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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30화 (30/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30화

30화

사장실 문이 열리며 오 전무가 들어왔다.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오 전무, 어떻게 됐나? 직접 나섰다고 들었는데?"

"놈은 잡았습니다."

오전무의 이야기에 김 사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잘했네. 오 전무."

"놈이 정신을 차리면 사장님 앞에 데리고 오겠습니다."

이상한 소문은 막아서 다행이었다.

"사장실은 좀 그렇고. 남들 보는 눈도 있으니 말이야. 내가 직접 가겠네. 지금은 어디에 있나?"

"정신을 잃어서 보안 직원들 휴게실에 눕혀 놨습니다. 혹시 몰라서 손목과 발목을 줄로 결박시켜 놓았습니다."

"음, 알겠네. 자네 일솜씨야. 확실하지."

김 사장은 오 전무를 신뢰했다.

이전에 신문사의 여기자와 사진기자도 적당히 손봐주고 해결한 것이 오 전무였다.

"과찬이십니다. 사장님."

"아니야. 대진건설건도 그렇고. 자네 활약이 아주 마음에 들어."

"사장님이 기뻐하시니. 모시는 입장인 저도 기분이 좋군요."

"그래? 조만간 금일봉이라도 챙겨 주도록 하지. 일단, 보수 공사에 신경을 써야겠지만 말이야."

"예, 사장님. 저희 걱정은 마십시오. 회사가 잘 돌아가야 저희들도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태산의 입에서 아부성의 발언이 쏟아졌다.

평소의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와는 달리 아부에도 일가견이 있는 모습이다.

"그래. 그래. 나랑 같이 점심식사나 하러 가지."

김인수 사장이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원들이 그를 따라 백화점 인근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오후 3시.

삼양백화점 최초의 시공과 설계를 맡았던 우영건축에서 사람들이 왔다.

그들은 김인수 사장과 인사를 나눈 후,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다.

삼양백화점 쪽 임원들도 문제가 발생한 곳을 직접 찾아 눈으로 확인했다.

오후 4시 임원 회의실.

김덕신 회장 주재로 긴급회의가 열렸다.

화이트보드가 펼쳐지고, 그 위에 설계도를 올렸다.

우영건축에서 나온 최현재 소장과 배학신 구조기술자가 번갈아가며 브리핑을 했다.

"점검 결과 건물의 안전에 중대한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빨리 긴급보수를 해야 합니다."

최현재 소장이 임원들을 바라보며 점검 결과를 말했다.

김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지금 당장 영업을 중지하고, 손님들을 대피시키셔야 합니다."

최현재 소장의 말에 김 회장은 놀란 기색이다.

"영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그렇습니다. 건물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이봐요. 최 소장,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백화점이 하루 영업을 안 하면 영업 손실이 얼마인지 알아요?"

김인수 사장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하루 4만 명이 찾아오는 곳이야. 4만 명.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예?"

"한 사람이 천 원만 써도 4천만 원이야. 만 원이면 4억이야. 4억. 누가 그 손해를 보상할거야? 이지랄 해놓고 안 무너지면… 최 소장 당신이 보상 할 건가?"

김덕신 회장도 화를 내면서 말을 했다.

"맞습니다. 지금 당장 건물이 무너진다면야 영업정지야 당연한 거지만,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안 그래? 박 이사, 당신 보고 왔다며?"

김 사장이 아버지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현장을 직접 보고 왔다는 임원을 찾았다.

"맞습니다. 회장님. 저희들이 직접 돌아보고 확인했습니다. 5층 식당가 바닥이 무너지는 것은 멈췄습니다."

박 이사와 함께 금이 간 곳들을 직접 돌아본 중역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당신들도 봤을 거 아냐?"

"그…그게 저희도 확인한 바로는 일단 침하현상은 멈췄습니다."

임원들이 강경하게 나오자 배학신 구조기술자도 어쩔 수 없이 동의를 했다.

"그렇지? 그럼 이제. 우리 건물 어떻게 보수해야 할지에 대해 말해봐."

"일, 일단 신공법으로 보수를 하면 건물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공사를 하려면 3층부터 5층까지는 통제해야 합니다."

배학신 구조기술자도 지금 백화점이 위험한 상태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에서는 절충안을 내놓는 게 최선이었다.

"좋아, 그럼 지하하고 1,2층은 계속 영업을 하고, 3층 이상으로는 통제해요. 바로 긴급공사 들어갑시다."

"알겠습니다. 이미 임시로 사각 구간에 지지대를 놓았습니다. 현재 진행되던 지반 침하는 어떻게든 막아놓은 거죠."

"잘했군."

"그러면 자재를 어떻게 공급하고, 어디를 어떤 식으로 공사할지 논의해 보지요."

최 소장은 할 수 없이 떠밀려 처음의 의견에서 후퇴했다.

오후 5시 20분

보안직원 휴게실에서 강혁이 눈을 떴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천정의 전등불이었다.

덜컹.

몸을 움직이던 강혁은 자신이 침대 위에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뒷머리가 쑤셔왔다.

"크윽."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강타당했던 것이 생각났다.

'제기랄… 지금 몇 시지?'

휴게실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발견했다.

시계는 5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강혁은 시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남은 시간이 너무 없었다.

'얼어 죽을… 대체 몇 시간이나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거야?'

앞으로 47분 후 건물이 붕괴된다.

삼양백화점의 임원들은 B동 회의실에서 보수공사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강혁은 마음이 급했다.

빨리 일어나서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

문제는 팔다리를 묶고 있는 줄이었다.

"이 봐요."

"응? 이제 정신이 드나보네?"

강혁을 지키고 있던 보안요원 두 사람은 강혁을 돌아보았다.

보안요원은 깔끔한 정장차림이어서 그런지 조폭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엘리트 체육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TS파를 이끄는 오태산 본인이 대학까지 나온 나름 인텔리 주먹이었다.

그래서 휘하에 체육인 출신들이 많은 편이었다.

또한 고급 백화점의 보안요원이기에 나름 엄선해서 보낸 사람들이었다.

"아하하, 저기 이 줄 좀 풀어 주면 안 되나요?"

강혁이 두 사람을 향해 너스레를 떨었다.

"시방, 기찬 성님은 지금 병원에 있어야~ 당신 때문에 발등하고, 가슴뼈에 금이 갔다는데, 시방. 풀어 달라꼬? 말이여 방귀여?"

두 사람 중 특히 거대한 몸을 가진 20대 후반의 청년이 말했다.

구대우라는 명찰이 보였다.

키는 강혁과 비슷했지만 그와 달리 몸이 곰처럼 컸다.

얼굴은 갓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처럼 순박한 얼굴이다.

"기찬 형님을 이기다니. 맨손으로 기찬 형님을 이길 사람은 없을 거라는 게 중론이었잖아."

구대우의 옆에 서 있던 다른 청년이 말했다.

그의 옷에는 이강타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

그는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다.

"내가 말했짜너. 싸움은 말로 해서는 소용이 없고, 직접 대봐야 아는 거라고."

"무슨 소리야?"

"거시기 내만 해도 기찬 성님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몇 번을 말했던가? 시방 전무님이 내 맴을 알랑가 몰러."

산처럼 덩치가 큰 사내의 얼굴 전체가 투지로 가득했다.

당장이라도 할 수 만 있다면 강혁과 한 번 붙어보고 싶은 얼굴이다.

"짜식, 기찬 형님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야. 아무리 힘이 세다고 설쳐도 너 같은 시골 촌뜨기에게 당하실 것 같냐? 나라면 몰라도."

이강타도 질 수 없다는 듯 말을 했다.

그러자 구대우가 발끈했다.

"뭐여? 시방 뭐라고 했냐? 넌 나한테도 한주먹거리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기찬 성님을 이겨야?"

"훗, 너보다는 내가 낫지."

"내가 함 보여줘? 말어?"

혈기 왕성한 젊은 남자들의 자존심 싸움을 강혁이 지켜보았다.

"저기, 날 풀어주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누가 더 센지?"

강혁이 빙긋이 웃으며 두 사람을 도발했다.

구대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강혁은 피식 웃으며 다시 말했다.

"왜? 혹시 질까봐, 무서운가? 애송이들? 알았어. 그렇게 겁나면 둘이 동시에 덤벼."

"뭣이여?"

"나는 바로 그 신기찬 그 양반을 이긴 남자니까 말이야."

"허허허, 우메, 이 양반 쪼까, 머리 썼구만 그래."

구대우도 강혁이 머리를 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다.

"야, 하지마."

이강타가 당황하며 구대우를 만류했다.

"이쪽 꼬마는 정직하네. 질게 뻔한 게임은 안 하겠다는 거지."

"뭐야? 이 양반이 실성했나?"

"훗, 내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지?"

"네가 지금 우리 형님을 우연히 이겼다고 간이 퉁퉁 불어 터졌구나? 어엉?"

이강타가 당장 몸을 일으켜 커터 칼을 찾아왔다.

둘이라면 충분히 강혁을 다시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강혁의 손목과 발목을 묶어 놓은 줄을 끊었다.

강혁은 잠시 손목과 발목을 어루만진 후,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 형님이 시간이 좀 없거든? 같이 덤벼."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휙~

이강타의 몸이 공중에 떴다.

뛰어 뒷차기가 그대로 강혁의 명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강혁의 몸이 이태성의 발차기를 따라 그대로 한 바퀴 회전했다.

그리고 이강타의 다리를 따라 파고들었다.

"어엇."

강혁은 손날로 이강타의 목젖을 쳤다.

"커억."

이강타가 충격을 받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콰당.

중국 삼천년의 무술 역사 가운데서도 신비에 쌓여 있는 용형 팔괘장이었다.

팔괘장의 비기인 태공조어(강태공이 고기를 낚다)가 펼쳐진 것이다.

"우와아!"

기합 소리와 함께 구대우가 달려들었다.

곰처럼 큰 덩치가 무척 빠르게 다가오며 양팔을 위압적으로 펼쳤다.

그는 강혁의 허리춤 아래를 잡으러 접근했다.

'씨름이구나?'

강혁은 구대우가 씨름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잡히면 끝이다.'

강혁은 구대우의 하체와 몸집을 보며 재빨리 상황파악을 끝냈다.

하체를 잡으려는 팔 하나를 잡아채며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콰앙!

바닥을 치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강혁의 팔꿈치가 구대우의 명치를 쳤다.

팔로 잡아당기는 힘과 바닥에서 일어난 지면 반발력이 팔꿈치에 집중되었다.

"커어억."

허파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구대우의 입가에 거품이 일었다.

눈동자는 이미 하얗게 변했다.

기절한 것이다.

명치에는 강혁의 왼손 팔꿈치가 박혀 있었다.

오른손은 구대우의 왼손을 잡아당기고 있는 상태였다.

강혁의 머리를 꼭짓점으로 하면 그 모양이 하나의 거대한 산등성이처럼 보였다.

중국 무술 중에서도 가장 강맹한 위력을 가졌다는 팔극권의 정심주다.

"하아. 시간이 없다."

강혁은 할아버지로부터 3대에 걸쳐 집안에 전수되어 온 세 가지 무술을 모두 펼쳤다.

결코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펼치지 말도록 금기를 걸어놓은 무술들이다.

그만큼 강혁도 필사적이었다.

그는 이강타를 업고 구대성은 질질 끌었다.

그는 중앙홀을 지나 B동으로 그들을 옮겼다.

그대로 뒀다가는 붕괴에 휘말려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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