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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50화 (50/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50화

50화

강혁의 허락에 승호는 바로 자신이 조립한 슈퍼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방문을 잠근 최승호는 당장 프로그래밍에 착수했다.

한참 자신이 구상한 친구 근황 알리미 네트워크 시스템의 초기 버전을 만드는 중에 최승호는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게 정말로 내가 생각해낸 게 맞기는 한 건가?'

최승호는 처음부터 자신이 생각해 낸 것인지 아니면 강혁이 생각해 낸 것이었는지 헷갈렸다.

두 사람의 열띤 대화 가운데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두 사람의 공동의 사고에서 탄생한 작품이었다.

'복잡한 건 제쳐두고 일단은 만들고 보자.'

승호는 한 번 뭔가에 꽂히면 일을 제쳐두고 매달리는 스타일이었다.

방안에 들어간 후, 승호가 밖으로 나온 건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였다.

집사와 가정부가 아침 일찍 출근해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승호의 방문을 두드렸다.

최승호는 그때서야 기다시피하며 방을 빠져나왔다.

집사와 가정부는 펜트하우스를 구입했을 때 아틀리에 아파트에서 제공한 서비스 중 하나였다.

"잘 잤니?"

강혁이 방을 빠져나오는 승호를 보며 물었다.

"하하, 예."

"흐응, 그렇군. 아무래도 그 꼴로 오늘 학교에 등교하기는 좀 어렵겠는데?"

"아, 제 몰골이 좀 그렇죠? 하지만 결석은 곤란해요."

"어떻게 하려고?"

"병원에 들렀다가 가는 걸로 하고 한 시간만 잘게요."

"오케이. 좀 늦는다고 전화해 둘게."

최승호는 아침은 먹지 않고 그대로 자기 침대로 들어가 잠에 빠져들었다.

강혁은 그런 승호를 보며 싱긋 웃고는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한 시간 후, 승호를 깨웠다.

"어떻게 갈 수 있겠니?"

"나 최승호. 외모도 보통, 운동신경도 보통. 다 평범한데. 딱 하나 남들보다 나은 게 머리하고 깡 밖에 없어요. 제가 괜히 모의고사에서 전국 1등하고 그런 게 아니라고요."

승호의 말에 강혁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좋아, 밖에 스티브가 대기하고 있다. 차 안에서라도 눈을 붙일 수 있을 테니 어서 가봐. 그리고 오늘은 시간이 되면 반드시 자도록 해."

"알았어요. 형."

그렇게 승호는 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달 후.

최승호는 자신의 작업실 문 밖에 스케치북으로 그린 문패 하나를 붙여 놓았다.

[온라인 페이스북 컴퍼니]

최승호가 학생의 신분으로 자신의 하숙집(?) 방에다가 창업한 회사의 이름이었다.

초기 자본금은 강혁이 100% 빌려 주기로 약속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든 프로그램 이름은 학교에 등록한 날 받았던 책에서 빌려왔다.

책 이름은 페이스북.

학교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 주소 등이 적혀 있는 책이었다.

승호는 프로그램을 완성한 다음 날 학교에 요청해 부스를 마련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자신이 만든 소셜 프로그램을 광고했다.

강혁의 회귀 전 구글과 함께 세계의 온라인 광고 시장을 양분했던 초거대 기업 페이스북 전설의 시작이었다.

*     *     *

"어서 오게. 존."

래리 위더슨이 자신의 집을 찾아온 강혁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강혁이 뉴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래리 위더슨이 몇 번이나 초대했었다.

장례식 이후 한동안 바빴던 강혁은 최승호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래리를 찾은 것이다.

"래리, 요즘 건강은 어떠십니까? 듣기로는 은퇴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강혁의 말에 아이언 페이스 래리 위더슨의 얼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더 이상 아이언 페이스라고 부를 수 없는 얼굴이었다.

"하하, 모두 자네 때문일세."

"……?"

강혁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위더슨 부인이 차를 내오며 웃으며 설명을 해주었다.

"존, 이이는 그날 존에게 마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부터 사람이 변했어요. 전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가정적인 사람이 됐다니까요. 저나 신시아는 정말 존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참 신시아에게도 축하를 해야겠네요. 요즘 활약이 대단하던데요."

신시아는 위더슨이 달라진 후, 집을 떠나지 않고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학생 모델로서 이름을 높이고 있었다.

벌써 몇몇 잡지에 사진이 게재되어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모처럼 우리 집에 왔는데, 어떤가? 나와 함께 잠시 어딜 좀 다녀가지 않겠나?"

위더슨이 강혁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딘진 모르겠지만 래리가 함께 가자고 하시는데 당연히 따라야지요."

강혁이 웃으며 말했다.

위더슨 가문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는 강혁은 이 가족의 행복에 대해 항상 마음이 쓰였다.

"하하, 자네 그 말 곧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

"호호, 존, 이이가 가려고 하는 곳이 어디인줄 알고 선뜻 따라가겠다는 거예요?"

"에밀리, 설마 래리가 저와 클럽을 가자는 건 아닐 테니. 제가 두려워할게 뭐 있겠어요."

"하하, 역시 존이야. 화끈하다니까. 어디 돈도 화끈하게 쓰는지 봐야겠어."

"……?"

"존, 래리를 따라가면 오늘 지갑이 많이 가벼워질 거예요."

"맞아, 자네 오늘 돈 좀 써야 할 걸? 그래도 따라가겠나?"

래리 허드슨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두 분이 웃는 모습을 보니 좋군요. 좋습니다. 오늘 제 지갑이 텅 빌 때까지 한번 써보죠. 뭐."

"좋아, 각오 단단히 하고 따라오게."

허드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세 사람은 맨해튼 월돌프 아스토리아 호텔 연회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한국 대통령들이 뉴욕을 방문할 때마다 묵는 뉴욕의 최고급 호텔이다.

연회장으로 들어가며 강혁은 허드슨이 받은 파티 초대장을 읽었다.

[커트 와이엇의 82세 생일 파티 초청장

이봐 친구들, 생일 선물은 사양하네. 대신 내가 정기적으로 기부해 오고 있는 60여 개 복지기관에 자선기금을 내주게나. 자네들이 기부하는 액수만큼 내가 기부를 하겠네. 자네들의 영원한 친구 커트 와이엇]

연회장으로 들어가자 1000여 명에 가까운 하객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자네에게 오늘 커트를 소개해주고 싶어서 불렀네."

"재미있는 분 같군요."

"흐흐, 재미있는 친구지."

커트 와이엇의 생일 파티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마치 경매장이라도 온 것처럼 흥겨워했다.

1000여 명에 달하는 참석자들이 다양한 기부금을 생일 선물로 냈다.

이들이 낸 기부금은 돈을 받는 기관별로 액수가 집계되어 순간순간 전광판에 기록이 떴다.

커트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60여 개에 달하는 복지기관의 책임자들은 파티장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농담을 던졌다.

"이봐, 알지? 오늘밤 우리가 커트를 파산시켜서 거지로 만들어 버리세."

사람들이 기부한 액수만큼 커트 와이엇이 기부금을 낸다고 했으니, 파산을 시키자는 말은 기부금을 내어 달라는 뜻이다.

은발의 노신사 커트 와이엇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파티장을 돌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악수를 청하고 농담을 던지고는,

"어이, 오늘 지갑은 두둑이 채워 왔지?"

"자네, 지갑 안 들고 왔어?"

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사람들은 그런 커트의 말에 유쾌하게 웃으며 기부금을 냈다.

기관별로 모금 액수 경쟁도 붙었다.

가만히 전광판을 보면서 기부금액수가 불어나는 것을 경쟁하듯이 응원했다.

마치 경마장에서 1등으로 들어오는 말이 어느 말인지 응원하듯이 말이다.

이런 경쟁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파티는 흥겨웠고, 고급 와인이 제공되었다.

사람들은 간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에 맞추어 흥겨운 춤판을 벌이기도 했다.

유쾌함이 가득한 파티였다.

파티가 끝날 무렵 모금액이 공개되었다.

"오늘의 모금액은 모두 60만 달러입니다."

중년의 갈색 머리 신사가 마이크 앞에서 선포하듯 모금액을 발표하자 장내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연단 위로 커트 와이엇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60만 달러의 수표를 끊었다.

"여기 있네. 받게나."

갈색머리의 중년 신사가 커트에게서 60만 달러의 수표를 받은 후, 참석자들에게 보여주었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웃었다.

총 모금액이 120만 달러(약 13억2000만원) 정도가 되었다.

파티에 참석한 인원은 1000명가량이었다.

한 사람당 평균적으로 천 달러(약 110만원) 가량을 낸 셈이다.

친구의 생일 선물치고는 상당한 금액을 낸 것이다.

커트 와이엇이 연단 위의 마이크 앞에 섰다.

8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건장한 체구에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친구들, 내 82세 생일을 축하해 주어서 고맙네. 오늘 자네들이 중용을 지켜주어서 고맙다고도 해야겠군. 만일 자네들이 정도에 넘치게 기부를 했다면, 오늘 밤 내가 쪽박을 차야 할 뻔하지 않았나? 하마터면 자네들이 오늘밤 후원한 기관들의 신세를 질 뻔 했네."

"하하하!"

사람들이 왁자지껄 웃었다.

강혁도 래리를 따라서 천 달러의 기부금을 냈었다.

좋은 취지였기에 큰 금액을 써내려고 했지만 래리가 만류했다.

원한다면 나중에 따로 기부금을 내라고 했는데 파티를 지켜보다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네, 오늘 커트가 이 생일 파티만으로 얼마나 썼는지 아나?"

"글쎄요. 모르긴 해도 상당히 돈을 쓰신 것 같네요."

"맞아, 내가 듣기로 오늘밤 생일파티 경비로 20만 달러를 썼다더군."

20만 달러라면 한국 돈으로 2억2000만 원 정도의 거금이다.

당시 강남의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2억이 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금액을 하룻밤 파티로 쓴 것이다.

"상당히 손이 크신 분이시군요."

강혁의 말에 래리와 에밀리가 웃었다.

"호호, 커트는 사실 겨울에 난방비를 아끼려고 침실을 제외하고 모든 방에 난방을 끄는 사람이에요."

"……!"

에밀리의 말에 강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난방비 아끼려고 집 안의 난방을 침실을 제외하고 꺼버리는 짠돌이가, 하룻밤 파티 경비로 2억을 넘게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120만 달러에 해당하는 기부금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이게 되었다.

생각이 그에 미치자 강혁은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좋은 분이군요. 커트란 분은……."

"그래, 좋은 사람이지. 따라오게."

래리가 강혁에게 턱짓으로 커트 와이엇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커트는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미국의 유명 인사들이었다.

"커트, 82세 생일을 축하해요. 벌써부터 90세 생일 파티가 기대되는군요."

래리가 커트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네었다.

"이게 누구야? 세상에. 자네 래리 아닌가?"

초청장을 보내기는 했지만 허드슨은 이런 자선기금 파티에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허드슨이 모습을 보이자 커트 와이엇은 깜작 놀란 얼굴이다.

"하하, 그렇게 됐어요."

래리가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내가 오래 살기는 했군. 자네가 이렇게 환한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말일세. 보기 좋구만."

커트 와이엇이 웃으며 래리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누군가? 못 보던 친구인데?"

커트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강혁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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