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49화
49화
강혁의 회귀 전 역사에서는 람보르기니를 클라이슬러에게서 4천만 달러에 인수했던 인도네시아의 메가테크가 98년도에 파산했다.
독일의 폭스바겐이 이 가격에 람보르기니 회사를 인수했다.
강혁은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 경영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메가테크에 연락을 취해 선수를 친 것이다.
메가테크는 사들였던 가격보다 세 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판 셈이니 충분히 이득을 취한 셈이다.
강혁은 폭스바겐이 했던 것처럼 람보르기니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서 예전의 명성을 회복시킬 생각이었다.
회귀 전에도 자동차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관련 잡지를 꾸준히 구독했던 강혁이다.
지금이야말로 람보르기니 회사를 헐값에 쌀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감하게 질렀다.
람보르기니는 강혁이 회귀한 원 역사에서 2019년에는 회사가치가 110억 달러(약 13조460억)에 달했다.
100배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잠시 후, 차가 맨허튼 미드타운에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도착했다.
강혁의 골든타워 투자회사는 99층에서 101층까지 3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맨허튼의 정경은 압도적이다.
회의실 한쪽 벽면에 스크린이 펼쳐져 있고, 그 위로 사람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영상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규철이 강혁에게 자신이 2년간에 걸쳐 뽑은 정보 및 작전팀 요원들에 대해 설명했다.
통칭 프로젝트 알파라고 불렀다.
"전직 국정원 요원 박정철, 나이 47세. 해외파트에서 오래 있었고, 해외공작팀 팀장으로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작전들을 매번 성공시킨 유능한 인재입니다. 2년 전에 은퇴했는데 이유가 딸아이 때문입니다. 특이한 심장병을 앓고 있더군요. 심장이식수술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주치의 소견으로는 앞으로 길어도 3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게 그런 요청을 했던 거군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이미 준비는 끝났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수속을 마치고, 입원시키세요. 주치의는 윌 존슨 의원에게 소개받은 닥터 월리엄에게 맡길 겁니다. 이미 바리스타 수술(심장 이식 수술)을 몇 번이나 연속으로 성공시켰고, 현재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 수술팀을 이끌고 있는 분입니다. 이식시킬 심장도 이미 준비됐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박정철씨를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뭘요. 그 덕분에 저는 팀을 이끌 최고의 전술가를 얻게 되었는데요."
"전직 정보경찰 신소희, 나이 26세. 현직 국회의원 자녀의 마약 밀매 및 판매 사건을 조사하던 마약계 형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는데, 신소희씨의 약혼자입니다. 해당 사건을 파헤치다가 감찰에서 뇌물수수 건으로 고발당하고, 2년 간 복역 후, 반년 전에 퇴소했습니다. 신소희씨는 자신의 뇌물수수건을 일절 부인했습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말씀드렸던 그분이군요. 우리 팀으로 반드시 끌어들이세요."
강혁은 사진 속의 젊은 신소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눈도 크고, 코도 오뚝한 서구형 미인이다.
사진 속에서는 정복 경찰복을 입은 짧은 단발머리였다.
강혁은 머리를 어깨 아래까지 길게 기르고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활발하게 다니던 신소희를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출소 후 유명 로펌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조사원으로 일했었다.
업계에서는 서로 스카웃 하려고 할 정도로 명성을 날린 명수사관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실종 후, 처참한 모습의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직접적인 사인은 약물 쇼크사였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정액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둔덕이 부어올라 있는 것으로 보아, 강간의 흔적이 있었다.
팔뚝에는 대여섯 개의 주사바늘 자국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체내에서 대량의 필리폰이 검출되었다.
당시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것이 강혁이었다.
강혁은 신소희를 죽인 범인을 잡았지만, 꼬리에 불과했다.
강혁은 신소희의 살인을 지시한 배후 인물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결국 몸통은 잡지 못하고 수사가 종결되었다.
수사 기간 내내 위에서의 압력이 상당했었고, 강혁에게도 하나의 상처로 남은 사건이었다.
"뇌물 사건이 사실이라면……."
"제가 압니다. 저분은 결백해요.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겁니다."
강혁은 수사 과정 중 신소희의 예전 사건 파일을 검토했고, 수상한 점을 상당수 발견했다. 강혁은 그녀의 결백을 믿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철규는 회장의 특이한 능력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뇌물 수수 건이 걸리기는 했지만 회장을 믿기로 했다.
이규철은 그 후, 팀원에 포함될 세 사람의 프로필에 대해 설명했다.
강혁은 그들 모두를 섭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이들이 계약을 맺으면 미국에서 전직 C.I.A와 모사드, F.B.I 출신의 교관들에게 훈련을 받게 된다.
이후 하나의 팀으로 한국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강혁의 보이지 않는 눈과 귀, 손과 발이 되어 줄 것이다.
* * *
승호는 뉴욕 관광을 마치고 다시 맨허튼 42번가 아틀리에 아파트로 돌아왔다.
스티브의 도움을 받아, 각종 컴퓨터 기자재를 들고 빈 방 하나를 택해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자재들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모두 강혁이 준 카드로 산 것들이다.
강혁이 준 카드는 정말로 한도에 제한이 없는 카드였다.
일명 블랙 카드라고 불리는 것으로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발행되는 카드였다.
처음 매장에서 이 카드를 내밀었을 때, 매장 직원이 놀라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했다.
그 직원도 말로만 들었지,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강혁은 정말로 억만 장자였고, 최승호는 몇 번이나 그런 사실을 실감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한국에서는 돈과 기자재가 없어서 실현하지 못했던 꿈의 컴퓨터가 완성되었다.
승호는 바로 컴퓨터에 접속해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 * *
"래리? 무슨 일이야?"
"헤이, 보스. 드디어 광고 수익이 붙기 시작했어."
"하하, 그거 알려주려고 전화한 거야? 내가 말했잖아. 사용자가 몰리면 몰릴수록 광고 수익이 증가할 거라고. 그래서 광고 수익이 얼마나 나왔는데 그래?"
"놀라지마! 광고 수익이 지난 한달 동안 자그마치 800만 달러였어! 그런데 매출 증가가 멈출 기세가 안보여. 지금도 계속해서 수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호오!"
"겨우 호오야? 우리 회사 자본금이 천만 달러잖아. 방금 내가 한 달 수익만 800만 달러라고 말했다고."
"흐흐, 수고했어. 래리. 하지만 앞으로 두고 봐.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더 늘 테니 말이야."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뉴욕에는 언제까지 있을 거야? 여긴 언제 내려오려고?"
"조만간 방문할게. 여기 일을 좀 더 마무리할 게 남았거든."
"오케이.
래리와 통화를 마친 강혁은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며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광고 수익만 한 달에 8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1년이면 1억 달러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하지만 강혁은 알고 있었다.
한 달에 8백만 달러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앞으로 구글은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회귀 전 구글은 온라인 광고만으로 1년에 116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국 돈으로 130조 6,74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이다.
구글의 광고 수익을 생각하던 강혁은, 회귀 전 구글과 함께 세계의 온라인 광고 시장을 양분했던 또 하나의 인터넷 기업을 떠올렸다.
바로 소셜 네트워크 열풍을 일으켰던 페이스북이다.
강혁은 페이스북을 위해 래리나 세르게이를 만났던 것처럼 마크 저크버그를 만날 생각은 없었다.
지금의 마크 저크버그는 중학생이었다.
그렇다고 스스로 페이스북을 만들 생각도 없었다.
강혁의 정체는 어디까지나 세상 사람들에게 숨겨져야 했기 때문이다.
'승호야, 너라면 마크 저크버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강혁은 천재 프로그래머인 최승호를 떠올렸다.
'초기 페이스북 정도의 코딩은 지금도 얼마든지 재현해 낼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승호가 스스로 하게 만드려면…….'
강혁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구글의 대항마였던 페이스북을 승호가 만들어 낸다면, 강혁으로서는 진정한 인터넷 제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 *
일주일 후, 최승호는 강혁의 배려로 뉴욕의 명문 사립학교인 트리니티 스쿨에 등교하기 시작했다.
트리니티 스쿨은 매년 졸업생의 37%를 아이비리그의 명문 대학에 입학시키는 뉴욕 소재의 명문 사립 학교였다.
그런데 강혁이 학교에 등교하려는 승호에게 내린 미션은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예? 친구를 최대한 많이 사귀라고요?"
"그래, 미국에서 행세하려면 든든한 인맥이 바탕이 되어야 해. 공부만 해서는 안 돼."
"하지만 전 아직 영어도 딸리고."
"그 정도는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래. 아니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든지."
강혁의 말은 좀 충격이었다.
처음 자신을 받아들일 때는 천사처럼 굴더니, 이제야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 싶을 정도로 조금은 과한 요구로 받아들여졌다.
"알, 알았어요."
최승호는 강혁이 자신을 시험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대체 친구 사귈 시간이 어디에 있다고.'
한국에 있을 때도 승호는 인사는커녕,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기도 어려웠다.
친구들 사이에서 겉도는 아이였는데, 말도 잘 안 통하는 미국에서 어떻게 친구를 한두 명도 아니고, 많이 사귀느냐 말이다.
그런데 강혁은 그냥 말로 넘어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승호가 과외 선생님들과의 수업을 마친 후, 강혁의 방으로 불려 갔다.
"어때, 오늘은 누구와 이야기를 해봤지? 친구가 된 애들이 있니?"
"하아, 아직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친구를 어떻게 사귀겠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시간이 부족하다라. 그렇지 넌 공부하기에 바쁘니까. 친구들이 뭘 좋아하고, 어디서 뭘 즐기고 하는 것을 하나도 알 수 없겠지. 친구들 이름도 모를 거야. 그렇지?"
"뭐, 그렇죠."
"네 특기를 이용하는 건 어때?"
"제 특기요?"
"컴퓨터 프로그래밍."
"그걸로 뭘 해요?"
"꼭 만나서 수다를 떨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흐음."
"시간이 없다면 온라인상에서라도 각자의 관심사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건 어때?"
강혁의 말에 최승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친구들이 각자의 근황을 손쉽게 올릴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만든다면……."
"흐음, 계속해봐."
최승호는 방금 떠오른 아이디어를 강혁에게 말했다.
그러자 강혁이 승호의 아이디어에 몇 가지 살을 붙였다.
한참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니 최승호의 머릿속에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기 미안한데 나머지는 다음에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 지금 당장 해보고 싶거든요."
"그렇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