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44화
44화
#12장 약진 (1)
강혁의 회귀 전 이 두 사람이 내세웠던 가격은 100만 달러.
그런데 현실은 두 사람의 기대와 달랐다.
여러 기업들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어떤 기업도 사지 않았다.
기대했던 야후에서도 결국 거부당했다.
야후 입장에서 본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래리와 세르게이는 이후 주변의 도움과 투자를 받아 여자 친구의 차고에서 그들의 회사를 시작한다.
이는 앞으로 몇 년 후에 발생할 일이다.
그런데 원래의 역사와 달리 두 사람이 희망을 접을 때쯤 강혁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래리와 세르게이는 제리 양과 함께 야후를 일으켜 세운 강혁을 알고 있었다.
그가 대학을 통해 자신들에게 연락을 취해왔을 때 환호성을 질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혁은 그들이 만든 기술의 가치를 인정해 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자, 계약 이야기는 이제 대충 마무리 된 것 같으니 우리의 신기술, 페이지랭크의 업데이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강혁의 말에 래리와 세르게이는 이내 진지해졌다.
그들은 강혁이 지적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큰 충격을 받았다.
강혁은 그들이 연구 중 미비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을 정확히 지적했다.
그리고 향후의 개선점까지 알려주었던 것이다.
듣다보니 강혁이라면 굳이 페이지랭크를 살 이유가 없어보였다.
그는 이미 더욱 강화된 새로운 검색엔진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존, 오늘 처음 만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넌 우리보다도 더 페이지랭크에 대해서 잘 알고 있군."
"맞아. 너라면 우리가 아니라도 더 진화된 검색엔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사람의 말에 강혁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맞아. 하지만 너희들에 대한 소문을 듣고 검색엔진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듣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것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더군. 그래서 흥미가 생겼어. 같은 동류의식을 느꼈다고 할까?"
강혁의 말에 래리와 세르게이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우리랑 완전 같은 부류는 아닌 것 같지만, 뭐, 검색엔진이나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생각은 비슷한 것 같은데?"
"그것뿐이야?"
강혁이 웃으며 말하자 세르게이가 양손을 쳐들며 항복표시를 했다.
"아니, 사실 완전 항복이야. 넌 진짜 천재야. 존!"
"인정! 너라면 우릴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
두 사람의 말에 강혁은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었다.
"나와 함께 미래를, 세계를 함께 바꿔 보자."
회귀 전 회사가치가 3천억 달러에 달했던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 강혁의 손아귀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강혁은 초기 자본금으로 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로인해 구글의 탄생은 원래 역사보다 2년 더 빨라지게 되었다.
강혁이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구글이 시장에 등장하자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기존의 검색엔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검색엔진의 등장이었다.
오래가지 않아 구글링이란 단어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한다는 뜻을 가진 관용구가 되었다.
한마디로 인터넷 시장에서의 주류가 뒤바뀐 것이다.
IT업계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 * *
"바네사, 학교가 준비는 다 됐니?"
루시는 조금 전 식사를 마치고 자기 방으로 간 바네사에게 준비가 끝났는지 물었다.
"바네사?"
아무런 대답이 없어 바네사의 방으로 간 루시는 깜짝 놀랐다.
아이가 방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전에도 한 번씩 이런 일이 있었던 차라 루시는 재빨리 바네사에게 다가가 흔들었다.
"바네사? 바네사?"
전에는 이런 일이 발생할 때 속수무책이었다.
너무나 비싼 병원비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은 골든 타워의 정직원이었다.
회사에서 보험에도 가입시켜주었고, 회사 지정 병원도 있었다.
루시는 재빨리 거실로 달려가 프래스비테리언 병원에 전화를 걸어 앰뷸런스를 불렀다.
"예, 10살짜리 여아예요. 빨리 와주세요."
잠시 후, 정신을 잃었던 바네사는 앰뷸런스 안에서 깨어났다.
"…엄마?"
"바네사! 정신이 드니?"
루시는 바네사가 눈을 뜨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엄마, 제가 어떻게 된 거죠?"
바네사의 말에 루시가 눈물을 훔쳤다.
"방으로 갔더니 네가 쓰러져 있었단다."
"울지 마세요. 엄마."
바네사는 루시의 눈물을 보고 가는 손을 들어 눈가를 훔쳐 주었다.
"우리 애기, 오늘은 의사선생님께 꼭 진료를 받아보자."
루시의 말에 바네사가 한숨을 쉬었다.
"돈은요? 엄마."
"걱정 마. 넌 그런 거 걱정 하는 거 아니야."
엠블란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 도착했다.
"뭐라고요? 선생님?"
"악성 빈혈이에요. 합병증이 올 수도 있으니 빨리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의사의 말에 루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악성 빈혈이라니?
그동안 몇 차례 쓰러진 적이 있었지만 설마 악성 빈혈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쉽게 보면 안 되는 병입니다. 적절한 치료가 필요해요."
"그렇게 할게요. 선생님. 입원 시켜주세요."
"알겠습니다."
루시는 딸 바네사가 악성 빈혈인데도 이전에는 모르고 그냥 넘어갔던 일을 생각하며 가슴이 아팠다.
'휴우, 이런 큰 병원에 들어오려니 괜시리 위축되네?'
루시는 평생 이런 대형 병원에 온 적이 없었다.
특히나 프레스비테리언 병원은 뉴욕 제일의 병원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자신 같은 저소득층의 흑인 미혼모가 진료를 받으러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의사들의 명성이 높고, 의료 장비들이 최신인 만큼 의료비 청구도 비싼 곳이다.
미국의 의료보험은 악명 높기로 자자하다.
공공 의료가 아닌 사보험이 의료보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산층 가정이라도 식구 중 누구 하나가 아프면 하층민으로 전락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오늘 루시는 당당했다.
자신은 골든타워의 직원이었다.
회사에서 보험도 들어주었고, 프레스비테리언 병원은 회사의 지정 병원이었다.
원무과에 도착한 루시는 접수증을 받아들고, 순서가 되자 데스크로 다가갔다.
"제니!"
데스크에는 두 명의 백인 여직원이 앉아서 환자들이나 환자 가족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루시를 보고 말을 건네는 사람의 이름은 비앙카다.
비앙카와 제니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온 사람들이라 복장만 보고도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문제는 데스크로 다가오는 루시의 복장이 허름했다는 것이다.
프레스비테리언 병원은 뉴욕 최고의 병원으로 중상층계층 이상의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다.
"이런… 또 시작이군."
비앙카의 말에 앞을 쳐다본 제니는 루시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내저어다.
드물게 한 번씩 진상 손님이 있었다.
돈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아와 무조건 치료부터 하라고 우기는 자들 말이다.
두 사람은 루시의 복장을 보고 지레짐작했다.
"잘 해봐. 제니."
제니는 환하게 웃으며 루시에게 재직증명서를 받아 들었다.
제니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골든 타워 직원이에요."
루시가 재빨리 말했다.
뭔가 분위기가 묘했기 때문이다.
제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자신들의 병원이 골든 타워의 지정 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제니는 비록 루시의 복장이 허름했지만 진상 손님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재직증명서를 보았다.
그런데 재직증명서를 바라보는 제니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으음, 그런데 청소부시군요."
"그…그래요. 하지만 회사에서 보험에 들어 주었는데요."
루시의 말에 제니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마 엠블란스 비용은 나오겠지만… 병명에 따라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 수 있어요."
제니는 루시가 들어 있는 보험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확인을 하지도 않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사실 제니에게는 당연한 상식에 속했다.
기껏해야 청소부에게 들어준 보험이다.
기본 보험을 넘을 수가 없었다.
"병명이 뭐죠?"
"의사 선생님이 악성빈혈로 입원해야 한다고 하던데……."
루시의 말에 제니의 뺨 한쪽이 살짝 올라갔다.
"악성빈혈이라? 비용이 엄청들 겁니다. 청소부 월급으론 감당 못해요. 여긴 그런 병원이거든요."
"하…하지만 저는 보험에 들었는데요."
"알아요. 하지만 청소부잖아요. 기본 보험으로는 감당 못합니다."
"그…그럴 리가… 보험이……."
루시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목소리가 작아졌다.
제니는 여전히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다.
"엠블란스 비용정도는 되겠죠. 하지만 나머지는……."
제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저히 감당이 안될 거예요. 회사에 확인해보세요."
당신이 든 보험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다고 확신하는 제니의 말에 루시는 매우 당황했다.
때르르르릉.
전화 벨 소리에 골든타워 총무과 직원인 랜시가 수화기를 들었다.
랜시는 약간 통통한 얼굴에 활발한 성격을 가진 3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평소 루시의 깔끔한 일처리에 대해 자주 호감을 나타냈다.
"랜시, 저 루시에요."
"아? 루시, 바네사는 좀 어때요."
"그…그게 악성 빈혈이라 입원을 해야 한다는데 제 보험으로는 안된다네요. 그게 사실인가요?"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루시가 자초지정을 말했다.
"그럴 리가? 이상하네요. 그럴 리가 없어요. 잠시만 기다려요. 루시."
랜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실로 갔다.
"랜시? 무슨 일이죠?"
"윌슨 사장님, 몇 가지 문의드릴 일이 있는데요."
"말해봐요."
윌슨이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루시도 다른 사무직 직원들과 동일한 보험을 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맞아요. 랜시. 분명히 동일한 보험을 들었죠."
랜시가 다시 한 번 물었다.
"가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도 같겠죠?"
"물론이죠. 그런데 루시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계속되는 질문에 윌슨이 의아해 했다.
이런 보험에 관한 일은 원래라면 윌슨이 오히려 총무과 직원인 랜시에게 물었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보험 문제는 회사가 초창기라 업무의 영역이 불명확했던 시기에 강혁이 직접 처리했다.
루시의 경우 모든 사원들 중에 가장 먼저 뽑힌 멤버였고, 보험처리가 일찍 이뤄졌다.
랜시가 입사하기도 전의 일이라 자신이 모르고 있는 사항이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루시를 비롯해서 초창기 멤버들은 모두 회장님이 직접 보험 문제를 처리했어요."
"그렇군요. 사장님. 그런데 지금 루시가 보험 때문에 병원에서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 같아요."
랜시의 말을 들은 윌슨이 당황했다.
사실 자신도 강혁에게 들었을 뿐 자신이 직접 처리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회장님께 물어봐야 할 상황이군요."
윌슨은 강혁을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의 접수처 직원이 했다는 말을 간과할 수는 없었다.
잠시 후, 강혁에게 윌슨과 랜시가 직접 찾아가 자초지정을 말했다.
"뭐라고요? 그럼 지금 루시가 병원에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강혁은 대충의 상황을 짐작하고 기가 막혔다.
"아무래도 제가 직접가야 해결이 될 것 같습니다. 랜시."
"예, 회장님."
"저와 같이 갑시다."
강혁이 랜시에게 말했다.
이런 일은 사원들의 사기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랜시가 총무과 직원이기도 하지만, 활발한 성격에 말이 많은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문제를 자기 혼자 해결했다가는 어떤 식으로 왜곡될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