.

벽을 들어내고, 기둥을 자르고, L자형 철골 대신 I자형 철골을 사용한 건축물이다.

그 위를 다시 90톤의 하중으로 내린 눌린 것이다.

'보수 공사라는 게 식당을 그대로 운영하는 중에 했다면 그냥 시멘트를 덧칠했을 뿐일 텐데. 과연 이걸 버텨낼 수 있을까?'

이진주의 가슴 속에 커다란 의문이 생겼다.

'이 건, 꼭 찍어야 해.'

이진주는 조심스럽게 옥상을 나서려고 했다.

"어딜 가시나 아가씨?"

노타이의 흰 와이셔츠에 검은색 양복 차림의 사내가 문 뒤로 나타났다.

이진주는 깜짝 놀랐다.

"……!"

사내의 뒤로 다른 사내들의 손에 이끌려 박송배가 여기저기 얻어맞은 얼굴로 끌려 나왔다.

"송배 씨!"

"너희들 기자라며? 우리랑 좀 가주셔야겠어."

*     *     *

오희성은 오늘도 구직 활동보다는 모아 놓은 돈으로 쏘다니기 바빴다.

얼마 전 취업을 했었지만 일주일 만에 관두었다.

지금은 일자리가 넘쳐나는 시절이다.

취업시장에서 기업이 을이고, 취업준비생들이 갑인 시절이었다.

취업설명회에 참가만 해도 돈을 주는 시절이라 오희성은 당분간은 이런 유유자적한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었다.

"니나노~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아니~"

집까지 100미터 가량 남았을 때였다.

무심히 골목을 걸어갔다.

그런데 승합차 하나가 천천히 오희성의 옆을 지나가려 했다.

오희성은 몸을 옆으로 피해 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봉고차가 서더니 문이 열렸다.

드르륵.

시커먼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오희성을 잡아챈다.

"뭐, 뭐여?"

삽시간에 몸이 달랑 들려 승합차에 태워졌다.

두려움에 휩싸인 오희성을 승합차에 앉은 사내 하나가 사진과 비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형님."

운전사 보조석에 앉아 있던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눈빛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오희성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무… 무슨?"

갑자기 오희성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뒤에 있던 사내가 머리 위에 검은 두건을 씌운 것이다.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는데 소리가 크지 않았다.

게다가 공기가 부족해 금세 숨이 차올랐다.

차는 어딘가로 향했다.

*     *     *

일성 흥신소.

"소장님요, 꼭 좀 찾아 주이소. 제가 10년간 안 먹고 안 입고 잠도 줄여가며 일해서 모은 돈이에요. 그 돈이 어떤 돈인데… 흐흐흑"

"하하, 사모님, 이제 걱정일랑 놓으세요. 이런 놈들 찾는 건 일도 아니에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덜컹 열렸다.

시커먼 양복에 흰 와이셔츠 차림을 한 사내들이 손에는 각목과 나무방망이를 하나씩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네가 임호장이냐?"

살모사 같은 눈빛에 턱 선이 세모처럼 날카로운 사내가 어깨에 나무방망이 하나를 둘러메고는 소장을 노려보았다.

"너…너희들 뭐야?"

소장은 갑작스런 사내들의 침입에 깜짝 놀란 듯 말을 더듬었다.

"어이, 아줌마.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빨랑 여기서 나가!"

덩치 큰 사내가 의뢰인 여성을 향해 무섭게 윽박질렀다.

"예? 아… 예."

아줌마는 깜짝 놀라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뭐, 뭐야? 너희들!"

"흐흐흐, 그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었더군."

살모사처럼 생긴 사내의 턱짓에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흥신소 소장을 빙 둘러쌌다.

"조져!"

살모사처럼 생긴 사내의 명령에 사내들이 한꺼번에 임호장에게 달려 들었다.

이규철은 병원에서 딸아이가 잠든 모습을 본 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삼양백화점 건을 다루고 있는 요즘에는 딸아이를 위해 개인 간호조무사를 고용했다.

간호조무사는 딸아이를 24시간 케어 해주고 있는 중이다.

병원에서 나온 이규철은 차를 주차해 놓은 곳으로 걸어갔다.

문득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다.

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규철은 차를 잡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삐삐~ 삐삐~

허리에 차고 있는 삐삐가 울렸다.

확인해보니 일성 흥신소 소장이다.

최삼우 사장을 찾은 모양이다.

규철은 급히 차를 돌렸다.

'드디어, 만나게 되는군요. 최삼우 씨.'

규철은 강혁이 그토록 찾던 사람의 행적을 알게 되어 기뻤다.

"사장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흥신소 소장의 입에 청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아니,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규철은 소장에게 다가가 즉시 테이프를 떼려고 했다.

그런데 소장의 표정이 이상하다.

규철이 뒤를 돌아보자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들이 들어왔다.

모두 10명은 될 것 같았다.

"너희들 뭐야?"

"어이~ 이규철 씨. 우리 사장님한테 좀 가줘야겠어."

어깨에 피 묻은 알루미늄 방망이를 들고 있는 사내가 입을 이죽거렸다.

눈빛이 살모사를 연상시키고, 턱선이 날카로웠다.

삼양건설과 연계 되어 있는 TS파의 행동대장 이태성이다.

"삼양이냐?"

이규철의 말에 사내들이 대답 없이 그저 이죽거린다.

"맞나보군."

"쳐!"

이태성의 한 마디에 십여 명의 사내들이 일제히 달려든다.

제일 먼저 도착한 사내가 머리를 노리고 쇠파이프를 내리쳤다.

이규철은 미동도하지 않고 팔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쇠파이프다.

막아도 팔이 부러질 터였다.

피이잉,

하지만 이규철은 팔꿈치로 쇠파이프를 흘렸다.

쇠파이프는 옆으로 미끄러지며 바닥을 쳤다.

터엉.

쇠파이프를 휘두른 사내의 턱에는 반대쪽 주먹이 작렬했다.

마치 용이 바닥에서 허공으로 솟구치듯이 내리치는 쇠파이프를 흘려내는 동시에 반대 손으로 턱을 쳐올린 것이다.

퍼어억.

사내의 몸뚱이가 허공에 잠시 뜨는 듯 하다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주변에서 고함과 욕설이 뒤섞인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거의 동시에 이규철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퍼버벅!

이규철이 있던 장소로 서너 개의 몽둥이와 쇠파이프가 날아들었다.

이규철은 사내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좁은 사무실 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서로 너무 가까워서 함부로 쇠파이프를 휘두르기 어려워졌다.

타탕!

서로 내리치다가 같은 편끼리 무기가 부딪히기도 했다.

그사이 이규철의 펀치가 사내들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강타했다.

퍼어억,

묵직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렸다.

마치 해머가 벽을 치는 듯 육중한 소리가 울리고, 순식간에 서너 명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 새끼……!"

한 사내 하나가 걸리적 거리는 무기를 놓고 이규철을 향 주먹을 휘둘렀다.

이규철의 고개만 까닥 움직여 사내의 팔을 어깨 위로 흘렸다.

그와 동시에 사내가 짚단 허물어지듯 자리에서 무너졌다.

퍼억.

어느새 이규철의 주먹이 사내의 갈비뼈를 부러뜨린 것이다.

"끄허허헉……."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몇 번 소리를 지르더니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이 뒤집혀 쓰러졌다.

"이 XXX야!"

누군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달려 들었다.

뒤이어 다른 사내 하나가 협공을 했다.

이규철의 왼쪽 주먹이 사라지는 듯싶더니 왼쪽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사내의 코를 정확히 맞추었다.

퍽!

타격음과 함께 사내의 코에서 피가 탄산수처럼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에서 달려든 사내의 얼굴은 순식간에 주먹세례에 난타 당했다.

퍼버버버버버벅!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양주먹이 쉴 새 없이 퍼부어졌다.

순식간에 얼굴이 벌에 쏘인 것처럼 퉁퉁 부어올랐다.

사내는 흰자위를 보이더니 그 자리에서 푹하고 쓰러졌다.

"하……."

살모사 눈빛의 사내가 짧게 탄성을 터트리더니 부하들을 주변으로 물렸다.

"오랜만에 보는군. 기찬이 형님 이외에 이런 멋진 주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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