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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64화 (64/301)

두번 사는 절대기억능력자 064화

64화

인간은 0.2에서 0.3초 사이에 평상시에 내는 얼굴 표정과 달리 순간적으로 내는 표정이 있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 폴 애크만 박사는 그 표정을 미세 표정이라 불렀다.

평상시 인간이 내는 표정의 변화인 거시적 표정에 대비해서 매우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미세 표정은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근육이 수축되며 일어나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아무리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다.

강혁은 질문을 통해 아브 무샤드의 얼굴에 드러난 미세 표정을 읽었던 것이다.

강혁의 첫 번째 질문에서 아브 무샤드에게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 표정이 있었다. 양 눈썹이 올라가고, 눈의 크기가 커지고, 입도 살짝 벌어졌다.

기쁨을 나타내는 얼굴 표정이다.

그야말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강혁의 눈과 기억력을 피할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저주받은 능력은 강혁에게 사진과도 같은 기억력을 주었다.

덕분에 얼굴 표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사진처럼 분할해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아브 무샤드의 얼굴은 기쁨을 나타내고 있었지.

놀람이 아니라.

그 말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납치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한 거지.

두 번째 질문에서 아브 무샤드의 얼굴은 눈썹 높이가 올라가고, 동그란 모양으로 바뀌었다.

눈썹 아래 피부는 펴졌다.

눈이 확장되었는데 위는 올라가고 아래는 내려갔으며 턱이 벌어졌다.

놀람을 나타내는 얼굴 표정이다.

'두번째 질문에서 아브 무샤드의 얼굴에 나타난 미세 표정은 놀람이었어. 그들이 자신의 부하일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놀란 표정이었지.'

강혁이 미세 표정을 보고 알아낸 사실을 말해 주었다.

"테러리스트들은 아브 무샤드의 부하들입니다. 모두 요르단에서 아브 무샤드가 키워낸 무자헤딘이에요."

무자헤딘은 성전에서 싸우는 전사라는 뜻이다.

이슬람 국가의 반정부 단체나 무장 게릴라 조직을 통칭하는 말이다.

"저 녀석이 직접 키운 조직이라고? 생각 이상으로 거물이란 말인가?"

에단 스미스 지부장이 손가락으로 턱을 만지며 말했다.

"이번 일에 동원된 자들은 모두 당신의 부하들인가?"

강혁의 질문에 미국 측 통역가가 아랍어로 물었다.

그러자 아브 무샤드의 얼굴이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살짝 표정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내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는 아니군. 다른 놈들이 끼어 있어."

강혁이 놀라며 말했다.

그제야 지금까지 뭔가 이상했던 점이 이해가 되었다.

퍼즐 조각이 하나 더 맞춰진 셈이다.

강혁의 말에 에단 스미스 지부장과 스캇, 쿠퍼 포웰 등은 뭔가를 깨닫고 얼굴이 심각해졌다. 에단 스미스의 지시를 받은 쿠퍼 포웰이 조용히 방을 나갔다.

스미스가 이번 일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전, 현직 미 특수 부대 출신 또는 그에 준하는 전문가들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최고의 특수 부대가 동원되었고, 부대통령 아들에 프랑스 유엔 대사 아들, 전미 20위권에 들어가는 엄청난 재벌의 딸, 할리우드의 여배우까지 포함된 유명 인사들의 자녀들을 구출하기 위해 네이비 실 같은 최고의 특수 부대가 동원되었다. 그리고 작전이 펼쳐진 장소는 도심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생각 이상으로 피해가 많았을까?'

강혁은 707 특임대 소속으로 미국의 네이비 실 팀의 위탁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그들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다.

강혁은 인질 구출 작전에 임하는 그들의 태도와 전술, 장비 등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작전 실패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테러리스트 중에 단순한 무자헤딘이 아닌, 보다 전문화된 팀이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하겠지. 미국 본토 내에서 이런 대담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는 것은 아마도… 전직 미 특수부대 출신이거나, 그에 준하는 전문가일 확률이 있다.'

강혁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당시 대부분이 블록화 되어 있던 파일에서 흔적만 남아 있던 희생자들이 생각났다.

이번에도 같은 희생이 벌어지거나, 더 많은 희생이 일어난다면 강혁은 자신을 용서할 자신이 없었다.

강혁의 눈빛이 빛났다.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할 차례였다.

"놈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델라웨어 워터 갑 국립 공원?"

살짝 놀랐지만 이내 평온해졌다.

강혁은 숲속에 있다는 확신을 다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델라웨어 워터 갑 국립공원은 아니다.

뉴욕으로 가는 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지만 그곳은 아니었다.

"토비 한나 주립 공원?"

'아니군.'

"네추럴 랜드스?"

'아니야.'

"리케츠 글랜?"

'아니다.'

"서스케하녹?"

순간적으로 아브 뮤사드의 위쪽 눈꺼풀과 눈썹 전체가 위로 올라갔다.

놀람이다.

'빙고!'

"스미스, 스캇, 서스케하녹 산림 공원이야. 애들은 그곳에 있어."

통역가가 더 이상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고 멈췄다.

아브 무샤드의 얼굴에 질린 표정과 공포에 어린 표정이 확연히 들러났다.

하필 납치된 장소를 묻고 난 후, 더 이상 질문이 없는 것이다.

자신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니터 화면 속의 강혁은 뭔가를 알아낸 모양이었다.

아브 무샤드의 표정에서 스미스와 스켓은 뭔지 모르겠지만 강혁이 알아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맙소사! 저 놈 좀 봐. 패닉에 빠져서 기도문을 외우고 있어."

에단 스미스와 리암 스켓은 강혁의 귀신같은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아브 무샤드에게서 납치된 장소를 알아 낸 것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신께서 당신을 축복하시길!"

에단 스미스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큰 단서를 찾아낸 강혁에게 축복의 말을 건네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붙잡았다.

"지부장님?"

스캇 요원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어디로 전화하는지 묻는 것이다.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원을 차출해야 해. 근거가 존 회장의 초능력밖에 없으니 국방부는 안 돼. 우리 요원들만으로 해야 한다고. 국장님의 승낙이 필요해."

스미스 지부장이 말했다.

*     *     *

강혁은 회상에서 돌아왔다.

에단 스미스 지부장이 자신의 말을 믿어 주었다.

덕분에 원래 역사보다 훨씬 빨리 아이들이 잡혀 있는 위치를 알아 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안전하게 인질들을 구출해 내야 한다.

강혁은 무슨 방법이 없을 지를 고민했다.

'그래, 페이스북! 내가 왜 그걸 생각을 못했지?'

"스미스 지부장님, 리암, 나는 잠시 회사에 다녀오겠네.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금방 다시 돌아올 거야."

"수색을 진행하는데 시간이 걸릴 거예요. 다녀오세요. 존 회장님."

스미스 지부장에게 간단히 인사를 건네고 강혁은 모두에게 말했던 회사가 아니라 최승호의 작업실이 있는 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홀 안에 간격을 두고 떨어져서 모두 다섯 명씩 모여 앉았다.

테러리스트들은 총을 겨누고 이들을 감시했다.

최승호는 아키라, 아멜리아 패닝, 에밀리 윌슨, 이안 밀러와 함께 모였다.

모두들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혁이 형 은혜도 못 갚고 이런 곳에서 죽는 걸까?'

승호는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고 생각에 잠겼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해킹 따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승호는 자신이 한국에서 괜한 짓만 하지 않았다면 부모님을 떠나 먼 타향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일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그랬다면 만일 혁이 형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버지도 우리 집도 빚더미에서 해방되지 못했을 거야. 무조건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어.'

승호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자 서서히 시야가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무조건 죽는다고 생각하던 마음도 우습게 여겨졌다.

'죽긴 왜 죽어. 이 빙신아.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어. 좋아, 난 여기서 살아남겠어.'

승호의 얼굴에 결의가 떠올랐다.

승호의 잠바 안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요르단에서 온 테러리스트들은 이제 막 출시된 카시오 QV―10 디지털 카메라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LCD모니터만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270도 회전이 가능한 렌즈가 있어서 다양한 앵글로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승호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인 후, 몰래 카메라를 꺼내어 무음으로 조작했다.

그리고 LCD모니터를 보면서 렌즈를 돌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건물 내부 사진을 보고,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몇 명이나 되는지도 알려야 해.'

전원이 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그래도 승호는 테러리스트들의 사진을 한 장씩 몰래 찍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승호가 있는 그룹을 향해 테러리스트 한 명이 총을 들고 걸어왔다.

'들, 들켰나?'

승호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때 아멜리아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뭐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따라와!"

아랍식 액센트의 영어로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그녀가 테러리스트의 뒤를 따라가며 승호를 쳐다보았다.

'혹시 아멜리아가 나를 도와 준 건가?'

승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편으론 만인의 연인인 아멜리아가 자신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에 조금 얼떨떨해졌다.

'조심해!'

승호 앞에 에밀리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우리가 도와줄게 초이!'

문학 수업을 함께 듣는 이안 밀러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알고 보니 모두들 눈치 채고 있었나 보다.

하긴 모르기에는 서로 너무 가까이 있었다.

아키라까지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려 승호의 카메라가 보이지 않도록 가려 주었다.

'모두들 고마워. 내가 꼭 살려 줄게.'

사진을 찍은 최승호는 자신들의 가방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승호의 가방 안에는 노트북과 모뎀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몰래 가져 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집 안 곳곳에는 감시형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카메라에 나오는 화면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있는 방이 있다는 소리인데.'

승호는 저택을 바라보며 어디에 그런 방이 있을지를 살폈다.

'애, 너 진짜 용감하다.'

에밀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순간 아키라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키라는 오랫동안 에밀리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에밀리를 보며 몰래 동경하는 마음을 키워 오고 있었다.

아멜리아가 다시 돌아왔다.

아멜리아와 함께 얼굴을 가린 테러리스트가 가까이 다가오자 모두들 입을 다물고 경직되었다.

"너 일어나봐!"

아랍식 영어 악센트로 남자가 총구로 승호를 가리켰다.

승호는 얼어붙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승호의 몸을 만졌다.

그리고는 몰래 숨겨 놓고 있던 디지털 카메라를 찾아 내었다.

순간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흥, 이런 걸 몰래 숨겨 놓고 있었군."

아랍인의 주먹이 승호의 복부를 가격했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지는 승호를 수차례 발길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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