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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61화 (61/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61화

61화

찰칵! 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

최승호가 디지털 카메라로 버스 창밖의 풍경 사진을 찍은 것이다.

최승호가 들고 있는 카메라는 95년도에 시판된 카시오 QV―10이었다.

이 제품은 본격적으로 광학식 뷰파인더를 제거하고 LCD 모니터만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QV―10은 270도까지 회전이 가능한 렌즈를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다양한 앵글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가능했다.

최승호는 이번 여행 중에 다양한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릴 생각이었다.

아직은 디지털 카메라보다 광학식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일행 중에서 디지털 사진기를 들고 온 사람은 자신이 유일했다.

페이스북이 유행하려면 디지털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야 했다.

다행히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카시오 QV―10은 저렴한 가격이었다.

카시오 회사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를 위해 야심차게 들고 나온 제품인 것이다.

'일단 나부터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올려야 해.'

최승호는 자신의 가방 안에 노트북 컴퓨터와 호텔 전화선과 연결할 모뎀을 들고 왔다.

디지털 사진기로 찍은 사진들을 숙소에서 페이스북에 올릴 셈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94년도에 닷컴―넷이 구축되었다.

95년도에는 인터넷의 상업화와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인터넷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는 기반들이 막 갖춰진 상태였다.

승호가 탄 1호 버스의 앞과 뒤로는 경호실 차량 두 대가 버스를 앞뒤로 경호하고 있었다.

차 안에는 각각 두 사람의 경호원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 베테랑들이다.

버스가 뉴욕시를 가로질러 시외로 벗어났다.

버스는 첫 번째 방문지인 워싱턴으로 향했다.

미국의 정치 수도이며 나사의 본부가 있는 곳이다.

보통 나사하면 최종 방문지인 휴스턴 교외의 우주 센터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사의 본부는 워싱턴에 있다.

국회의사당, 백악관, 나사 센터 등을 돌아 볼 계획이었다.

관람 중에 부대통령이 잠깐 얼굴을 내밀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어서 아이들도 약간은 기대감을 갔고 있었다.

미합중국에서 두 번째로 파워가 있는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새삼 학생회장인 해리 화이트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다.

뉴욕에서 워싱턴까지 수백 킬로를 달려야 해서 버스는 중간중간 잠시 멈춰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승호는 중간 기착지 마다 주변의 풍경 사진들을 찍었다.

승호가 카메라를 들고 왔기 때문에 갑작스런 인기인이 되었다.

모두들 사진을 찍어 달라고 난리였던 것이다.

로열패밀리 멤버들도 평소와 달리 승호에게 말을 걸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해서 아키라의 심기를 거슬렀다.

다시 버스가 출발하고 세 시간 정도를 달렸을 때였다.

차량이 외진 교외 지역의 도로를 달렸는데 상당히 주변 풍경이 아름다웠다.

"이야, 진짜 멋지네?"

나무와 주변 자연 환경이 조화를 이루어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저쪽에 화장실이 있어요. 잠시 쉬었다 가죠. 풍경도 보시고요."

리무진 버스 운전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버스 운전사는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는 경호실 차량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원래 정해진 휴식처는 아니었다.

인적이 없고 달랑 화장실 하나와 나무로 지어진 가림막이 전부였다.

하지만 아름다운 햇살과 길게 쭉 뻗은 나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바위 돌들에 사람들의 시선이 가는 곳이었다.

왜 이런 곳에 간이 화장실과 나무로 만든 작은 시설물이 있는지 이해가 가는 곳이었다.

*     *     *

아멜리아 패닝은 미국의 톱스타다.

미국 국민 여동생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아역 시절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짙은 금발에 호수처럼 큰 눈망울과 인형처럼 섬세한 이목구비는 절세적인 미모를 자랑했다. 그 인기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아멜리아 패닝의 팬을 만들었다.

학교에서도 그녀의 빛나는 미모는 아무렇게나 걸친 일상 패션으로도 가릴 수 없었다.

에밀리 윌슨이나 다나 무어는 그런 에밀리아를 끔찍하게 사랑하면서도 남모르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미모에 견줄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했던 것이다.

아멜리아의 친한 친구로서 부족함이 없도록 언제나 외모와 패션에 공을 들였던 것이다.

그런 세 사람이라 상류층 자재들이 차고 넘친다는 트리니티 스쿨에서도 삼대 여신이라 숭배 받고 있었다.

학생회장인 해리 화이트도 오래전부터 아멜리아 패닝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공연한 비밀이었다.

모두들 휴식을 위해 내린 교외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흩어졌을 때 해리가 아멜리아에게 다가갔다.

"아밀리아, 우리 저기 가 보자. 정말 예뻐 보이지 않니?"

"어머, 저긴 꼭 가야 해. 초이에게 사진 찍어 달라고 하자."

"애, 애들아."

아멜리아가 다나와 에밀리를 불렀지만 두 사람은 못 들은 척 자리를 비켜 주었다.

해리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아멜리아, 지난번에 물어 보았던 수학 문제는 어떻게 잘 해결됐니?"

"아? 그 적분 문제 말이지? 미셀이 도와주었어."

"하하, 사실은 내가 도와주고 싶었는데 말이지. 나도 수학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라서."

"역사는 많은 도움이 되었어. 해리."

"그건 앞으로도 맡겨 둬."

해리가 윙크를 날렸다.

두 사람이 마주보며 잠시 미소를 지었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을 승호가 멀리서 지켜보았다.

"다나 혹시 저 두 사람 사귀는 사이야?"

승호가 두 사람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다나와 에밀리의 사진을 찍어 주며 물었다.

"그건 아냐. 하지만 해리가 노력 중이지."

다나가 말했다.

"흐흠, 두 사람이라면 잘 어울려."

승호가 말했다.

"그렇지? 그러니까. 넌 관심가지면 안 돼. 물론 아멜리아가 너무 예쁘니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아냐, 난 관심 없어."

그의 말에 다나와 에밀리 두 사람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래? 대체 왜? 아멜리아는 정말 예쁘잖아?"

에밀리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물론 예쁘지. 아니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어울려 아멜리아는. 하지만 난……."

콰쾅! 쾅!

뭔가가 폭발하는 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모였다.

"세상에!"

다나가 놀란 표정으로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대… 대체 저게 뭐야?"

두 대의 경호원 차량이 거대한 불길에 타고 있었다.

잠시 후.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 있는 사이 세 사람의 뒤로 총을 든 사내가 나타나 소리쳤다.

"셧 업, 너희들 당장 버스 쪽으로 움직여!"

꺄~약!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울렸다가 멈췄다.

얼굴 전체를 시커먼 마스크로 가린 사내들이 총으로 위협했기 때문이다.

십여 명에 달하는 사내들이 사방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버스 쪽으로 모았다.

사내 중 하나가 루시아나 선생님과 로버트 허슬러 선생님을 위협하며 학생들 명단을 달라고 했다.

사내가 반항하는 로버트 선생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로버트 선생님의 고개가 뒤로 휘청거렸다.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사방에서 총으로 위협하고 있는 테러리스트가 입 다물라고 소리쳤다.

"여…여기 있어요. 그만해요."

루시아나 선생님이 명단을 내놓았다.

테러리스트가 계속해서 로버트 선생님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기 때문이다.

"아, 안 돼. 루시."

"넌 입 다물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로버트 선생님이 쓰러졌다.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루시아나 선생님과 함께 로버트 선생님의 상태를 살폈다.

잠시 후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를 실은 트럭이 도착했다.

"모두들 올라가!"

겁에 질린 학생들이 한 줄로 서서 빈 컨테이너 박스 안에 들어갔다.

명단과 학생들을 일일이 대조한 테러리스트는 모든 학생들과 교사가 컨테이너 박스 안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버스 바깥에서 탕! 하는 총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컨테이너 박스 바깥을 보고 입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테러리스트들이 버스 운전사를 사살한 것이다.

그들은 불탄 차량과 시체, 버스를 숲속으로 치우고는 어딘가로 달렸다.

*     *     *

타앙! 책상 위를 내려치는 소리가 집무실 안을 울려 퍼졌다.

"뭐라고?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

대통령이 비밀 경호국 국장 월리엄 스캇과 F.B.I 국장 브룩스 켈리에게 소리쳤다.

비밀 경호국에서 부대통령 아들을 경호 중이던 요원 두 사람과의 정기 연락이 끊어져 확인에 나섰다.

비밀 경호국은 경호 차량이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고 불에 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확인 결과 차량을 파괴시킨 것은 휴대용 대전차 병기 RPG―7였다.

경호를 맡았던 해리 화이트와 25명의 학생, 두 사람의 교사는 흔적도 없이 실종되었다.

비밀 경호대는 숲에서 버스 운전사의 시신을 발견했다.

미국 국내에서 부대통령의 아들을 포함한 내외국인 29명이 테러리스트에게 납치 및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대통령이 머리끝까지 화가 날 법도 했다.

"뉴욕 지부에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F.B.I 국장 브룩스 켈리가 말했다.

미국 국내에서 발생한 테러의 경우 통상적으로 F.B.I에서 수사를 담당하게 되어 있다.

"애런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학부모들에게는 연락을 했나?"

애런 화이트는 해리 화이트의 아버지이자 미합중국 부대통령의 이름이다.

대통령은 애런을 생각하자 침통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도 두 자녀의 아버지였다.

아들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들으면 어떤 심정일지 알 수 있었다.

"연락을 취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절대 언론과는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뉴욕 지부에서 이번 일을 처리할 수 있겠나?"

"최고 수사관들로 구성된 팀을 뉴욕 지부로 급파했습니다. 지부장인 에단은 노련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번 일을 믿고 맡길 만합니다."

대통령과 F.B.I 국장이 대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집무실 문이 열리며 백악관 직원이 경직된 얼굴로 말했다.

"대통령 각하, 백악관에 온 우편물 중에 테러리스트의 성명이 들어 있는 비디오테이프가 발견됐습니다."

"애런과 관련 기관에 연락하고, 당장 NSC 회의를 소집하게."

백악관 직원의 말에 대통령은 집무실 테이블 위의 인터폰을 누르며 단호하게 말했다.

NSC 회의는 미국 국가 안전 보장 회의의 준말로서 1947년 트루먼 행정부 시절 만들어졌다.

미 대통령은 현 상황을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요 사태로 파악한 것이다.

강혁이 F.B.I 뉴욕 지부 건물로 들어서자 요원 한 명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런데 낯이 익다.

F.B.I 연수 시절 현장에서 인연을 쌓았던 요원이었다.

캘리포니아 식인 연쇄 살인범 검거 당시 연수생 신분으로 수사에 참여했을 때다.

'쿠퍼 포웰? 여기서 만나는군.'

미국의 유명 흑인 배우 윌 스미스를 연상시키는 얼굴에 성격도 좋았다.

당시 쿠퍼와는 백년지기 같은 우정을 쌓았다.

먼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강혁이 수사팀 내에서 알게 모르게 얕보이고 있을 때, 아무런 편견 없이 자신을 대해 주었던 남자다.

강혁은 쿠퍼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얕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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