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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58화 (58/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58화

58화

"사, 사장님?"

루시와 이리나가 깜짝 놀랐다.

그런데 윌슨 사장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 우르르 골든 타워 사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엘리베이터만이 아니다.

양 옆의 계단으로도 사원들이 임원부터 말단까지 모두 쏟아져 나왔다.

순식간에 복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막말녀 트레이시도 골든 타워 사원들이 복도를 가득 메우자 일순 겁에 질렸다.

"뭐, 뭐예요? 당신들?"

윌슨 사장이 트레이시에게 다가갔다.

"트레이시, 왜 우리 사원을 괴롭히는 거지?"

"당, 당신은?"

트레이시는 당연히 올리브 윌슨 사장을 알고 있었다.

"괴, 괴롭힌 게 아니에요."

트레이시는 윌슨의 등장에 살짝 기가 죽었다.

설마 이런 일로 사장까지 등장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트레이시다.

"저, 저는 제 옷에 물을 뿌리고도 사과하지 않고 도망가는 저 여자를……."

"제가 한 일이 아니에요. 전 그냥 잠시 대학 동기에게 인사나 하려고 들린 거라고요."

"그 말은?"

윌슨이 물었다.

"화장실에는 들리지도 않았어요. 사장님."

"빙고!"

윌슨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럼 일은 간단하군."

"랜시!"

"예, 사장님."

"여기 복도 CCTV 확인해 봐요."

"옛썰."

랜시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이마에 손가락 두 개를 붙였다 뗐다.

"흥! 저 여자가 틀림없어요. 내가 뒷모습을 정확히 봤단 말이에요."

트레이시가 강변했다.

"꼭 그게 이리나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루시가 쏘아붙였다.

"맞아요. 저런 복장과 헤어스타일이 요즘 유행이라고요."

"뭐야? 뒷모습만으로 단정한 거야?"

트레이시가 정확히 본 게 아니라 뒷모습만으로 단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욱! 확실하다고요!"

"만일 아니라면 어쩔 겁니까? 트레이시!"

윌슨 사장이 딱딱한 표정으로 트레이시를 바라보았다.

"그…그건……."

"만일 아니라면 이리나에게 단단히 사과해야 할 거요!"

"알, 알았어요. 하지만 만일 내가 맞다면 어쩌실 거예요!"

"이리나와 함께 나도 같이 사과하죠. 그리고 세탁비까지 내드리지."

"그… 그 말 잊지 마세요."

"하지만 당신이 틀렸다면 이리나 뿐 아니라, 루시에게도 사과해야 할 거요."

"내… 내가 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범인으로 단정한다고 했더니 내게 뭐라고 했죠?"

루시가 쏘아붙였다.

"으… 으음. 알겠어요. 당신에게도 사과드리죠."

잠시 후, 빌딩 관리인 요원 한 명과 함께 랜시가 돌아왔다.

"확인했어요. 사장님."

"그래, 어떻던가요?"

"이리나가 아니에요. 이리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오른쪽 복도로 걸어갔다고요."

"그… 그럴 리가?"

트레이시가 깜짝 놀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분 말이 맞습니다."

빌딩 관리 요원이 랜시의 말을 뒷받침 해 주었다.

"그… 그럼 내 옷에 물 뿌린 여자는 대체?"

"그건 아마도 저인 것 같네요. 트레이시."

"어엇! 그리어 부인."

트레이시가 깜짝 놀랐다.

"안녕하세요. 부인 오랜만에 뵙습니다."

올리브 윌슨 사장이 그리어 부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윌슨 사장님. 오랜만에 뵙네요."

사람들은 그리어 부인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그리어 부인은 트레이시가 몸담고 있는 골프공 회사의 사장 부인이었다.

자수성가한 젊은 기업인이 세운 회사라 그 부인도 이리나와 몇 살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리어 부인의 헤어스타일과 복장이 이리나와 똑같았다.

벼락부자답지 않게 검소하면서도 세련된 차림을 즐겨 입는 그리어 부인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리나와 복장이 겹쳤던 것이다.

"트레이시, 미안해요. 제가 그만 실수로 물을 튀겼나 보군요. 세탁비는 제가 드리도록 하죠."

"아, 아닙니다. 부인. 이미 옷은 다 말랐는걸요."

"그런가요? 하지만 사과는 하셔야 되겠네요."

그리어 부인이 말했다.

"아, 아… 예."

트레이시는 잔뜩 풀이 죽어 이리나와 루시에게 사과를 했다.

사과를 하는 트레이시는 굴욕감에 몸을 떨었다.

"미… 미안해요. 이리나, 그리고 루시."

"어떤 점이 미안한건가요? 트레이시. 확실하게 해야죠."

루시가 딱 부러지는 음성으로 따졌다.

"그… 그게… 이리나, 우선 지레 짐작해서 미안해요."

"그리고요? 이리나에게 막말도 했잖아요."

루시가 재촉했다.

"미, 미안해요. 막말하고 모욕한 거 모두 사과드릴게요. 이리나."

"저는요?"

"그… 그쪽도 죄송해요."

"제가 청소부 주제에 나선다고 했죠? 청소부를 모욕하지 말아요!"

"……."

"우리가 하루라도 일을 안 하면 당장 힘들어지는 건 여러분들이라고요!"

"죄, 죄송해요. 루시. 그리고 청소부라고 무시한 것 사과할게요."

"흥! 앞으로는 조심하라고요."

루시는 그제야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가 벌어지며 트레이시의 보스가 나타났다.

골프 회사 사장 저메인 그리어다.

"이 사람들이 왜 남의 회사 앞에서 이러는 거야?"

화가 난 표정이다.

자기 비서가 남한테 당하는 것도 보기 싫었을 것이다.

"그리어 사장님, 오랜만이군요."

"윌슨 사장,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말이죠."

윌슨이 대충의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듣고 보니 자기 비서인 트레이시가 잘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화가 풀리지 않았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런 일에 사원들 전체가 다 우르르 몰려와도 되는 겁니까?"

"그건 제가 설명 드리죠."

한쪽 구석에서 사람들이 둘로 갈라지며 키가 190정도 되어 보이는 동양인이 나타났다.

"존 회장?"

"회장님, 오셨습니까?"

"윌슨 사장님. 수고하셨어요. 지금부터는 제가 상대하죠."

"예, 회장님."

올리브 윌슨이 웃으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흥, 오너가 나왔으니 이제 말이 좀 되겠네요. 존 회장님."

"제가 설명 드리죠. 왜 이런 일에 사원들 전부가 다 나왔냐고 물으셨죠?"

"그, 그래요. 좀 심한 거 아닙니까?"

"귀를 열고 잘 들으세요. 저메인 그리어 사장님."

강혁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저메인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저메인 그리어가 움찔한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강혁의 눈빛이다.

일반인이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다.

"그게 일개 사무직이든, 청소부든 상관없습니다."

"우리 골든 타워 직원을 이유 없이 건드는 사람이 있다면……."

"……!"

"저부터 상대해야 할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강혁의 말에 복도에 몰려와 있었던 골든 타워 직원들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이…이해할 수 없군요.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강혁이 뒤로 돌아서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한 가족이거든요."

"맞아! 우리 골든 타워는 한 가족이다."

"그렇다고. 누구든 우릴 이유 없이 건들면 모두 나설 거야!"

와아아!

복도에 일순 함성이 울렸다.

98층에서 일어난 일은 그날 한 시간도 안 되어 빌딩 전체에 소문이 퍼졌다.

빌딩 내에서 오늘의 소동은 야구의 벤치 클리어링에 빗대어 오피스 클리어링이라 일컬어졌다.

골든 타워의 명성과 함께 오피스 클리어링은 맨허튼의 여러 기업들에게도 소문이 퍼졌다.

과하다는 평가와 함께 그런 기업이라면 나도 다녀보고 싶다는 반응까지 이래저래 유명해졌다.

이러저런 과정을 거쳐서 오피스 클리어링은 골든 타워의 사내 문화로까지 정착했다.

?♪?♪♪~

엠파이어스테이트 101층에 있는 회장실로 비서실 전화가 걸려 왔다.

마침 강혁은 구글의 광고 수익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미국 전체에서 구글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세를 띄고 있었다.

그에 따라 다양한 회사들로부터 광고 수익을 얻고 있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일억 달러를 돌파할 것 같았다.

강혁은 구글에 대해서는 래리와 세르게이에게 모든 것을 맡겨 두고 있었다.

회사의 대표는 그 두 사람이었고, 강혁은 대주주로서 실제 회사의 주인이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그런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죠?"

수화기 너머로 비서인 이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장님, F.B.I에서 회장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연결시켜 드릴까요?"

"F.B.I? 그곳에서 왜?"

"글쎄요? 존,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

이리나가 걱정이 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리나는 벨라루시 출신이다.

구소련이 붕괴되던 해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왔다.

어려서 고생이 많았던 그녀는 첫 직장인 골든 타워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오피스 클리어링 사건 이후로 골든 타워에 대한 애착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

그런데 F.B.I에서 전화가 왔으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강 혁을 바라보는 이리나의 눈에는 존경과 애정, 걱정이 뒤범벅되어 있었다.

"하하, 걱정 말아요. 이리나. 우린 불법적인 일은 절대 관여하지도, 시도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렇죠? 휴, 저도 알고 있으면서도… F.B.I라고 하니깐 겁부터 났어요. 헤헤."

평소에는 회사 내의 유일한 회장 비서로서 칼 같은 정확함과 부지런함을 겸비하고 있는 이리나다.

하지만 이때만은 잠시나마 원래의 자신의 모습을 보였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이리나였다.

자신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야무진 모습을 보이지만 원래는 이제 막 스물다섯 살이 된 사회 초년생인 것이다.

강혁과도 나이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하하, 이리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네요. 평소 칼 같은 모습만 봐서는 생각도 못 할 일인데?"

"아시겠지만 저한테 우리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거든요."

"흠, 그러고 보니……."

강혁은 이리나가 가족들의 생활비와 집세, 게다가 국가에서 빌린 대학 학비까지 갚아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리나, 오늘 저녁은 나와 함께 먹는 게 어때요. 그래도 제 일을 봐주는 비서인데 너무 신경을 못 써 주고 있었네요."

"예? 정말요?"

이리나가 깜짝 놀랐다.

"저야 영광이죠."

"좋아요. 그러면 오늘은 제가 좋은 곳으로 데려가 드리지요."

이리나와 전화를 끊은 강혁은 F.B.I와 전화를 연결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F.B.I 뉴욕 지부장 에단 스미스라고 합니다."

"존 강입니다. 무슨 일이지요?"

"전화상으로는 자세한 상황을 말씀드릴 수 없는 긴급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스미스 지부장님."

"감사합니다. 존 회장님. 이 일은 트리니티 스쿨 학생들과 관련된 일입니다. 실례지만 한국인 승호 초이의 미국 보호자로 되어 있던데요."

"예, 맞습니다. 설마 승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피해 학생의 학부모님들에게는 수사관들이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만 제가 직접 전화 드린 것은 윌 존슨 상원 의원에게 회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에 저희 쪽 수사에 도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드려야지요. 어디로 가면 됩니까?"

에단 스미스가 강혁에게 주소를 알려주었다.

전화를 끊은 강혁은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지? 1996년에 무슨 일이 있었지?"

강혁이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외신에서 보도가 될 만큼 화제가 된 큰일은 없었다.

어쩌면 그 정도로 큰일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아무리 회귀를 했다고 해도, 당시에 강혁은 한국에 있었다.

강혁이 미국 내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들을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이거 큰일이군."

강혁은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준비시켰다.

이리나에게는 약속을 다시 잡자고 말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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