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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60화 (60/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60화

60화

"호오, 벌써 우리 학교 학생들 중 30%가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어."

학교에서 돌아온 최승호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페이스북 서비스를 점검했다.

페이스북을 시작한지 이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입소문의 힘은 강력했다.

유행에 민감하고 자신을 꾸미고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특성.

여기에 페이스북은 찰떡궁합이었다.

게다가 95년도에는 본격적으로 디지털 카메라라 부를 수 있는 기기들이 등장했다.

아직은 대중에게 생소한 기계였지만 디지털 카메라와 페이스북은 천생연분이었다.

최승호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손쉽게 올릴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해 놓았다.

"좋아, 이번 학기 여행 때 난 학교에 남아서 페이스북 홍보 전략이나 짜야겠다."

자신이 창업한 기업 페이스북에 슬슬 사람들의 적극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승호는 기분이 찢어지도록 좋았다.

페이스북 사용자 중 몇몇은 이미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었다.

일상의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 몇몇 사용자들이 올린 사진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다.

주로 여자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최신 유행의 옷이나 자신이 간 쇼핑몰, 카페, 음식 등의 사진들에 반응하고 있었다.

승호는 한참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실제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올려놓은 사진이나 글들을 살펴본 것이다.

그러면서 보완해야 할 점들과 어떤 사람들이 주로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몰입하는 최승호의 얼굴은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는 남자의 얼굴 그 자체였다.

삼일 후.

오십여 명에 달하는 트리니티 스쿨 12학년 학생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하나둘씩 45인승 대형 버스에 올랐다.

12학년의 마지막 학기 여행을 가는 것이다.

이 주간에 걸친 여행이다.

각 버스에는 교사 두 사람과 스물다섯 명의 학생들이 탔다.

특이하게도 1호 버스 뒤에는 검은 색 승용차 한 대가 가까이 붙어 있었다.

부대통령의 아들인 해리 화이트의 경호를 위해 재무부 소속 비밀 경호국에서 파견된 차량이다.

비밀 경호국은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그 가족 등을 경호하는 역할을 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특이하게도 재무국 출신으로 위조지폐 수사도 하고 있다.

96년인 현 시대에는 여전히 재무부 소속이었다.

하지만 9.11의 영향으로 2003년부터는 재무부 산하에 신설된 국토 안보부 소속이 되었다.

1호 버스 앞에는 십여 명의 아이들이 서 있었다.

아키라와 앤드류, 메리를 위시해 평소 함께 어울려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모두들 하나같이 부모님이 부자들이고 나름 학교에서 잘나가는 아이들이다.

그때 최승호가 버스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왔다.

"엉? 초이잖아?"

"아? 아키라."

"어떻게 된 거야? 너 페이스북인지 뭔지 때문에 학기 여행은 안 간다고 들었는데?"

"하아, 그게. 그렇게 됐어."

사실 최승호가 딱히 내키지 않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강혁이 모처럼 꼭 가라고 권유했기 때문에 못 이기는 척 나왔다.

승호도 나사에 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감 직전 급하게 신청했다.

"흠, 그래?"

아키라는 속으로 갑자기 궁금해졌다.

"비용은 어떻게 구한거야?"

"그게 실은 페이스북에 투자하기로 하신 분이 빌려 주셨어."

잠시 생각하던 최승호가 솔직하게 말했다.

"뭐? 벌써 투자까지 받은 거야?"

아키라가 깜짝 놀랐다.

아키라만이 아니다.

함께 있던 잘나가는 아이들의 거만한 얼굴에 살짝 놀란 표정이 어렸다.

"그, 그렇게 됐어. 하지만 얼마 안 돼."

승호가 당황하며 말했다.

"또 성공할지 어떨지도 모르고 이제 겨우 우리 학교 학생들 정도만 사용하는걸."

"그, 그렇지? 하하. 사업이란 게 그렇게 싶게 성공하면 개나 소나 다 사업하지 하하."

아키라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승호는 이제 겨우 먹고 살만해진 나라에서 온 촌뜨기였다.

그래서 재미삼아 손 봐 주려고 하는 상대다.

그런데 갑자기 페이스북이라는 걸 만들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학교 전체에서 서서히 이름이 알려지고 있었다.

아키라는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 닛산 자동차의 아메리카 법인 사장의 아들이다.

최승호 같은 가난한 유학생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야, 학생 창업 좀 했다고 선생님이나 주변에서 화제가 된 모양인데."

"아, 아냐. 아키라."

"그런 허접한 아이템가지고 뭐나 된 것처럼 굴지마라."

아키라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가소로운 소꿉장난 같아 보이니깐 말이야."

'소꿉장난?'

최승호는 아키라의 말에 내심 화가 났다.

이 일에 엄청난 열정과 땀, 시간을 쏟고 있는데 소꿉장난이란 소리를 들으니 화가 난 것이다. 사실 최승호는 학업과 병행하기 위해 제대로 잠도 못자고 있었다.

내년에는 반드시 스탠포드 대학에 붙어야 했다.

거기다가 우연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아이템이지만 자신의 첫 번째 회사였다.

승호는 페이스북을 제대로 키워 보고 싶었다.

이제 겨우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운영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강혁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자금력은 충분하니 바람만 불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생겼다.

그런데 이런 취급이라니?

승호는 화가 났다.

"이… 봐"

최승호가 아키라에게 한마디 하려고 할 때였다.

해리 화이트와 아멜리아 패닝을 비롯해서 함께 다니는 아이들이 버스 쪽으로 걸어왔다.

버스 앞에 모여 있는 아이들 모두 잘나가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학교 최고의 로열패밀리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저 아이들이었다.

이들이 다가오자 모두들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만큼 존재감이 강렬한 아이들이다.

버스 주변에 몰려 있던 아이들 모두 이 순간만큼은 잡담을 멈추고 이들을 바라보았다.

사실 이들 그룹만큼 해리 화이트 등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아이들은 없을 것이다.

몇 번 시도해 본 적도 있지만 간단히 거절당했다.

이들이 최승호와 아키라 사이를 지나 버스로 탑승하려고 할 때였다.

아멜리아 패닝이 고개를 돌리더니 최승호에게 말했다.

"초이, 네가 페이스북을 만든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정말이니?"

평소 로열패밀리 외에는 말을 섞는 경우가 없는 아멜리아가 최승호에게 말을 걸었다.

버스 주변에 모여 있던 무리들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이 멤버 중에서도 아멜리아는 특별한 취급을 받는 만인의 연인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어어? 맞, 맞아. 아멜리아. 내가 만들었어."

"내가 맞다고 했잖아. 아멜리아. 초이가 보통 학생이 아니라니깐?"

학교 최고의 수재이면서 여자 같은 미모로 소문이 자자한 미셀 뒤봐가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네. 미셀."

모두의 리더 격인 해리 화이트가 말했다.

"초이, 우리 모두 네가 만든 페이스북에 가입했어. 정말 좋던데?"

미래의 금메달리스트라며 모두의 사랑을 받는 엄청난 키와 체격의 제임스 밀러가 말했다.

"저, 정말?"

최승호가 되물었다.

"그래, 정말이야. 너 머리만 좋은 줄 알았는데 사업 머리도 꽤 좋더라?"

전미 부자 순위 20위권 안에 들어가는 재벌 집 딸 다나 무어의 말은 마침표나 다름이 없었다.

최승호는 로열패밀리 멤버 거의 전원의 눈에 들어간 것이다.

일반 학생들은 아무리 오랫동안 같은 학교를 다녔어도 말 한마디 섞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멤버 전원의 눈에 들다니?

누구보다도 그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던 아키라 무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 전원의 눈에는 질시와 미움이 타올랐다.

해리 화이트와 로열패밀리 멤버들이 모두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최승호도 그 틈을 타서 재빨리 버스에 올라탔다.

"아키라, 이게 뭐야 계획이 완전히 흐트러졌잖아?"

해리 화이트 따라쟁이 앤드류가 화를 내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 따위 계획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해리와 아멜리아가 저 녀석에게 눈독을 들였어."

"페이스북이 대체 뭔데 쟤들이 저러는 거야?"

앤드류가 열을 내자 아키라와 어울리는 멤버 중 중국인인 왕웨이가 물었다.

왕웨이는 검은 머리에 작은 눈을 가졌다.

여기에 가만히 있어도 배가 나올 정도로 상당한 비만이었다.

하지만 본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머리는 전형적인 바가지 머리였는데 기름을 발라서 2대8 가르마를 유지하고 있었다.

상당히 촌스러운 감각이었지만 주변에서는 누구도 왕웨이에게 그런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왕웨이의 아버지는 뉴욕에서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였다.

게다가 그 밑에는 갱처럼 보이는 험악한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평소에 아메리카 닛산 사장의 아들인 아키라보다 씀씀이가 더 컸다.

그래서 함께 어울리는 무리 중에서도 발언권이 강했다.

"그거 나도 하고 있는데 괜찮아 보이더라."

메리 페레즈가 말했다.

평소 잘 꾸미고 다니고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메리다.

아무래도 자신의 생활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 페이스북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너도 하고 있다고?"

앤드류가 놀라며 물었다.

"그래, 맞아. 초이라고 했었지? 흐흥."

메리가 묘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난 이제 여자 애들한테 가 볼게. 여행 잘하라고. 아키라."

메리 페레즈가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여자 애들과 함께 어울려 2호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참 내. 메리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페이스북?"

앤드류가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학생 창업이라니? 아무래도 전입생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간 모양인데? 쯧~"

"하하, 아무래도 우리 계획을 좀 앞당겨야겠어."

앤드류의 말에 아키라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키라의 말에 왕웨이도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할 거야? 그거?"

"그래, 작년에도 재미 좋았잖아?"

"크큿, 그땐 진짜 사람 하나 죽는 줄 알았어. 겨우 자퇴로 끝났지만 말이야."

"뭐, 올해를 기대해 보지 뭐."

아키라의 말에 앤드류가 그제야 얼굴을 풀며 유쾌하게 소리 내어 웃었다.

"역시 넌 내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동양인이야."

앤드류가 아키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서 잔인한 미소가 드러났다.

"그럼 기대해 볼게. 아키라. 날 실망시키지 말라고."

앤드류가 매서운 표정으로 아키라를 바라보더니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1호차로 걸음을 옮겼다.

앤드류와 백인 아이들이 떠나자 아키라와 왕웨이만 남았다.

앤드류가 떠나자 왕웨이가 말했다.

"저런 표정 오랜만인데?"

"글쎄 말이야. 앤드류가 요즘엔 좀처럼 저런 표정을 보여 주지 않았잖아?"

"그래, 작년이 피크였지. 그 인도 녀석이 앤드류의 심기를 건드려서 보기 좋게 자퇴까지 하고 나서야 진정이 됐었지. 올해는 어디까지 갈까?"

"글쎄, 모르긴 해도 작년처럼 어중간하게 끝나지는 않을지도……."

아키라와의 대화를 마친 왕웨이는 2호차로 갔다.

12학년은 총 51명으로 학년의 반은 2호차를 타고 다른 코스로 나사 우주 센터가 있는 휴스턴으로 떠난다.

"자, 모두들 다 탔나요?"

루시아나 앤더슨 선생님이 말했다.

그녀가 이 버스의 인솔 책임 교사였다.

그녀의 옆에는 문학 교사인 35살의 로버트 허슬러 선생님이 루시아나 선생님을 돕기 위해 서 있었다.

앞으로 이 주 동안 두 사람이 25명의 12학년 학생들을 인솔하는 것이다.

원래 55인승인 버스 차량과 크기는 같지만 33인승으로 좌석이 배치된 리무진 버스다.

좌석이 넓고 여유로운데 교사 두 명을 합쳐서 모두 28명이라 남는 자리가 몇 개 있었다.

모두들 좌석에 착석하자 얼마 되지 않아 버스가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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